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 매튜스의 수비열전
경기를 보며 종종 인상 깊은 장면을 움짤로 남기곤 합니다. 나중에 참고하기 위함인데, 썩혀두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네요. 혼자 보고 있기에는 아까운 장면들도 많아서 가능하면 게시판에 올리며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코멘트를 덧붙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수비 관련 영상들이고, 최근 수비력으로 주목받은 댈러스의 웨슬리 매튜스 영상입니다. 오늘 카와이의 수비도 정말 소름돋았지만, 최근 댈러스의 경기에서 매튜스 역시 말 그대로 날라다니는 수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맨투맨 수비는 눈에 직접 보이기에 여기서는 패스하기로 하고, 도움수비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직접 본 경기가 많지는 않아 사용하는 영상이 제한되는 점을 양해바랍니다).
1. 포스트업 수비
저는 포스트업 수비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하나는 위크사이드에서 기습적으로 더블팀을 오는 것, 다른 하나는 스트롱 사이드에서 가드 수비수가 빅맨 포스트업 공격수의 공을 긁어내는 것. 우선 아래 영상 첫번째 것은 스트롱사이드에서 도움수비를 가는 장면입니다.
최근, OKC 전에서 있었던 수비로, 당시에도 팬들 사이에서 꽤 주목을 받은 수비입니다. 이 수비가 왜 주목되어야 하는지는 아래 영상에서 나오는 웨스트브룩의 수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드/윙맨 수비의 핵심 중 하나는 옆으로 오는 공격수의 볼을 긁어내는 일입니다. 보통 digging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볼을 파내듯이 긁는 행위죠. 이 도움수비가 없는 포스트업 수비는 사실상 공격수에 대한 자책골 어시스트에 가깝습니다. 위 화면에서는 수비력이 약한 사보니스가 페이버스를 상대하는 상황인데, 정작 페이버스의 슛시도가 너무나 편안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비의 기본 동선이 도움수비를 가능케 하는 거리유지와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진행된다는 걸 고려하면, 그리고 5인 라인업 자체가 수비 밸런스를 고려하며 조직된다는 걸 고려하면, 웨스트브룩의 도움수비 불참은 사실상 공격수를 돕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구의 거의 모든 수비는 협력수비입니다. 가장 흔하게 전개되는 픽앤롤부터가 이미 좁게는 2대2, 넓게는 측면과 코너의 도움수비를 포괄하는 3대3에서 4대4를 아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드들은 돌파시에 측면 수비수의 디깅을 의식하며 조급하게 두 손으로 볼을 잡아 버립니다. 볼을 잡은 후 죽은 볼을 돌리거나 볼을 잡지 않고 무리하게 가다가 볼을 흘리는 일이 다반사이기도 하죠. 아래는 그 한 사례로 오늘 맥그루더(마앰)가 제퍼슨(클블)의 드리블을 긁어내는 장면입니다. 이런 동작이 없으면 드리블과 포스트업이 너무나 편안해지고, 공격효율은 극단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2. 위크사이드 포스트업 도움수비
포스트업 수비에서 위크사이드 도움수비는 매우 빈번히 일어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하나는 공격수가 위크사이드를 등지고 있어서 헬핑을 오는 수비수가 시야에 잡히지 않기 떄문입니다. 기습적인 도움수비로 혼란을 주기 좋고, 가능하면 발이 빠른 가드들이 뒤에서 돌아 들어가며 볼을 훑어내기도 합니다. 휴스턴의 베벌리가 이러한 수비를 자주, 그리고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편이고(하지만 오늘 경기 중에서 좀 무리한 동선을 취하는 모습도 발견됩습니다), 스몰라인업 기반의 팀들이 대체로 가드/윙맨들의 빠른 움직임으로 활용해 이러한 수비를 많이 합니다.
다른 하나는 공격수들이 위크사이드에 몰려 있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포스트업이 진행될 때 포스트업 공간 마련을 위해 공격수들은 위크사이드로 일제히 빠지는 동선을 취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위크사이드의 좁은 공간에 공격수들이 몰리게 되죠. 대체로 공격수 셋이 좁은 공간에 몰리게 되는데, 이를 역이용해서 수비측은 한 명을 포스트업 더블팀 수비로 보내고, 나머지 둘이 좁은 공간을 지역방어하곤 합니다. 이런 수비를 보통 Gapping이라고 합니다.즉 공격수들 간의 간극(Gap)을 잡아내는 수비죠.
