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NBA-Talk
/ / / /
Xpert

미친 닉스 vs 랩터스 보고 나서 잡설

 
22
  2659
2021-04-25 22:09:58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한 번 손보긴 했는데 혹시 레이아웃 망가지거나 읽기 불편하게 보이신다면 양해 부탁 드립니다 ㅠㅠ)


뉴욕 닉스가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120:103으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리그 9연승. 이번 시즌 리그 최다 연승 기록을 갱신하며 질주를 계속했습니다. 


닉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득점포를 가동했습니다. 1쿼터 팀 야투율 60%, 3점 슛 성공률 50%. 그 중심에는 랜들이 있었습니다. 랜들은 1쿼터에서만 13득점을 기록했는데, 마치 '일찍 결판내고 좀 쉬자'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2쿼터 들어서 닉스는 공격의 페이스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2쿼터에서는 팀 야투율이 61.9%로 올라갔고, 3점 슛 성공률도 66.7%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정도면 체감상 '던지면 들어간다' 수준으로 밀어붙인 셈인데, 랩터스와의 점수차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닉스는 3쿼터 들어서도 팀 야투율 50%를 기록하며 끊임없이 랩터스를 두드렸지만, 점수차가 벌어지는 커녕 역전을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두드리고 두드려도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실책이었습니다. 랩터스는 닉스의 볼 핸들러를 상대로 순간적인 더블팀을 가하며 압박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볼 무브먼트가 매끄럽게 연계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간 닉스가 즐겨 사용했던 크로스 코트 패스가 커트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엘프리드 페이튼 마저 '그날(=농구고 나발이고 세상 귀찮다는 듯 경기에 임하는 날)' 모드를 선보이며 팀 전체가 탄력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수비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닉스는 랩터스 선수들에게 수많은 오픈 슈팅 찬스를 허용했습니다. 사실 닉스는 전반적으로 오픈 슈팅 허용이 많은 축에 속하는 팀입니다. 후반기 들어서 많이 나아졌지만, 전반기엔 오픈 3점 슛 허용 개수가 리그 수위급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에 의한 결과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허용한 오픈 찬스들은 랩터스의 볼 무브먼트를 쫓지 못해 허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순간순간 티보듀가 뒷목을 잡는 모습-_-이 보이기도 했고...).


이 두 가지 포인트들은 공통적으로 체력 저하라는 지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티보듀가 선수들을 혹사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현재 닉스에서 '혹사'를 운운하며 걱정할 선수는 줄리어스 랜들 한 명 정도고(이번 경기 전까지 총 플레잉 타임 2,212분으로 리그 1위, 경기당 평균 출장 시간 37.5분으로 리그 1위), 경기당 34.3분을 뛰고 있는 RJ 배럿을 제외하면 30분 이상의 플레잉 타임을 기록 중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냥 지칠 때가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그 일정 자체도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전반기 대비 터프한 매치업도 많았고, 팀 컬러의 특성상 매번 서로를 쥐어짜는 진흙탕 경기를 치르는 중이기도 하고, 주력 로테이션 멤버 중 벅스가 부상 이탈 중이기도 합니다. 앞서 8연승을 기록했던 경기들 중엔 연장 승부가 3차례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충분히 지칠만 하죠. 


하지만 경기 내내 닉스가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춘 팀이란 느낌을 받고 있었기에 '어떤 형태로든 한 번만 흐름을 타면 될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닉스가 3쿼터 후반~4쿼터 초반에 걸쳐 18-3 run을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노엘이 두 포제션 연속 멋진 블록슛을 성공시키며 팀 전원의 수비 집중력이 확 올라왔고, 데릭 로즈가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리며 중장거리 슈팅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이후 로즈의 패스를 받은 오비 토핀이 경기 종료 9분 여를 남기고 3점 슛을 성공시키며 16점 차까지 점수거 벌어졌고, 밴블릿과 시아캄이 3점 슛을 터뜨리며 잠시 점수차를 좁히긴 했으나 곧이어 배럿이  연속 7득점에 성공하며 사실상 게임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킹리어스 갓들


랜들의 기세가 장난 아닙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는 중이기에 '지금껏 지켜본 랜들의 모습 중 최고'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정도 표현으론 좀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팀의 에이스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최근의 기세는 정말로 대단합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시작과 함께 코트 전방위에서 슈팅을 터뜨렸는데, 랩터스 수비진이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두에 '경기 내내 닉스가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춘 팀이란 느낌을 받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랜들의 존재였습니다. '이번 경기는 왠만해선 안 지겠다, 왜? 어지간한 점수 차는 랜들이 뒤집을 수 있을 테니까'라는 확신을 경기 내내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 닉스 선수들도 그렇지 않았을지.


