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정규와 플레이오프
2년전 파이널에서 패배한 순간부터 팀에는 낙인이 찍힌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는 더이상 보스턴의 정규시즌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플옵의 실패만을 상정하고,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너무나 쉽게 호도됩니다.
이로 말미암아 현재 팀이 거둔 성공이 그대로 묻혀 버리는 것은 어쩌면 필연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유로 정작 한 시즌동안 코트 위에서 보여준 농구 자체가 잊혀지는 것은 본말전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의 글로나마 다뤄보고자 합니다. 사실 팬조차 안쓰면 쓸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이 글은 이번시즌 정규의 보스턴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리고 많이 언급되는 플옵에서의 우려가 어떤 면에서 사실일지를 분석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언제나처럼 어디까지나 주관의 해석에 기반한 글이라는 점, 어쩔 수 없이 보스턴 팬의 시각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적어도 정규의 결과는 역사에 남을 팀입니다
단순히 64승이라는 승수나 전체 1위라는 사실 때문이 아닙니다.
우선 다음은 NBA 역사상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 득실 마진 을 기록한 팀들의 순위입니다.
여기서 역사상 +11 이상을 기록한 팀 중 우승에 실패한 것은 71-72 밀워키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지 +12.28를 기록한 72 레이커스가 같은 시즌에 존재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단순 득질마진은 경기페이스 같은 외부요소에 영향을 받죠. 그래서 다음으로 확인할 지표는 100포제션당 보정이 들어간 넷레이팅입니다.
역시 익숙한 팀들이 보입니다. 역사상 보스턴보다 높은 넷레이팅을 기록한건 조던의 2차쓰리핏 시카고 뿐입니다.
(사이트마다 집계가 조금씩 다른거 같은데 느바 공홈 기준으로는 보스턴이 +11.7, 17시즌 커탐듀그 골스가 +11.4로 보스턴이 역대 3위에 랭크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정말 보스턴이 그 정도로 강한 팀이었는지에 대한 다른 반문을 제기 가능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의견으론 서고동저가 심했던 이번 시즌, 약팀들을 상대로만 높은 승차를 기록했더라도 넷레이팅은 이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겠죠. 그래서 다음으로 볼 지표는, 경기당 상대한 팀 난이도 보정이 들어간 SRS입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강팀을 크게 이길수록 높아지고, 약팀 상대로 지거나 접전일수록 낮아지는 지표입니다.
이번시즌 보스턴의 기록은 막판에 깎아먹어서 +10.75로, 역대 5위 정도의 기록이죠.
역시 이 리스트상으로도, 우승에 실패한 팀은 하늘이 71-72 레이커스도 낳았던 것이 잘못인 불운의 72 벅스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지표나 관점으로 보더라도 보스턴의 이번 정규시즌 생산성이 느바 전체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것만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역사상 보스턴과 비슷한 생산성을 냈던 팀들은 거의 빠짐없이 해당시즌 우승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보스턴이 플옵에서는 분명한 의문부호들이 남아있는것이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그 부분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2. 3점팀은 우승하지 못한다
현 보스턴의 농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3점입니다.
여기에서 첫번째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역사상 3점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던 팀은 하나같이 플옵에서 정규 대비 부침을 겪고 결국 우승까지 가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위는 NBA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을 시도했던 팀들입니다.
저 중 23 골스는 예외로 두겠습니다. 3점은 많이 성공시켰지만 공격 생산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작년 오펜레이팅 10위), 따라서 3점 성공이 높은 정규 성적이나 경기력으로 이어지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정규 3점 강팀과 플레이오프' 내러티브에서 참조할만한 팀들에는 세가지 선례들이 존재합니다: 하든의 휴스턴, 20-21시즌 유타, 그리고 작년의 보스턴입니다. 아예 무시할만한 선례들은 아니란 생각이 들죠.
