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안드레 에이튼의 숨은 장점 - 수비편
아시다시피 NBA 드래프트는 매해 Top 5로 뽑히는 최상위권 유망주들조차도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대부분의 유망주가 실패하는 게 현실이기에 냉정하게 쳐다보면 장점보다는 불안한 점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대학에서 활약하는 좋은 유망주를 저만 알기보다는 매니아분들과 같이 공유(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관심있게 지켜 본 그 친구들이 빅리그에 와서도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 글이 여러분의 의견과 맞지 않다고 해서 불편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가다 이런 유망주 글을 쓰면서 서두에 언급하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시각과 평가가 틀린 게 아닙니다. 이 글은 당신이 틀렸고, 내가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닙니다. ^^;
이런 시선으로 지켜보는 사람도 있구나, 몰랐던 부분이 있었네 정도로 받아 들이시면 되고, 그 선수의 최종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옳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처럼 좋은 점에 더 시선이 갈 수 있고, 어떤 분들은 단점과 약점에 더 눈이 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의견들이 치열하게 교환이 되다 보면 결국 선수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NBA팬들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커뮤니티가 매니아이니까요.
본론으로 돌아와 원래부터 저는 디안드레 에이튼에 관심이 많았던 팬입니다. 2년 전인가 아마 매니아에 이 친구에 대한 소개를 가장 처음 했던 사람일 겁니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경기까지 챙겨 볼 정도로 아마추어 미국농구에 관심이 있는 팬은 아닌지라 들려오는 기사와 하이라이트 등을 통해 어떤 형태의 선수라는 것을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미국은 고등학교 4학년까지 다님) 이미 당장 NBA에 들어가서 뛸 수 있을 거라는 축복받은 신체조건과 압도적인 운동능력, 7풋임에도 발군의 외곽슛 능력을 주력무기로 사용하며 내외곽을 폭격하는 공격력, 상대적으로 약한 수비…
기술은 부족하지만 전형적인 신체+운동능력 최고 유망주의 느낌이었죠. 거기에 외곽슛이라는 리그 트렌드 강점을 갖추고 있으니 성공가능성은 한층 높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에이튼을 보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저는 애리조나 대학교 전경기를 시청했습니다. 그 10경기에서 에이튼이 발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랑은 완전히 다른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디안드레 에이튼은 BQ가 상당히 좋고, 기본기는 1학년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대학교 3학년, 4학년들이 갈고 닦았을 때나 볼 수 있는 그런 기본기를 이 친구가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가 시즌 10경기 중 8경기를 더블더블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함을 보이면서도, 평균 20-10 필드골 60%를 기록하고, 배글리와 다르게 경기 중 큰 실수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신체조건, 운동능력과 더불어 굉장히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고, BQ가 높기 때문에 코치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친구입니다. NBA에 들어와서도 루키시즌부터 평균 28~32분 사이의 출전시간을 할애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만큼 코치가 쓰기 좋은 전술적 활용도가 높은 선수입니다.
공격과 수비로 나눠 디안드레 에이튼의 기본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빌 월튼 – 이런 빅맨은 샤킬 오닐 이후 27년만에 처음 본다.
빌 월튼이 원래 좀 쇼맨쉽도 강한 해설가이긴 하지만, 텍사스 A&M과의 경기에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디안드레 에이튼 칭찬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레전드 센터출신의 눈에 범상치 않은 특별함이 비춰졌나 봅니다. ^^;
빌 월튼은 일단 샤킬 오닐 이후 이 나이대 최고의 빅맨이 나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무려 27년만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평가에 반대편의 입장에서 끊이지 않는 질문세례를 캐스터가 내놓더군요.
인상적인 질문은 ‘조엘 엠비드보다 낫냐?’ 였습니다.
