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배런왕
때는 바야흐로 2년 전인 2008년 4월 14일. 덴버와 8번 시드를 두고 유례 없는 막차 싸움을 벌였던 워리어스는 선즈와 원정 경기를 가진다. 전날 덴버가 경기를 이김에 따라 0.5게임차 뒤져있던 상황 (워리어스의 당시 성적은 48승 32패).
자세한 내용은 이쯤에서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배런왕은 의미 없는 점퍼만 날리다가 20분도 안되는 출장 시간에 후반전에는 거의 뛰지도 않았고 워리어스는 4쿼터에 역전패를 당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 할 기회를 놓친다.
이 게임이 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는 이쯤에서 생략하고 그 다음날 어떤 루머가 떴냐하니, 스티븐 잭슨, 맷 반즈 그리고 배런 데이비스는 팀의 운명을 결정 짓는 피닉스와의 원정 경기 바로 전 날 밤새도록 술판을 벌였고, 당연히 게임 당일날 제 콘디숀이 아닌 상태에서 게임을 치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왜냐하면 4월 13일은 배런왕의 생일이였거든.
생각해보면 천금 같았던 기회를 얻었던 06-07년과 그 모멘텀을 이어 나갈 수 있는 07-08년이 너무나 중요했다. 제이슨 리차드슨이 있었으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은 잊자. 브랜든 라잇은 정말 투자 할만 했던 유망주였다. 당장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가고 말고를 떠나서, 악몽 같았던 십 수년간의 선수와 프런트진의 삽질을 뒤로 하고, 제대로 돌아가는 프랜차이즈를 만들 수 있었던 그런 기회였단 말이다. 난 그래서 07년 12월에 워리어스와 계약한 크리스 웨버의 귀환이 그렇게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워리어스랑 대판 싸우고 나가서 전국구 스타가 된 선수가 말년을 워리어스와 함께 끝내고 싶다니! 이런 이야기는 NBA 바닥에 긍정적인 흥미를 돋굴 수 있으며 미래적으로 팀 PR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그 트랜젝션의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08년 4월 14일 생일 파티를 하느라 술 진탕 마시고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게임을 한 배런왕에 대해서는 지역 칼럼니스트들의 안주감으로 가끔 거론 됬을 뿐이지 생각 만큼 큰 반향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만큼 베이 에어리어에서 배런의 영향력이 컸다는 말이고, 배런에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라는 암묵적인 코드도 있었겠으며, 배런 때문에 프랜차이저인 제이슨 리차드슨까지 버렸는데 팀 입장에서도 당연히 배런과 함께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주 였을게다. 정말 난 그렇게 배런이 클리퍼스로 떠날 줄은 몰랐다.
배런에게는 08-09년에 18밀리언이라는 플레이어 옵션이 있었다. 이 옵션을 포기 했을 때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워리어스 팬들은, 클리퍼스와의 5년간 65밀리언이라는 계약 발표가 뜨자 워리어스는 그 때부터 배런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워리어스에 관계 된 모든 사람들을 찾아 까기 시작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런의 생일파티가 집중적으로 거론 되었던 때가 4월 14일 선즈와의 경기가 끝나고서가 아니라, 배런이 오클랜드에서 LA로 떠날 때 였다.
며칠 후, 워리어스의 부사장인 크리스 멀린이 배런은 워리어스와 계약에 합의가 된 상황이였다는 인터뷰를 터뜨린다. 플레이어 옵션에 3년간 39밀리언을 더해서 총 4년간 57밀리언으로 연장 계약을 성사 시키려고 할 때 즈음 멀린보다 더 위에 있는 세력인 사장 로버트 로웰과 구단주 크리스 코한이 뺀찌를 놓았다는 것이다. 멀린이 로웰&코한과의 갈등이 미디어를 통해 드러났던 시기이기도 하고, 로웰&코한의 입장은 일단 배런이 갔어도 몬태라는 창창한 넥스트 프랜차이저와 we believe 코어의 주축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이상 내년 씨즌에도 할 만 하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몬태의 그 유명한 moped 사건이 터졌다.
얼마 후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스티븐 잭슨에게 3년 연장 계약을 로버트 로웰이 선사한다. (로웰은 구단주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안 짤리고, 사장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난 코한 보다 얘가 더 싫다.)
그리고 곧 잭슨은 트레이드 해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
지금은 새로운 구단주와 (조 레이콥) 또 다른 재능 있는 젊은 선수가 (스테판 커리) 있는 상황이라 배런의 입지가 전혀 아쉬울게 없는 상황이지만, 08년에 배런과 4년 연장 계약을 맺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워리어스에 있었던 배런 데이비스는 루키 계약 씨즌 이후로 가장 몸 상태가 좋았던 씨즌들을 보내고 있었다. 배런이 떠나지 않음으로써 기존 베테랑과의 불화도 없었을 것이며, 워리어스는 06-07년, 07-08년 이후에도 여전히 리그의 관심을 받으며 마케팅 적인 면에서 경쟁력 있는 팀을 구성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긴, 여전히 코한이 주인이였고 로웰이 지휘를 했으니까 또 다른 문제가 돌출 할 수도 있었겠다.
어쨌든 클리퍼스로 떠난 배런왕을 냉소적으로 보지 않았다. 본인이 크리스 멀린의 인터뷰를 믿는 이유도 있겠고, 아무리 보강을 해도 클리퍼스는 클리퍼스다! 란 선입견도 있었겠지만, 배런의 캐릭터 자체가 NBA에서도 흔하지 않는 쾌남 이미지였으니까.
워리어스와 클리퍼스는 나름대로 루징팀이라는 파트너쉽으로 끈끈하게 묶여 있는지라 클리퍼스가 워리어스보다 잘 안 나가길 바랬는데... 막상 정말 잘 안나가기 시작하고, 배런이 워리어스 시절과는 다르게 전혀 힘을 못 피며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니까 많이 마음이 아팠었다.
그리고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내 기억이 맞다면, 05년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호네츠 감독 바이런 스캇과의 불화로 워리어스에 제 값어치도 못 받고 팔려온 선수가 배런왕이였다. 6년만에 다시 마주치는 즐겁지 않은 동창회.
배런이 워리어스를 나간것, 아님 워리어스가 배런을 내 보낸것, 이 두 이야기중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진 아직도 미스테리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 결정 이후로 둘 다 힘들다는 것이겠다. 4월 14일의 경기가 그래서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