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무대에서 보여준 마이클 조던의 클러치 플레이
현 리그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활약하는 날이면 조던급의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는 칭찬이 관용어처럼 쓰이곤 합니다. 과거 경기들을 시청하다보면 조던의 해결사 본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만, 명확한 기록이 있으면 좀 더 와 닿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쉽게도 조던의 클러치 스탯은 96-97, 97-98 시즌을 제외하고는 공홈에서 제공하고 있지 않으나, 저번에 소개해드린 것처럼 조던의 모든 플레이오프 경기를 시청하여 클러치 기록을 집계한 외국 유저가 있었습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76591&sca=&sfl=mb_id%2C1&stx=primeseals
역시나 기록으로 살펴봐도 대단했는데요. 플레이오프 경기들 중에서도 상대 컨퍼런스 최강팀과 맞붙는 파이널 무대 에서의 클러치 스탯 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외국 유저는 파이널 기록은 따로 포스팅 하지 않았으나, 조던의 경기를 시청하는 김에 직접 조던의 파이널 클러치 기록을 집계 해봤습니다. 득점뿐만 아니라 리바운드나 어시스트 등 모든 인게임 플레이를 정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은 "경기 종료 5분전 5점차 이내 상황" 에서 조던의 야투율과 자유투 등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파이널 클러치 경기 수나 출장 시간이 마침 조던과 르브론이 서로 비슷하여 같이 제시해보았습니다. 시대별로 전술도 다르고 룰 상의 차이도 있기에 단순 비교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올타임급 선수로 거론되며 명실공히 팀의 에이스였던 두 선수의 기록을 비교함으로써 득점 볼륨과 성공률을 좀 더 선명하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 조던의 파이널 시리즈 중 97,98 파이널은 공홈 클러치 기록이고, 나머지 시리즈는 경기를 보며 직접 집계한 클러치 기록입니다.
** 르브론의 파이널 클러치 스탯은 공홈에서 제공하는 기록을 합산한 결과입니다.
파이널 5분 5점차 이내 클러치 스탯
조던은 파이널 클러치 상황에서 총 84개의 2점슛을 던지는 와중에 3점슛은 6개(1개 성공)만 던졌습니다. 르브론은 2점, 3점 다 합쳐도(68개) 조던의 2점슛 시도보다 적게 던졌습니다. 클러치 타임 때 팀 전체가 득점한 점수 중 르브론의 득점 비중은 42% 이고, 조던의 비중은 52.7% 로 팀 득점의 절반 넘게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파이널 통산 기록과 클러치 상황에서의 슛 성공률과 득점 비중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파이널 통산 vs 파이널 클러치 기록 비교
둘 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슛 성공률은 파이널 통산 슛 성공률보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파이널 통합 슛 성공률이 48.1%였던 조던은 파이널 클러치 상황에서 45.6%로 감소하였고, 파이널 통합 슛 성공률이 47.2%였던 르브론 또한 파이널 클러치 상황에서 30.9%로 감소했습니다.
또한 두 명 모두 클러치 타임에 들어서 득점 비중이 높아졌는데요. 수비 집중도가 높아지고 파울 콜이 빡빡해지는 클러치 순간에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는 그 팀의 에이스이고, 상대 팀들도 이를 매우 잘 알고 있으니 어쩌면 집중 견제 속에서 성공률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기록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클러치 순간에 조던이 보여준 인상적인 플레이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분량상 본 글에서는 조던의 1차 쓰리핏 기간에서 나온 장면들만 다루고, 다음 글에서 2차 쓰리핏 때의 모습들을 다룰까 합니다.
예전 경기들인지라 움짤의 화질이 좋지 않은 점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91~93 파이널 무대에서 보여준 조던의 클러치 플레이
1. 중요한 순간에 만들어 내는 앤드원 플레이
경기 집중도가 올라감에 따라 수비가 치열해지는 클러치 상황에서 파울을 이겨내고 앤드원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조던은 몇몇 인상적인 앤드원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 91 파이널 1차전
▼ 93 파이널 2차전 속공 상황
클러치 타임 때 부진하며 3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배한 93 파이널 3차전 바로 다음 경기에서 조던은 3차전 클러치 타임 때의 부진을 만회하는 앤드원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4차전 승부처에서 조던의 슛이 실패하고, 이어서 바클리가 덩크를 성공시키며 피닉스는 104:106으로 바짝 추격하는 상황 을 만듭니다.
▲ 이렇게 덩크까지 찍으며 추격의 불씨를 지핀 바클리였으나.. 이후 양 팀 모두 1번씩 턴오버를 범하며 공격기회를 날린 상태에서 시카고 공격시에 문제의 플레이가 나옵니다.