지난 시즌의 랜들은 비효율적인 플레이의 대명사 같은 유닛이었습니다. 허나 이번 시즌의 랜들은 닉스의 에이스이자 리더로서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 한 시즌만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준 선수가 몇 이나 있었던가 싶습니다. 


지금 기세로 시즌이 마무리 된다면 당연히 ALL NBA 팀에 이름을 올릴거라 봅니다. 1st냐 2nd냐 3rd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제 기억이 맞다면, 닉스 소속으로 ALL NBA 팀에 이름을 올렸던 최후의 선수는 2012-13 시즌의 카멜로 앤써니(2nd)입니다.


시나브로 20+득점, RJ 배럿


전반전 : 5득점 3리바운드

후반전 : 20득점 9리바운드


배럿은 정말로 전반을 버리는 컨셉인 건지, 이번 경기에서도 조용한 전반 + 불타는 후반을 보냈습니다.


터프하게 몸싸움 펼치며 수비에 공헌했던 부분들도 그렇고 중요한 리바운드를 다수 잡아낸 것들도 그렇고, 득점이 아니더라도 팀에 공헌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선수라는 점이 배럿의 매력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배럿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 바로 진성 닉스 팬 출신이라는 거.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처럼 여러분의 응원을 등에 업고 MSG에서 플레이할 때면, 상대팀은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며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경기 중에도 팬들에게 기립 박수를 유도하는 등 '성공한 덕후'의 모범된 자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이러니 닉스 팬들이 예뻐할 수 밖에요!


(토핀아, 너도 어서 성공하자)


회춘, 데릭 로즈


랜들이 워낙 어마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다가 닉스 팬들의 편애를 잔뜩 받고 있는 배럿의 존재 때문에 조금은 포커스에서 빗나가 있지만, 연승 기간 중 데릭 로즈가 보여준 퍼포먼스도 상당했습니다. 랜들과 배럿을 '닉스의 원투펀치'라 부르기 시작한 요즘인데, 좀 더 시야를 넓히면 로즈까지 포함해 '닉스의 Big 3'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멋진 활약 중입니다. 


로즈의 '드라이브 앤 킥'은 NBA 데뷔 전부터 유명한 무기였습니다. 멤피스 대학을 NCAA 파이널까지 이끌었던 무기고, 본인이 NBA 최연소 MVP가 됨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한 무기입니다. 


장거리 슈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최근의 리그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킨 뒤 오픈 3점 찬스를 만들어주는 로즈의 '드라이브 앤 킥'은 여전히 팀에 큰 힘이 되는 무기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드라이브 앤 킥'이 제 위력을 발휘하려면 상대 1선 수비를 찢고 돌격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돌격의 끝에서 스스로 페인트 존 득점을 성공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 수비가 페인트 존으로 집중되고, 비로소 코트 어딘가에 오픈 3점 찬스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이번 경기에서 로즈가 보여준 모습이 그랬습니다. 1선 수비를 찢고 들어가 플로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을 성공시켰고, 랩터스 수비가 로즈를 견제하기 위해 페인트 존으로 몰려들면 오픈 찬스를 잡은 동료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성공시켰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느 정도 가시화 된 지금, 로즈의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거라 생각합니다. 더욱 빡빡하고 터프해질 상대의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 균열을 활용해 동료들의 득점을 도울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로서 닉스의 공격을 리드해야 할 테니까요.


언제나 부상 조심.


기타 잡설


- 너렌스 노엘이 순간순간 보여준 수비 존재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긴 시간을 플레이하진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블록슛을 성공시키며 랩터스의 예봉을 꺾었습니다. 


- 타지 깁슨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오른쪽 눈이 굉장히 불편해보이는 모습이었는데, 고글을 낀 채 코트에 나와 20분 가까이 플레이하며 페인트 존을 지켰습니다.


- 이 와중에 정식 계약 맺었다는 노벨 펠은 어디에...?


- 오비 토핀이 3점 슛을 3개 성공시키며 9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여전히 팔랑팔랑 종이 인형마냥 '근력 부족+요령 부족'을 온 몸으로 보여주며 정신 없는 수비를 보여줬지만, 워낙 팀의 분위기가 좋은 데다가 슈팅을 성공시킨 장면들도 기세를 올리기 딱인 상황들이어서 기분 좋게 뛰다 들어갔습니다(?).


