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온 없는 듀크 경기에서의 RJ 베렛 활약상
전직 미국 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던 UNC-듀크 대결에서 자이온은 경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아웃 당하고 맙니다. 정밀 검사 결과 다행히도 큰 부상은 아니었으나, 회복 이후 잔여 경기를 출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슈인데요.
대학 농구 스타이자 19 드래프트 최고 유망주인 자이온의 아웃으로 김이 새는 면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나머지 듀크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RJ 베렛을 중심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데, 최근 경기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써봤습니다.
플레이메이킹과 어시스트, 그리고 포텐셜 어시스트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라 NBA 경기가 없는 가운데 매니아분들께서도 심심풀이로 많이들 접하셨을 UNC-듀크 경기는 전반적으로 양 팀 모두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동료이자 절친인 자이온이 부상으로 아웃당하고 많이 심란하였겠으나, 베렛이 UNC전에서 보여준 모습들 - 무리한 돌파와 3점 샷셀렉션 그리고 아쉬운 수비 는 시즌 내내 약점으로 지적받던 모습들이기도 했는데요.
그렇지만 위 플레이들과 마찬가지로 시즌 내내 지적 받던 플레이메이킹 능력에 대해서는 해당 경기에서 준수했다고 생각합니다. 4어시스트 5턴오버라는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 스탯을 떠나서, UNC전에서 베렛이 동료들의 슛찬스를 만들고자 했던 플레이들은 괜찮았다고 보는데요.
생각을 좀 더 다듬어보고자 직접 UNC전의 포텐셜 어시스트 장면들을 집계해봤습니다. 여기서 포텐셜 어시스트 란 "팀 동료가 패스를 받고 공격을 시도했을 때 그 공격이 성공했더라면 어시스트로 집계될만한 패스" 를 뜻합니다. 패스 받은 동료의 선호 지점이라든가 수비수의 견제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에 단순히 포텐셜 어시스트 개수가 많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막연한 느낌보다는 간단하게나마 수치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하여 경기 시간대와 함께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 베렛은 4어시스트 5턴오버를 기록하는 동안 총 12개의 포텐셜 어시스트 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12개라는 숫자만 봐도 적지 않은 기회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물론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골밑으로 파고들어 동료가 자유투를 얻게 하는 고급 패스 없이 전부 점프샷으로 이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베렛이 본인의 3점 실패를 떠나서 동료들의 슛찬스를 위해 꾸준히 패스를 돌렸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듀크는 올 시즌 리그 최악의 3점 팀 중 하나로 베렛이 꾸준히 슛 기회를 만들어줬으나 2점슛이든 3점슛이든 실제 슛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UNC전에서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 아래처럼 오픈 점퍼 찬스를 만들었으나 동료들이 슛을 못 넣어서 아쉬운 모습들이 많았는데요.
▼ 아래 장면은 포텐셜 어시스트 장면이 아니지만, 화이트가 코너에서 베렛의 좋은 패스를 받고도 자신있게 슛을 올라가지 못하고 레디쉬한테 떠넘기는 모습이 듀크의 상황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코치K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음 경기인 시라큐스 전에서는 준수한 슈터인 오코넬을 적극 기용하는 동시에 이번 시즌 통으로 쉬려고 계획을 잡았던 레드셔츠 3점 슈터 선수까지 불러들이는 조치를 취합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는데요(오코넬 시라큐스전 20득점 3점 5/8).
개인적으로 꼽는 올 시즌 RJ 베렛의 최고 경기 : 시라큐스전
시라큐스전을 다루기 전에 외적 요인부터 말씀드리고자합니다. 상대 시라큐스의 감독 짐 베이하임은 경기 전날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다가 (본인 차가 고장 나서 도로에 나와 있던) 사람과 추돌했고, 그로 인해 도로에 있던 사람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인과 그 가족들한테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고, 또 시라큐스 감독 또한 마음의 짐이 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라큐스 선수들도 그 여파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시라큐스전의 플레이메이킹
베렛이 보여준 플레이는 훌륭했지만 상대 시라큐스의 상황 또한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잠시 외부 요인을 언급했었습니다. 다시 경기 내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면 베렛은 UNC전에 이어 시라큐스 전에서도 좋은 슛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는데요.
▼ 시라큐스전에서의 외적인 스탯도 7어시스트 3턴오버 로 나쁘지 않고, 또 포텐셜 어시스트도 7개 기록했는습니다. 그 와중에 기본적인 플레이도 자연스럽게 수행했고요.
