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기]레이커스 vs 메버릭스 (레이커스 입장)
클리퍼스전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올해 지난 시즌 대비 가장 전력이 상승한 것으로 보이는 달라스여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청했습니다.
역시 돈치치는 향후 10년 댈러스를 책임질 선수더군요. 스텝백 3점이 시그니처이긴 하지만 사이즈 대비 믿을 수 없는 볼 핸들링(정말 부드러우면서 축 이동까지!!), 코트 반대편까지 아우르는 시야와 패스능력, 굉장히 창의적인 공간 및 슈팅 창출, 상대방에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까지. 어린 나이임에도 농구 도사더군요.
포르징기스는 뉴욕때부터 느낀거지만 저 키에 외곽에서 슈팅을 꼽아 넣는다는 것이 공포스러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굉장히 좋은 빅맨 수비수인 갈매기를 상대로 떨어지면 점퍼, 붙으면 드라이브인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습니다. 다만 아직 부상에서 회복 여파가 있는 것인지 후반 가서 키 플레이어로서 활약을 못하고 골밑 슛을 놓친다든지 하는(르브론의 하이라이트 덩크 직전에도 AD를 제쳤는데 공을 떨어트린걸 르브론이 잡았죠) 아쉬운 장면이 나왔습니다.
1. 하락세에도 여전히 S급인 르브론
솔직히 르브론이 레이커스와 사인 했을 때 마이애미나 클리블랜드에서 보여준 대괴수 모드를 기대하는 사람은 매우 적었을겁니다. 아무리 타고난 신체가 좋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해도 나이나 그동안 마일리지를 고려할 때 하락세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죠. 지난번 말씀 드린 대로 프리시즌과 첫 2경기를 본 결과 예전보다 엘레베이션과 바디컨택 능력이 하락한게 보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경기를 포함하여 지난 3경기에서 보여준 것은 ‘어지간한 윙 디펜더가 없으면 르브론을 막을 수 없다’ 입니다. 르브론의 최대 강점은 탱크같은 몸뚱이가 빠른 스피드로 골밑까지 파고 들어 수비수를 몸에 달고 (이지샷으로 보이는) 레이업이나 덩크를 꼽아넣는 것이죠. 지난 유타, 멤피스, 뉴올린스, 오늘의 달라스까지 르브론을 막기 위한 힘과 스피드가 되는 디펜더(예를 들어 카와이나 이과달라)가 없었죠. 유타는 그나마 고베어가 쉐도윙을 통해 르브론의 페인트존 진입을 견제 헀지만 오늘은 속공 이외에도 르브론이 돌파하여 레이업하는 모습(과 튕겨져 나가는 팀하더웨이쥬니어)이 여러번 보였죠. 아마 좋은 윙디펜더 자원이 없이 레이커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AD뿐 아니라 르브론에게 누구를 붙여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겁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르브론의 야투 회복입니다. 이전 경기들에서 가장 걱정이 르브론의 야투 부진이었는데, 달라스도 이 점을 염두해 둔 것인지 초반에 전반적으로 거리를 둔 수비를 했습니다. 르브론과 매치업 되었을 때도 돈치치는 슛을 막기보단 거리를 두고 패스 차단을 1차적으로 염두하는 동작을 보여줬습니다. 이에 대해 르브론은 1쿼터 점퍼를 시작으로 3점슛 9개 중 4개를 꽂아 넣으며 왜 자신이 스타선수인지 보여줬습니다. 르브론 3점이 살아나니 4쿼터에는 댈러스 선수들이 더 이상 거리를 두지 못하더군요.
르브론의 야투가 살아나면 상대 수비도 거리를 좁혀 수비할 수 밖에 없고, 이러면 르브론의 돌파 위력이 올라감에 따라 슛터들에게 더 기회가 생기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올 시즌 레이커스가 대 놓고 슛터들을 영입한 만큼 르브론의 야투 회복은 레이커스에게 엄청난 장점이죠.
2. 자리가 좁아지는 맥기
4쿼터 마지막과 연장에 플로어에 서 있던 선수는 AV-그린-르브론-AD-하워드였습니다. 게시판에서도 비판이 많은데 맥기는 원래 장단이 매우 명확한 선수입니다. 장점은 엄청난 신장과 윙스펜, 달리는 빅맨, 점프력, 블록킹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덩크와 간간히 보여주는 훅샷 이외에 공격옵션이 전무함, 덩치에 비해 떨어지는 힘과 밸런스, 낮은 BQ가 있죠. 사실 레이커스가 맥기를 주전으로 쓸려고 썻다기 보다는 적은 샐러리로 구할 수 있는 센터가 맥기와 커즌스정도 밖에 없었을 겁니다. 커즌스 부상으로 망한 센터진에 하워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거죠.
