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요약] 잭 라빈은 자신이 저평가 받는 이유를 알고 있다
적적한 오프시즌에 시카고 불스 관련 이야기로서 The Athletic 소속 Darnell Mayberry의 기사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문 기사의 제목은 아래와 같은데요.
<Zach Lavine knows why he's the Rodney Dangerfield of the NBA : 'Everything comes from winning'>
기사 제목에 있는 ‘Rodney Dangerfield’는 누군가해서 구글에 찾아봤더니 아래와 같이 나오더군요.
▲ 자기가 푸대접받는다고 툴툴대는 설정으로 유명한 인물이라던데, 이런 뜻을 반영해서 뉘앙스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저평가’ 라는 용어로 옮겨봤습니다. Mayberry는 기사에서 잭 라빈이 NBA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받지 못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그 결정적인 이유를 기사 부제인 ‘Everything comes from winning'로 들고 있는데요. 좀 양념을 쳐서 옮겨보면 이렇겠네요. ‘바보야, 문제는 팀 승리야.’
이번 글에서는 분량상 기사 한자 한자 그대로 번역하기보다는 요약 형식으로 기사에서 언급하는 사례들과 주장을 쓰고 여기에 참고 사항이나 제 개인적인 생각을 기사 중간에 당구표 표시(※) 와 함께 추가해봤습니다. 기사 내용 외에 제가 따로 남기는 코멘트는 다른 색깔로 표시했습니다. 기사 내용은 제 생각과 구분도 할겸 편의상 평어체로 번역함을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잭 라빈의 18-19 시즌 성적은 평득 23.7점 4.5어시 4.7리바이다. 지난 시즌 평균 성적이 23점 4.5어시 4.5리바 이상을 기록한 10명 중 1명으로, 라빈과 더불어 이를 달성한 선수들은 르브론/하든/쿤보/듀란트/커리/릴라드/어빙/빌/그리핀이다.
“이제는 제 계약이 정말 좋은 계약이란 걸 깨달았겠죠?” 18-19 시즌 막바지에 라빈은 작년 여름 그의 4년/78M 계약을 비웃던 이들을 거론했다. 그러나 라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라빈은 리그에서 여전히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라빈은 이번 FIBA 월드컵에서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는 가운데 팀USA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또한 다가올 시즌의 선수 랭킹 TOP100을 발표하는 SI에서는 라빈을 90위에 위치시키기도 했다(라빈의 하나 앞 순서 89위는 대니 그린, 하나 뒤 순서 91위에는 데릭 화이트가 선정되었다). 전체 90위라는 높지 않은 랭킹을 떠나서 라빈은 소속팀 시카고 불스 내에서도 4번째에 그쳤다. 50위 오토 포터 주니어 / 70위 테디어스 영 / 75위 라우리 마카넨으로 선정되는 가운데 지난 시즌 팀의 득점 리더였던 라빈은 90위를 기록한 것이다.
2019년 초반기에 ESPN에서는 25살 이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TOP25 랭킹을 발표하였다. 라빈의 24살 생일로부터 2주 남은 시점에서 발표된 이 랭킹에 라빈은 아예 25위 안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라빈과 똑같이 ACL 파열 부상을 당한 포르징기스가 11위에 선정되고, 팀 동료 마카넨이 공동 12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라빈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한 것이다.
※ 매년 시즌 개막 전에 다가올 시즌의 기대치를 산정하는 ESPN 랭킹에서 라빈은 55위를 기록했습니다. SI에서 산정한 90위보다는 훨씬 높은 기대치이지만, 팀내 랭킹 순위는 50위를 차지한 마카넨 다음으로 2등이었습니다.
(기사 내용 다시 시작) 라빈이 이렇게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한 가지 명백한 이유는 바로 그가 커리어 내내 팀을 승리로 이끄는 위닝플레이어였던 적이 없다는 점이다. 라빈에 대한 평가는 높게 보는 측과 낮게 보는 측의 입장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 이는 불스 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라빈의 지지자들은 그의 한계를 모르는 운동 능력과 아름다운 득점 능력을 찬송하는 가운데, 라빈의 비판자들은 업다운이 심한 수비부터 이따금 보여주는 터널비전 성향을 비판한다.
라빈이 비판받는 지점은 (다른 MVP급 선수들처럼) 소속팀에게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최소한의 팀 승리를 원하는 것인데, 라빈은 커리어 통틀어 너무 적게 이기며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라빈의 커리어 승률은 30.5% 으로 이는 14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힌 전체 선수들 중 꼴찌이다. 이 숫자는 라빈이 2017년도 ACL 부상으로 빠진 경기에서의 팀 승패까지 집어넣은 결과인데, 라빈이 출전하여 뛴 경기로만 압축하면 팀 승률은 30.5%에서 29.0%로 미세하게나마 더 나빠진다.