▲ 첫 번째 장면에서는 페인트존을 살짝 걸치면서 수비수를 끌어들이고 코너의 오코넬한테 패스를 줍니다. 두 번째 장면인 트랜지션 상황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3점 라인의 트레 존스한테 패스를 줍니다.
리그 초반부터 이런 기본적인 플레이를 참 쉽게 하던 자이온이 새삼 대단하지만, 베렛 또한 학습 속도가 괜찮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동안 베렛 관련 글을 몇 개 쓰면서 플레이메이킹 역량이 기대에 비해 아쉽고, 특히 트랜지션 상황에서 무리한 플레이가 많다고 서술했었는데요. 시즌 막바지나마 이렇게 기본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또한 윙 부근에서의 앨리웁 패스나 미드 포스트에서의 돌파 킥아웃, 그리고 3점 라인 밖에서 시작한 돌파 후 킥아웃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좋은 패스를 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시라큐스전의 고투가이
자이온 부상 전에 있었던 시라큐스와의 대결에서는 으레 그렇듯 자이온이 대활약했습니다. 시라큐스가 자랑하는 존 디펜스를 상대로 자이온은 굉장한 활약을 보여주었는데요. 자이온 없이 치룬 2차전에서 베렛은 이만큼의 압도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존 안에 들어가 다양한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며 30점 (야투율 70% 3점 2/5) 을 기록했습니다. 이전 경기들에서도 몇 번 이런 역할을 맡은 바 있으나, 자이온 없이 존 디펜스를 상대로 베렛이 주도적으로 공격을 이끈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인상적이었는데요.
▲ 미드포스트에서 시작한 짧은 돌파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돌파 종류이기도 합니다. 뱅크샷을 잘 넣는 베렛의 특징도 보이고요(돌로리에가 베렛 공격 시작 전에 스크린을 거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 존 안에서 어떻게든 득점하려는 모습과 좀 어설퍼 보이지만 어쨌든 피벗을 활용한 득점 장면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베렛이 NBA에 오게 되면 대학에서만큼의 위력적인 공격수가 아니고, 또 수비를 끌어들이는 힘 자체가 약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당연히 프로용 득점 스킬은 많이 끌어올려야 하겠지만, 일단 대학에서부터 상대 수비를 끌어들였을 때 팀원들에게 좋은 패스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그 트렌드 자체가 윙맨들에게도 높은 빈도의 플레이메이킹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 또 다양한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다 는 것은 높은 전술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BQ가 좋다는 간접적인 증거이기에 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베렛이 기본적인 볼핸들링부터 공을 두손으로 잡은 후에 패스하는 경향 그리고 턴오버 위험이 높은 한박자씩 늦은 패스 타이밍등 고칠 부분은 아직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경기 내에서 적극적으로 패스 시도를 하면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려는 모습은 좋게 봅니다. 오늘 버지니아 테크와의 경기에서 베렛은 전반의 부진을 딛고 후반부터 미드레인지 점퍼와 패스를 섞으며 상대 수비를 공략하여 좋은 기세를 이어갔는데요. 팀 패배와 더불어 여전히 잘 안들어가는 3점이나 자유투가 아쉽지만 그래도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발전이 보이는 것 같아 남은 기간에도 꾸준히 관찰해보고자 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에서 다룰까 하다가 딴 길로 새는 것 같아서 댓글로 대신합니다.
시라큐스 전에서 시라큐스는 존 디펜스를 구사하면서도 듀크의 가장 위협적인 슈터들 - 레디쉬와 오코넬의 3점은 적극 견제했으나, 트레 존스 같은 경우는 사실상 새깅을 합니다. 트레 존스는 좋은 패스를 받은 이후에 공격 흐름을 깨지 않고자 꽤 많은 오픈 3점을 시도하나, 역시 잘 안들어가는 전반을 겪은 후 듀크는 경기 후반에 하나의 변화를 줍니다.
▼ 바로 시라큐스의 존 안에 트레 존스가 기습적으로 들어가면서 점퍼를 시도하는 것인데요. 이는 각각 자유투와 점퍼 성공이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일반적으로 존 안에서 자이온 같은 빅맨이나 베렛 같은 윙을 가동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트레 존스가 가끔씩 존 안으로 들어가는 변칙적인 전술을 수행한 것인데요. 3점슛 레인지는 안 되지만 페인트존 안에서만큼은 정확하게 점퍼를 꽂을 수 있는 트레 존스를 활용하는 좋은 방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도 베렛은 타이밍 맞춰서 공을 잘 전달했고, 또 본문 이외의 장면들에서도 레디쉬나 오코넬한테 꾸준히 패스들을 건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