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클러치 퍼포먼스, CP3
어제 제가 CP3와 OKC의 클러치에 대해 간단하게 글을 올린 바 있는데, 또 The Ringer에서 이를 심층 분석한 기사가 있어서 번역해 봤습니다.
* 의역과 오역, 평어체 및 일부 생략 양해 부탁 드립니다.
* 기록은 한국 시간 3월 10일(화) 경기까지 반영
* 동영상은 Youtube 펌
원문
https://www.theringer.com/nba/2020/3/10/21172285/chris-paul-clutch-history-oklahoma-city-thunder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러셀 웨스트브룩은 휴스턴으로 보내면서 크리스 폴과 드래프트 픽들을 받아올 때만 해도 OKC는 리빌딩 버튼을 누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즌 일정 80% 가량을 소화한 지금, OKC는 본인들과 트레이드를 한 그 휴스턴 로케츠보다도 더 높은 순위에 랭크되어 있다.
OKC의 이런 성공 비결은 바로 크리스 폴이라는 포인트 갓(God) 때문이다. 폴이 왜 God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월요일 보스턴 셀틱스 전이었다. 13.8초를 남기고 1점차로 뒤져 있었고 공격권마저 셀틱스에 있어서 보스턴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이 경기에서 폴은 올스타 가드인 켐바 워커를 엔드라인에서부터 압박, 완벽히 가두면서 결국 폴의 트랩으로 동료인 데니스 슈로더가 이 공을 스틸, 노마크 레이업으로 경기를 역전시킨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공격에서 본인보다 20cm 크고 나이는 13살 어린 제이슨 테이텀의 포스트업 공격을 그야말로 완벽히 수비해 내면서 마침표까지 직접 찍었다.(하이라이트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m2nnc3ZiFBY
‘클러치’라는 것을 정확히 명명하기는 사실상 힘들지만, 통상적으로 NBA에서는 종료 5분을 남긴 상황에서 점수차가 5점 이내인 상황을 ‘클러치 상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클러치 상황이 도래하면 긴장감은 상당히 높아지고 포제션 하나하나는 신중해 지기 때문에 경기 페이스는 느려지는, 마치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을 보는 것처럼 쫄깃해진다.
그리고 이번 시즌, 클러치 상황 최강자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 폴이다. 현재까지 클러치 총득점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폴은 물론 총득점에서는 경기 수의 도움을 받기는 했다.(올 시즌 가장 많은 클러치 경기를 펼치는 팀이 OKC) 하지만 이 총득점보다 놀라운 것이 바로 클러치 상황에서 폴의 효율성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수비가 거세지는 클러치 상황이 되면 효율성이 낮아지는 반면, 폴은 오히려 클러치가 되면 효율성이 올라간다. 올 시즌, TS% 60.9%를 기록 중인 폴은 클러치 상황에서는 이 수치가 67.8%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이는 클러치 상황에서 최소 50개 이상의 슛을 시도한 27명 중에서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샬럿 호네츠의 테리 로지어로, 그는 70.6%의 TS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지어는 본인 클러치 퍼포먼스와 별개로 팀을 승리로는 많이 이끌지 못하고 있다. 클러치 상황에서 샬럿의 성적은 16승 17패, OKC의 29승 13패에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폴의 클러치 퍼포먼스가 역대급이라는 것을 조금 더 시각적으로 보기 위해서 나(필자)는 클러치 스탯이 본격 집계되기 시작한 96-97 시즌 이후로 클러치에서 가장 많은 야투를 시도한 매 시즌 15명씩을 뽑아서 아래와 같이 차트를 만들었다.
몇몇 시즌은 15위가 공동인 관계로 몇 명 더 들어가서 이 차트에 들어간 것은 총 372명이다. 이 372명 중 폴은 3위이며 폴 위에는 로지어, 그리고 06-07 시즌 유타 재즈 소속으로 뛴 메멧 오쿠어(68.4%) 뿐이다. 하지만 폴이 이 둘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폴은 거의 모든 클러치 상황 슛을 본인이 만들어서 쐈다는 것이다. 성공한 야투 중 어시스트 받지 않은 야투의 비율은 폴이 91%, 로지어는 53%, 오쿠어는 24%에 불과하다.
