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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업계 돌아가는 것도 게임업계와 아주 유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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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09:23:43

일단 저는 연예인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뉴진스, 민희린님? 당연히 모릅니다

TV도 안보고 유일하게 하는 커뮤니티인 매니아에서도 연예인 관련 글은 클릭을 안 합니다

제가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아는 연예인은 유재석과 아이유 정도입니다

 

근데 회사에 뉴진스 광팬이 하나 있어서 요즘 미친듯이 이 얘기를 하고

어제 무슨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는데 이후 여기도 그 얘기로 도배가 되어 저도 한번 풀영상을 봤습니다

보다보니 게임업계와 완전 똑같네요. 근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전 히스토리를 전혀 모르고 영상 하나로 누가 맞는지는 모르므로 이건 그냥 넘어갑니다

그래서 유사해보이는 게임업계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1. 자회사 구조

보통 대중적으로 알려진 넥슨, NC소프트, 넷마블 이런 회사들은 보통 퍼블리셔라 부릅니다

이런 퍼블리셔는 보통 게임 개발 자체는 주력이 아니고 자회사나 외부에서 사온 게임을 서비스합니다

큰 퍼블리셔 산하에는 스튜디오 또는 자회사 등의 이름으로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근데 항상 자회사들 사이에는 적자와 서자가 있습니다

적자 : 주로 창업자(현재 퍼블리셔 의장)과 같이 오래 일한 가신이거나 친족이거나 등

서자 : 주로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들인데 보통 게임 개발 초기에 투자를 통해 자회사로 영입합니다

       (게임이 대박나면 몸값이 너무 올라서 투자하기도 힘들고 스튜디오도 굳이 투자받을 이유가 없어서..)

 

서자는 아무리 잘해도 항상 뭔가 밀립니다

제일 좋은 IP는 적자주고, 마케팅할 때도 예산이나 타이밍같은 거 적자에게 유리하게 교통정리 해주고

서자가 잘 안되면 알아서 찌그러지니까 큰 문제 안되는데 서자가 적자보다 잘 되면 보통 싸움납니다

서자 입장에서는 내가 잘 되니까 회사에서 날 밀어줘야 되는데

이상하게 본사에서는 계속 견제 들어오고 본사가 밀어주는 적자 쪽만 지원이 가거든요

서자에게는 보상도 이상하게 이핑계 저핑계로 은근 깎고 실적 나빠지면 가차없는데 

적자에게는 실적이 안 좋아도 한없는 관용을 베풉니다

(지분이 80%인데 왜 견제 하냐고 하는데 그건 아래 적어둡니다

 서자가 너무 잘 나가면 탈출의 우려가 점점 커지거든요. 특히 말 안듣는 서자는 보통 제거됩니다)

 

 

2. 본가와 자회사의 관계

많은 분들이 본사가 까라면 까야지 하시는데 그게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삼성 계열사라면 모두 이재용이 삼성의 주인이라 생각하겠지만 게임업계는 보통 이리 생각 안합니다

 

- 그룹 창업자와 같이 창업한 경우 

   > 큰 개발조직이 자연스럽게 자회사가 된 경우로 보통 본사를 큰 형 정도로 생각합니다

 

- 그룹 창업자가 대표를 파견한 경우

   > 개발조직을 새로 세팅했거나 외부에서 사온 개발사 대표를 쫓아내 대표가 없는 경우

      보통 오너의 수족인 인물은 자회사 대표로 앉힙니다. 이 경우 완전 갑을 관계죠

 

- 외부에서 개발사를 사 온 경우

   > 여기 조직원은 모두 이전 대표와 동고동락한 사이라 대부분 자신들을 독립적인 조직으로 인식합니다

     봉건시대에 대영주 같은 개념이고 뉴진스와 민희린 님은 아마 이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 이런 회사들은 대체로 본사와는 껄끄러운 관계이고 본사에서도 자기 사람들이 아니라 함부로 못합니다

 

