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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나를 기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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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7 23:30:27

제가 방금 올린 영상은 젊은이들보다 나이든 분들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나이드신 어머니들이 영상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몇차례 경험했습니다. 물론 자연의 섭리일 뿐 도덕적으로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https://youtu.be/CbcJZoYwhgM


뻐꾸기는 암수 모두 단독생활을 하며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작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한국의 뻐꾸기들은 뱁새라고 불리는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둥지를 주로 이용합니다. 뻐꾸기는 오래 망을 보다가 뱁새 부부가 둥지를 비운 틈을 타 얼른 둥지 속으로 날아들어 알을 낳는데, 몸을 흔들어 알을 낳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뻐꾸기가 거기에 하나의 알을 낳고, 숫자를 맞추기 위해 뱁새의 알 하나를 물고 나옵니다. 뱁새 부부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알을 돌보지 않거나 치워버리기에, 어미 뻐꾸기는 둥지 속 뱁새의 알들을 모두 제거하는 일을 알에서 깨어날 새끼 뻐꾸기에 맡기고 또 알을 낳기 위해 다른 뱁새의 둥지를 찾아갑니다.


신기하게도 뻐꾸기가 뒤늦게 낳은 알은 뱁새의 알들보다 일찍 깨어납니다.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상태이지만 헤라클레스 같은 힘을 발휘해서 마치 등짐을 지듯이 뱁새의 알을 등에 얹어 하나씩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립니다. 뻐꾸기 새끼의 등 구조는 사람의 손처럼 물건을 올려놓기 알맞은 형태입니다. 둥지가 너무 깊어 알들을 밀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뱁새의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났을 때, 시간을 두고 하나씩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립니다.


뻐꾸기는 뱁새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크고 식성이 좋아서 뱁새 부부가 노예처럼 일해서 먹이를 가져다줘야 온전히 자랄 수 있습니다. 뻐꾸기 새끼는 먹이를 더 얻어먹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크게 울며 어미새를 재촉합니다. 실제로 뻐꾸기 새끼 한 마리 울음의 진동은 다섯 마리 이상의 뱁새 새끼들이 함께 울 때에 나는 진동과 유사할 정도로 급하고 크게 울립니다. 어미새의 먹이를 받아먹는 순간에도 있는 힘을 다해 둥지에 있는 뱁새 새끼들을 밖으로 밀어내는데, 어미새는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에 바빠서 자신의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밀려 죽는 것에 속수무책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뱁새 부부는 사람이 도저히 이르지 못할 경지인 ‘원수를 사랑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원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속아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요.


뱁새 새끼들의 생명을 빼앗고 둥지를 점령한 뻐꾸기 새끼는 엄청난 속도로 자라 알에서 깬 뒤 보름쯤 지나면 벌써 뱁새 어미보다 3배나 커지며, 완전히 숨넘어갈 소리를 내며 먹이를 조르기 때문에 뱁새 부부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먹이를 잡아다 뻐꾸기에 가져다주느라 녹초가 됩니다. 뻐꾸기 새끼는 자신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지만 자신의 둥지에서 태어난 것은 전부 자신의 새끼로 여기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뻐꾸기에게 먹이를 물어다 줍니다. 뻐꾸기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고 3주 동안 먹이를 어미로부터 받아먹은 후 둥지를 떠납니다. 그리고 둥지를 떠난 뒤에도 7~10일 동안은 뱁새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습니다.

https://youtu.be/GKH-cL2wXdI


한국의 뱁새들이 모두 바보처럼 뻐꾸기에게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 70~80%의 경우는 뱁새들이 크기와 모양이 다른 뻐꾸기 알을 자기 알에서 구별해내어 쪼아서 깨버립니다. 하지만 20~30% 정도는 구별에 실패해서 자신의 새끼들의 살해자를 자기 새끼로 알고 계속 정성으로 보살핍니다. 만일 뱁새들이 알을 100% 가려내 제거해 버린다면 뻐꾸기는 다른 새를 찾아내 알을 낳을 것입니다. 언제부터 뻐꾸기 등의 새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자들에 따르면 이 새들의 산란시기에 숲에 큰 산불 등이 일어나서 둥지가 타거나 훼손되어서 부득이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미 뻐꾸기의 전격 알 낳기 작전과 아기 뻐꾸기의 밀어내기 전략은 진화가 낳은 치밀한 역사적 프로그램인 것입니다.


