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가 파이널에서 맹활약하지 못하는 전술적인 이유
커리는 작년보다 더 눈에 뛰는 활약으로 최초 만장일치 mvp를 받으며 백투백을 이뤘습니다. 그의 말도 안되는 3점슛은 nba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며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었습니다. 하지만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며 파이널을 치르고 있는 커리는 작년처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즌 중에 리그를 지배하던 mvp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단순한 3점슈터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주며 팀을 제대로 리드하거나 위기의 순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커리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 부상 여파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수비 견제가 심하다 등 여러가지 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커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적어볼까합니다.
커리가 리그를 지배하는 방식에는 일정한 전술이 있습니다. 농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픽앤롤과 픽앤팝에 의한 플레이가 현대 농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면서도 가장 파괴적인 전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겁니다. 커리는 그 픽앤롤/팝을 이용하여 득점을 창출하는 등의 공격 생산하는 능력이 리그 최고의 선수입니다. 특히, 스크린을 이용한 말도 안되는 거리와 타이밍에서 성공시키는 3점슛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필살기입니다.
3점슛 메이드뿐만 아니라 2:2 공격을 활용한 직접 돌파를 시도해서 골밑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수비수들이 커리를 더 막기 어렵게 만듭니다.
(시즌 중에는 노비츠키처럼 저렇게 수비를 해서 당해도 어쩔 수 없지만 파이널에서는 저런 수비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현재 클블은 스위치시에 이미 노비츠키같은 빅맨들이 커리의 방향을 읽고 커리의 돌파나 3점슛을 시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버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커리는 볼 핸들링도 리그 최고의 선수이기도 하죠. 공간이 있는 상황에서 커리를 대인방어를 할 경우에 그의 뛰어난 크로스오버와 백드리블을 섞은 급격한 방향전환에 수비수들은 멘붕이 오고 3점 라인 부근에서 스탭백을 이용한 빠른 3점슛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상대팀과 팬들은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던지면 안되는 거리와 타이밍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던 그 모습이 팬들이 열광했던 만장일치 mvp의 모습이죠. 하지만 파이널에서 그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우선, 그가 3점슛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리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3점슛을 메이드시킵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동료의 패스를 받아서 성공시키는 스팟 업 샷이나 오프더볼 움직임을 가져가서 상대선수를 따돌리고 패스를 받아 바로 캐치앤샷을 성공시키거나 동료 선수의 스크린을 이용하여 던지거나, 말도 안되는 거리에서 던지거나 직접 드리블과 스텝백을 사용하여 터프샷을 성공시킵니다. 아래는 가장 기본적인 2:2 공격을 활용한 커리의 3점슛 메이드입니다.
보시다시피 동료 선수의 스크린을 받아 커리의 상대선수를 따돌리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타이밍에 재빨리 3점슛을 던져 성공시킵니다. 이 전술이 시즌동안 상대팀들을 괴롭히며 커리가 nba 역대 최고 슈터가 되는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파이널에서는 커리의 기본적인 픽앤롤과 픽앤팝으로부터 발생하는 공격 전술을 원천 봉쇄킵니다.
*동료 선수의 스크린을 이용하여 자연스레 상대선수를 따돌리는 커리
* 스위치하면서 생기는 순간적인 빈틈에 바로 3점슛을 던지는 커리
이 패턴에 의한 신체리듬을 가지고 있는 커리는 상식적으로 어려운 슛이지만 커리에게 가장 쉬운 슛이다.
스크린을 통한 스위치에서 발생하는 빈틈을 잘 공략했던 커리. 일반적인 방어로는 알면서도 막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3점슛 능력덕분에 사기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죠. 실제로 순간적으로 그런 빈틈이 생긴다고 해서 커리처럼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결국 커리의 3점슛을 막기 위해서는 스위치 디펜스를 더욱 타이트하게 붙어서 커리가 3점슛을 시도할 공간과 타이밍을 원천 봉쇄해야 합니다.
* 공을 가지고 있는 커리, 스크린을 하려고 움직이려는 보거트, 커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러브
* 보거트가 스크린으로 어빙을 막아주고 커리는 돌파를 시도한다. 러브는 스크린을 이용하여 커리가 올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며 앞으로 압박을 한다
* 트랩의 위기에 놓였던 커리는 빠른 패스를 선택한다
* 커리&탐슨 미스매치 발생 시 위험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어빙은 도움 수비한다.
