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덴버 시리즈 감상 (3차전까지)
개인적으로 언더독 성향의 팀들을 좋아라해서, 올 시즌 플옵 2라운드에서는 덴버와 포틀랜드 시리즈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정규 시즌 동안 양 팀의 경기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플옵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부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전혀 다른 스타일 간의 충돌
포틀랜드는 릴라드-맥컬럼에게 무게 중심이 크게 쏠려있는 백코트 핸들러 중심의 팀이고, 덴버는 그와는 거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팀입니다. 프론트 코트 핸들러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요키치라는 리그 내 정상급 플레이메이커를 축으로 백코트 자원들이 보다 보조적인 역할에 치중하는 성향이 강한 팀이죠.
이러한 성향은 플옵 들어 양 팀이 취하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 측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nba 공식 스탯에서 나타나는 양 팀의 공격 스타일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차이가 두드러지는 2개 영역과 롤맨 플레이 횟수를 담습니다, 수치는 경기 당 포제션 횟수입니다. PO에서의 기록만을 집계한 내용이구요.)
P&R Handler |
Handoff |
P&R Roll man |
|
DEN | 18.2 (11st) |
11 |
8.7 (1st) |
POR | 27.4 (2nd) |
6 | 6.8 (6th) |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양 팀의 핸들러 활용 및 핸즈오프 구사 정도입니다. 핸들러 활용 면에서는 포틀랜드가 2위(1위 브루클린), 덴버가 11위, 핸즈오프 활용에서는 덴버가 1위, 포틀랜드가 6위입니다.(PO 진출 팀 기준) 가장 핸즈오프 활용도가 적은 팀이 3회 정도 시도한 것을 감안하면, 덴버가 상대적으로 자주 핸즈오프를 구사한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롤맨 활용에서도 당연스레 덴버의 시도가 높은데, 포틀랜드도 적게 시도하는 편은 아닙니다.
포틀랜드가 릴라드-맥컬럼 중심이라는 것은 지난 몇 년 간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들이 많긴 합니다만, 덴버가 요키치를 중심으로 삼으나, 그 방법론이 핸즈오프 중심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요키치가 터치가 굉장히 많은 것 대비 볼소유 시간이 적은 것은 여기에 기인합니다.
이렇듯 스타일이 다른 양 팀이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강점을 억제하려는 시도와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양상이 눈에 잘 드러나는 편이기도 합니다. 덴버 입장에서는 익히 알려진 릴라드의 부족한 트랩 대응력 및 밀착 수비 시 가속을 붙이지 못하는 점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포틀랜드는 집요하게 요키치 스위치를 유도하면서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공격력 대비 수비력이 부족한 것으로 유명한 두 빅맨인 요키치와 칸터의 매치업도 상당히 볼만한 요소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으며, 덕분에 두 선수 모두의 공격 스탯은 시리즈 내내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서 설명해보겠습니다.
2. 포틀랜드의 릴라드-맥컬럼 활용 방식의 차이 / 덴버의 대응
포틀랜드의 두 메인 핸들러인 릴라드와 맥컬럼이 갖는 차이는 positive님의 글에 굉장히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99858)
이번 시리즈에서도 기본적인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릴라드는 하이스크린 셋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상 덴버 수비진을 뚫어내는 데 꾸준히 애를 먹고 있는 반면, 맥컬럼은 특유의 변칙적인 리듬에 이은 플로터를 적극 구사하면서 덴버 수비진을 잘 공략해내고 있습니다.
참조한 위 글과 댓글에서 드러나듯 릴라드는 가속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름값 대비 효율이 썩 좋은 편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덴버에는 토리 크레익과 개리 해리스라는 일대일 전문 수비수들이 자리하고 있어, 릴라드의 폭발력을 상당히 적절하게 억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은 크레익보다 해리스가 릴라드를 전담하는 경우가 두드러지게 많았는데, 릴라드가 저런 식의 밀착수비에 상당히 염증을 느끼는 듯한 장면들이 다수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 경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해리스가 파울아웃을 당했는데, 3차 연장에서 해리스가 코트를 떠난 직후 릴라드가 2연속 드라이빙 레이업을 성공시키며 4점의 열세를 만회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고 봅니다.
