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전 리뷰
6
2478
Updated at 2012-02-27 20:56:44
저는 썬더의 어떤 변화나 플옵을 전망할땐 항상 레이커스전을 먼저 생각합니다.
세기말에 응원팀의 몰락과 그들의 전성기가 겹쳐졌던 고로 저에겐 너무나 오랫동안 질시의 대상이었던 팀이구요. 지금 레이커스 위에 있는 팀들이 그들보다 더 약하다는 뜻은 아니나 그래도 결국은 레이커스를 피할수 없고 우승하려면 그들을 제압할 전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제일 주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첫경기 리뷰해 보겠습니다.
1. 밀려나온 레이커스
퍼킨스 영입 이전엔 오크의 오펜스가 밀려나왔죠. 악몽같았던 첫번째 플옵을 떠올려봐도 올아웃된 상태에서 듀란트가 디나이하는 아테스트를 볼없이 떨궈내질 못해서 처음 볼잡는 위치가 계속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형성되고 안쪽에 건내줄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샷클락을 까먹다 횡패스 몇번 후에 롱미들을 쏘거나 웨스트브룩이 앞뒤안보고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골밑이 약한 팀이 큰 팀을 상대하려면 빠른 공격이나 미스매치를 이용해야 되는데 오크는 주득점원은 또 장신선수라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템포를 늦춰야 했고 그러고도 1번의 기술이나 정교함이 떨어지다 보니까 내내 올아웃에서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산발적인 일대일 공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경기에선 상황이 반대가 되었는데 지난 경기에서 바이넘과 가솔이 볼을 잡은 포지션은 예전처럼 깊은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먼 포스트 베이스라인쪽에서 볼을 잡기도 하고 공간을 받아도 첫드리블을 시작하는 위치가 하이포스트였죠. 예전엔 레이커스가 트라이앵글을 만들고 짧게 스윙해서 로포스트에 포지셔닝한 바이넘이나 가솔에게 높은 패스를 주면 그들이 덩크를 때려넣곤 했었는데 지난 경기에서 레이커스가 세트오펜스를 전개하는 상황에선 둘이 이미 밀려나와 있었습니다.
이건 힘에서 밀리지 않는 정통센터의 존재감 때문이고.....지난번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저는 이 부분 하나 때문에라도 썬더라는 팀에게 퍼킨스는 상당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그리고 다행히 레이커스는 픽앤롤을 주로 쓰는 팀이 아니고 가솔은 페이스업에선 무게중심이 높은 선수입니다. 이바카가 제일 안되는건 2:2에서 빠른 가드를 더블팀한 후에 자기 마크맨 다시 찾아가는 수비와 (쉽게 말해 퍼리미터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별로 없음) 낮고 부드러운 페이스업에 대한 수비인데 가솔은 페이스업에서도 좁은 보폭을 가져가는 선수라 이바카가 스텝 때문에 트러블을 겪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점퍼를 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단발성 점퍼였을뿐 더블팀이 필요하거나 다른 수비의 헬프를 요구해서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그런 공격은 아니었단 얘기죠.
바이넘은 막판 제외하면 좋은 포지션에서 볼을 잡은적이 없다시피 했고 베이스라인쪽에서 점퍼를 쏘기도 하고 어려운 자세에서 훅슛을 쏘기도 했는데 예전과 달리 수비를 완전히 밀어내질 못한 상태에서 쏘다 보니까 결정력도 떨어졌고 오펜시브 리바에서도 큰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작년 시즌 말에 퍼킨스가 들어오고 처음 붙은 경기에서도 레이커스에게 큰 승리를 거뒀고 그때도 리바운드 우세속에 바이넘에 대한 수비가 매우 좋았는데 이제 안쪽 디펜스의 힘에서의 균형 (혹은 우위)은 어느정도 상수로 봐도 될것 같고 단기전에서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외곽에선 썬더의 머니가 더 많기 때문에 진흙탕 싸움에서 서로 단발성 공격을 주고받는 흐름으로 흘러가면 확실히 유리한 부분이 있고 쿡 등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경기운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2. 미친 듀란트
지난 글에도 썼지만 올시즌과 작년은 여유나 완성도가 확실히 다릅니다.
