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색만연' 레이커스와 '아쉬운' 보스턴t
'희색만연' 레이커스와 '아쉬운' 보스턴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8월 7일 2대3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레이커스는 게리 페이튼과 릭 팍스를 보스턴으로 내주는 대신 처키 앳킨스와 마커스 뱅크스, 크리스 밈을 얻었다. 레이커스는 이번 트레이드로 확실하게 코비 브라이언트를 축으로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된 팀 재건을 선언했고, 보스턴은 당초에 생각했던 리빌딩의 방향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려 향후가 주목된다.
□ 레이커스 → 노장 축출…기대주 대거 천거
레이커스는 페이튼의 기량이 노쇠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물론, 지난 시즌의 페이튼이 온전한 페이튼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몰라 볼 정도로 무뎌진 백스텝으로 인해 젊고 빠른 가드들에게 속절없이 농락 당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하지 않을 이는 없었다. 더 이상 'The Glove'라는 애칭이 어울리지 않았다. 공격에서의 가치 또한 떨어질 데로 떨어졌다. 물론,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구속돼 쓸데없이 자신을 소모해야 했지만, 분명 시애틀 시절의 날카로운 면이 많이 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게다가 코비와의 백코트 호흡도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또한, 코비에 라마 오돔까지 가세,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더 이상 페이튼의 리딩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레이커스는 페이튼과 함께 팍스도 보스턴으로 보냈다. 8년 동안 레이커스와 동고동락 해온 팍스지만 부상에 따른 하향세와 캐런 버틀러, 데븐 조지, 루크 월튼 등의 존재로 설자리가 없어졌다. 페이튼의 트레이드로 인해 칼 말론의 레이커스 잔류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번에 레이커스가 영입한 앳킨스, 뱅크스, 밈 모두 레이커스의 새로운 팀컬러에 부합되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천시 빌럽스의 부상을 틈타 필라델피아를 격침시켜 자신의 주가를 올린 바 있는 앳킨스는 당돌한 스타일이다. 5-11의 신장이 언제나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의 알토란같은 3점슛과 괜찮은 리딩, 그리고 깡다구 있는 플레이는 필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뱅크스도 비록 슛 거리가 짧은 게 흠으로 지적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으며, 1대1 수비능력이 좋아 레이커스가 원하는 백코트 수비를 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앳킨스와 뱅크스는 상대 팀과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코비와 호흡을 맞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센터 요원인 밈은 레이커스의 빈약한 인사이드를 뒷받침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발전 도상에 있는 선수지만, 그 역시 잠재력 하나만은 지켜 볼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트레이드로 레이커스는 페이튼과 팍스라는 노장들을 보내고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팀 재건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에 있었던 노장 선수들이 모두 축출됨으로써 코비가 중심이 돼 팀을 이끌게 됐다. 비록 페이튼을 보낸 것은 네임밸류 측면에서 볼 때 손해일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코비 중심의 팀에 더욱 잘 맞는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평. 재능이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조합으로 레이커스는 여전히 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 보스턴 → 조급한 에인지가 내린 결정
보스턴은 '리빌딩'의 길을 걷고 있었다. 대니 에인지 단장은 보스턴이 인디애나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던 와중에도 드래프트를 대비해 유럽을 다녀오는 등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2003-04시즌 전에 일어난 앤트완 워커, 토니 델크의 트레이드와 시즌 중에 일어난 에릭 윌리엄스, 토니 배티의 트레이드는 베테랑들을 보내고 폴 피어스가 중심이 된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을 하겠다는 에인지의 야심 찬 계획이었다. 지역언론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짐 오브라이언 前 감독과 마찰을 빚어 결국 그를 해고할 정도였지만 그만큼 에인지는 리빌딩에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왜? 가능성이 넘치는 뱅크스, 밈, 앳킨스를 버리고 노장인 페이튼과 팍스를 데려왔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허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유가 없을 리 없다. 15,24,25 순위를 지닌 2004 드래프트에 승부수를 던진 보스턴이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고교생 알 제퍼슨의 지명은 미래를 내다본다는 그의 취지에 부합되지만, 딜론테 웨스트, 토니 앨런이라는 트위너 기질이 있는 비슷한 스타일의 슈팅 가드 두 명을 지명해버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 추후 트레이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아직 단정짓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드래프트는 에인지에게 막중한 부담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지역언론의 좋지 못한 평으로 인해 해고설이 나돌았다는 후문도 있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정이 바로 이번 트레이드였다. 