다시 돌아와서 현재 맥기가 보여주는 모습은 애초에 프론트와 팬들이 어느정도 예상한 거라서 저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입니다만, 현재 하워드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더 많은 플레잉 타임을 가져가는 추세죠. 오늘도 맥기는 12분, 하워드는 연장을 포함해 27분을 뛰었습니다. 특히 클러치타임과 연장전을 하워드가 뛰었다는 것은 많은것을 보여줍니다.
맥기가 뛰지 못한것은 공격에서의 실수보다 수비문제가 더 큽니다. BQ를 제외하고 맥기의 수비상 문제는 사이드 스텝이 잘 안됩니다. 사이드 스텝이 너무 느리거나 몸의 축을 이동시켜 움직이기 때문에 볼핸들러에게 헷지 효과가 매우 적습니다. (대신 완전히 상대를 놓쳤음에도 뒤에서 블록하는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내죠) 게다가 몸을 돌려서 상대를 따라가기 때문에 전방 응시가 안되어 쉽게 킬패스를 허용하죠. 오늘 돈치치 같은 뛰어난 볼핸들러+패서를 상대로 맥기는 수비적으로 큰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경기였다면(예를 들어 멤피스) 우월한 신장을 바탕으로 리바운드를 따낼 수 있지만 오늘 힘과 신장이 좋은 댈러스 빅맨을 상대로는 그런 장점조차 발현이 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많아 뭔가 기량을 늘릴 수 없는건 아는데, 이대로는 주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론도가 꼭 선발을 뛰지 않을 수도
지난 클리퍼스전 충격 때문에 볼 핸들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AV가 벤치로 가고 론도가 볼 핸들링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경기를 보니 꼭 그럴 필요가 없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유는 먼저 레이커스가 르브론이 공을 전부 운반해서 오펜스를 전개하기 보다는 스크린과 핸드오프를 통해 르브론이 볼 핸들링을 할 수 있는 지점부터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세트를 마련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오늘 AV가 돈치치를 굉장히 괴롭히던데, 당연히 사이즈 되는 그린이 더 잘막을 줄 알았는데 돈치치같은 테크니션은 AV가 더 잘막더군요. AV가 론도보다 점퍼가 더 좋고 수비 역시 좋다는 면에서 AV를 선발로 가져가는 장점이 분명이 있을겁니다.
다만 클리퍼스전 이후로 앞선부터 강력하게 압박하는 팀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프레싱이나 트랩수비를 펼치면 (디트로이트에게 온몸으로 배운) 론도의 볼 핸들링이 꼭 필요합니다. 아마 맥기-하워드 처럼 상대방 스타일에 따라 사실상 쌍두-선발로 뛰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4. 후보진이 분발해야
오늘 이기긴 했습니다만 벤치 득점이 22점입니다. 아무리 르브론-AD의 원투펀치 팀이라 해도 두 선수가 43분씩 뛰는것은 시즌 운영상 문제가 있습니다.
쿠즈마가 복귀했는데 역시 컨디션이 완전히 안 올라왔네요. 하지만 역시 영리한 선수답게 점퍼가 안 들어가니 적극적 돌파와 컷인으로 자유투 및 레이업 점수를 올렸습니다. 몇 경기 더 뛰면서 컨디션을 찾으면 확실히 팀에 도움이 될것 같네요. 특히 하워드를 제외하고 후보진이 전반적으로 작았는데 쿠즈마가 뛰니까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클러치 타임 라인업은 쿠즈마 보다는 하워드가 뛰지 않을까 합니다. 쿠즈마가 하워드보다 점퍼나 컷인에서 장점이 있지만, 스크리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카루소는 딱 필요한 만큼 활약을 해줬습니다. 보조 핸들링과 수비가 주 임무인데, 오픈 3점과 인유어페이스 덩크로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한 몫 했습니다. 딱 하나 아쉬운게 이 선수 아직도 2:2에서 디시전 메이킹에서 망설이는게 보입니다. 자신있게 올라가지 못하니 미드레인지 샷도 안들어가고 있어요. 픽을 끼고 들어가서 스페이싱이 난다면 좀 더 자신있게 올라가 줬으면 합니다.
