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사를 구분짓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한 동안 눈팅만 하면서 매니아를 즐기다가 밑에 올라온 서울대 A교수의 기사를 보고 모처럼 글을 적어봅니다. 사실 자기 자식을 논문의 저자에 올린다는 일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고, 어느 정도 공공연하게 당연시 되고 있는 풍조임에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자식이 아니라 친한 교수들끼리도 아무런 이유없이 실적을 위해서 논문에 공저자로 넣어주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워낙 주변에서 논문 데이터 조작, 불공평한 공저자 기입 등의 행위가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교수들은 실제 연구실에서 머무는 시간보다도 밖으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으며, 그로 인해 학생이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주의깊게 관찰하고 지도하기 힘든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풍토는 외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 연구소의 디렉터도 한 달에 실제로 연구소에 머물면서 미팅을 갖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합니다. 그나마 포닥 연구원들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과 피드백을 해가면서 연구를 진행 중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사를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학생들이 명절에도 교수님의 집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명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요. 왜 굳이 명절같은 휴일에도 교수님의 얼굴을 봐야 할까요. 과연 그게 정말 친해서 그런걸까요? 아마도 교수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연구실내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수에게 눈 밖에 나면, 연구 주제 선정 및 학위 지도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불이익을 주곤 했겠지요. 아무래도 학계라는게 굉장히 좁다보니, 한 번 찍히면 앞으로도 계속 정말 힘들어지니까요.
사실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 중 가장 큰 것은, 이 곳이라고 별 반 다르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제가 요즘 경험하고 있는 분위기는 그러합니다. 저는 현재 독일에서, 인도계 미국인 보스과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보스는 나이가 상당히 젊고 (저와 2살 차이납니다.), 꽤 유능합니다. 그치만, 종종 주말에 술을 마시자느니, 밥을 먹자느니, 등등의 문자를 저에게 보내곤 하는데 그게 참 거절하기가 쉽지 않네요. 물론 저한테만 보내는 건 아닙니다. 다른 젊은 학생들에게도 함께 다 같이 놀자는 식으로 연락을 하곤 하는데, 그들에게는 그냥 같은 연구실의 다른 팀에 있는 젊은 리더겠지만 저에게는 보스니까요.
자기 나름대로 뭔가 쿨하고, 친근한 사람인 것 처럼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타지의 조그마한 도시에 혼자 나와서 지내다보니 외로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치만, 적어도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주말에도 맛있는 맥주와 함께 하는 자리에서도 받고 싶진 않습니다. 이제는 저도 냉정히, 그리고 배짱있게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외국에서 공부한지 어언 4년차가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No를 당당히 외치기가 참 힘듭니다.
오랜만에 푸념을 늘어놓아 봅니다. 날씨가 추운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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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