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폴, 스탁턴을 넘어서라?
최근 크리스 폴이 106경기 연속 스틸을 기록하며 이 부문 신기록을 작성했다.
앞으로 폴이 기록하는 스틸들은 모두 NBA 역사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물론 "연속 스틸"에 한에서만)
폴이 연속 스틸 신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기존 기록 보유자였던 앨빈 로버트슨의 이름이 게속해서 언급되었다.
그리고 로버트슨을 극복한 순간부터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무려 존 스탁턴.
감히 말하건데
1번 슬롯에서 플레이했던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으라면 매직 존슨이라 대답하겠지만
포인트 가드로 플레이했던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으라면 스탁턴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NBA 통산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에 있어
압도적인 기록으로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탁턴.
현 리그에서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을 동시에 리드하고 있는 폴을 보며
이제는 스탁턴의 통산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스틸은 가능하다, 어시스트는 가능하다...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지금이다.
21세기 NBA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거듭나고 있는 폴이 과연 스탁턴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 존 스탁턴의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가? ]
각설하고 나는 이 질문에 "어렵다" 라고 대답하겠다.
폴이 스탁턴의 통산 기록 (어시스트든 스틸이든) 을 넘어설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폴의 실력이 스탁턴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폴은 스탁턴을 뛰어 넘어 역대 올타임 넘버원 포인트 가드로 성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폴이 스탁턴보다 2배, 3배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것과 그의 기록을 뛰어 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자! 말이 길어졌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스탁턴의 스탯을 보며 이야기 해보자.
1. 어시스트,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스탁턴은 통산 어시스트 15806개를 기록했다. 2위인 마크 잭슨과는 '5천개'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정도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가? 그럼 좀 더 파고들어 보자.
1. NBA 역사상 단일 시즌 1천 어시스트를 돌파한 선수는 단 세 명이며 스탁턴은 당연히 그 중 한 명이다.
2. 단일 시즌 1천 어시스트를 두 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스탁턴 뿐이다. (그는 무려 7번이나 1천 어시스트를 돌파했다.)
3. 그 중 5번은 1천1백 어시스트를 돌파한 것이다.
만약 폴이 단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고 82경기에 모두 출장한다 하더라도
단일 시즌 1천1백 어시스트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경기당 13.4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해야 한다.
'천재'소리를 들으며 어시스트를 날리고 있는 지금보다
대략 2개 이상의 어시스트는 더 기록해야 접근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물론 폴이 이제 겨우 네 번째 시즌을 치루고 있는 어린 선수라고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스탁턴이 처음 단일 시즌 1천1백 어시스트를 돌파한 시기가
바로 그의 네 번째 시즌이었다. (1987-1988 시즌, 경기당 13.8개)
스탁턴이 은퇴한 이 후 가장 많은 단일 시즌 어시스트를 기록한 폴임에도 (925개, 경기당 11.6개)
벌써 그 페이스가 스탁턴보다 조금씩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폴은 스탁턴보다 두 살이나 어린 시기에 데뷔를 한 걸요!"
나도 알고 있다. 폴은 대학교 소포모어 시즌을 마치고 20살의 나이에 리그에 입성했으나
스탁턴은 대학을 졸업하고 22살의 나이로 리그에 입성했다.
하지만 폴은 지난 시즌까지 3년을 뛰면서 이미 적잖은 보너스 포인트를 소모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스탁턴은 무려 19번의 시즌을 플레이하는 동안 단 22경기 결장에 그쳤다. 단 22경기!
하지만 폴은 지난 시즌까지 이미 24경기를 결장해버렸다.
3년을 뛰는 동안 19년 경력의 스탁턴보다 2경기를 더 결장한 것이다.
통산 기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역대 평균 어시스트 1위에 빛나는 매직 존슨이지만 HIV로 조기 은퇴를 하는 바람에
통산 어시스트 순위에 있어서는 마크 잭슨에게조차 뒤진 역대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잭슨 역시 훌륭한 선수이나 존슨 레벨의 선수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잭슨은 보다 오랜 시간을 꾸준히 플레이했고 결국 존슨을 넘어섰다.
폴은 그의 남은 커리어 동안 매 시즌 82경기를 어김없이 출장한다하더라도 이미 스탁턴보다 2경기를 더 결장한 상태다.
아니, 그것보다 폴이 19년이나 NBA에서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부터 확답할 수가 없다.
