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arch : 광란의 휴스턴
꿈도 희망도 없는 줄 알았던 휴스턴의 시즌이 살아나다 못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7연승, 최근 10경기 9승 1패 광란의 페이스로 오늘 패배한 10위 GSW와의 차이는 단 2게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휴스턴은 팀 내 최고의 선수였던 알프렌 센군이 아웃된 이후 제일런 그린의 대폭발과 함께 5연승을 불태우고 있는데, 팬의 입장에선 이런 팀의 모습이 기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따라서 나름대로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과연 휴스턴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대체 무슨 변곡점들이 있었길래 휴스턴은 3월의 광란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Houston trending
우선은 센군의 부재와 관련이 없는 요소들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센군의 유무와 관계없는 지점들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3월 이전 구간(25-34), with 센군 5경기 구간(4-1), without 센군 5경기 구간(5-0)으로 구분해 셋을 비교해보면 됩니다.
그에 앞서 일단 이 방법과는 다소 유리된 요소부터 보자면...
- 랜데일 합류
시즌의 대략 2/3을 날려먹고 이제서야 정상적으로 휴스턴의 로테이션에 합류한 조크 랜데일입니다.
랜데일은 올스타 브레이크 즈음을 기점으로 서서히 인게임에서 폼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센군 아웃 이후부터 경기당 평균 20분 이상을 소화해주면서 휴스턴의 든든한 로테이션 센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랜데일의 롤은 기본적으로 롤플레이어 센군입니다. 센군의 휴식구간에서 대신 투입되어 센군이 하던 역할들을 비슷하게나마 이어받는 역할이었습니다.
탑에서의 핸드오프 및 스크린, 롤링, 어느정도의 킥아웃, 그리고 페인트존 수비까지. 셀프 크리에이팅 능력은 거의 모두 제거한 대신, 스크린, 수비 등 롤플레이어들의 덕목에선 조금 더 나은 버전의 센군에 제일 가깝겠네요.
여튼 이런 렌데일의 폼 회복은 센군의 부재와는 다소 독립적으로 진행된 요소였습니다.
- 파울콜 감소 기조
휴스턴은 시즌 초반부터 피지컬한 수비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체력 소모도 비교적 많을 수밖에 없었고, 또 동시에 파울콜 역시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 심판들이 인게임에서 파울콜을 이전보다 자제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는 적극적이고 피지컬한 수비를 이어가는 휴스턴에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경기당 파울
- 3월 이전 : 경기당 21.3회
- with 센군 : 경기당 18.2회
- w/o 센군 : 경기당 18.6회
- 경기 페이스 상승
세간의 인식과는 별개로, 휴스턴의 경기 페이스 상승은 트렌드였습니다. 시즌 시작 자체를 리그 최하위권 페이스로 시작했고, 또 센군 자신이 발이 그닥 빠른 선수는 아니라는 점이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만, 휴스턴은 올해 초 아멘 탐슨의 복귀 전후를 기점으로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려서 플레이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with 센군 구간과 w/o 센군 구간 차이의 페이스 차이는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경기당 pace
- 3월 이전 : 99.5
- with 센군 : 100.4
- w/o 센군 : 100.6
첨언하자면, 제일런 그린의 개인 페이스는 1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101 가량을 기록하고 있었고, 센군 역시 1월 이후부터 주욱 100 이상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휴스턴의 경기당 속공 득점 양상도 위의 페이스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면서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경기당 속공득점
- 3월 이전 : 경기당 14.8점
- with 센군 : 경기당 19.8점
- w/o 센군 : 경기당 18.2점
- 매치업 난이도
지난 9승 1패 구간에서 휴스턴의 상대는 순서대로 PHX(원), SAS(홈), LAC(홈), POR(원), SAC(원), SAS(원정), WAS(홈), CLE(홈), WAS(원), CHI(홈)으로 이어집니다. 센군의 마지막 경기는 해당 구간 5번째 경기인 새크라멘토전 원정 경기였고, 이 때를 기준으로 휴스턴의 성적은 각각 4승 1패, 5승 0패입니다.
센군 아웃 이후의 5경기들은 비교적 괜찮은 매치업들이었습니다. 동부 3번 시드인 클리블랜드를 제외한다면, 모두 플레이오프권 팀이라면 최대한 이기고 가야 할 경기들이었습니다.(시카고는 시즌 성적이 비슷한 팀이니 더더욱.)
다르게 말하자면 이 구간의 휴스턴은 명실상부한 플레이오프권 팀의 모습이었다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매치업 상의 이점이 있었던 점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with 센군 구간에서는 피닉스, 클리퍼스, 새크라멘토를 상대로 2승 1패를 기록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Jalen Green Fire!
이제 센군의 부재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휴스턴의 상승세 요인, 제일런 그린입니다.