역시 최근 OKC 전에서 있었던 매튜스의 도움수비입니다. 칸터가 화면 상단 쪽으로 가며 포스트업을 칠 때 뒤에서 기습적으로 도움수비를 가는 모습이죠. 볼이 밖으로 아웃되었으니 스틸은 아니고, 허슬스탯상에서 '디플렉션'으로 기록될 듯합니다.
위의 매튜스의 수비는 본격적인 위크사이드 도움수비라기보다 상대 공격수가 이동 중에 일어난 수비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위크사이드 수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래 영상은 올시즌 보스턴의 호포드가 인디애나 전에서 폴 조지를 향해 빠르게 도움수비를 가는 장면입니다. 이 수비의 핵심은 '빠르게, 그리고 공격적으로'입니다.
(보스턴 대 인디애나 전 경기로, 도움수비는 단순히 수비매치업이 불리할 때만 가는 게 아니라, 수비를 공격적으로 하기 위한 컨셉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폴 조지의 마크맨은 탑클래스 수비수 브래들리지만, 그것이 도움수비를 불필요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저는 수비의 핵심을 상대를 트랩에 빠트리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 영상에서 주목할 부분은 도움수비 그 자체뿐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공격적인 도움수비가 가능해졌느냐 하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세 명의 공격수가 좁은 공간에 몰려 있다 보니, 한 명이 기습적으로 도움수비를 가더라도 나머지 두 명의 수비수가 넓지 않은 공간에서 세 명의 공격수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게 됩니다.
위 장면이 포스트업 수비라면, 페이스업 수비의 한 장면을 추가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알드리지의 수비가 굉장히 인상적인 스퍼즈입니다. 카와이가 르브론을 막고, 알드리지가 페인트존 인근에서 도움수비를 가는 장면이고, 이때 데이빗 리가 코너 공격수와 로우포스트 공격수 사이에서 수비동선을 찾아가는 게 인상적입니다.
알드리지는 3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지 않기 위해 페인트존을 미세하게 오가며 도움수비를 조율합니다. 데이빗 리도 코너의 러브를 놓치지 않되, 알드리지의 도움수비로 마크맨이 비는 트탐을 동시에 커버하는 수비를 하고 있죠. 그리고 볼이 화면 아래로 다시 돌 때 자연스럽게 수비 리커버리가 완성됩니다.
3. 픽앤롤 네일맨 수비
상대팀의 사이드 픽앤롤 공격시 수비자들의 일정한 포메이션이 있습니다. 아래 화면에서 자유투라인 인근의 알드리지의 위치를 네일(nail)이라고 하고, 코너 쪽 대니 그린의 위치를 관용적으로 투나인(29)이라고 합니다. 네일은 아마도 자유투라인의 반원이 손톱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투나인은 페인트존 수비가 2.9초까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얼마전 마이애미와의 경기 클러치 장면입니다. 매튜스는 먼저 위크사이드 코너 쪽에 붙박혀 있습니다. 상대 공격은 화면 아래 쪽에서 2대2 게임을 전개하는 중이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수비의 핵심은 상대를 트랩에 빠트리는 것입니다. 드라기치와 화이트사이드가 스크린게임을 하자 노엘과 페럴이 빠르게 드라기치를 감싸는 블리츠 수비를 진행합니다.
이때부터 화면 위쪽 매튜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흥미롭습니다. 먼저 코너 쪽에 박혀 있던 매튜스 쪽으로 반즈가 공격수를 따라 이동합니다. 그러자 매튜스는 반즈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화면 아래 쪽으로 빠르게 내려오죠.
저 코너 쪽이 바로 투나인 지역입니다. 만약 매튜스가 영상에서처럼 스틸에 성공하지 못하고, 화이트사이드가 위크사이드로 패스를 돌리고자 할 때 위크사이드 공격수 둘 사이를 겟투(Get Two, 한 명이 두 명을 커버) 지역방어로 커버해야 하는 선수가 반즈입니다. 반즈가 코너로 가면서 매튜스는 먼저 자유투라인 인근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됩니다. 이 위치가 바로 '네일'이고, 매튜스는 여기에서 더 내려와 화이트사이드를 압박하는 수비를 합니다.
매튜스는 반즈에게 겟투 지역방어를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수비가 훌륭한 것은 빠르게 수비 포메이션을 지시하고, 공격적인 도움수비를 왔다는 점이죠. 클러치 득점이 있다면, 분명 클러치 수비라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그 수비는 공격수들을 잘 따라다니는 수비가 아니라 공격수들을 공격(적으로 압박)하는 수비여야겠죠.
그 외에 인상적인 포스트업 기습 더블팀 수비로는 아래 보스턴의 브래들리의 수비 장면이 있습니다. 더블팀 이후에도 페인트 존에서 박스아웃을 하며 수비를 이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