여기서 까라면 까는 사람은 2번 밖에 없고, 많은 PD/자회사 대표의 성향상 까라면 들이받습니다

(물론 기자회견에서 욕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구요. 보통 자기 사람들 빼서 외부에서 새로 차리죠

 저런 사람들은 투자받기도 쉽고, 나가면 서비스하는 게임이 마비될 수도 있어서 본사도 조심해야죠) 

 

아마 뉴진스의 회사는 3번이다 대표 쫓겨나고 2번으로 전환될 것 같네요

물론 게임회사와는 좀 다른게 규모가 작고 민희린님이 자기 프로덕트를 가지고 온건 아니라

태생적으로 2번의 성격도 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3번 경우에 해당한다 봅니다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나 당사자가 볼 수 있으니 조금 각색을 했습니다)

어떤 개발사가 개발비가 떨어져 큰 퍼블리셔에서 10억의 투자를 받으며 자회사로 전환되었습니다

대신 일반적인 5:5 수익쉐어가 아진 6:4로 수익쉐어를 하는 불리한 계약을 맺었죠

근데 게임을 런칭해보니 대박이 난 겁니다

 

10억은 이제 푼돈인데 계약을 6:4로 하는 바람에 쌩돈 수백억을 상납하는 구조가 된거죠

근데 한번 서자는 영원한 서자라 잘한다고 대접받는 것도 아닙니다

스폿라이트는 적자에게 돌아가고 적자는 S급 연예인을 쓰는데 서자는 B급 쓰라 합니다

 

그래서 자회사 대표가 계약 바꿔달라 난리를 쳤는데 너무 늦었죠. 당사자가 계약했으니

결국 자회사 대표는 회사를 떠났고, 핵심 인력을 모두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 잘나가던 게임도 게임도 망했고, 대표는 이를 갈며 저격용 게임도 냈는데 그것도 잘 안되긴 했습니다

그냥 모두가 lose-lose한거죠 

 

 

3. 왜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일(본사-자회사 분쟁)들이 반복되는가?

이상하게 게임회사가 커지면 대표(개발자 출신)의 측근은 

변호사, 투자자, 구조조정 전문가, 언론인, 자문 이런 사람으로 채워집니다 (IT업계 전체가 다 비슷)

 

게임을 만드는 PD들은 대체로 사회성도 떨어지고 게임 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커져버린 회사에서 경영을 맡기에는 부적당한 사람이 된거죠

 

사실 개발자 출신인 대표 본인도 경영에 좀 부적당한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이런 사람들에게 의지합니다

사회적 비난 받을 때 도와준 언론인, 국감에 끌려나갔을 때 도와준 변호사, 

회사가 한 단계 커지는 큰 투자를 받을 때 다리 놓아준 투자회사 사람,

말 안 듣고 성과 안나는 자회사 정리하고 일 못하는 애들 구조조정 해준 사람, 

게임이 왜 망했는지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줘서 대표가 자회사 깰 때 도와주는 사람

(이 사람들 특 : 잘 되는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거나 제시는 하는 데 어이가 없음)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 나가지만 말 안 듣는 스타PD는 부담스러운 존재입니다

자기들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존재거든요. 몰아내면 거기다 또 자기 사람 꽂을 수 있기도 하구요

보통 PD들은 성격도 이상하니까 약점도 많죠 (성격 무난한 사람은 잘 성공 못하는 듯?)

 

PD들(자회사 대표)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습니다

뭐 하나 만들어본 적도 없고 맨날 골프치고 술마시고 다니며 정치만 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대표 주변을 가득 메우고 뭐 좀 하려고 하면 견제는 엄청 들어옵니다

또 자기는 잘해도 독립법인이라 별로 챙겨주는 것도 없으면서 본사는 보상을 엄청 받아갑니다

 

자기 게임만 성공하면 되는 PD와는 달리 

본사 경영진은 이것저것 다 봐야 하니까 공평하게 잘 해도 욕먹기 쉽니다

근데 보통 공평은 커녕 적자 서자 나누고 말 안들으면 견제하고 하면서 자기 세력 늘리기에 바쁩니다

 