현재 휴스턴의 광란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는 제일런 그린입니다. 3월 들어 제일런 그린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고 있는데, 저는 이게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가 센군의 부재에 따른 탑~자유투라인 공간의 오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바리는 픽앤팝 자원, 혹은 스페이싱 자원입니다. 랜데일은 센군과 비슷한 포지셔닝이지만, 픽앤롤 이후 롤링을 센군보다 깊게 가져가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멘 탐슨은 랜데일과 마찬가지로 픽앤롤 시 롤링을 깊게 가져가며, 픽앤롤 플레이에 관여하지 않을 때는 코너~덩크스팟 동선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제일런 그린은 탑~자유투라인 구간에서 셀프 크리에이팅을 가져갈 공간과 동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최근 딥쓰리 구간에서 플레이를 시작하는 경향이 강한 그린은, 드라이브 시도 시 첫 컨택을 만나는 지점이 보통 윙/탑 3점라인의 한 발 안쪽 지역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휴스턴은 이 탑~자유투라인 구간에 센군이 포지셔닝해 있습니다. 센군은 이 위치에서 볼을 잡고 드라이브 or 핸드오프, 볼 배급을 시도하거나, 픽앤롤 숏롤 이후 디시젼메이킹을 가져갑니다. 그런 만큼 그린-센군 동시 출전 구간에선 이때 제일런 그린에게 돌파동선이 제한되게 됩니다. 결국 제일런 그린에게 남은 선택지는 스윙패스 or 센군에게 볼 투입, 아니면 풀업3점 뿐입니다.
억지로 드라이브를 시도하려 해도 자신과 센군 매치업 사이의 좁은 공간을 뚫어내느라 그린은 힘/스피드에서 손해를 보게 되고, 자연히 그린은 골밑에서 메이드를 만들 만한 추진력/폭발력이 부족하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3점 성공률도 바닥을 치게 되니, 제일런 그린은 천덕꾸러기 신세에 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제일런 그린에게 공간이 열리자 달라지게 됩니다.
센군 아웃 이후 제일런 그린은 자신의 드라이브 첫 컨택 지점에서 자신의 매치업만 신경쓸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드라이브 시 제한구역까지 어느정도 폭발력을 유지한 채로 진입하고 마무리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제한구역에서의 야투 성공률도 수직 상승했습니다.
더불어서 첫 컨택 시 좌우 움직임/스텝을 위한 여유공간이 확보되면서 이 위치에서의 사이드스텝, 방향전환이 보다 효과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보다 효과적인 드라이브가 가능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본인의 리듬에 맞춘 드라이브/스텝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본인 리듬의 풀업, 스텝백 점프슛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리듬으로 던지는 슛이 많아지는 만큼, 슛 성공률도 상승했습니다.
Jalen Green Fire?
그래서, 센군이 빠지면서 그 공간을 활용하는 제일런 그린이 날아다니니 센군을 트레이드해야 하는 걸까요?
아뇨. 과하게 섣부른 판단입니다.
이미 with 센군의 5경기 구간에서 센군의 포지셔닝/동선 소폭 조정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던 중으로 보입니다. 제일런 그린의 3월 이전, with 센군, w/o 센군 구간의 제한구역 야투율과 미드레인지 야투율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월이전 -> with 센군 -> w/o 센군)
- RA 야투율 : 59.0% -> 80.0% -> 73.1%
- MR 야투율 : 38.5% -> 30.0% -> 46.7%
물론 센군이 있었으면 이정도까진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린-센군이 서로를 깎아먹는 조합이라고 못박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을 것 같네요.
더불어서, 그냥 제일런 그린의 슛감 문제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사실 이전까지 공간 오픈이고 리듬이고 간에 이전의 제일런 그린은 이상하리만치 점프슛이 안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캐치앤슛 3점, 풀업 3점, 오픈 3점, 와이드오픈 3점... 종류를 불문하고 전부 마가 낀 것 처럼 슛이 안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3월 이전 제일런 그린 슈팅
- 캐치앤슛 3점 : 29.3%
- 풀업 3점 : 31.3%
- 오픈+와이드오픈 3점 : 34.1%
이후 with 센군 구간에서 캐치앤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해당구간 C&S 3점 40.9%), w/o 센군 구간에서 슛감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w/o 센군 제일런 그린 슈팅
- 캐치앤슛 3점 : 38.5%
- 풀업 3점 : 48.5%
- 오픈+와이드오픈 3점 : 50.0%
센군이 빠진 덕도 있을 것이고, 제일런 그린 본인의 슛감이 불타오르는 덕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점은, 과연 with 센군 구간에서의 조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w/o 센군 그린의 슛감이 자신의 리듬 확보와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가입니다.
다만 현재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제일런 그린과 알프렌 센군의 트레이드를 고민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점입니다. 둘은 시즌 내내 어느정도의 인게임 케미스트리를 보여줘 왔으며, 둘의 공존에 대한 가능성 역시 그 편린이나마 제시해줬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제일런 그린과 알프렌 센군의 상황은 너키치와 요키치 사이의 양자택일 상황보다는 티맥과 야오밍의 공존 여부에 더 가깝습니다.
여튼, 이 모든 논의는 결국 휴스턴이 센군 없이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능했던 일입니다. 과연 휴스턴은 센군, 위트모어, 타리 이슨 없이 지금의 상승세를 쭉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제일런 그린이 불타고 있는 한, 불가능은 없어 보입니다.
요즘 잘해서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