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써보는 하이브 vs 민희진 사건
오늘 베일에 싸인 민희진이라는 인물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뉴진스라는 그룹이 처음 나왔을때 신선한 충격을 받은 40대 아재 입장에서
많은 관심이 있었거든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마추어' 그것도 엄청나고 굉장한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약서와 자본의 무게를 잘 모르는 사람.
실력으로 모든것을 부수고 이길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것 같았습니다.
뭐 이번 사건에 비교할수 있는 규모는 아니지만.
저는 10여년 전에 동업으로 회사를 차린적이 있습니다.
저는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단지 자금력이 부족하니 자금을 확보해서 더 크게 회사를 키우고 싶었던 것이죠.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회사의 탄생 스토리라고 볼수 있는데요.
저는 기술과 인력을 대고 동업자는 많은 자금은 아니었지만 자본을 대고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과 특허를 가지고 들어가는 제가 지분을 60% 투자자는 40%를 나눠가졌습니다.
대표이사는 물론 제가 했고요.
동업자는 전혀 문외한 이기 때문에 업무에 관여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계약서에도 회사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것으로 기입이 되어있었죠.
여기에서 큰 실책은 밸런스를 위해 감사를 동업자쪽 인사에게 넘겨줬는데.
회사 실적이 오르면서 서서히 경영 간섭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사 급여를 달라
배당을 달라
매출 자료를 보여달라
누구를 직원으로 뽑아달라
등등...
저는 모두 거부했고. 약이 오른 동업자는 감사권을 발동해서 자료를 요구하고
영업방해를 시작했으며, 매일 매일 회사로 출근하여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주식회사 설립 1년도 안된 시점에 투자금과 맞먹는 돈을 현금으로 배당해 달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영업방해 행위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제 동업자는 변호사를 대동하여 작업을 시작하더군요.
회사에는 소위 '망조'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쪽 변호사는 제가 60%의 독점 대주주이고 대표이 사이기 때문에 감사, 이사를 모두 해임하고 독재적 권한을 회복하라는 조언을 해줬지만.
저는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습니다. 이 동업자와 엮여있는한 이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것을.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40%의 지분은 지구 끝까지 내 발목을 잡을것이라는것을
더군다나 60%의 독점 대주주는 회사가 망할때 무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저의 선택은 지분 전수 무상 양도 및 퇴사였습니다.
지분 양도를 하고 회사를 빠져나오는것도 어찌나 힘들었는지...
수년간 쌓아온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빼앗기고 회사를 빠져나오는 선택을 하면서
한동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자지 못할 정도의 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왜 다른 사람에게 원한이 담긴 복수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지역을 떠나 멀리 이주하여 정착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되었고.
문외한이 넘겨받은 그 회사는 신제품이 나오지 않아 결국 수년후 망했고.
저는 지하에서 살아돌아와 지금은 재기해서 그 당시보다 몇배 크게 다시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은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저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저의 마인드 셋도 아주 다르게 세팅이 되었습니다.
그 힘들었던 시절을 극복하고 나니 지금은 사업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면 마치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것 같습니다.
지금은 인생 최대의 배움을 얻은 일이라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그 큰 상처 덕분에 지금은 중심 잘 잡고 사업하고 있네요.
이번 하이브 vs 민희진을 보면서 참 예전의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격이 거칠고 어른들의 사정을 잘 모르고 경솔하고 사람을 잘 믿고...
계약서 제대로 안보고...
어쨌든 그것이 죄는 아닐겁니다. 요 며칠간 민희진씨가 세상의 모든 욕을 먹고 있는데 그런 잘못하지는 않았죠.
그리고 제 예상으로는 이번 이런 일로 법적인 처벌은 받거나 하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민희진 대표는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보게 생겼네요.
뉴진스같은 슈퍼스타를 만들때 분명 자본이 필요하지만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것인데요.
민희진의 선구안, 프로듀싱이 없었다면 뉴진스가 슈퍼스타가 될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돈을 많이 쓰면 세계적인 인기가 생기는가? 생각해 보면...
BTS가 자본을 많이 투입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것인가? 생각해 보면...
자본이 먼저냐 실력이 먼저냐의 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좋은 실력에 자본이 만나면 아주 쉽게 가지만
나쁜 실력은 자본을 아무리 부어도 만들어지지 않죠.
자본이 없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뿐입니다.
BTS가 그길을 제대로 걸어왔을테고요.
어쨌든 민희진 대표는 쉬운길을 택했으니 그 열매를 혼자 차지할수 없게 된것일뿐입니다.
그것을 모르고 그런 선택을 한 본인의 무지를 원망해야 할테구요.
모든것을 본인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겸손하지 못한 성격을 탓해야 할수도 있겠죠.
혼자만의 독재가 아닌 사업을 한다면 주변인과 동업자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저도 예전을 뒤돌아 보면서 가장 반성하고 있는것이 동업자와 인간적인 관계를 너무 소홀히 했다라는점입니다.
그 부분은 되돌아 간다면 꼭 사과하고 싶더군요.
민희진 대표는 자본주의와 법과 돈의 논리로 결국은 뉴진스나 회사를 지켜내지 못할것입니다.
상실감이 지금까지 월급쟁이로는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것이겠지만.
처음부터 이미 그것은 민희진 대표의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잘 추스르고 본인의 뒤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고.
다시 새로운 성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능력도 있고요.
행운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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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BTS가 벌어온 자본의 힘과 후광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린게 바로 뉴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