다만 여기서 이 사람을 제거하면 이 게임이 계속 잘 굴러갈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가져야 하는데

놀랍게도 경영진들은 이 건 생각을 잘 안 하더라구요 (어차피 이 게임은 궤도에 올랐음)

게임이 한번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라 끝없는 유지보수, 추가개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건 생각 안하고 매년 매출목표만 늘려잡으면서 해달라는 건 안해줍니다

 

그래서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게임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진들은 다 게임 모르면서 정치만 하는 사람 위주로 채워지고

진짜 게임 열심히 만들어야 겠다 하는 사람들은 다 견제받고 쫒겨나고 하거든요

 

 

물론 저 PD들이 무조건 맞다는 것도 아닙니다

말했듯 그들은 대체로 경영에 부적당한 사람들이고 사회성이 많이 낮거든요

또 회사 정치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킬은 하나도 없고 대비도 안 합니다

그저 나는 일 잘하니까 성과 내니까 의장님이 알아주시겠지 생각하고 살죠

 

가장 좋은건 창업자가 초심을 유지하면서 이상한 사람들 위로 오는거 막고

본인이 교통정리 잘 해주면서 자회사들 잘 데리고 가는 것이겠으나.. 뭐 그런 이상적인게 되겠습니까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재벌되고 나면 그냥 놀기 바쁘고 아첨꾼에 둘러싸여 세상 물정 모르게 되니..

 

이번에 언급된 분 중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분도 있는데

저런 타입들이 계속 여기저기 대표로 불려다니는 거 보면 오너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인 듯 합니다

 


확실한 것은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거고

그런 사람이 통제불능이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민희진님이 이렇다는거 아닙니다. 전 모름)

이 경우에도 찍어누르려고 하면 그냥 공멸인거고 최대한 분쟁을 조정해야 합니다

근데 보면 꼭 이럴때 변호사 출신 임원, 대표 이런 사람이 나서면서 돌이킬 수 없어지곤 하더라구요

 

물론.. 진짜 답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만 최고고 다 내가 혼자 다 한거고 도저히 대화 자체가 성립을 안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쳐내긴 해야 하죠. 애초에 다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도 이래서 회사와 싸움나고 나간 PD가 있었는데 나가서 더 대박쳐서 잘 되더라구요

그냥 이건 인성과 별개로 이 사람 능력이 너무 좋았던거..

 

 

여튼 뭔가 결론이 없는데

어차피 각자의 입장이 있을거고 일반인은 모르는 얘기가 많을 겁니다

다만 민희진님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감도 많이 되고

비교적 유사한 게입업계 굴러가는거 보면서 약간 답답하기도 해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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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2024-04-26 09:35:15

게임업계쪽에서는 이미 하이브CEO가 유명한 사람이더군요. 게임쪽에서는 민희진씨의 입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이 보이네요

2024-04-26 09:36:54

약간 조정하면 업을 떠나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공감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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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09:42:26

업계가 다른데 본인이 아는 세상이 전부인 사람들이 꽤 많아 놀랍더라고요.

2024-04-26 09:45:12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엔터 업계는 잘 모르는데 게임 쪽만 관심 있던 터라 더 재밌었네요. 국내 게임 회사였던 3N중에 2N이 많이 헤메는 중에 일본 간 넥슨만 자사IP 많이 내고있고, 얼마전 피의 거짓을 낸 네오 위즈도 산하의 라운드8 스튜디오가 개발한 터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산하 계열사 구조 알기 쉽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4-26 09:48:15

역시 창의성이 많이 들어간곳은 남다르네요. 저는 지금 보는데 과연 어떨지. 그런데 기자들 참 무례하네요. 후레쉬 그만 터트려달라고 하는데 끝도없고 고함치고

3
2024-04-26 09:54:32

 정독했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유튜브에 머니그라피라고 회계사분 나와서 하는 토크쇼가 있는데 거기서도 비슷한 뉘앙스로 얘기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게임 좋아하는 덕후들은 창업자가 out 되면 제일 걱정한다고 하죠 하하. 재무쟁이들이 ceo 되면 일단 게임을 사지말고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
2024-04-26 10:01:19

 좋은 글을 올리셨습니다.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2024-04-26 10:01:26

잘봤습니다.