트로이 대니얼스는 원툴형 선수인데 주 임무인 점퍼가 안 들어가자(0-4) 바로 벤치행입니다. SF치고 사이즈가 작고 다른 쪽으로 활약이 어렵기 때문에 (물론 기복은 슛터의 숙명이긴 합니다만) 어느정도 꾸준한 야투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겁니다.
게시판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쿡과 KCP 이야기를 좀 하자면…쿡은 우려했던 대로 가비지 멤버로 가는 모습입니다. 이 선수 사이즈가 작다보니 본인 롤을 줄여주고 싶어도 붙여줘야 하는 선수가 사이즈가 되는 2번이어야 하는데, 사이즈 되는 KCP가 롤을 나눠가질 정도의 스킬도 안되고 로스터상 3번을 수비하는 상황이니 본인 오픈점퍼가 미친듯이 터지지 않는 한 반등이 어렵습니다.
KCP는 여러번 말씀 드렸듯이 습자지 같이 얇고 얇은 레이커스의 윙자원 때문입니다. 오늘도 21분으로 하워드 다음으로 가장 코트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지난 멤피스전에서 슛감을 잡았나 했더니 오늘 레이업 한개 제외하고 야투를 모두 실패햇습니다. (1-5) KCP가 KD처럼 야투를 꼽아 넣는것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 슛을 쏘는 장면 자체를 떼 놓고 보면 나쁜 디시전이라기 보다는 그냥 못 넣는 것이라서 더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수비에서 활약해주느냐 인데…오늘 돈치치 수비에 완전 실패했습니다. 수비 센스는 영 꽝이지만, 사이즈 대비 스피드, 스트렝스, 운동량이 좋아 1:1에선 쓸만하고 1-3번 수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비 센스가 안 좋다는 것은 스페이싱 인지가 안 좋다보니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거나 헬프를 한다든가, 픽에 걸렸을 때 빠르게 판단하여 스위치를 불러야 하는데 (스위치 콜은 1차 수비수 책임이죠) 자기가 끝까지 파잇 쓰루 하면서 슛터 뒤에서 컨테스트를 한다던가(…), 내 수비수를 봐야 하는데 공을 쳐다보다가 쉬운 패스를 허용하는 등의 모습입니다.
이런걸 모두 상쇄하려면 오늘 AV가 돈치치에게 했던 것처럼 상대를 괴롭혀서 자기가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거나 체력을 소모하게 해야 하는데, 돈치치의 능글능글한 페이스 및 방향전환에 완전 당해버리더군요. 팀 디펜스가 안되면 상대 에이스(주전이던 후보이던)를 상쇄시키는 것이 주 임무인데 이것조차 안되면 KCP는 레이커스의 뇌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클러치스포츠 커넥션과 현 로스터를 고려하더라도 본인이 좀 더 분발해 주지 않으면 플레잉 타임을 보장해 줄 수 없습니다. 론도와 쿠즈마가 돌아오면 본인이 부담해야 할 오펜스 롤이 줄어들 수 있지만 수비에선 분명히 보강이 필요합니다. 어짜피 BQ는 올라가지 않는다고 할 때, 같은 팀에 론도, AV라는 좋은 온볼 디펜더 멘토가 있습니다. 열심히 뛰니까 차마 욕은 못하겠지만, 세 시즌 째 발전이 없으니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네요.
(순전히 사견인데 클러치스포츠 커넥션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클러치스포츠 커넥션으로 트레이드 거부권은 포기 가능하기에 트레이드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봅니다. 데려갈 팀이 있다면…)
시즌 초반이긴 댈러스라는 강팀을 이긴것도, 리그 1위를 차지했다는 것도 기쁩니다. 르브론과 AD의 출장시간이 너무 길었다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다행이 샌안토니오전이 백투백은 아니네요.
무엇보다 수비의 안정으로 야투 난조를 극복했다는 것이 기쁩니다. 오늘 무려 23개의 턴오버 유발은 30점(속공 19점)으로 확실히 보상해줬습니다. 3점 성공률이 28.1%인 것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수비의 기본은 강팀으로 가는 바탕이기에 기대가 큽니다.
Go Lakers!
Go Lakers !!
상세한 경기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