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드와 함께 한 마이애미의 9년
농구 좋아하세요?
제게는 위로 형이 한명 있는데, 5년 터울이라 나이차가 좀 있습니다. 지금은 둘다 30대가 되어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어렸을 때 형의 존재란 저에게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처럼 느껴졌었죠. 형은 공부도 잘했고, 싸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습니다. 그런 형에게 많이 맞고, 많이 배우기도 하면서 컸습니다. 자연스럽게 형은 지금도 제 인생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으며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형을 동경하며 살고 있습니다. 형은 한참 농구에 빠져있었고, 엄마는 늘 그런 형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농구하러 다니는 형을 자주 따라 다녔는데, 형이 사람들과 경기를 마치면 제게 농구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나씩 배워 가는게 재미있었고, 작은 손으로 큰 농구공을 다루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농구공을 계속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형이 해줬던 말이 있습니다.
“농구가 좋냐?”
“응”
“앞으로 더 좋아질꺼야.”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쉬는 날이면 물통 하나와 농구공 하나로 하루를 보내는 제 모습을 보니 그때서야 이해가 되더군요.
생각해보면 저는 예전에 한팀만 죽어라 응원하는 팬은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nba에 빠지게 해줬던 마이클의 시카고부터 그들을 괴롭히던 뉴욕과... 새천년 시대를 열었던 새크라멘토등 어쩌면 좋아하는 선수가 속해 있는 팀이면 닥치고 그냥 좋아했던 거 같네요. 뭐 그게 나쁜것도 아니니 이상할 것도 없죠. 현재 저는 마이애미 히트를 드웨인 웨이드가 입단하고부터 계속 응원 중입니다. 지금 마이애미에는 웨이드, 하슬램보다 팀 선배가 없으니 그 두 선수를 봤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이애미를 꽤 오랫동안 응원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매니아에 한팀만 10년 넘게 응원해 오며 그팀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신 팬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고서 이런 특별한 느낌을 받는 저도 있는데, 그분들에게 페이보릿팀의 존재가 어떨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네요. 어쨌든 지금 리그에서 손꼽는 강팀이 되버린 마이애미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한다면 저보고 오바한다고 생각할까요? ㅠ ㅠ 평소에 낯간지러운 표현은 잘 안하는편인데 오늘은 그런 오그라듬을 무릅쓰고 용기(?)내서 글을 써봅니다. 길어질 수도 있으니 이해부탁 드리며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어체 양해 바랄께요.
2003-2004
모닝의 신장병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마이애미가 오덤과 버틀러 EJ만 믿고 시작했던 시즌이었고, 무조건 하위권으로 평가되었던 팀이 꿈에 그리던 플레이오프 무대를 다시 밟게 되었던 시즌이었다. 마이애미는 모닝의 팀이라는 인식이 점점 희미해 졌지만, 포지션만 다르고 근성과 전투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꼭 닮은 루키가 입단했던 시즌이기도 하다. 바로 드웨인 웨이드가 마이애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첫해였다. 르브론과 멜로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있을 때 묵묵히 자신의 가치를 뽐내던 웨이드는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 시킨다. 그해 마이애미의 선전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고 그 기세는 2라운드까지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인디애나에게 발목을 잡히며 시즌을 마감해야했다.
스타 탄생을 알린 루키 웨이드의 개똥슛
2004-2005
빅 트레이드가 일어났고, 한 선수의 가세로 마이애미는 단숨에 우승후보가 되었다. 비록 오덤과 버틀러가 떠났지만, 그들을 보내고 데려온 샤킬 오닐은 어떠한 대가를 치러도 아깝지 않을 만큼 최고의 선수였다. 마이애미에 입성한 샥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여전한 혀 놀림으로 마이애미팬들을 뜨겁게 달궈 주었고, 그의 말은 레알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전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향후 몇 년간 동부의 강팀으로 군림할 것을 예고했다. 동부파이널에 올라 디트로이트와 맞붙었으나 결과는 7차전 패배... 하지만 웨이드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만큼 치열했다. 아쉬웠지만, 차세대 리더가 될 웨이드는 샥의 보호 아래 고공성장을 했고 유도니스 하슬램도 이 시즌을 기점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시즌 중 뉴욕과의 경기에서 버저비터
2005-2006
앤트완 워커, 게리 페이튼, 제이슨 윌리엄스, 제임스 포지, 데릭 앤더슨등 한때 농구 좀 했던 선수들을 끌어 모아 야심차게 시작했던 시즌이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마이애미는 상대적으로 강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저 약팀 킬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특히 바로 한 시즌 전에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마이애미를 침몰시켰던 디트로이트는 시즌 내내 마이애미를 압도하며 그 위용을 뽐냈다. 결국 좋은 선수들을 한데 묶지 못한 스탠 밴건디는 스스로 물러나게 되고, 마이애미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라일리가 컴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는 우승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로 플레이오프에 임하여 젊은 시카고와 탄탄한 전력의 뉴저지를 차례로 격파하고 배드보이스 2기를 다시 만난다. 결과는 마이애미의 4대 2승으로 창단 첫 파이널 진출의 쾌거를 이루게 된다.