사람들도 은유적으로 말하면 각자 자신의 알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 알들을 계속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깨고 나와 나에게 기쁨을 주거나 이득을 제공하리라 기대합니다. 어떤 때는 끼니를 건너뛰고 밤을 새우면서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막상 알을 깨고 나온 것을 보니 지금까지 품었던 알이 내 알이 아니라 원수의 알이었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일까요? 그나마 늦게라도 알게 되면 다행이지만 끝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 먹이를 물어다 준다면 이만한 비극도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뱁새 부부처럼 평생 모르고 살다가 죽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르지만요. 뱁새의 유전자 관점에서 보면 어리석게 속고 이용만 당한 것이지만, 자연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체 수가 위태로운 뻐꾸기의 종족보존을 도와준 선행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사회에서는 교묘하게 위장된 뻐꾸기 알을 자기 알처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더욱 많습니다. 그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타인들이 채워주도록 조작하며, 타인들이 그 길을 가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득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처럼 다수에게 즐거움과 유용함의 장을 마련해주면서 그들로부터 자신의 실속을 최대한 챙기는 부류는 사회에서 용인되고 또 추앙받습니다. 반면에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교묘하게 신도들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아놓고, 그 알을 열심히 품고 있으면 세상의 종말이 왔을 때 구원을 받는다고 속임으로써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뱁새들이 둥지에 있는 자신의 알의 개수에 민감하고, 약 70~80%의 경우 크기와 모양이 다른 뻐꾸기 알을 구분해 내듯이 사람도 살아가면서 각종 의심과 회의를 품습니다. “혹시 나는 지금 뻐꾸기 알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내 삶의 둥지에 나 몰래 누군가가 자기 알을 갖다 놓지는 않았는가?” 우리가 아무리 뻐꾸기 알을 열심히 품어준다 한들 뻐꾸기는 우리 알을 품어줄 의사가 전혀 없으므로, 뻐꾸기 알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가차 없이 둥지 밖으로 밀어낼 것입니다.


영국의 많은 국민들은 ‘유럽연합’을 품으면 품을수록 자신들에게 손해만 가는 ‘뻐꾸기 알’이 아닐까 의심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슬람 난민이라는 ‘뻐꾸기’가 자신들의 둥지로 밀려오는 것을 보고 유럽연합은 뻐꾸기 알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에 반대 의견을 갖는 사람들은 계속 변해가는 새끼의 모습 때문에 그 알이 뻐꾸기의 알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며, 그동안 그 알을 품어서 기르는 데까지 들인 노력을 고려한다면 실수로 자기 새끼를 잘못 버렸을 때의 부담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영국은 국민투표를 단행했고, 다수결에 의해 ‘유럽연합’은 뻐꾸기 알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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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6-27 23:39:50

허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WR
2016-06-27 23:41:18

고맙습니다.

2016-06-27 23:43:32

좋은글이네요. 많은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WR
2016-06-27 23:49:15

고맙습니다. 저는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2016-06-27 23:51:49

첫번째 영상 정말 무섭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2016-06-28 08:47:01

고맙습니다.

Updated at 2016-06-28 00:30:23

뻐꾸기와 붉은머리 오목눈이는 다큐멘터리에 자주 나오는 단골이죠. 다큐를 많이 봐서 반가운 새들을 사회와 함께 만나니 새롭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WR
2016-06-28 08:47:15

감사합니다.

3
2016-06-28 00:31:08

아니 뭐 저런 개새가..