한 선수의 팀 승률을 분석에 사용할 때는 당연히 당시 팀의 사정과 전략 상대팀 수준 등 경기 내외적인 배경을 고려함이 마땅하지만, 그 점을 떠나 이 정도로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라빈을 평가함에 있어 라빈 개인의 우수한 스탯으로도 가릴 수 없는 불명예로 작용하고 있다. 라빈이 팀을 승리로 이끌기 전까지는 좋은 개인 성적을 기록해도 칭찬보다는 영양가 없는 스탯(empty numbers) 이라는 비판이 더 많이 들려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 만화 슬램덩크에서 이명헌이 말했듯이 화려한 플레이든 평범한 플레이든 일단 (3점 라인 안쪽에서 득점이 성공하면) ‘같은 2점’이 됩니다. 그렇지만 일반 상황에서의 득점과 클러치 상황에서의 득점은 일반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습니다. 스탯지에는 같은 득점으로 적힐지는 몰라도, 수비 집중도가 올라가고 파울콜이 짜지며 턴오버 위험 때문에 팀플레이가 줄어드는 클러치 타임에 개인 능력으로 창출하는 득점에는 일종의 가산점이 붙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득점이 가치가 없다거나, 혹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못해서 경기를 팽팽하게 만들고 클러치 상황에서 잘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정규 시즌이든 플옵이든 이길 수 있을 때 이기는 것이 최선이되, 상대 수비의 견제 정도가 올라가는 클러치 타임에 수비를 뚫어내느냐 여부를 보면 그 선수의 공격이 어느 정도 날카로운지를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전제를 치르는 플옵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반적으로 팀 성적 때문에 저평가 받는 선수들은 플옵 턱걸이 진출도 힘들어서 플옵에 올라가질 못하니 클러치 퍼포먼스를 평가의 재료 삼는 것도 괜찮겠고요.
시즌 막바지에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시즌 시카고의 클러치 경기력은 처참했습니다. 라빈은 시카고의 리딩 스코러어로서 클러치에서도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 득점을 해줬지만, 클러치 타임 때 야투율과 자유투겟은 높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턴오버가 너무 많았습니다.
클러치 공헌도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직접 경기를 본 체감도와 더불어 스탯적인 측면에서도 클러치 상황에서의 승률과 야투율, 턴오버 등등을 종합해서 고려했을 때 라빈의 저번 시즌 클러치 활약은 좋지 못했습니다. 야투와 자유투 성공/실패 여부와 턴오버 등 포제션 단위로 해당 경기의 승률 변동을 제공하는 WPA로 보더라도 이 점이 잘 드러나는데요.
▲ 라빈의 clWPA(클러치 WPA)는 0으로 대략 수치 2를 넘기면 잘하는 거라고 여기는 정도에 훨씬 못 미칠뿐더러, 전체 순위도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gbWPA(가비지 WPA)로 이는 가비지 타임에 쌓은 WPA입니다. 일반적으로 올스타급 선수들은 clWPA가 gbWPA보다 더 큼은 물론이고, clWPA가 몇 배 더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라빈은 일단 clWPA가 0으로 기대 이하라는 점에서 이번 시즌 들어 많이 발전했다고 여겨지는 샷메이킹 능력도 실상은 클러치 때 잘 통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 내용 다시 시작) 앞으로 라빈이 거둘 승리들은 분명 라빈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 라빈 개인이 이번 여름 국대에 초청받지 못하고 각종 랭킹에서 높지 않은 순위에 선정된 것에 대해서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꼈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다. 라빈에게는 (그가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앞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여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라빈은 저번 시즌 막바지에 가졌던 인터뷰에서 솔직함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에 제가 중요하게 느낀 점은 당신이 아무리 좋은 시즌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팀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칭찬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제 스스로 봐도 저는 아주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제가 꿈꾸던 올스타나 올NBA 선정 같은 영광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건 제가 이기지 못하는 농구팀에 있어서이고, (이런 저평가들이 모두) 팀 성적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팀의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랑 팀원들은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경기를 뛴다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아요. 저는 지금까지 NBA에서 5년을 뛰면서 (플옵 무대 같은) 중요한 경기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과거의 제 모습을 돌아보고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 이기는 농구를 하고 싶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4월에 시즌을 접는 것은 재미가 없거든요.”
여기까지가 주요 기사 내용입니다. 중간에 제 코멘트도 섞긴 했지만,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에는 저도 공감을 하기에 매니아 분들에게도 소개 드릴겸 글을 써봤습니다. 기사 내용처럼 팬들은 많은 승리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탱킹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승수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노파심에서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는 저번 시즌 시카고의 처참한 성적이 라빈 개인 한명 때문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런트의 팀 구성이나 코칭 스태프진의 전략 전술을 떠나서 농구는 5명이서 하는 거고, 라빈이 에이스 역할을 잘 해주지 못할 때 이를 해결해줄 다른 선수가 없었기에 결국 에이스로 나선 라빈이 독박을 쓰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짐을 나눠가져야할 선수로서 이번 시즌 3년차를 맞이하는 마카넨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해일 텐데, 예전 글에서도 썼듯이 혼자서 하는 득점 비중을 늘리고 포스트업 할 때 자리도 못 잡는 경우를 개선하여 적어도 평균 이상의 효율로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고요.
이번 오프 시즌 테디어스 영이나 토마스 사토란스키, 루크 코넷 같은 선수들을 FA로 영입하여 좋은 평가를 받은 시카고이지만 이들이 제몫을 해줘도 결국 중요한 건 라빈과 마카넨의 성장일 것입니다. 다가올 19-20 시즌은 팀이나 선수들에 있어 중요한 시즌이 될 터인데, 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많은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주구장창 포스트업만 돌리는 농구나 3쿼터부터 가비지 게임각이 떠서 포기하는 그런 농구는 안 보았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