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 첫번째 (코비 브라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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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9-28 18:09:19
오프시즌엔 늘 이렇게 심심하네요. 야구시즌이라서 야구를 보면 되는데, nba와는 다르게 야구를 보면 늘 선수 욕만해서 성질 버릴까봐 삘 받는 날만 보게 됩니다. 챔피언이 가려지고 선수 이동이 한창인 지금 어떤식의 글이 여러분들과 공유가 가능할지 생각하다 언제나 그랬듯 그냥 제 맘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에 '기술자들'이라고 써놔서 이글이 시리즈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언제든 귀찮으면 그냥 안할수도 있으니 그점 양해 바라면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술자들 첫번째 선수는 Kobe Bryant입니다.
개인적으로 코비는 조던급이다라는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지만, 가장 조던스러운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면 단연 코비가 그 선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리더쉽을 갖췄으며 가장 기본기가 탄탄하고 자기관리가 잘된 선수라는거죠. 또한 조던만큼 인기가 많은 선수인것도 분명하죠. 단언컨데, 조던이 떠난 이후 nba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가장 인기있는 선수는 코비라고 봅니다. 이것 역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내에서야 시즌마다 그때 그때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선수이고, 좀 넓게 세계적으로 보면 르브론도 아직은 코비보다 조금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좋냐 싫으냐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현역 중 가장 유명한 선수인것은 확실하다로 결론 짓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 포스트업
자꾸 조던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되는데, 조던은 동포지션에서도 가장 떡심이 좋은 선수였습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워낙 떡대와 강철같은 몸을 타고나서 포스트업이 위협적인 선수였죠. 조던의 영상을 보면 수비수들을 바보로 만드는데, 그것은 그의 기술과 힘이 동시에 터지면서 수비수들과의 공간이 확 넓어지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찰나에 휙 돌아서 슛 - swish~ - (조던)껌 질겅질겅 ... 트리로 이어집니다.
코비도 비슷하지만, 코비는 조던보다 안정감에서 약간 떨어지는데 이것은 힘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대신 굉장히 예리하고 정교한 맛이 있어서 살짝 살짝 넣는 페이크에 수비수들이 움찔 움찔 거립니다.
힘으로 안밀리더라도 타이밍을 뺏거나 스스로 굉장히 어렵게 던져서 꽂아버리죠.
그래서인지 조던에게 당한것보다 데미지가 큽니다. 뜨면 막을 수 없는 조던의 슛은 그 순간 포기모드가 되지만, 코비는 막았다 생각했는데 그게 들어가버리거든요.
2. 더블펌페이크
슈터들이 무서운 점이라면 패스를 받으면 언제든 바로 슛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준비자세에 있다고 봅니다. 일단 슛이 좋은 선수들에겐 수비수들이 바짝 붙어있게 되는데, 패스를 아예 못받게 하는 수비가 아니라면 어쩔수없이 약간 공간을 허용하게 됩니다. 그러다 슈터에게 패스가 연결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수비수는 긴장모드로 돌변하게 되죠. 슈터의 위력은 슛 모션 한번으로 수비수를 따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슛이 좋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자세와 편안한 상황에서 슛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엄청 긴장하게 되는 거죠. 페이크가 잘 먹히는건 이러한 경우입니다.
드리블 이후에는 그 페이크의 위력이 반감되고 그 순간부터는 소위 말하는 죽은 볼이 되서 어쩔 수 없이 패스가 나가는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코비는 죽은 볼을 살리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입니다. 보통은 페이크를 넣었을 때 상대가 속지 않으면 동료들에게 패스가 나가는것이 대부분인데, 코비는 페이크를 한번 더 넣어서 슛을 날려버립니다. 굉장한 고집이 아닐 수 없죠. 그리고 그런 슛이 들어가고, 수비수는 멘붕크리가 되는...