* 앞으로 가거나 아래로 갈 수 있던 커리는 앞을 선택하고 결국 더블팀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커리는 3점슛을 메이드시켰다.)
* 공을 가지고 있는 커리, 스크린을 하려고 움직이려는 보거트, 커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러브(첫 번째 상황과 패턴이 동일하다)
* 보거트가 스크린으로 어빙을 막아주고 커리는 돌파를 시도한다. 보통 저 거리에서 3점슛을 시도할 수 있는 커리이지만, 러브는 스크린을 이용하여 커리가 올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며 수비를 준비한다
* 결국 커리는 3점슛을 던지지못하고 외곽으로 빠져 계속 러브의 압박을 받는다.(커리의 3점슛때문에 러브처럼 스위치 디펜스도 타이트하게 해야 한다. 설사 외곽으로 빠져서 중앙에 공간이 생겨도 3점을 허용할바에 2점이 낫다)
* 결국 커리는 러브의 타이트한 수비를 앞에 두고 3점슛을 시도하지만 에어볼이 난다.
*탑에서 위치한 커리, 당연히 동료선수가 스크린하러 움직인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탐슨은 러브처럼 커리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 문제는 여기서 또 다시 발생한다. 보통 시즌 경기라면 탐슨이 앞으로 나오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클블선수들은 커리가 픽앤롤/팝을 이용한 공격력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이미 연구가 끝난 상황이다. 그들은 커리가 공격 리딩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탐슨이 앞으로 압박을 해줌으로써 커리는 먼 거리라도 3점슛을 던지지도 못하고 결국 패스를 돌리게 된다.
* 이번에는 엘레베이터 스크린을 시도하려는 골스. 하지만 클블 선수들은 앞으로 압박을 줘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어빙을 따돌리며 공격을 시도해보려는 커리. 그리고 여기서 포인트는 탐슨이 커리의 움직임과 에질리가 스크린을 해줄 거라는 예측을 하고 움직인다.
* 여전히 3점슛을 던지지못하고 탐슨과 어빙에게 쫓겨 트랩 작전에 걸려 앞으로 패스를 준다.
* 르브론이 패스 할 것을 알고 커팅한 것을 어빙이 볼을 잡으며 턴옵을 유도한다.
* 탑에 위치한 커리, 당연히 스크린 도움이 들어올 것이다
* 에질리의 스크린으로 어빙을 막는다. 하지만 에질리를 막고 있던 탐슨은 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기때문에 재빨리 앞으로 나온다.
* 저 위치에서 타이트하게 압박을 주어야만 커리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클블 선수는 모두 인지하고 있다.
* 탐슨의 압박에 점점 밀려 고전하는 커리. 커리이 움직임을 보며 더블팀으로 트랩작전을 할 것인지 아닌지 예의 주시하는 어빙.
*결국 탐슨의 강한 압박 수비에 커리는 하프라인 근처쪽으로 밀려 반대편으로 패스를 준다. 커리의 3점슛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3점 라인이 아니라 커리라도 3점슛을 던질 생각을 못할만큼의 타이트한 압박을 주어야한다. (지금까지 5차전 1쿼터에서 커리가 탑에서 볼을 받은 포제션에서 벌어진 일들)
위와 같은 압박을 받고 있는 커리로서는 아무리 컨디션이 좋은 날이라도 팬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저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트랩작전이 들어왔을 때 생기는 동료 선수에게 찬스를 제공하거나 어쩔 수 없이 패스를 돌리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저런 상황에서도 3점슛을 어렵게 성공시키거나 찬스가 났을 때 성공시키는 것 말고는 커리가 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골스 입장에서는 커리가 단순한 3점슈터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때문에 그린이나 이궈달라 탐슨 리빙스톤의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커리가 저런 압박을 뚫고 골밑 슛을 성공시키거나 미드레인지로 풀 수 있다면 클블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파이널 시리즈에서 커리는 강한 압박을 버티고 골밑에서 슛을 성공시키며 클블을 괴롭히기에는 상대적으로 체력과 피지컬이 약하다. 근본적으로 여기서 커리와 조던의 파이널 활약이 차이나는 이유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피지컬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도 한 원인이죠.
커리가 조던같은 강골이었으면 이렇게 헤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