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드래프트 유망주, 마빈 베글리 이야기 (슬램 온라인)
2018년 NBA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의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마빈 베글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원문은 지난 10월 2일 슬램 매거진 온라인에 기고된 것으로, 아담 피그먼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유망주들의 성장 스토리를 듣는 건 제게 언제나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혹 베글리에 관심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저처럼 즐겁게 읽어볼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글을 옮겨오는 과정에서 편의를 위한 의역 + 미천한 영어 실력에 의한 오역이 난무하는 글이 될 듯합니다. 오류를 발견하셨다면 댓글을 통해 지적 부탁드리며, 정확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별도로 첨부한 원문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포스팅에 삽입된 동영상/이미지는 원문의 것들과 차이가 있다는 점도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문의 원제는 Bag Talk 입니다. 원문을 다 읽고 나니 아마도 화려한 전학 전력(?)과 듀크대 입학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여, 블로그에 게재하는 과정에서 번역된 분량의 내용을 평어로 작성하였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마빈 베글리, 그는 누구인가?
원문 : Bag Talk by Adam Figman (Slamonline) - 2017.10.02
지난 8월, 18세의 마빈 베글리 3세는 월반을 선언했다. 그는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될 것이고, 곧바로 듀크대에 입학하여 플레이할 예정이다. 덕분에 듀크는 NCAA에서 가장 위력적인 로스터를 완성하게 되었다. NBA 무대가 베글리 3세를 기다리고 있지만, 앞으로 몇 달간은 그가 전미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증명할 것이다.
마빈 베글리 3세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베글리 2세는 자신의 장남이 전교에서 가장 키가 큰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베글리 2세는 당시를 회상했다.
"머리와 어깨가 불쑥 솟아 있었죠. 정말로, 와... 엄청나게 컸어요."
노스캐롤라이나 A&T 대학에서 풋볼 선수로 활약했고, 이후 AFL에서 플레이하기도 했던 베글리 2세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아들에게 스포츠를 권하겠노라 결정했고, 그것이 바로 농구임을 직감했다. 베글리 2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키가 클수록 유리하잖아요, 큰 키를 타고났다는 건 농구에 있어 좋은 첫걸음이죠."
좋은 두 번째 걸음은 타고난 재능에 달려있다. 베글리 3세에게는 타고난 재능 역시 충분히 갖고 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반에서 가장 키 큰 아이'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며 계속해서 성장했고, 쑥쑥 자라는 키만큼이나 빠르게 다양한 스킬들을 쌓아올렸다. 그렇게 하나둘 쌓아올린 스킬들 덕분에 베글리 3세는 올해 가을부터 NCAA에서 가장 화려한 스타 군단의 일원이 되어 듀크대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듀크대 농구팀은 트레본 듀발, 웬델 카터 주니어, 개리 트렌트 주니어 같은 탑 클래스 신입생들을 대거 영입했고, 4학년이 될 그레이슨 앨런 역시 팀의 일원으로서 시즌을 함께할 것이다. 베글리 3세는 NCAA의 No.1(당신이 미주리 대학의 마이클 포터 주니어를 더 좋아한다면 NCAA의 No.2)플레이어가 될 준비를 마쳤으며, 다가오는 2018 NBA 드래프트에서 Top 5 이내의 순번에서 지명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베글리 주니어 3세는 듀크 대학의 카메론 실내 체육관에서 슬램 매거진의 커버 이미지 촬영을 마무리하던 중 입을 열었다.
"지금 제겐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어요. 정말 흥분되는 일이죠. 대학교에 입학하고, NCAA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항상 꿈꿔왔는데,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현실이 된 거잖아요."
어린 시절의 베글리 3세는 너무나 손쉽게 포스트를 장악하고,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자신을 둘러싼 작은 선수들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하지만 베글리 2세는 자신의 아들이 드리블하며 플로어를 내달리거나, 시의 적절한 패스를 성공시키는 것과 같은, 농구의 모든 부분들을 고루 배워가길 원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가족들이 수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코치들과 다투게 되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코치들은 베글리 3세를 등에 업고서 그를 골밑에 박아두고 상대를 압도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픈 생각뿐이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베글리 3세가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스타일의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선호했다.