물론, 빌 월튼은 당연히 낫다고 말합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조엘 엠비드는 샷 블락커에 불과했다고 말하며, 에이튼이 당시의 엠비드와 비교하면 더 기술이 많고, 더 유연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빌 월튼은 에이튼의 플레이를 보며, 그의 비교대상인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보다는 ‘드림’ 하킴 올라주원을 많이 이야기하더군요. 인상적인 플레이가 나오면 하킴 올라주원이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NBA에서는 피닉스 선즈팬이지만, NCAA에서는 캔자스 대학교 팬이어서 조엘 엠비드의 대학 활약상을 매니아에 가장 먼저 소개한 팬입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3부에 걸쳐 번역하여 올렸었고, 드래프트 시기에는 1번픽으로 클리블랜드가 조엘 엠비드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캔자스 대학교에서 조엘 엠비드의 경기를 많이 보기도 했었고, 그 만큼 그에게 매료되어 그의 장점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빌 월튼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게 되더군요. 디안드레 에이튼을 좋아하지만, 사실 이번 드래프트에서의 경쟁자인 마빈 배글리 3세만큼은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캔자스 대학교에서 활약한 조엘 엠비드 만큼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두 선수 다 대학교 시절 경기 뛰었던 모습을 비교하면, 블록슛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디안드레 에이튼이 다 앞섭니다. 조엘 엠비드의 천재성과 번뜩이는 재능, 신체조건을 좋아했지만, 디안드레 에이튼은 엠비드의 천재성과는 다른 부분이 당시의 엠비드를 압도합니다.
그것은 얼굴만큼이나 노련한 경기력과 기본기이며,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큰 재능의 요소입니다. 기본기는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고, 성공의 요소를 증폭시켜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수비
사실 디안드레 에이튼의 약점은 수비입니다. 아마 모든 팀들이 이 친구를 센터로 생각하지만, 에이튼의 최대약점은 블록슛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림프로텍팅이 약하고 이는 에이튼 본인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밤바와 같이 다 찍어주겠다는 마인드가 자신한테 필요한데, 에이튼은 블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고, 이게 결국 망설이게 만든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사실 예전 글에도 썼지만 이 친구는 센터보다는 파워포워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센터를 볼 수 있는 파워포워드이지 순수한 센터는 아닙니다. 마치 팀 던컨, 파우 가솔, 라마커스 알드리지처럼 센터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장신의 파워포워드 말이죠.
우리가 센터라는 범주에서 이 친구를 평가하면 수비는 약점이 될 수 있지만, 파워포워드로 생각하면 달라집니다. 굉장히 솔리드한 수비수가 될 수 있습니다. 7-1, 260파운드의 거구임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민첩성을 갖추고 있어 3점라인까지 스트레치형 빅맨을 따라 나와 막는 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게다가 외곽에 있더라도 어느 지점에서든 상대편이 슛을 던지면 습관적으로 골밑으로 움직이며 리바운드 참여를 시도하고 리바운드를 따냅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친구에게 스트레치형 파워포워드를 막으며 팀리바운드를 책임져 주는 뛰어난 수비수로의 발전이 보이지만, 그것을 떠나 경기를 읽는 능력과 이에 맞게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고개와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뛰어난 BQ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장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골밑 가운데를 선점하고 있는 게 13번 디안드레 에이튼입니다. 고개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한 쪽만 보는 게 아니라 볼을 가지고 있는 상대 선수뿐만 아니라 좌우를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팀 전체의 오펜스 움직임을 계속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날 텍사스 A&M에서 가장 핫했던 빅맨 34번 타일러 데이비스에게 볼이 투입되자 주저하지 않고, 더블팀을 들어갑니다. 덩치 큰 7-1의 변칙적인 더블팀에 데이비스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바깥으로 빠지며 공을 가드에게 건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에이튼은 상대선수들의 위치를 한 번 더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기가 막아야할 선수쪽으로 빠르게 리커버리합니다.
이 장면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위크사이드에서 상대 44번 로버트 윌리암스를 막는 게 디안드레 에이튼입니다. 시작부터 정신없이 고개가 움직입니다. 계속 상대 오펜스 상황을 체크하고, 상대가 윌리암스의 스크린을 이용하여 2대2 경기를 펼치려 하자 빠른 발놀림의 헷지로 차단한 후 재빠르게 리커버리하는 상황입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기본기, 이런 자세가 바로 나중에 좋은 수비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줍니다.