보스턴은 리빌딩도, 챔피언십 컨텐더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단, 성적이 오르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 시즌의 보스턴은 피어스의 고군분투였고, 그의 짐을 덜어줄 만한 선수도 없었다. 앳킨스, 뱅크스와 같은 선수들은 오히려 레이커스에서 빛을 발하지, 빈약한 보스턴에서 빛을 보기란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페이튼의 영입은 반길 만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뱅크스가 아깝기는 하지만, 당장 피어스의 짐을 상당 부분 덜어 줄 수 있는 선수가 페이튼이다. 그러나 페이튼과 피어스 모두 볼 소유에 따라 비례하는 플레이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야기된다. 볼을 오래 가지면서 돌파와 같은 플레이를 통해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페이튼과 직접적인 1대1을 통한 득점을 추구하는 피어스가 상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스턴으로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여기에 리키 데이비스의 존재 또한 불안요소이다. 하지만 페이튼-피어스-데이비스가 서로에게 맞는 팀 플레이를 추구한다면 의외로 이들은 가장 다이내믹한 트리오가 될 수도 있다. 페이튼이 볼 소유를 줄이고 리딩에 전념해 이들의 득점을 돕는 플레이, 아니면 피어스, 데이비스가 슛 셀렉션을 가다듬어 페이튼의 패스를 캐치 앤 슛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거나 하는 플레이 말이다. 데이비스가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리 웰시가 나설 수도 있다. 이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결국 상호보완적인 플레이인 것이다. 아무튼 확실한 것 하나는 페이튼의 합류로 피어스가 막중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벗어 던졌다는 사실이다. 8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팍스는 완연한 하향세에 접어든 선수라, 큰 활약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보스턴의 이번 트레이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철저히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지 못했다는 점은 물론, 몇 년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이 트레이드는 실패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적은 오를지 모르지만,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분명 젊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아쉬울 것이다. 또한 그 이전에 리빌딩을 위해 버려야했던 베테랑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보스턴 입장에서는 그 동안의 계획을 달리해 몇 년 안에 승부를 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 꾸준한 전력 보강이 요구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말이다.
□ '팽' 당한 페이튼
페이튼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해 여름, 1,260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그는 '헐값'인 미드레벨 익셉션(약 490만 달러)에 레이커스로 왔다. 이유는 단지 우승 때문이었고, 그는 우승을 위해 돈을 버렸다. 시즌 중에도 그는 오닐, 코비, 말론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결장하는 와중에도 꿋꿋이 전 경기에 출전에 팀을 홀로 이끌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젊은 애송이들에게 농락을 당하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지난 시즌에 레이커스에서 페이튼만큼 꾸준했던 선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번 오프 시즌에 FA가 될 수 있는 권리마저 포기하며 새로운 레이커스 멤버와 새롭게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지난주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페이튼은 기자회견에서 레이커스와 함께 하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만에 그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되고 말았다. 미치 컵책 레이커스 단장의 말처럼 프로는 비즈니스이지만, 페이튼과 팬들 입장에서는 '팽' 당한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트레이드는 결정 난 일. 오히려 새롭게 보스턴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편이 편할 수도 있다. 레이커스보다는 보스턴이 그를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에인지의 급작스런 결정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페이튼은 다시 녹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NBA.com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Glove Goes Green'이라는 문구처럼, 그는 다시 녹색과 인연을 맺게 됐다. 부디 그가 예전에 녹색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을 재현해내기를 바란다.
미치 컵책과 루디T가 레이커스를 어떻게 변모시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