WR
2016-06-28 08:47:47

하하~

1
2016-06-28 00:32:05

꽤 높은 확률로 제거하는군요. 하긴 안그러면 뱁새가 멸종했겠죠.

저는 다른 쪽으로도 우리 사회생활과 겹쳐보여서 슬픕니다.

WR
2016-06-28 08:52:20

한국의 뱁새는 큰 알을 낳는 형질은 도태되고 작은 알을 낳는 형질이 선택받는 진화과정의 결과로 뻐꾸기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알의 크기를 작게 만들었습니다. 버꾸기의 사촌격인 두견새는 국내에서 거의 번식을 하지 못합니다.

2016-06-28 00:40:41

세상에...뻐꾸기의 태어남을 통해 이번 영국의 EU탈퇴를 설명해주실줄이야...
지난글들처럼 자연이 스스로 진화해온 것을 지켜보다가 인간 개개인이 품은 알에 이어 영국이야기에 탄성을 질렀네요. 정말 대단한 글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WR
2016-06-28 08:53:57

영국의 EU 탈퇴는 뒤에 살짝만 언급했는데,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에 대해 훨씬 더 복잡한 심정이지만 글에서는 아주 짧게만 언급했습니다.

2016-06-28 01:02:5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영국민들 중에는 유럽연합이 심지어 뻐꾸기알이더라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아닌가요? 그게 결국은 생태계 전체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아닌가요?
WR
2016-06-28 08:56:21

뻐꾸기 알이더라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 사람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주 소수이고, 브렉시트 반대를 설득할 명분이 되지는 않습니다.

2016-06-28 01:11:00

기가 막히도록 영감을 주는 글입니다. 뒷부분 브렉시트부분을 빼더라도 삶 어느 부분에나 적용되는 격언같은 산문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번뜩이는 새벽이 될 것 같네요.

WR
2016-06-28 08:57:17

고맙습니다.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에 브렉시트를 연결시켜 봤습니다

2016-06-28 01:48:55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WR
2016-06-28 08:57:33

저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2016-06-28 05:43:40

비유가 너무 좋으시네요.

앞으로 영국이 어떻게 될지 아주 흥미롭습니다. 사실 전 안좋은 방향으로 가길 기대하고있습니다.

WR
2016-06-28 08:59:42

고맙습니다. 영국만 홀로 안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우리에게는 괜찮겠지요.

2016-06-28 09:47:48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훌륭한 비유로 저의 머리를 깨우치시네요.

실제로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뻐꾸기의 종이 유지되고 뱁새 역시도 유지되는 걸 보면, 오랜시간에 따른 평균화된 수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게 유지력인 셈이죠.

영국에 대해서는 저 역시 할 얘기는 많지만 참겠습니다. 다만,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할 게 너무 많고, 자연의 기본적인 섭리조차 이해못하는 무지의 존재라는 겁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WR
2016-06-28 12:08:40

뱁새의 알과 비슷한 뻐꾸기의 알일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고, 뻐꾸기의 알과 차별이 되는 알을 낳는 뱁새일수록 기생을 당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얼핏 보기에는 균형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뱁새에게 약간이나마 유리합니다. 뻐꾸기와 같은 과로 우리나라 시조에 자주 등장하던 두견새는 더 이상 한국에서 번식을 거의 못합니다. 아무래도 기생을 피해 살아남는 형질이 널리 퍼지게 되는데, 뻐꾸기 알의 적응적 변화속도가 그것을 따라잡을 만큼 빠르지 못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뻐꾸기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말씀처럼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서 배우고 깨달을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2016-06-28 10:10:17

https://youtu.be/GBTML1zcqQA

어설픈 탁란은 가차없이 버려지네요 흐른 흰자는 간식이 되는군요

WR
2016-06-28 12:09:51

이건 너무 어설프네요. 크기로 봐서는 알에서 깨어나더라도 생존경쟁에서 이길지 의심스럽습니다.

2016-06-28 11:03:16

데몬 베일리 님은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 교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찬가지로 뻐꾸기 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WR
2016-06-28 12:10:06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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