위의 장면에서도 상대 빅맨, 타일러 데이비스를 수비해야 하기 때문에 골밑 깊숙히 들어가 있지만, 계속 돌아가는 상황을 체크하고, 팀수비가 뚫리자 반응하기 힘든 지역에 있으면서도 커버하려고 뛰어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의 선수만 보고 있었다면 저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죠. 하지만 먼 거리에 있는 상대가 이미 슛을 던지자 바로 자신이 막아야 하는 빅맨 뒤로 바짝 붙어 리바운드 경합을 붙어 주고, 때마침 공은 높게 튀어 나가 에이튼이 결국 따내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두드러집니다. 이날 경기 상대방에게는 최고의 에이스였던 타일러 데이비스에게 볼이 투입되자 에이튼은 또다시 더블팀을 들어 갑니다. 그러자 데이비스는 밖으로 또 볼을 빼죠. 이 때 에이튼이 막아야 하는 빅맨이 외곽에서 안쪽으로 컷인을 하자 위크사이드 수비를 담당하던 애리조나 24번이 그를 막으러 골밑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후 바로 리커버리하던 에이튼이 24번에게 손짓하며, 위크사이드 코너에 비어있는 상대 스윙맨에게 돌아가라고 지시하죠. 그리고 정말로 볼을 가지고 있던 상대 가드는 롱패스로 그 윙에게 공을 건넵니다. 하지만 24번은 한 템포 늦게 상대를 막으러 움직였고, 이에 따라 상대편은 뒤늦게 들어오는 24번을 가볍게 제치고 베이스라인 돌파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를 파악한 에이튼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하여 바로 그 지역을 커버하며 상대를 저지하죠.
공이 어떻게 흘러갈지,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예측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할 자신과 동료를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수비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습니다.
끊임없이 주변정세를 살피는 행동, 경기 및 전술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가 없이는 나오기 힘든 움직임...결국 BQ가 좋고,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는 뜻입니다.
이 날 수비의 백미인 순간입니다. 상대 에이스빅맨인 데이비스를 막던 두산 리스티치가 헷지에 이은 리커버리가 늦었고, 이 상황을 판단한 에이튼이 급히 나가 일대일 수비를 붙습니다. 이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에이튼 뿐만 아니라 위크사이드 위치한 윙을 막아야 하는 애리조나 가드도 함께 들어오는 바람에 반대편 코너에 자리잡은 상대 스윙맨이 완벽하게 오픈이 됐다는 겁니다.
여기서 에이튼은 그 상황을 파악하고, 순간적으로 양팔을 높이 들어 데이비스가 그 쪽으로 패스하려는 길목을 막습니다. 실로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대부분 중요한 순간에는 일대일 수비에 집중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허를 찔려 상대에게 패스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튼은 그 오픈된 공간을 인지하여 팔을 뻗어 저지합니다. 이는 보통 감각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 번 체크해야 할 점은 블록슛 시도에 이은 세컨점프입니다. 전력으로 점프를 했음에도 바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점프가 이어지며 리바운드 경합을 해줍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경합이 기어이 리바운드라는 결과를 산출해 냅니다.
아직까지도 림프로텍팅에 약점이 있기에 골밑 수비는 의문이 갑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자세와 전술적 이해도는 뛰어난 전방위 수비수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보입니다. 다른 의미에서의 수비핵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기본이 되어 있는 친구입니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공격은 2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니 에인지의 출격
참고로 이날 경기는 피닉스 선즈 홈구장에서 평일(화요일) 저녁에 치뤄진 경기인데, 보스턴의 데니 에인지 단장이 동부에서 서부까지 날아와 직접 이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보스턴의 에이튼에 대한 관심이 느껴집니다. (그 외 시카고 단장(?)도 왔다고 하고, 피닉스도 당연히 라이언 맥도너 GM이 관람했습니다.)
오호..
블락은 약하지만 현대농구에서 중요한 수비 시 빠른 발, 활동량을 갖추고 동선을 읽는 능력은 갖췄군요.
리치가 긴 선수라서 샷블락커인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