"팀이 저의 성장을 방해한다 싶으면 부모님이 등장했고, 우리는 다른 팀으로 옮겨갔죠. 얼마나 많이 팀을 옮겼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에요" 베글리 3세가 말했다.
베글리 2세가 한 마디 덧붙였다. "처음엔 저희도 트로피 사냥에 나서는 팀들을 위해 플레이 했었어요. 하지만 어린 나이의 선수에게는 그 무엇보다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우린 수많은 팀들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왜냐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없는 곳들이었거든요."
베글리 2세는 언제나 아들의 열렬한 조력자였다. 지난해에는 베글리 3세가 출전한 AAU와 드류 리그의 거의 모든 경기에서 취재진의 틈바구니를 뚫고 베이스라인에 서서 캠코더를 손에 쥔 채 아들의 플레이를 기록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른쪽은 동생인 마커스 베글리 입니다)
베글리 3세가 5학년이었을 때, 베글리 2세는 피닉스 패밀리(Phoenix Phamily)를 창단했다. 그리고 자신의 AAU 팀에서 베글리 3세가 내 외곽을 오가며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제가 턴오버를 50개씩 기록하더라도 아버지는 저를 믿어주셨고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오늘날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건 그 덕분입니다." 베글리 3세가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베글리 2세가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식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큰 도움이 되었다. 골대를 등지고 플레이하는 전통적인 센터들은 점차 도태되고 있으며 칼 앤써니 타운스, 조엘 엠비드,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처럼 내 외곽을 오가며 플레이하는 7풋의 "유니콘"들이 리그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글리 3세는 그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얼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베글리 3세가 유망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이 리그의 트렌드를 이끌며 각광받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 델 솔 시절, 동료들과 함께)
조용한 말투의 애리조나 토박이 소년은 코로나 델 솔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부터 같은 클래스의 Top 3(실질적인 No.1) 유망주로 손꼽혀왔다. 코로나 델 솔에서 플레이하는 동안 그는 경기당 평균 19.6득점 10.3리바운드를 기록했고, 팀을 4년 연속 주(state)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이듬해 베글리 3세는 코로나 델 솔을 떠나 더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할애할 수 있었던 힐크레스트로 전학했다. 하지만 전학 온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힐크레스트 출신 선수들의 대학 진학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고(*힐크레스트의 일부 교육 과정이 NCAA에서 인증되지 않은 것들이었기에, 대학 진학에 필요한 학점 이수와 관련된 이슈가 있었습니다), ESPN이 팀의 경기 중계를 포기하면서 베글리 가족은 애리조나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그들이 정착한 곳은 채츠워스였고, 베글리 3세와 그의 동생 마커스는 시에라 캐년 고등학교로 출석하게 되었다.
그들이 너무 변덕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수많은 AAU 팀을 옮겨 다니며 플레이했고, 이후 고등학교도 두 번이나 적을 옮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농구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가 그것이다. 수년간 베글리 3세는 발전을 거듭했고, 고교 유망주 랭킹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시에라 캐년 시절의 마빈 베글리 3세)
6-11로 성장한 베글리 3세는 2016-17 시즌 시에라 캐년에서 플레이하며 경기당 평균 24.9득점 10.1리바운드 2.0 블록슛을 기록했고, 팀을 CIF Southern Section Open Division의 8강으로 이끌었다 (8강에서 비숍 몽고메리에 패배했지만, 베글리 3세는 28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크리스 폴, 폴 피어스, 라마 오덤 등이 그를 보기 위해 시에라 캐년의 경기를 관전했고, 그는 시즌이 종료된 후 캘리포니아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베글리 3세가 시에라 캐년에서 플레이할 당시 팀의 어시스턴트 코치였으며, 다가오는 시즌부터 팀의 감독으로 활약하게 될 안드레 쉐발리어가 말했다.
"그 녀석은 괴물이에요. 다른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모든 것들을 제대로 해내는 선수는 결코 흔하지 않죠. 베글리 3세는 리바운드, 드리블, 슈팅까지 모두 완벽해요. 그에게도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고교 레벨에서는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어요."
