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스 서머리그 vs 호크스 허접 후기
현지 시각으로 2018년 7월 7일, 뉴욕 닉스의 서머리그 첫 번째 경기가 열렸습니다. 상대는 오클라호마 대학의 트래 영이 합류한 애틀란타 호크스였죠. 올 시즌 닉스의 서머리그는 최근 몇 년간을 통틀어 가장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인데, 올 시즌 루키들을 포함해 지켜볼 만한 영건들이 대거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프랭크 닐리키나도 서머리그에는 첫 선을 보이는 것이구요).
서머리그는 made보다 attempt에 포커스를 맞춰 시청하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닉스의 첫 번째 서머리그 경기는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한 판이었다 생각합니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느리고 올드스쿨한 농구를 펼치던 팀이 바로 닉스였는데, 호크스와의 서머리그 첫 경기에서는 굉장히 빠른 템포로 공수를 전환하는 한편 포지션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트렌디한 게임 운영이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에너지 레벨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2쿼터 중반부터 공격을 몰아치던 모습은 정말 신나는 장면이었습니다.
1> 케빈 낙스, 설레발 치게 만들지 마라...
22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멋진 서머리그 데뷔전을 치른 케빈 낙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서머리그의 특성상 무엇을 성공시켰는지 보다는 무엇을 시도했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낙스는 스탯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볼 핸들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 굉장히 자주 보였는데,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직접 드리블하며 상대 수비를 푸쉬하는 것은 물론이고 2:2 플레이를 볼 핸들러로 전개한다거나 드리블을 통해 1:1 공격을 시도하는 등 NCAA 무대에서 자주 보여주지 않았던 패턴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피즈데일의 지시가 있었겠죠. 워크아웃 기간 동안 볼 핸들링 스킬이 너무나 많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에 반해 낙스를 지명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낙스를 어떤 방향으로 육성해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본인의 장점인 off the ball 플레이를 통한 득점 창출 장면도 많이 연출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위크 사이드에서 패스를 기다릴 때, 3점 슛을 노릴 듯 팝 아웃 스텝을 밟는 척하다가 등 뒤로 컷인하며 패스를 받아 득점을 성공시킨 장면이었습니다. 확실히 off the ball 무브먼트는 개인 전술 역량이 이미 제법 괜찮은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외에 오픈 코트 게임을 전개하거나 마무리하는 능력도 탁월했고, 동료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는 즉시 상대 코트로 튀어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슈팅 매커니즘이야 NCAA 무대에서부터 제법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으니 더 말할 필요 없는 부분이구요.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까지 보여줬으니, 경기를 보며 "극성맞은 뉴욕 언론들이 새로운 메시아가 등장한 것마냥 설레발 엄청치겠구나" 싶었습니다.
수비에서는 상대의 스크린 플레이에 스위치로 대응하며 퍼리미터를 막아서는 모습을 종종 보였는데,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였노라 생각합니다. 다만 팀 디펜스를 생각하고 off the ball 플레이어들을 체크할 때에는 정작 본인의 매치업 상대를 놓친다거나, 반대로 본인의 매치업 상대를 쫓느라 on the ball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전혀 체크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시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템포를 쫓아가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인이 능동적으로 플레이에 임할 수 있는 공격 상황에서는 나름 템포에 맞춰 게임에 녹아드는 모습이었는데,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잡아야 하는 수비 상황에서는 게임의 템포와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이 부분은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나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프랭크 닐리키나... 이것보단 더 해줘야...
반면 또 한 명의 기대주였던 프랭크 닐리키나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수비 잘 하는 건 이제 알겠습니다. 맘먹고 트래 영에게 달라붙었던 몇몇 장면들은 "Welcome to the NBA" 소리가 나올법한 퍼포먼스였죠. 하지만 팀의 리더이자 에이스-_-로서의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선배 티를 내면서 많은 장면에 관여해주길 바랐는데 말이죠.
여담인데, 공격 시 바디 랭귀지가 너무 정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정규 시즌 경기들을 볼 때에도 살짝 느꼈던 부분인데, 당시엔 닐리키나의 경험이 부족하기에 생겨나는 장면들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헌데 서머리그에서도 이래버리면 안 될 일이죠. 직접 볼을 쥐고 있을 때의 시선 처리나 어깨/상체 움직임이 너무 정직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쉽게 읽혀버리는 느낌입니다. 좀 더 약아빠진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하네요. 풀타임 NBA 리거답게 한 수 보여줘야죠. 다음 경기는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3> 기타 등등
- 알려진 대로, 닉스의 서머리그 팀은 G리그 웨스트체스터 닉스의 감독인 마이크 브라운이 지휘봉을 잡고 있습니다. 피즈데일은 사이드라인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는데, 경기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큰 소리로 팔을 저어가며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 미첼 로빈슨은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5:5 농구에 아예 적응 못하고 어리바리하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실전 감각이 땅바닥에 떨어진 수준까지는 아니구나 싶었네요. 9득점 8리바운드 4블록슛을 기록했습니다. 2018-19 시즌은 사실상 웨스트체스터 닉스의 주전 센터가 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남은 서머리그 경기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없진 않겠구나 싶었네요.
- 트로이 윌리암스가 NBA 짬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스웩이 넘치더군요. 굿입니다. 데미안 닷슨도 나름 NBA 리거랍시고 침 좀 뱉는 모습이었구요. 닐리키나한테 기대한 것들인데 -_-
- two way contract를 통해 닉스에 합류한 알론조 트리어는 15득점을 기록하며 나름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딱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죠. 에너지 좋고, 열심히 뛰고, 안정성은 다소 부족한...
-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 중에서는 다니엘 셰푸가 눈에 띄었습니다. 골밑에서 리바운드 싸움에 착실히 가담해주고, 은근 시야가 괜찮아서 킥아웃 패스도 잘 빼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좀 더 눈여겨볼까 생각 중입니다 (제가 눈여겨보는 게 무슨~의미가~있겠습니까만...)
- 닉스에서 윌리암스가 NBA 리거로서의 스웩을 보여줬다면, 호크스에서는 존 칼린스가 NBA 리거다운 스웩을 선보였습니다. 잘 하더만요...
- 트래 영은 기대할 만한 것들과, 걱정되는 것들을 고루 보여줬습니다. NCAA에서 돌풍을 일으킬 당시 볼륨 스탯의 상당 부분을 파울겟-자유투 획득 과정에서 얻어냈는데(당시 블로그에 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언급하기도 했었구요), 이 부분이 NBA에서도 통한다면 괜찮은 스탯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게 안된다면 볼륨 스탯상으로는 살짝 힘든 시즌이 될 수도 있겠죠. 이번 경기에서는 12개의 자유투를 얻어내며 21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구요.
- 이외에 영이 NBA에서 NCAA만큼의 득점력을 선보이기 위해선, off hand를 활용한 돌파가 얼마나 유효타로 전환될 수 있는지도 지켜볼 만한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돌파 과정에서 굉장히 터프하게 off hand를 활용하며 공간과 거리를 확보하는 타입인데, 이게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엔 그야말로 아크로바틱 플레이 이외엔 답이 없는 상황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번 닉스와의 경기에서는 나름 괜찮은 모습 아니었나 싶습니다.
- 닉스는 바로 내일 유타 재즈와 서머리그 두 번째 경기를 갖게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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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될지는 모르지만,
9픽으로 선택해 볼만한 재능이 있었다는 걸 알게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혹 크게 안되면 뭐 할 수 없는거죠 중위픽으로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