이제 뻑뻑한 상황에서도 높이를 활용해 패스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예전처럼 밀려나면서 롱 미들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근성 대신 여러가지 무브와 여유가 생겼습니다. 멀리 보고 쏘는 속공패스나 픽앤롤에서 시도하는 점프패스 같은건 이젠 몇년 된것처럼 능숙해 보일 정도에요.
무엇보다 본인이 볼운반 후에 바로 탑에서 공격을 시작할수 있다는게 한차원 달라진 점이라고 보고 점퍼를 쓰기 위해 루틴처럼 사용하던 크로스오버 대신 체인지 오브 페이스를 선택한 것도 좋은 결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주무기로 쓰고 있는 탑에서 시작하는 왼쪽돌파는 전부 체인지 오브 페이스가 들어가죠. 왼손으로 한번 치고 점퍼뜰만한 타이밍에서 멈칫....다시 드리블해서 투핸드 덩크...
큰 선수가 몸을 살짝 틀고 볼을 지킨 상태에서 멈칫거리다 돌파하니까 하나 포기하고 방향잡지 않는 이상 앞에서 길목을 막을수가 없을 뿐더러 따라가도 높이 때문에 슛동작에 들어간 듀란트를 막는건 어렵죠. 레이업이나 원핸드슛 정확도가 몰라보게 달라져서 컨택에서도 결정력이 대단합니다.
포스트업에서 쓰는 훅샷이나 노비츠키를 모방한 페이더웨이 등도 정확도가 있어서 느린 템포에선 수비를 끌고 들어가기도 하고 더블팀을 이용하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루트가 다양해진것 뿐 아니라 무브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해서 기복이 거의 안보일 정도로 올해 모습은 차원이 다릅니다.
갠적으로 스코어러로써의 듀란트는 인정하지만 볼핸들링 때문에 수비를 완전히 헤집는 시그너쳐 무브나 공간장악 같은건 일정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올해를 기점으로 기량은 이제 완전체가 된것 같고 플옵에서 동료들을 스텝업시킬수 있느냐의 과제만 남은것 같습니다.
슈퍼팀이 득실거리는 리그에서 리더로써 또래들과 이렇게 독특한 컬쳐를 계속 유지시키고 있는 것도 대단한 부분이구요. 또래집단의 우승은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현실로 기대가 됩니다.
3. 막강한 트랜지션 게임
1쿼터를 보니 평소처럼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바톤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이끌어가긴 힘들어 보였습니다. 점퍼를 즐기는 웨스트브룩이 코비를 상대로는 재미보기 힘들고 하든이 마음껏 활개치기엔 레이커스 골밑이 너무 높아서 특유의 바디밸런스로 자유투 겟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죠.
평소에 주전라인업이 약간 벌려놓으면 2쿼터의 하든과 칼리슨이 분위기를 바꾸면서 7-0 run 같은걸 흔하게 이끌어내는 썬더인데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서 역전을 일궈낸건 업템포였습니다. 경합없이 잡는 수비리바로 인해 첫패스가 좋았고 공격숫자가 늘 많았으며 마무리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골밑의 힘입니다. 공격리바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어 있으면 다수가 뛰어나갈수가 없고 몇번 경합을 붙게 되면 리바 후에도 킵에 신경쓰느라 잡자마자 첫패스를 연결할 여유가 없겠죠.
그래서 누가 나와도 공격리바 헌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 너무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4. 이바카와 쿡
이바카는 원래 레이커스전에 매우 강했던 선수입니다. 루키시즌에도 갑자기 나타나 더블더블을 하기도 했고 그해 플옵에서도 그린을 대신해 블럭쇼로 첫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었죠.
은근히 배짱이 대단하고 헬프블럭으로 수비 전체의 위압감을 증대시키는 선수이기 때문에 강팀을 상대할수록 더 위력적인 면이 있고 지난 경기에서도 레이커스의 산발성 점퍼를 남발시키는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리드상황에서 터져나오는 그의 블럭은 팀의 사기에 대단한 효과를 제공하죠.