업계특성도 있겠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커버린 회사들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것 같습니다.

일개 사원이 갑자기 사장달면 중간과정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못배우고

겉멋만 든 느낌이라고 해야될까요.


2024-04-26 10:07:28

속이 시원한 글이네요. 히트작 하나 나오면 서로 카피해대서 제살깎아먹기 하면서 업계 다같이 망하는 것도 추가해주세요.

“저런 타입들이 계속 여기저기 대표로 불려다니는 거 보면 오너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인 듯 합니다” 여기에도 매우 공감하고요. 외부에서 보면 명확하게 망조만 가져오는 인물들인데 오너 입장에서 반드시 데려오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알고 싶어집니다.

1
2024-04-26 10:13:47

자기손에 피를 안묻혀도 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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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6 10:18:51

뭐 회사까지 안가도 농구 동아리 만들어서 운영해보면 비슷하긴하죠. 처음에 진짜 농구가 좋아서 잘하든 못하든 창단멤버 모여서 회비 모으고 체육관 구하고 으쌰으쌰해서 팀 만들죠.

그 이후로 매번 6-7명 형 동생하면서 키우다고 점점 후배들 끌어들이고 친구 끌어들이고 친목으로 쭉 가다. 이왕 커진거 대회 나가자라는 분위기 시작하고 외부 코치 영입하고 실력자들이 들어오고 말이죠.

보통 이때 동호회도 문제 생기는게 실력자들이 기존의 문화를 이해못하면 그때 분쟁이 생기죠. 예를 들어 회비문제라든가 선수 선발 문제라든가.

그때 팀을 장악하고 있던 회장이나 임원단이 실력자들을 쳐내고 나갈지 아니면 안고갈지 문제가 생기죠.

여기에서 실력자들이 에고가 끝도 없고 감당이 안되면 인간적으로는 친해도 팀 캐미스트리 깨면 배제하죠.

그러면 실력자들이 빡쳐서 자기 친한애들 끌고 나가서 다른 팀을 만들거나. 혼자 나가거나 아니면 순응하고 있거나 이죠.

그런데 하이브 민희진 사이는 돈이 수천억이 걸려있는 상황이니 이 사단이 난거죠.

2024-04-26 10:17:17

엔씨소프트 이야기군요.

참 배울 점이 많은 사례였죠.

 

2024-04-26 11:01:09

생각해보니까 다크앤다커 사건도 하이브가 연결돼있었군요. 지금 하이브 대표가 넥슨출신이네요.

Updated at 2024-04-26 11:11:41

많이 공감가는 이야기였어요.

타 사이트에서도 올려주신 내용하고 같은 부분들이 지적되던데,

업계를 잘 모르는 일반 회사원 입장에서도

사내 정치 돌아가는걸 보면서 공감갔던 바가 많네요.

 

창작자 + 수익을 내려 하는 자 + 그 안에서 사익을 보려 하는자( 대개 그러다 본질을 놓침) 가 합쳐지면

조직이 어느 순간 산으로 가더라구요.

2024-04-26 12:50:28

공교롭게 박지원 대표가 넥슨 출신인 게 재밌네요

Updated at 2024-04-26 13:29:18

그럼 게임업계처럼 짬처리 하려고 했지만 민사장님은 마이크웍도 좋고 미디어도 사용할줄 아니까 안먹힌거겠죠. 그야말로 완전 사회성 떨어지는 개발자랑은 다르죠. 그리고 게임개발자들은 박차고 나가도 금방 일어서지만 엔터테이먼트 종사자는 이미지 나락가면 한계가 있으니 홀연히 일어나서 맞싸웠겠죠

2024-04-26 20:13:32

긴글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 정독했습니다. 이 글을 보니 민희진과 하이브의 상황이 좀 더 이해되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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