죽음에서 돌아오다 - 후기
안녕하세요, 매니아 여러분.
여러분의 힘찬 메세지와 위로, 격려를 등에업고 5시간의 긴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수술후 4일차입니다. 어제 갑자기 부정맥이 잡히는 바람에 온갖약을 투여받고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는가 했지만, 그래도 정신의 끈을 꽉 붙잡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고마운건 저보다 더 힘든 와이프도 울음을 참아가며 간호하고 있고 이제 고3인 딸은 아빠의 회복에 방해될까 혼자 할일 해가며 집에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네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꼭 이겨내야하지 않겠습니까.
가슴에서 두개, 왼팔에서 힘줄하나를 떼어나가서 왼팔의 감각이 없다보니 걱정되기도 합니다. 내가 다시 농구공을 잡을수 있을까...
오늘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모든 사실을 알려드렸습니다.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씀드렸다간 걱정과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셨을테니까요. 사실 심장마비였고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았지만 큰수술이 필요해서 무사히 마쳤다 했습니다. 어머님은 짧은 탄식과 하.. 하는 말씀만 하시는데 전화 저편으로 느껴지는 슬픔과 안타까움은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이제 씩씩하게 회복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돈좀 보내줄까?... 아뇨 엄마 괜찮아요. 아니야 그래도 먹고 싶은것좀 사먹고 해라. 부모님에게는 큰돈일텐데요. 70 넘어서까지 일하시는 부모님이 무슨 돈이 있냐고 극구 사양했지만 그 뜻을 꺾을수는 없겠지요.
거울에 비친 얼굴은 헬쓱해지고, 눈동자는 쾡해졌습니다. 머리는 말할것도 없구요. 옆에서 저를 도와주던 와이프는 말이 없어 제가 장난을 칩니다. 16세기 유럽의 시인이나 철학자 같은 느낌이 들지않아? 아니. 알콜중독자 같아. 응.
저와같이 농구를 하던 사람들중 4명이 다른날 각각 방문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다 한결같았습니다. Are you ok? I am so happy to see you again. 이 말 말고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들은 저의 밑바닥을 봤고, 저를 도와 생명을 살린 형제들입니다.
내일은 제가 퇴원하는 날입니다. 병원에서 11일간 있었네요. 직장 복귀가 제대로 될지, 앞으로 저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오늘 하루도 저에겐 보너스인것을. 하루하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것, 그 뿐이면 족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바닥에서 헤쳐나올수 있었던건 매니아분들의 성원과 응원 덕분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좋은소식, 훈훈한 소식만 전하고자 합니다. 정말 모든 분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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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말씀드렸었는데
저희 아버지는 왼쪽 허벅지에서
혈관 가져와서 했는데
감각이 돌아오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실 거에요.
그 상처들이 덧나기기 무척 쉬우니
관리 주의하셔야합니다.
이제 일이주만 지나도
정말 하루하루 크게 회복되는 것
느껴지실거에요.
수술 무사히 마치신 것 축하드리고
회복기간 힘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