3점이 작년보다 부진한 쿡도 능력 범위에서 너무 잘해줬습니다. 이 선수도 특이한게 스팟업 슈터가 더블클러치 비슷한 폼에 높은 수직점프를 갖고 있고 덤으로 리바운드 가담이 상당하죠. 초반에 보여준 코비에 대한 수비도 매우 좋았고 후반에 넣은 3점이 쐐기포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전반에도 오픈이 몇개 있었는데 3점 두개만 들어갔으면 일찍 큰 리드를 잡았을거라고 봅니다.
5. 웨스트브룩과 하든
둘다 평소처럼 하프코트에서 마구 균열을 내긴 힘든 상황이었는데 모멘텀을 잡은 상황에서 변수로써 좋은 활약을 해줬습니다. 듀란트까지 셋이 같이있으면 레이커스도 크로스매치가 힘들죠.
4쿼터에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이 2:2될땐 레이커스도 듀란트 수비에 자신이 없으므로 코비가 스위치해서 막던데 여기서도 듀란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구요. 웨스트브룩이 수비가 바뀌면서 생기는 빈틈에 패스를 할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타이밍을 놓친 본인이 앤드원을 얻어내고 공격리바를 따내는 등 특유의 괴상한 디시전 메이킹이 이기는 상황이라 외려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승부에 쐐기를 박은 하든도 훌륭했고 듀란트가 세컨드 브레이크로 덩크를 노리는 세명의 속공전개도 이제 물이 오를대로 올라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run을 끌어내는데 효과만점이었습니다.
6. 레지 잭슨
조금 헷갈립니다. 선이 가는 선수고 낮고 부드러운 드리블이 장점....스크린 사이로 들어가는 능력은 웨스트브룩보다 나아 보이고 점퍼가 있다면 스크린 사이에서 많은 플레이가 가능할것도 같은데 점퍼폼과 궤적이 실격에 가까워서 지금 상태로는 볼끄는 역할 외에 할게 별로 없어보입니다.
예전같으면 밀어주고 돌파를 시키던지 해보겠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도 거의 없고 이 선수도 웨스트브룩이나 론도,파커같은 똥배짱은 아닌것 같아서 강한 멤버 사이에서 튀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버릴만큼 나쁜 선수 같진 않고 약간 애매한 수준과 필요없는 영역에서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지금 많이뛰게 한다고 플옵에서 비상시에 쓸수 있을것 같진 않습니다.
이바카의 2:2 퍼리미터 수비와 더불어 이 포지션이 갠적으로 제일 불안한 부분입니다. 아이비가 경기감각을 완전히 회복하면 그래도 다행일것 같고 (아이비는 손이 분주하면서 근성이 있는 좋은 수비수입니다) 여의치 않다면 작은 4번과 더불어 작은 영입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 니즈면에선 절실했던 알드리치는 지금은 파울용 물량 외엔 의미가 없습니다.
7. 앞으로 레이커스와의 전망
플옵에서 만나게 된다면 레이커스가 모멘텀을 이렇게 쉽게 넘겨줄 팀은 아닐겁니다. 해결사가 있고 베이스가 갖춰진 팀이라 관록으로 해결하는 부분이 있을거고 변수도 만들어낼겁니다.
그래도 레이커스를 상대할때 제일 무서웠던건 보드에서의 핸디캡과 그로 인한 위축이었고 마치 한손 묶고 싸우는 느낌이 들었던 (예전엔 코비가 떠서 바이넘에게 떨궈주면 끝이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근본적인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된 상황.....일대일 옵션이 상대보다 더 다양하기에 예전처럼 경기 후반이 걱정되지 않고 진흘탕에서 페이스를 주도해 나갈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로스터의 상성만 따지면 스퍼스보다 레이커스가 조금 낫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가솔이나 코비가 지난 경기 정도로 일대일에서 제어된다는 가정하의 얘기지만요.
그동안 그야말로 답이 안나오는 상대였는데 드디어 기대하던 경기내용을 봤습니다...
8. 그러므로
올해는 우승도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거의 처음으로 쓰는 긍정적인 리뷰같네요.
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