승리를 부르는 아크로바틱
상대는 똑같이 첫 파이널 진출의 댈러스.
이 파이널에서 웨이드의 원맨쇼에 힘입어 마이애미는 창단 첫 우승을 거뒀고, 샥의 팀이었던 마이애미는 점차 웨이드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 웨이드는 이를 계기로 전국구 스타가 되었는데 당시 웨이드의 위엄을 잘 보여주는 기사가 있다.
http://sports.espn.go.com/espn/page2/story?page=simmons/060707&lpos=spotlight&lid=tab1pos1
2006-2007
시카고에게 42점차패배... 그것도 홈팬들이 보는 앞에서 챔피언이 떡실신 당하는 꼴 사나움을 보여주며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별다른 전력보강 없이 시즌을 진행하면서 안그래도 늙수그레한 팀이 하나 둘씩 연이어 부상을 당하게 된다. 시즌 초 90년대 스타 페니가 로스터에 합류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 페니의 나이는 38 결국 방출당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었다. 주력들이 전력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그저 그런팀이 되버렸고, 우승의 단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팀은 동기부여를 찾지못한채 천천히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고동저를 감안하면 그래도 무난한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만, 디펜딩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상기해 본다면 납득하기 힘든 순위였다는 것도 부정할수 없었다. 결국 마이애미에게 이를 갈고 있던 시카고의 젊은 황소들은 플레이오프에서 마이애미를 스윕으로 잠재우며 돌풍을 이어갔고, 마이애미는 사상 유례없는 챔피언팀이 1라운드에서 광탈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웨이드의 블락 머겅... 두 번 머겅...
2007-2008
샥의 노쇠화가 확실해졌고, 웨이드마저도 부상으로 골골대며 제몫을 해주지 못했던 시즌이다. 누구 하나의 책임이라기보다 곪아있던 상처가 터져버린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우승멤버를 교체하기 아까웠던건지 아니면 트레이드가 어려웠던건지 거대한 샐러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시즌이었다. 물론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티가 안나는 트레이드가 있긴 했지만, 그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던 트레이드라 신경쓸 꺼리가 아니었다...;;; 더 이상 예전의 팀이 아닌 것을 직감하고 리빌딩에 착수한다. 먼저 샥을 트레이드하며 팀 체제를 개편하지만, 이미 팀은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웨이드조차 시즌을 포기하며 마이애미 히트 역사상 가장 초라한 한해를 보낸다. 이 시즌 웨이드와 함께 했던 선수들이 너무나 미미한 나머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다. 팻 라일리의 커리어 오점을 남긴 시즌이기도 하고 마이애미가 시즌 15승이라는 류현진 승수를 기록했으며, 로즈냐 비즐리냐를 선택할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비즐리를 맞이 하게 된다.
15연패에서 탈출하는 감격 승
당시 팀원이었던 도렐은 ‘솔직히 지금 우승이라도 한 것 같다’며 감격 스러워 했음.
2008-2009
라일리가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대신 라일리의 옆에서 무한 존경심을 보이며 어깨넘어로 배우던 스포엘스트라가 새로 감독이 되었다. 비즐리가 합류하고 웨이드는 두번 다시 플레이오프를 놓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마이애미의 선수층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심지어 웨이드도 지난 시즌 부상으로 나가 떨어진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다녀온 웨이드는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는데, 어쩌면 우승했던 그 당시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웨이드의 팬들이 가장 즐거워하던 시즌이기도 하다. 물론 강팀으로 분류되지 못한 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웨이드가 홀로서기에 성공하며 리더로서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던 시즌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실제로 코비와 르브론은 웨이드를 치켜 세워주며 그의 능력을 높이 샀다.