▲ 경기 종료 14초전 바클리를 상대로 한 조던의 앤드원 플레이(104:109)에 바클리는 결국 절망하고 맙니다.
카메라가 좌절하는 장면을 여러 번 비추어주기도 할 정도로 큰 아쉬움을 표했던 바클리입니다. 이렇게 조던에게 직접 당해본 바클리이기에 아래와 같이 "내 앞에서 르브론을 조던과 비교하는 사람이 있으면 찰싹 때려주겠다." 라는 조금은 과격한 발언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youtu.be/w32mG8MIxf8?t=2m44s
(대략 2분44초경부터 관련 장면이 시작합니다.)
2. 코트 끝에서 코트 끝까지
자기 진영 코트에서부터 공을 몰고 와서 단숨에 득점을 성공시키며 클러치 타임 때의 빡빡한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 93 파이널 6차전. 리바운드를 잡자마자 상대 골밑으로 돌파하며 스코어를 2점차로 만드는 장면입니다.
레이업뿐만 아니라 레이커스와의 3차전에서는 동점을 만드는 점프슛 을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 91 파이널 3차전.
경기 종료까지 10초 남은 상황에서 코트 끝에서부터 공을 몰고 온 조던이 동점 점퍼를 꽂아넣는 장면입니다.
3. 1차 쓰리핏 기간의 페이더웨이 점퍼
조던은 1차 쓰리핏 기간에도 클러치 상황에서 수준 높은 페이더웨이 점퍼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슛을 할 때 뒤로 가는데다가 점프도 높아서 컨테스트가 불가능한 슛처럼 보입니다.
▲ 92 파이널 6차전.
조던이 농구하던 시절은 지금처럼 3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공격할 때 공간이 빡빡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 슛 거리가 짧다면 수비 반경은 제한되고, 그렇기에 공격수가 포스트업을 할 때 도움 수비를 적극적으로 가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던은 더블팀이 오면 공을 잠깐 빼주었다가 다시 공을 받아서 더블팀 오기 전에 페이더웨이 점프샷으로 마무리 짓기도 하는 등 더블팀 대처가 환상적이었는데요.
글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입농구(..) 를 직접 시연하는 장면들을 한번 보시죠
▲ 93 파이널 3차전. 더블팀이 오니 공을 한번 빼주었다가 다시 공을 받고 해결하는 모습입니다.
▲ 93 파이널 6차전. 수비수들도 조던이 슛을 쏠 것을 알기에 강하게 압박하나 다시 공을 받고 해결합니다.
▲ 더블팀 오는 것은 생각도 못하게 패스를 받자마자 슛을 쏘는 장면입니다.
3점슛이 제한적인 시대라 빡빡한 코트에서 클러치 상황이면 더욱 더 터프해지는 수비와 더블팀에 대처하는 조던의 판단력은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파이널 시리즈 경기 자체가 얼마 안 되기에 클러치 기준 중 가장 넓은 범위인 "경기 종료 5분전 5점차 이내" 상황을 채택하여 최대한 많은 득점 플레이를 기록하고자 했으나, 아마 더 좁은 범위의 구간을 클러치 상황이라고 명명하고 싶으신 분들도 여럿 계실 겁니다. 저는 이 글에서 특정 상황이 한 선수의 클러치 능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공홈에서 제공하지 않는 조던의 파이널 클러치 기록을 가장 넓은 범위에서 직접 살펴보면 어떨까 하여 득점 유형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참고로 다른 클러치 상황을 봐도 조던의 2점 성공률은 통산 성공률과 큰 차이 없이 여전히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이널 시리즈 통산 2FG% : 49.7%
-> 경기 종료 5분전 5점차 이내 2FG% : 47.6%
-> 경기 종료 3분전 5점차 이내 2FG% : 46.4%
-> 경기 종료 3분전 3점차 이내 2FG% : 50.0%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 글에서는 2차 쓰리핏 기간에 보여준 조던의 클러치 플레이에 대해 다루어볼까 합니다.
파이널 경기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에 최대한 많은 표본을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쓰이는 클러치 상황중에서 가장 넓은 기준(경기 종료 5분전 5점차 이내)을 사용했는데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 기록에 집계하지는 않았으나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4쿼터 장면을 댓글로 추가하겠습니다.
1. 자기 코트에서부터 공을 들고 와서 순식간에 돌파하며 점수 차를 8점차로 벌리는 장면.
2. 블락을 피해서 한번 꺽어(?) 던지는 페이더웨이 뱅크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