분명, 토리 크레익도 좋은 수비수입니다. 다만 해리스 쪽이 사이즈 면에서 릴라드의 속도를 제어하는 데 더욱 강점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토리의 경우는 포틀랜드의 스크린 셋업을 벗겨내는 수비 능력이 더욱 돋보이는 선수라고 보고, 실제로 1, 2차전에서 릴라드를 미드레인지에서 적절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덴버 수비가 릴라드 대비 능구렁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맥컬럼을 상대로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요키치에게 드랍백을 시키지 않는 덴버 수비의 특성 상, 템포 조절을 하며 미드레인지로 진입한 후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맥컬럼은 분명 까다로운 상대입니다.
기본적으로 맥컬럼은 트랩 비슷한 상황이 걸릴 때, 본인이 스텝 조절을 하면서 능숙하게 슈팅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입니다. 위 짤에서도 파이트쓰루해서 들어온 해리스를 미묘하게 벗겨내고 플로터를 올려놓는데, 저 방식이 드랍백을 구사하는 팀이 아니고선 꽤나 까다롭다고 봅니다. 실제로 맥컬럼이 저런 유사한 장면을 1-3차전에 걸쳐 꾸준히 2-3회씩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볼 때, 현 덴버 시스템에게 가장 쥐약인 무브를 맥컬럼이 너무도 잘 해주고 있다고 해석할 법합니다.
분명 이 부분은 덴버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고, 오늘 3차전 경기에서 말론 감독이 간헐적으로 요키치에게 드랍백을 주문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요키치가 드랍백을 할 줄 몰라서 안 한다기보다는 선수의 능력치로 인해 못하는 쪽에 가깝다 보니 그리 효과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팀 스포츠에서는 한 쪽에서 혈이 뚫리게 되면, 잘 안 풀리던 곳에서도 균열이 발생하는 법입니다. 덴버로선 남은 시리즈에서 맥컬럼의 미드레인지 진입을 어떻게서든 제어할 묘안을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덴버 입장에서 또 하나의 불안 요소는 어쨌거나 릴라드가 덴버 수비를 확실하게 공략할 카드 하나를 쥐고는 있다는 겁니다. 하이스크린이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경우, 요키치가 릴라드의 돌파에 그대로 노출이 되며 비교적 높은 확률로 실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머레이가 릴라드에게 수비를 가야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유독 이런 장면이 많이나오는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PNR 핸들러를 중심으로 한 공격의 기대값이 썩 높은 편이 아니란 건데(포제션 당 1점이 안 됩니다.),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될수록 포틀이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있습니다.
3. 어쨌거나 포틀랜드도 요키치를 막지 못한다 - 머레이는 잘하고 있지만, 좀 더 해줘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덴버 공격의 기본철학은 요키치의 간결한 핸즈오프에 이은 나머지 자원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한 찬스 창출입니다.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요키치는 쿼터백을 방불케하는 멋진 디시전으로 좋은 결과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구요.
기본적으로 요키치의 매치업 상대는 칸터 혹은 콜린스인 경우가 많은데, 요키치가 매치업 상대의 수비 방식에 굉장히 유연하게 대응하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취한다는 게 포틀랜드의 난점입니다.
사실상 시리즈 내내 요키치는 공격 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포틀랜드 수비에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부상도 안고 있는 칸터에게 요키치를 확실히 막아내길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구요, 그래서 결국 관건은 머레이가 되리란 생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오늘 경기가 뼈아픈 이유가 요키치는 상수 역할을 잘 해주었지만, 변수였던 머레이가 터졌는데도 졌다는 겁니다 덴버는 4차전을 지면 끝장이기에 엄청 거칠게 나올 텐데 칸터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