내가 홀로서기에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내게 mvp라고 불러주었는데, 지금 웨이드가 그렇다. 팀 전체를 이끄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 코비
당시 웨이드의 활약은 특별했다. 득점왕도 했고, 커리어 사상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았던 시즌이기도 하고, 미친 듯이 뛰어오르며 상대의 슛을 저지하고, 쉴새 없이 볼을 뺏어 내던 시즌이었다. 매리언을 저메인 오닐을 데려오는 대가로 보냈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웨이드의 눈부신 활약으로 다시 플레이오프에 오르게 된다.
웨이드가 화가 나면...혹은 피를 흘리면...
2009-2010
웨이드가 마이애미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시즌이다. 절정에 오른 기량도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을 양산해 내는데 한몫 했다. FA를 앞두고 있던 웨이드였기 때문에 루머들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마이애미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비즐리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컸지만, 성장 속도는 더뎠고 무엇보다 웨이드와 짝을 이루기엔 그릇이 좀 작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 되면 마이애미의 샐러리는 줄게 되는데, 그로 인해 빅 네임을 영입할 수 있는 총알을 장전 할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시즌은 전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고, 팀을 또 한번 플레이오프에 올려 놓는다. 결과만 따진다면 1라운드에서 보스턴에게 1대 4로 허무하게 졌지만, 그 다섯경기 동안 수비팀 보스턴을 상대로 보여줬던 웨이드의 플레이는 엄청났다. 탈락 후 웨이드는 말을 아끼며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는다.
동경하던 조던이 보는 앞에서
2010-2011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웨이드의 파트너가 크리스 보쉬로 정해졌다. 크리스 보쉬라면 샥 이후 웨이드와 짝을 이룬 선수 중에 가장 모양이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공격력만 따지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보쉬는 옵션 중 하나일 뿐 리그를 대표하고 인기를 몰고 다니는 르브론 제임스가 새로운 팀메이트가 된 것이다. 말이 안 나오는 라인업이 탄생한 것인데,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전을 맡았던 르브론과 보쉬가 한팀이 된 것이고, 한 팀에서 20득점 이상을 해줄 선수가 웨이드를 포함해 3명이 되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올 스타가 세명이 되버렸고, 올 nba팀 선수가 세명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마이애미를 넘어 nba 전체가 들썩였으며, 단숨에 우승후보가 되었고 단숨에 인기 팀이 되었고, 단숨에 안티가 늘었으며, 단숨에 공공의 적이 되버렸다. 하지만 스타플레이어들만 모아 놨다고 곧바로 강력한 팀이 될 순 없었다. 사람들의 평가는 냉정했으며, 아직은 양민학살 팀일 뿐인 미완성의 팀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뭉쳐서 강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우승을 하기엔 뭔가 부족한 팀이라 여겨졌다. 수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제공하며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지만, 그것 역시 우승과는 별개로 받아들여 졌다. 어렵지 않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고, 큰 경기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르브론과 웨이드에게 아픔을 줬던 보스턴에게 했던 복수는 정말 마이애미팬들을 미치게 만들어 주었다.
가넷을 울린 웨이드의 지그재깅
동부1위 시카고와의 경기도 다섯 경기만에 시리즈를 잡아내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하지만 다시 만난 댈러스는 강했고 아쉽게도 그들에게 파이널 챔피언을 내줘야 했다.
패배는 언제나 아프다
현재
확실히 마이애미는 강한 팀이다. 빅3는 꾸준하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팀에 잘 녹아 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번의 시련을 겪은 선수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음이 틀림없다. 빅3와 함께하는 젊은 선수들은 매 경기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지칠 줄 모르는 무한 로테이션 수비는 상대를 공포로 모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꽤 오랫동안 nba를 좋아했지만, 조던이 있던 그 시절만큼 지금의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가 재미있습니다. 이들이 우승을 하게 될지 또 물을 먹을지 알수 없네요. 전 그저 지켜보면서 그들을 끝까지 응원하려고 합니다. 쓰는 동안 쓰고 있는 저조차 굉장히 지루할 정도로 긴글이었네요;; 그래서인지 다듬는건 다시 읽어보고 수정을 통해 조금씩 다듬어야 겠습니다. 그냥 툭 던져 놓고 갑니다.
동영상과 사진들 때문에 굉장히 긴 글이 되버렸습니다. 읽느라 수고 하셨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마지막으로 ...LET'S GO~ HEAT !!
조용히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