일반적으로 '3점팀의 부진'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본적으로 장거리에서 던지는 슛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슛이 안들어가는 사이클이나 기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 어느 정도 상대 수비에 종속적이다. 즉 상대가 이론상 모든 컨테스트를 빡세게 하거나 우리팀의 볼 흐름이 빡빡해진다면 이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 기댓값이 높기 때문에 3점수비를 우선으로 하는 팀들이 플옵에서 더 많아지곤 하고, 오히려 이것이 이론상으론 가장 기댓값이 높던 공격루트의 실제 성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 플옵은 경기가 더 피지컬해지고 빡빡해진다. 고로 우리팀의 볼무브가 죽거나, 컨테스트에 의해 슛의 밸런스가 흔들리거나, 정신적 압박 + 체력 저하로 슛 성공률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즉 완전히 정규만큼의 생산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보스턴이 완전히 이전 팀들의 실패한 전철을 따르는 케이스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번시즌 보스턴과 위에 언급한 팀들과의 차이에는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 우선 하든의 휴스턴과 보스턴은 3점 성공률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휴스턴은 3점을 '많이' 던지는 고볼륨 팀이었지 성공률이 높은 고효율팀은 아니었습니다. 34.5% ~ 36.2%를 오가던 휴스턴과 38.8%의 보스턴은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 보스턴과 비슷한 고효율 팀으로는 유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유타는 플옵에서 3점이 들어가지 않아 패배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유타는 플옵에서는 경기당 3점 43.6개를 던지며 41.3%를 성공시켜, 성공률이 더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타가 패배했던 이유는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수비에서 상대 클리퍼스를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축들의 부상 같은 악재도 있었지만, 결국은 클리퍼스의 스몰볼을 상대로 고베어의 수비가 공략당했던 것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보스턴이 걸어볼 부분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 기본적으로 효율이 높은 팀이기 때문에 만약 플옵 상위 라운드에서 약간 부침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3점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포르징기스의 드랍이 공략당할 수는 있으나, 주전 가드+윙 수비진이 강력하고 호포드/틸먼의 스위치, 즈루를 센터에 둔 기습적 존디 등의 다양한 수비 카드를 들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합쳐서 생각해 본다면 과거 유타 대비 조금 더 유연한 플옵 수비를 기대해봄직 하다.
- 그리고 올해는 작년의 보스턴보다 볼 흐름과 득점의 코트 밸런스가 훨씬 우세하다. 정규에서도 더 이상 단순히 3점만 안들어간다고 막히는 팀은 아니었다.
3. 그럼에도 플옵은?
보스턴에 대한 의문부호가 단순히 '3점비중이 높다' 한마디로 정리될 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정규 보스턴의 가장 큰 강점은 공격입니다. 수비도 전체 2위를 기록했지만 1위 미네소타의 수준까진 아니었습니다. 마줄라 감독도 공수 양쪽의 밸런스를 중시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공격 쪽으로 조금 더 성향이 쏠려 있다 생각하고요.
결국 상기한 보스턴의 압도적 정규 기록은 역대 오펜레이팅 1위 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아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공격력이 플옵 환경에서도 유지가 될 것인가?
여기서 첫번째 불안요소는 주축들의 약점입니다.
에이스 테이텀은 기본적으로 상체 컨택이 약점입니다. 지속적으로 가슴 범핑이 들어오면 플레이를 어려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그 다음으로 중요한 포르징기스 역시 프레임이 약점입니다. 따라서 강한 범핑이 있으면 밸런스가 흔들리고, 포스트 자리싸움이나 스크린 동작, 탑에서의 패스웍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이번 시즌에도 보였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디시전이 짧고 간단할수록 위력적입니다. 브라운과 즈루 역시 수비가 헬프 손질이 빡세거나 수비가 겹쳐지면 뇌절이 패시브로 달려있습니다. 주전 중 가장 완소인 화이트 역시 온볼 옵션의 다양성 면에서 메인 핸들러급 자원이 아닙니다.
결국 공통적으로, 팀은 수비가 피지컬해지고 코트가 빡빡해질수록 버거워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선수단의 선천적 특성이 그렇습니다. 주축의 약점이 크게 한가지 케이스로 겹치고, 그 케이스가 플옵에서 자주 발생하는 시나리오라는 것, 이미 이전 시즌 + 정규에서 이런 상황에서 부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불안요소입니다.
클러치에 생각보다 아쉽다는 의견 또한 당연히 이와 일맥상통하겠고요.
(클러치에 절대적으로 약하단 것은 아닙니다. 위는 NBA에서 정의하는 클러치 상황, 즉 경기 종료 5분 이내 5점차 이내 상황에서의 승률입니다. 다만 큰 격차로 전체 1위를 달리는 팀의 기본 체급을 생각한다면, 클러치에는 평소 대비 경기력이 급락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규 결과에서도 수비를 빡빡하게 만들고 공격에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상위권 강팀들 상대로만 잘라본다면, 보스턴은 여전히 리그 1위의 기록을 보이지만, 더 이상 전체 성적만큼의 압도적인 1위는 아닙니다 (탑8 상대 승률 보스턴 1위, 오클 2위). 팀의 성적 대비 임팩트가 아쉽다는 여론도 다 여기서 기인할 수 밖에 없다 보고요. 적어도 플옵 환경을 상정해 볼 시 다른 팀들과의 격차는 더 줄어들 것이라 보는게 타당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해지는것이 포르징기스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두번째 불안요소이기도 합니다.
결국 작년과 달라지려면 포르징기스의 활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꾸준히 포스트에서 1대1 2점을 생산해주고, 코트를 넓혀서 팀원들의 2점 공략을 역으로 수월하게 해주기 위해선 건강하고 잘하는 포르징기스가 필요합니다.