쉐발리어는 베글리 3세가 수많은 AAU 팀을 전전하던 때에도 잠시 그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이 꼬마가 또래의 어떤 선수들과도 차원이 다른 선수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 번은 패스를 받은 마빈이 베이스라인을 타고 달려와 날아오르더니 360도 회전한 뒤 덩크슛을 성공시켰다고 한다. 당시를 떠올리며 쉐발리어는 말을 계속했다.
"지금 내가 뭘 본 건가 싶더라고요. 이 녀석이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물이다 싶은 게, 녀석은 미리 생각하고 움직인 게 아니었어요. 본능이죠. 온몸의 세포들이 '이제 어떡할까?' 하는 순간 바로 반응하는 거죠. 360도 회전 덩크를 때려 넣기로. 하느님 맙소사(Good Lord Almighty)~"
8월의 늦은 수요일, 마빈 베글리 3세와 그의 가족들은 입학 등록(move-in day)을 위해 캠퍼스에 도착한 뒤, 우리와의 커버 이미지 촬영을 위해 몇 분 정도 체육관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베글리 3세와 마주친 모든 이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걔가 너라는 거지?!" 학생들은 셀카를 요청했고, 그들의 부모님들은 악수를 요청했다. 그날 베글리 3세는 공식적으로 듀크의 새로운 슈퍼스타가 되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농구 관계자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8월 14일까지만 하더라도 베글리 3세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고교 무대에서 1년을 더 플레이해야 했다. 하지만 전미로 중계된 스포츠 센터(*TV 프로그램)에 베글리 3세가 등장한 그날 밤, 그는 월반을 소식과 함께 듀크대 입학을 선언했다.
이것은 원앤던에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철학을 바꾸기로 결정한 (이제는 오히려 추구하고 있는듯한) 마이크 슈셉스키가 이뤄낸 또 하나의 리쿠르팅 성공 사례였다. 베글리 2세가 더햄 지역에서 성장했다는 점(현재 베글리 가족이 햇살 가득하고 USC와 UCLA라는 명문 학교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과 코치 K가 베글리 3세에게 듀크의 레전드 대니 페리에 의해 영구결번되었던 35번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제안한 것 역시 베글리 3세의 결정에 한몫을 했다.
"코치 분들로부터 제가 어떻게 플레이하게 될 것이고, 어떻게 코트 위에서 팀과 하나가 되어갈 것인지를 들었어요. 정말 제게 딱 맞는 팀이구나 생각했죠." 베글리 3세가 말했다.
그가 처음 듀크대를 방문한 것은 9학년(고1)때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곳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저는 이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평화로운 곳이죠. 그리고 저처럼 높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이들로 가득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결코 정신이 해이해질 수 없죠. 제게 완벽한 곳이에요."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 "저는 전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어요. 승리, 그게 제가 플레이하는 유일한 이유죠.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예요."
이미 충분히 강력한 로스터를 갖추고 있던 듀크가 어떻게 베글리 3세를 활용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는 코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또 한 명의 빅맨 유망주이자 자신과 유사한 타입의 선수인 카터 주니어와 함께 플레이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여름 동안 베글리 3세는 드류 리그에서 플레이하며 현역 NBA 리거들을 포함해 수많은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쳤다. 그들 중에는 더마 드로잔, 자베일 맥기, 줄리어스 랜들, 배런 데이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드로잔을 상대로 32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올스타 경기에서는 18득점 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물론 서머 리그 동안 선보인 한두 번의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그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베글리 3세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은 반박하기 어렵다. 1학년 꼬마 시절부터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왔고, 멈춰 설 것 같지 않다. NBA 팀들은 그의 이름을 2018년 드래프트에서 만나게 될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내년 6월, 어떤 팀이 베글리 3세를 영입하든지 그의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을 함께 영입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베글리 3세는 듀크에서 플레이하며 아직까지 자신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증명해 갈 것이다.
"코트 위에 있는 매 순간 '너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되뇝니다. 저는 농구에 제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누구도 말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 저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매 순간 최고의 자리를 원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최고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플레이할 이유가 없어요."
중간에 코치가 말하는거처럼 정말 동물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선수더군요.
다행히 오늘 팀은 이겼지만 눈부상으로 중간에 나가던데... 잘 회복하고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