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기]클리퍼스 vs 레이커스 (레이커스 입장)
많은 분들이 오매불망 시즌 개막을 기다리셨으리라 봅니다.
첫날부터 올 시즌부터 라이버리 냄세가 나는 LA 더비가 있었네요.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들을 레이커스 입장에서 간단히 써 봅니다.
1. 볼 핸들링 문제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을 해 주셨는데, 르브론이 메인 볼 핸들러로 뛰었습니다. 오펜스 전개 뿐 아니라 아예 하프코트 볼 운반까지 모두 르브론이 수행했습니다.
현재 론도와 카루소가 뛰지 못하는 것도 있었으나, 로스터가 확정되었을 때 주전 1,2번이 AV와 그린이었으므로 예상되었던 상황이라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결과물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르브론의 볼핸들링 보다는 AD의 포스트업이 주 공격 루트였고 르브론이 공을 잡았을 때 공격이 답답해 보인건 오늘 슛감이 영 아니엿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맥기나 하워드가 코트에 있을 때 나쁜 스크리닝과 외곽슛 부재로 인해 골밑 스페이싱이 별로인 것도 있고요)
문제는 상대 프레셔가 있는 가운데 르브론이 공을 운반하는 것이 시즌 운영상 좋은 선택이냐 입니다. 과거 코비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체력적 부담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소 프레셔 상황에서 볼 운반을 통해 르브론이 원하는 지점에서 공격을 시작하며 체력도 아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데 현재 로스터상 그것이 가능한게 론도 밖에 없다는 것이 골치 아파 보입니다.
오히려 볼 핸들링 문제는 르브론이 쉬는 시간이었는데, 쿡이 볼 운반을 하는데 클리퍼스의 좋은 수비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불안해 보입니다. 볼 운반이 안되다 보니 최초 이니시에이팅도 원활하지 못하고 좋은 슛터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오펜스 흐름이 살아나질 못합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론도가 그리워지는 경기였습니다.
과거 페이서스에서 뛰어난 볼 핸들러 없이 오펜스를 전개해 본 경험이 있는 보겔 감독이기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리라 믿어봅니다.
2. 아직 실험중인 로스터
일단 스타팅 라인업은 AV-그린-제임스-맥기니다만, 경기 내내 '이거다' 하는 라인업은 기억이 안 나네요. 뛴 시간만 하더라도 르브론, AD, 그린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출장 시간을 가졌는데, 이른바 공산당 농구로 로스터를 다양하게 돌린다기 보다는 어떻게든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맥기와 르브론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새롭게 구성된 로스터인데다 코칭 스테프로 모두 새로운 상황이라 (게다가 부상까지...) 20 경기 정도는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을것으로 보입니다.
3. AD는 역시 AD. 하지만 시즌 내내 이렇게?
오늘 레이커스 오펜스는 90년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AD가 포스트에서 피드인을 받고 1:1을 했는데, 클리퍼스가 AD의 높이, 파워, 풋워크를 막지 못하더군요. 오늘 25점을 득점했는데 대부분이 이런 공격 루트를 통한 득점이었습니다.
하지만 AD가 순전한 자기 힘으로 자리싸움을 해서 공을 받고, 또 이러다보니 골대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점에서 포스트업을 시작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이는 AD의 체력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샷클락 소모도 심하며 상대 수비수가 대처할 시간이 많아집니다. 64%의 자유투는 이런 공격 방식의 효율을 더더욱 떨어트리고요.
오늘 모습이 단순히 보겔 감독의 실험인지, 클리퍼스 맞춤형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이 안돌기 때문에 (그린을 제외한) 슛감도 죽고 공격 리바운드 참여를 못하기에 사이즈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레이커스 공리 9 / 클리퍼스 공리 11)
AD가 물론 좋은 선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런 오펜스는 플옵에서 필살기 정도로 쓰는것이 어떨까 하네요.
4. 어수선한 수비
위에 언급한 로스터가 정착되지 못한 것과 연결되어 보이는데, 디펜스 로테이션이 별로다 보니 쉬운 득점이나 오픈 샷을 내주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공간 커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오늘 클리퍼스 선수들의 슛감이 조금 더 좋았다면 더 일찍 경기가 끝났을 수도 있었겠네요.
슛을 막는 과정보다 더 눈을 찌뿌리는 것이 리바운드 과정입니다. 프리시즌부터 느낀건데 상대가 슛을 하면 선수들의 움직임이 멈춥니다. 보통은 리바운드 경합을 위한 박스아웃 및 포지션 잡기를 하거나 공을 푸쉬할 준비를 하는데 뭔가 약속된 움직임이 없는지 의욕이 없는건지 모르겠으나 너무 어수선하네요. 프리시즌 때는 골스 빅맨진과의 역량이 크다보니 사이즈로 리바운드를 걷어냈지만 오늘 같이 강팀을 만났을 때 문제점이 더 뚜렷하게 보이네요.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이고, 이제 첫 경기이기 때문에 일희일비 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는 예상했던 바이고, 차라리 클리퍼스 같은 강팀을 만나 문제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 약팀을 탤런트로 압살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예방접종이 될 겁니다.
부상 당한 선수들도 속속 돌아올 거고, 나름 베테랑이 많은 팀이다 보니 잘 추스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네요.
강력한 우승후보팀을 첫경기에 만났고 다음경기도 강팀 유타라 연패가는거 아닌지 걱정이네요
전술상 여러가지 보완이 필요하지만 론도와 쿠즈마가 최상으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