다만 포르징기스는 플레이스타일을 바꾼 이후 이번이 첫 플옵입니다. 아직 플옵에서 어떨지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내용이 길어져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포르징기스 원빅은 보드 장악이나 포르징기스 직접 공략 (픽앤롤 풀업이나 포스트업)에서 약점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호포드 카드도 있으나, 정규 림수비에서의 노쇠화 기미나 공격에서의 차이를 감안하면 이쪽도 완전한 해답은 아닐 수 있죠.
결국 팀의 2점 생산을 위해선 포르징기스의 활약이 꼭 필요하나, 아직 검증되진 않았고 (정규 생각하면 잘할거라 보긴 합니다만 아직 모르니) 컨택 상태에서의 약점이나 수비에서의 공략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불안요소라 볼 수 있죠. 또 빡빡한 경기양상에선 기존에 플옵의 다운템포 경기를 책임지던 스마트와, 세컨찬스와 활동량으로 기여하던 로윌의 이탈이 걸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 팀은 지금이 훨씬 더 강하지만, 특히 플옵에서 스마트가 책임지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즈루는 전혀 이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순 없습니다. 스마트와 강점이 달라요).
그리고 마지막엔 이야기가 1옵션 테이텀 쪽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아까 위에서 역사상 보스턴과 비슷한 정규를 보였던 팀들을 살펴보았었죠. 하지만 해당 팀들과 보스턴과의 가장 큰 차이는 사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팀들은 모두 올타임 레벨의 슈퍼스타들이 존재했습니다.
불스에는 조던이 있었고, 70년대 랄에는 윌트와 제리웨스트, 밀워키에는 빅오와 카림이 있었습니다. 골스에는 커리와 듀란트가 동시에 있었죠.
테이텀은 MVP 레벨의 공격 엔진이 아닙니다. 그러면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하죠. 보스턴은 리그 1위의 공격력을 가진 팀인데, 리그 1위의 공격수는 없습니다. 이는 만약 보스턴이 '스타'의 온볼 생산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더 이상 전과 같은 공격을 유지하지 못함을 의미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 또한 보스턴이 현재의 공격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수 있다 보는 이유입니다.
4. 통념에 거스르는 팀
하지만 그렇다 해서 마냥 부정적인 얘기로 글을 끝마칠 생각도 아닙니다.
테이텀은 개인 공격이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이라 3연속 퍼스트를 눈앞에 둔 것이 아닙니다. 테이텀이 1옵션 대결을 압도해서 그동안 쿰보가 이끄는 밀워키 상대로 2승 1패를, 엠비드의 필라 상대로 시리즈 3승 0패를 기록한 것도 아닙니다.
테이텀의 가치를 온볼 공격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사실 그간 왜 테이텀이 이끈 보스턴이 꾸준히 이런 승률을 기록했는지 이해하리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오프볼이든, 스크리너든, 트랜지션 핸들러든 트레일러든, 수비에서는 네일이든, 위크사이드 림보호든, 수비리바 단속이든, 픽앤롤 핸들러인 가드 매치업이든 롤맨인 센터 매치업이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에이스 역할에 더해 팀에서 요구하는 다른 모든 영역에서 기여해주는 선수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맞을까요?
여기서 일반적인 통념과 괴리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에이스간 역량 비교는 온볼 생산성에서 나오는 것이 맞습니다. 허나 그간 테이텀의 팀이 정규나 플옵에서 꾸준히 성적을 거둔 이유를 파고들어가면, 상기했듯 그 외 영역에서의 기여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흔히 이런 유형은 '팀의 조각'에 더 가깝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테이텀이 1옵으로 온볼 생산이 안나온다는게 절대 아닙니다. 그 정도가 올타임급 선수들이나 MVP 레벨 선수들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볼 뿐)
이런 경우엔 어떤 평가가 맞는 것일지, 저는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줄세우기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리가 없고, 평가는 항상 각자의 몫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테이텀의 보스턴은 팀으로서 우승과 플옵 탈락 외엔 사실상 모든 경험을 다 해봤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번 에라 보스턴 중 압도적으로 가장 강한 전력이라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번시즌 마줄라 감독이 말한 보스턴의 주제는 '변화구', 즉 한가지 플랜에만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역대 테이텀 에라 보스턴 중 가장 테이텀 의존도가 낮은 팀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역대 최고의 강팀들 중 누구도 올타임급 에이스를 보유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고 했었죠. 다르게 말하면 NBA 역사상 그 어떤 정규 강팀도 올타임급 선수 없이 이런 결과물을 낸 전례가 없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 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종국에는 천재 없이는 무리였다는 비극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역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지금 일어나는 농구를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라 사료됩니다. 결국엔 내러티브로부터 벗어나, 충분히 뛰어난 시즌을 보낸 현재의 팀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어찌 됐든 보스턴이 모쪼록 후회 없는 결말에 이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