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인 제가 너무 까칠한걸까요?
비흡연자의 장황한 하소연이라 불편하신 분들이 계실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긴 글에 앞서 먼저 양해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비흡연자입니다
20대 초반 군생활 하던 시절에 선.후임, 동기들과 어울리기 위해 흡연을 한적은 있었으나
제대 이후로 미련없이 끊었고 지금까지 10여년이 훌쩍 넘게 한개피도 피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대 이후로 담배 생각조차 난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최근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현재는 공공 시설에서 로테이션을 돌며 2인 1조 혹은 교대 근무 형식의 일을 섞어가며 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제 주말 파트너분이 다른 선생님(남자)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기존에 그분과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 그분의 담배 냄새 때문에 도저히 같이 근무할수 없다며
위에다 하소연을 해서 바뀌게 된것이었는데요
처음에는 파트너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신 선생님이 여성이셨다보니 아무래도
남자인 저에 비해 좀 더 민감하셨던 모양이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 역시 냄새에 둔감한 편은 아니고 예민하다면 예민한쪽에 가깝지만
저도 과거에 흡연을 해봤던 경험이 있고 절친한 친구 녀석들이 줄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해서
딱히 큰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그분의 담배 냄새는 제가 상상했던 범주를 완전히 초월해버린
말 그대로 신세계의 그것이었습니다
출근할때부터 그분이 들어오면 저를 비롯한 동료분들이 다 알아챌만큼 형언할수 없는 냄새가
강렬하게 나는데 옷에는 물론이고 가방, 책, 서류, 심지어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그분이 쓰시는
모든 물품에 그 담배 냄새가 베어나옵니다
근무 시간중에도 자주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데 그런것까지 제가 감히 강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럴 권한도 없고) 문제는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의 냄새부터 시작해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면
더욱 더 강렬한 말로 표현할수 없는 냄새가 난다는것입니다
일단 같은 옷을 한달 내내 입고 오고 있는데 냄새는 빠지지 않으니
옷을 빨고 있지 않는다는것은 알겠고 쩌든내의 정도로 보아 집에가면 방안에서도 흡연을 하시는것 같은데
최근에는 담배 쩌든내와 땀냄새 같은것이 같이 섞여서 더 이상한 냄새로 진화했고
어느 순간엔 저도 모르게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려할때도 있었습니다
밀폐된 사무실에서 가까운 거리를 두고 함께 사무와 민원 업무를 봐야하는데
첫번째 근무때는 어찌어찌 참고 넘어갔으나 두번째 근무때는 결국 집에와서 두통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옆에서 피우는것도 아닌데 단지 몸에서 풍겨나오는 담배 쩌든내가 제 옷과 가방에도 베어들어서
현재 담배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제가 탈취제를 반통을 뿌려가며 옷을 밖에 널어야만 했습니다
세번째 근무때는 결국 시설을 이용하시는 이용자 분들의 민원이 들어왔는데
문제는 그분께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모두 저를 통해서 불편을 호소하신다는겁니다
보다못한 동료 선생님이 사무실에 비치된 탈취제라도 옷이나 몸에 좀 뿌리기 들어가길 권하셨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그분이 탈취제를 뿌린 그날은 비록 제가 같이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지나치면서
맡아보니 확실히 담배 냄새가 덜한듯한 기분이긴 했습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살것 같긴하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최근의 네번째 근무때..........아무것도 뿌리지 않은채 태연하게 들어온 그분
여전히 같은옷..........그리고 더 심해진 냄새...........순간적으로 살의가 치밀었습니다
살인은 우발적으로 한순간에 일어나기도 한다는 말이 그 순간만큼은 이해가 갔습니다
(단지 그게 단순히 담배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스스로 생각해도 좀 웃기는 상황이었던것 같네요)
하지만 제가 사전에 불편함을 호소한적도 없었고 갑자기 화를 내는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결국 참다못해 그날 근무가 끝나고나서 그분께 이런 사정들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분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본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당연히 담배 냄새가 난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로 냄새가 심한줄은 몰랐다
사회 생활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 그정도 냄새는 나기 마련인데 사람들이 좀 유별난거 같기는 하다
그래도 일하는곳이 공공 시설이니만큼 내가 좀 신경쓰는게 맞는것 같다며 노력은 해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뉘앙스가 마치 유난떠는 너희들때문에 내가 피해를 입는듯한 느낌이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식으로 선심쓰듯 말씀을 하시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2차 살의를 느꼈는데 저는 저에게 미안하다는 식의 답변은 당연히 기대도 안했지만
최소한 앞으로 확실히 신경은 쓰겠다는 말 정도는 할줄 알았습니다
떨떠름한 표정과 마지못한 답변은 정말 단순한 분노 이상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실 그날 그분이 담배를 피우러 나갔을때 또 한번의 민원이 들어왔었고
(그분 안계실때 방향제 좀 뿌려달라는)
결국 그분이 담배를 피우러 가실때마다 탈취제와 방향제를 뿌려대니 이번엔 그 과도한 방향제에 취해
속이 안좋고 머리가 아프더군요
그렇게 집에 오니 부모님께서 제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맡으셨는지
혹시 무슨 힘든일 있어서 다시 담배피우는게 아니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무슨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옆에 있었던것도 아니고 그저 피우고 들어온 사람의 옆에 앉아있었을뿐인데
빨래하고 곧바로 입은 옷을 그것도 딱 하루 입은 옷을 다시 빨려고 내놓아야 하다니........
일단 본인에게 얘기는 해놓은 상태고 본인이 알았다고는 해서 좀 더 지켜봐야하는 상태이긴 한데
단 4번의 근무만으로 저는 담배 냄새 노이로제에 걸렸습니다
그러고보면 제 주변의 지인들도 담배를 엄청 피워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인지 냄새에 상당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해서
적어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때 담배 쩔은내가 난적은 한번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놓고 심한 냄새를 경험해본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요
동쪽에서 뺨맞고 서쪽에다 화풀이 한다고 요즘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옆자리 앉은 분이(비슷한 냄새가 나는걸 보니 흡연자이신것 같았습니다) 비슷한 냄새를 풍기기라도 하면
저도 모르게 살의가 치솟고 욕이 나와버리더라고요
이제는 다른 냄새에까지 예민해져서 조금만 기분 나쁜 냄새가 나면
엄청 까칠해지고 짜증이 나는 상황입니다
지금 같아서는 정말 애꿎은 분들에게 저도 모르게 화풀이를 하게 될까 걱정도 되고
나름 그런거에 까탈스럽게 구는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제가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비흡연자인 제가 까칠하고 예민한걸까요......
그분과 또 같이 근무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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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흡연 문제에 있어서는 비흡연자가 흡연자에게 해줄 배려는 피울 수 있는 자유 뿐인것 같습니다.
그 이후의 뒤처리는 본인들이 확실히 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