5월에 35세가 되는 폴은 당연히 20대의 팔팔한 운동능력은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속공 상황에서 짐승 같은 운동능력으로 질주하고 미친 듯한 스피드로 수비를 따돌리는 등의 드라이브 인은 기대하기 힘들다.(시도도 많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NBA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답게 속도 조절을 통해 수비를 요리한다. 그리고 클러치 상황에서는 어차피 속도로써 수비를 무너뜨리기는 상당히 힘들다. 수비수들이 타이트해지고 돌파 레인을 봉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클러치 상황에서는 미드레인지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진다.(플레이오프나 파이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현역 최고의 미드레인지 플레이어, 폴의 가치가 클러치 때 더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폴은 미드레인지에서 슛 성공률 53.9%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미드레인지에서 최소 100개 이상의 슛을 시도한 77명 중 1위에 해당한다.(2위 – 크리스 미들턴 : 52.3%)
미드레인지 지역을 온통 붉게 만든 폴의 이 슛차트는 골밑 or 3점에 특화된 현 NBA 트렌드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클러치 1옵션 역할을 수행하게 될 폴이기에 이러한 미드레인지 지역의 효율이 더 반갑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 동안 미드레인지 지역에서 최소 야투 30개 이상을 시도한 20명 중에서 성공률 TOP 5를 꼽으면 그 중 4명이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팀 소속 선수이다.
18-19시즌, Playoff 미드레인지 야투 성공률 TOP 5(최소 30개 이상 시도 기준)
1위 : 스테픈 커리(37/72, 51.4%)
2위 : 케빈 듀란트(45/91, 49.5%)
3위 : 카와이 레너드(58/118, 49.2%)
4위 : 니콜라 요키치(16/34, 47.1%)
5위 : CJ 맥칼럼(35/77, 45.5%)
* 크리스 폴 : 11/24, 45.8%를 기록
수비 입장에서는 미드레인지에서 엄청난 고효율을 자랑하는 크리스 폴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그 지역에 접근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록이 바로, Non-슈팅 파울(슈팅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얻은 파울) 개수이다. 폴은 이번 시즌, 총 94개의 Non-슈팅 파울을 얻어내고 있는데, 이는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이것도 역시 차트로 보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X축이 슈팅 파울, Y축이 Non-슈팅 파울이며 Non-슈팅 파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크리스 폴이 유일하다.(하든과 안테토쿰보의 압도적인 슈팅 파울 비율..) 2000년 이후 폴보다 Non-슈팅 파울을 많이 얻어낸 선수는 없다. 즉, 상대 수비들은 그만큼 폴의 미드레인지 게임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폴의 이런 퍼포먼스 뒤에는 강력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OKC가 자랑하는 클러치 라인업인 폴 – 데니스 슈로더 –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 다닐로 갈리날리 – 스티브 아담스 라인업은 5명 모두 득점에 언제든 가담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써 상대 팀들은 폴에게 더블 팀을 가기도 힘들다. 이 5명이 함께 뛸 때 이들은 100포제션당 +29.9점의 마진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최소 100분 이상을 함께 뛴 91개 라인업 중 1위에 해당한다.
이번 시즌, 100포제션당 득실 마진 5인 라인업 TOP 5(최소 100분 이상 뛴 기준)
1위 : 폴 – 슈로더 – SGA – 갈리날리 – 아담스(OKC) : +29.9
2위 : 론조 볼 – 즈루 할러데이 – 브랜든 잉그램 – 자이온 윌리엄슨 – 데릭 페이버스(뉴올리언스) : +26.3
3위 : 리키 루비오 – 데빈 부커 – 마이칼 브릿지스 – 켈리 우브레 – 디안드레 에이튼(피닉스) : +20.2
4위 : 브루스 브라운 – 루크 케나드 – 토니 스넬 – 블레이크 그리핀 – 안드레 드루먼드(디트로이트) : +19.6
5위 : 벤 시몬스 – 퍼칸 코크르마츠 – 제임스 에니스 – 토바이어스 해리스 – 알 호포드(필라델피아) : +19.6
이번 시즌 폴의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나이를 잊은’ 퍼포먼스이며 휴스턴에서 Max 계약 이후 항상 따라다니던 의문부호도 느낌표로 바꿔가고 있다. OKC는 폴이 코트에 있을 때 100포제션당 +6.7점, 폴이 벤치에 있을 때는 –6.7의 마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13.4의 차이는 1,000분 이상을 소화한 모든 선수 중 1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이다. 이 정도의 코트 내 존재감으로 15-16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올스타 무대에 복귀한 폴은 역시 15-16시즌 이후로 끊겼던 All-NBA(당시 2nd팀) 선정까지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정도 건재함을 보인 폴은 아마도 올 시즌이 끝나고 나서 우승을 노리는 많은 팀들(또는 뉴욕 닉스..)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리스 폴의 가장 큰 물음표는 실력이 아닌 ‘건강’이다. 휴스턴에서의 지난 두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상으로 쓰러지고 말았던 폴은 과연 OKC에서는 부상 없이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현재까지는, 팀이 소화한 64경기 중에 63경기를 소화, 몇 시즌만에 이례적으로 건강함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세 시즌 모두 20경기 이상 결장) OKC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의 폴, OKC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건강한 포인트 갓(Point God)이 필요하다.
매니아진으로 모셔야 할 듯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