- 경기 끝나고 생각해보니까 케빈 낙스 출장 시간 잡아 먹는게 토핀이 되어버린...?!


- 랩터스가 너무 빨리 경기를 던져버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차피 정규 시즌 승률보다 로터리 지명권 순번이 더 중요한 상황이고, 좀 더 물고 늘어졌다 한들 경기를 뒤집진 못했을 거 같지만, 그래도 팬들에게 좀 더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최소한 2~3 포제션 만이라도 더 해보고 경기를 던졌어야...(기냥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


- 앞선 호크스와의 연장 접전이 끝나고, 티보듀가 선수단에게 휴가를 줬다고 합니다. 훈련하지 말고 휴식을 취한 뒤 팀에 합류하라 했다는 군요. 티보듀가 쉬라고 할 정도면, 확실히 선수들이 지치긴 지친 상황인가 봅니다. 


- 근데 함정은 몇몇 선수들이 안 쉬었다는 거. 랜들이 '감독님이 쉬라고 했지만 난 개인 훈련하러 갈 거임. 이게 내 컨디션을 관리하는 방법임. 니들은 니들이 알아서 해'를 시전했고, 다수의 젊은 선수들이 우르르 따라나섰다고. 


- 배럿, 토핀, 퀵클리 유력. 낙스랑 닐리키나도 따라 갔으려나.


- 훈훈하긴 한데, 쉴 땐 좀 쉬어야 합니다. 특히 랜들. 플레이오프가 목전인데 컨디션 관리 잘 해야죠. 

7
Comments
2021-04-25 22:22:07

랜들 바렛이 지칠만한데 컨디션은 여전해서 놀랍네요.

4번 시드 먹으면 빅3를 2라운드에서 만나니 욕심이 나긴 날겁니다.

아무튼 연승을 즐기렵니다.
선즈 잡고 두자리 가자

2021-04-25 22:33:13

줄리어스 '더 시저' 랜들. 진정한 리더로 거듭났네요

배럿도 터지고 퀴클리도 잘 뽑았고 정말 잘 풀리는 시즌이네요.

2021-04-25 22:33:49

피닉스는 내일 브루클린이랑하고 다음날 바로 뉴욕이랑 붙는데 기세로 봐선 압도당할거 같아서 벌써 불안하네요

2021-04-25 22:37:49

랜들은 휴가받아도 이미 '그'의 멘탈리티가 자리잡고있군요. 대단하고 자랑스러운걸요?

 

로즈는 생각 이상으로 패스를 적재적소에 잘 빼주는 덕에 정말 든든합니다. 전 솔직히 미드레인지 게임을 가장 기대했는데 패싱센스 좋네요.

 

노엘은 요즘 블락하이라이터네요. 진짜 장기계약 제시할만합니다. 오클에서 놓친 기회 다시 잡아야...

 

바렛은 뭐....성공한 닉스팬의 표상이죠. 솔직히 좀 부럽네요.

 

혹사...혹사는 솔직히 올 시즌 닉스에겐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였습니다. 이정도 순위를 위해선 강제적이라고밖에 못하겠네요. 좀 덜뛰면 7~10위 사잇대로 들어갈테지만, 덜 뛰고 싶어하는 선수는 리그에 없죠.

2021-04-26 00:26:42

꼰대가 꼰대를 키웠네요... 진짜 랜들 지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라도 젊은 선수들 이끌고 잘나가는거 보니 좋습니다.

Updated at 2021-04-26 00:51:40

멋지네요. 이렇게까지 잘하면서 리더십있는 선수가 될 줄 몰랐는데 멋집니다.
그 엄청날거라 예상 했던 2014 드랲에서 엠비드, 요키치, 잭 라빈과 함께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었네요.

2021-04-26 03:23:28

오랜 닉스팬으로 요즘 너무 즐겁네요 과장 좀 보태자면 90년대 유잉에라의 팀처럼 끈적한 수비와공격력은 2010년대 초 멜로에라의 닉스를 합친듯
합니다 게다가 주축 멤버들은 다 젊고 워크에틱마저 뛰어나고 팀성적이 좋으니 분위기도 좋고!
픽들은 덤!!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닉스!우리 닉스에 희망이 보이는 날이 드디어 왔습니다

den
lal
15:30
 
6522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