3. 볼 핸들링
코비는 매우 훌륭한 볼핸들링을 구사합니다. 워낙 1대 1 (아이솔레이션)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할수 있는 자신감은 볼을 잘 다루기 때문 아닐까요? 뱀처럼 유연한 바디 컨트롤도 한몫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볼을 다루는 기술이 좋기 때문에 여타 다른 기술들을 응용해서 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우 좋지만, 한창 다이내믹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의 크로스오버 한방에 떨어져 나갔던 선수들이 수도 없이 많죠.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면 최고의 디펜더 피펜을 제치고 샥에게 앨리웁 패스를 날리던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괴상한 동작들은 모두 코비의 자신감에서 나오는거겠지만, 볼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으니 그런 자신감이 붙은거 아닐까요?
4. 풋워크
농구는 매우 어렵습니다. 바로 망할롬의 피벗 때문에 그렇죠. 축발이 오른쪽이었냐 왼쪽이었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복잡해지는 겁니다.. 우리가 보는 nba선수들의 아름다운 스텝을 따라하다 동네에서 트레블링 많이들 불리지 않으셨나요? 내가 쓰는 기술은 절대 트레블이 아니라며 막무가내로 우겨보셨나요? 혹시 그런 이유가 드림옹이나 코비가 쓰는 괴상한 기술 때문 아니었나요?
코비의 슛페이크에 이은 스핀 샷을 처음 본 순간 너무 빨라서 저게 뭐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저런것이 가능한가 싶었고, 느린 화면으로 아무리 돌려봤어도 트레블이 아니어서 신기하기 까지 했던 기술들이었죠. 이 슛은 오직 코비만이 구사하고 있는 시그니쳐무브가 되었습니다. 모르긴해도 이 기술을 쓰기위해 이 인간이 하루에도 슛을 몇백번 쐈을지 감이 안오네요. 페이크 & 스핀 샷은 코비만의 무지막지한 풋워크가 있어서 가능했을 기술일겁니다. 새삼 풋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군요.
5. 풀업 점퍼
여기서 잠깐!!
혹시 아직도 풀업을 full up으로 알고 계신분이 있으신가요? 몇년 전 2k에 빠졌을 때 어느 유저가 동영상으로 기술 설명을 해주는데, 풀업점퍼를 아주 높게 뛰어 올라서 슛을 쏘는거라고 하는걸 보고 좀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Full up(X) 아니고, Pull up(O)이 맞습니다.
코비는 풀업점퍼 달인입니다. 점퍼 마스터인 코비의 주무기이기도 하죠. 진짜 무서운건 풀업점퍼를 때리는 거리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롱2일 때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선 3점을 풀업으로 마무리 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한번 다뤘던 볼 핸들링으로 상대를 먼저 요리하고 타이밍을 빼앗아 수비수보다 먼저 점프해버리는 기술이죠. 안들어가면 다행인데, 이게 성공률이 장난 아니다 보니 코비를 막을 땐 그냥 껴안아야 될판이죠. 풀업점퍼는 아주 어려운 기술입니다. 정지된 상태에서 세트샷으로 올라가는게 아니라 드리블을 동원해 움직이면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른 기술도 대단하지만 풀업 하나는 진짜 코비가 최고이기도 하고 리그에서 코비만큼 하는 선수가 없다봐도 무방합니다. 뭐 이 기술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는 최고죠.
보셧죠? 이정도해야 수영장 달린 집에서 살수 있는 겁니다. 진짜 이 인간 대단하지 않나요?
기술이라고 거창하게 썼지만, 다섯개로 나눴어도 부족하다 느껴집니다. 그만큼 코비의 기술이 다양한것이겠죠. 지난시즌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지도 모를 만큼의 큰 부상으로 시즌을 남들보다 일찍 끝내야 했던 코비였는데, 다음시즌엔 꼭 다시 볼수 있길 바랍니다. 건강하게 돌아와서 다시금 위와같은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부디 다음편 다른 선수의 글도 쓸수 있길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홈지기님에 의해 2013-07-11 00:31:37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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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저놈의 펌프페이크 3번쯤 하고 그 위로 다시 던지는 거 보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