어시스트는 둘째치고, 폴이 스탁턴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장할 수는 있을까?
그나마 작은 위안거리가 있다면
1998-1999 시즌의 스탁턴이 직장 폐쇄로 인해 50경기 출장에 그쳤다는 것이다. (32경기 공짜로 벌었다!)
아무튼, 어림잡아 정리하자면
앞으로 폴이 은퇴하는 순간까지 매년 단 한 경기의 결장도 없이
평균 1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다고 해도 14년은 뛰어줘야
비로서 스탁턴의 통산 어시스트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가능할까?
2. 스틸,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스탁턴은 NBA 역사상 통산 3천 스틸을 돌파한 유일한 선수다.
3275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2위인 마이클 조던보다 7백개 이상을 앞서고 있다.
스틸 부문을 보고 있노라면 어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상으로
'꾸준함'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스탁턴의 생애 평균 스틸은 2.17개로 역대 7위다.
물론 어마어마한 수치지만 유일하게 3천 스틸을 돌파한 선수의 것치고는 약간 적다고 느낄 수 있는 숫자다.
좀 더 체감하기 쉬운 예로, 지난 시즌까지 앨런 아이버슨의 생애 평균 스틸 갯수는 2.26개였다.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분명 스탁턴의 그것보다 앞서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이버슨이 스탁턴의 스틸 기록을 깰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폴 역시 생애 평균 스틸 기록은 스탁턴에 앞서있다.
지난 시즌까지 폴의 생애 평균 스틸 갯수는 2.29개였다. 스탁턴보다 0.12개 많은 기록이다.
덧붙여, 스탁턴이 스틸왕에 오른 횟수는 단 두 번이다.
(물론 그 경쟁자가 로버트슨과 조던이라는 희대의 스틸러들이긴 했지만)
만약 폴이 이번 시즌에 스틸왕 2연패에 성공한다면, 스틸 부문 타이틀의 횟수는 이미 동률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과연 폴이 스탁턴만큼 오랜 시간을 꾸준히 활약할 수 있을까?
스틸 기록은 둘째 치고 그보다 더 많은 횟수의 경기에 출장할 수는 있는걸까?
아니 체력 관리를 하며 몇몇 경기에 결장하는 한이 있다한들
스탁턴만큼 오랜 시간을 플레이 할 수 있을까?
만약 폴이 지금의 페이스 (평균 2.3개) 를 유지하며 매 시즌 결장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5년이 흐른 뒤에 스탁턴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고
그 시기는 2023-2024 시즌, 그의 나이 37세의 일이 될 것이다.
가능할까?
3. 어시스트? 스틸 ? 우선 스탁턴의 "꾸준함"부터 넘어서야...
물론 불가능이란 없다.
폴이 20년도 넘게 플레이하며 스탁턴의 기록을 훌쩍 넘어버릴지도 모른다.
현역 선수들 중 스탁턴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워보이진 않는다.
나는 폴이 롱런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단신의 선수이고 돌파를 즐기는 스타일이지만 다이버는 아니다.
그는 타고난 강골을 가진 선수이며,
2년차 시즌을 부상으로 고생한 뒤 상체 근육을 키우는데 주력한 결과
이제는 어지간한 충돌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몸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19년을 플레이 한다는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19년 동안 단 22경기 결장에 그친다는 것은 그보다 더한 수준의 판타지이며
그 오랜 시간 동안 한결 같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거의 믿거나 말거나 급이다.
폴이 뛰어넘어야 할 것은 스탁턴의 어시스트, 스틸 갯수가 아니다.
스탁턴의 꾸준함과 자기 관리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연스레 스탁턴의 대기록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림잡아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금의 기량을 2023-2024 시즌까지는 유지해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잊지말자. 키워드는 "꾸준함"이다. (르브론, 너도 마찬가지야.)
p.s
아무리 생각해도 스탁턴은 체임벌린 못지 않은 괴물이다.
존형님.. 저런 몸 진짜 신기합니다... ㅜ,,ㅜ 무릎 살짝 삔것가지고 아무것도 못하겠건만..
도대체 저런 강골들은 정말 몸이 타고난건지.. 몸이 작지만,, 부딪히면 제가 아픈 상대가 간혹 있는데.. 정말 그런 몸도 타고 난건 아닐까 싶네요.
저런 작은 몸으로(상대적으로죠..) 거구 선수들한테 스크린을 거는데도 어떻게 안다쳤던 것일지 진짜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