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폴, 디안드레 조던의 앨리웁 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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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09-08 03:07:23
안녕하세요.
밑에도 관련 글이 있고 이 게시판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인데, 댓글로 작성할까 하다가 마음먹고 새 글로 포스팅 합니다.
항상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직접 목격한 플레이의 퀄리티, 무언가의 느낌... 물론 그런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앨리웁 플레이 만큼은 정확하게 기록될 수 있는 성질의 플레이 이기 때문에 기록으로서 살펴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난 5년간 앨리웁 플레이를 가장 많이 성공시킨 15팀의 리스트입니다.
오늘의 화두인 클리퍼스가 탑5 중에 무려 4번 포함됐을 정도로 지난 5년간 압도적인 앨리웁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건 클리퍼스를 제외한 다른 팀에는 소위 '일류 포인트가드'가 없다는겁니다. 그나마 너깃츠의 타이 로슨 정도? 로슨이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어시스트 면에서 일류라고 말하기엔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죠. 그 외의 팀들에는 로슨 정도 되는 선수들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오늘의 화두인 클리퍼스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기로 하죠. 클리퍼스에서 앨리웁 마무리를 가장 많이 하는 두 선수, 리그의 대표적인 앨리웁 피니셔 블레익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의 앨리웁 성적표입니다. 먼저 디안드레 조던.
조던의 성적을 살펴보면 앨리웁 시도가 크리스 폴이 합류한 2012년에 49개에서 58개로 늘어난 이후 꾸준히 갯수가 증가함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폴의 도움이 아니라 단지 출장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변화일 수 있기 때문에 48분당 앨리웁 시도갯수를 살펴봐도 2011년 1.15개에서 2012년 1.55개로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이 기록을 보자면 조던이 폴의 합류 이후 앨리웁을 많이 시도할 수 있었던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던의 파트너 블레익 그리핀의 기록을 살펴 보죠.
그리핀의 경우 2012년에 폴이 합류한 이후 오히려 앨리웁이 감소했습니다. 출장시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48분당 시도를 확인해보니 1.03에서 0.96으로 분당 효율도 감소했군요. 심지어 지난 시즌은 출곧 탑5 근처였던 앨리웁 시도가 53위로 떨어집니다.
적어도 블레익 그리핀은 2011년과 2012년을 비교해봐도 그렇고, 지난 시즌들의 추이를 살펴볼 때 크리스 폴 덕분에 쉬운 앨리웁 득점을 쌓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크리스 폴은 디안드레 조던에게는 쉬운 득점을 도와주지만 블레익 그리핀에게는 도움을 주기 싫었던걸까요? 과연 폴은 스스로 앨리웁 찬스를 만들어 빅맨에게 소위 '떠먹여 주는' 패스를 할 수 있는걸까요? 자료 없이는 싸움이 붙을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자료가 있다면 그럴 이유가 없죠.
크리스 폴이 지난 5시즌간 기록했던 앨리웁 어시스트를 정리한 표입니다.
다시 디안드레 조던의 기록으로 돌아가보죠. 조던은 2011년 크리스 폴이 합류하기 전 49개의 앨리웁을 시도해 46개를 성공시켜 시도갯수 리그 5위를 기록했습니다. 크리스 폴이 합류한 2012년에는 58개를 시도해 56개를 성공시켜 리그 1위를 기록하게 된 이후 앨리웁 시도 1위를 놓치지 않았죠.
2011년 클리퍼스의 포인트가드는 배런 데이비스 / 모 윌리엄스였습니다. 2011년 호넷츠의 빅맨은 데이빗 웨스트와 에메카 오카포였죠. 2011년 클리퍼스는 크리스 폴이 합류하기 전에도 앨리웁 1위 팀이었고 뉴올리언스 호넷츠는 리그 29위 팀이었습니다.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위에 등장한 모 윌리엄스입니다. 윌리엄스는 2011년 시즌 중에 캐벌리어스에서 클리퍼스로 트레이드 됩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011년 앨리웁 시도에서 리그 21위를 하는 앨리웁을 하지 않는 팀 중 하나였는데요. 모 윌리엄스는 2011년 캐벌리어스에서 36경기, 클리퍼스에서 22경기를 뛰었고, 2012년에는 클리퍼스에서만 52경기, 2013년에는 유타에서 46경기를 뛰었고 2014년에는 포틀랜드로 이적해서 74경기를 뛰었습니다. 이 네 시즌을 두고 48분당 어시스트 패스를 비교해서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보시다시피 2011, 2012년 클리퍼스 시즌들의 데이터가 튈 뿐, 나머지 시즌들에서 모 윌리엄스는 앨리웁 어시스트를 많이 하는 타입의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2013년 유타 재즈는 전체 앨리웁 시도 14위 팀이었고, 2014년 포틀랜드 블레이저스는 18위 팀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선수에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랜디 포이는 2012년까지 클리퍼스에서 뛰다가 2013년에는 유타 재즈로, 2014, 15년에는 덴버 너깃츠에서 뛰었습니다. 포이의 지난 5시즌 48분당 앨리웁 어시스트 추이를 보시죠.
2011, 12 클리퍼스는 팀 앨리웁 리그 1위, 2013년 재즈는 리그 14위였고, 2014년 너깃츠는 3위, 2015년 너깃츠는 8위였습니다. 너깃츠는 2014년 86개의 앨리웁 시도를 기록했는데 2015년에는 57개 시도에 그쳤습니다. 모즈고프의 이적, 힉슨의 플레잉타임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이의 경우에도 리그 탑급 앨리웁 팀에 가서는 앨리웁 어시스트가 높았지만, 탑급이 아닌 팀에 있을 때는 앨리웁 어시스트 갯수가 많이 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볼까요?
디안드레 조던의 48분당 앨리웁 시도 갯수는 분명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크리스 폴의 어시스트 갯수에는 별로 변화가 없단 말이죠.
그리핀의 앨리웁 어시스트 리그 랭크는 지난 5시즌간 69-55-6-2-2위로 지난 두 시즌 동안은 크리스 폴과 나란히 리그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쭉 적은바와 같이 앨리웁 덩크 시도는 패스를 하는 가드보다는 패스를 받는 빅맨에 좌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리핀이 보다 외곽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디안드레 조던의 페인트존 내에서의 활동반경이 보다 넓어지고 여유로워지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클리퍼스의 앨리웁 시도는 그리핀이 사실상 앨리웁을 포기한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리그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까요.
조금 비틀어서 블레익 그리핀이 만약 보통 팀에 간다면 리그 2위의 앨리웁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팬들이 큰 공감을 보내기 어려울겁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리핀은 전체 어시스트 763개 중 무려 12%인 93개의 앨리웁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리그 전체 어시스트에서 앨리웁 어시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2.3%인 것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많은 앨리웁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죠.
오히려 그리핀이 디안드레 조던 덕분에 쉬운 앨리웁 어시스트를 쌓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덜 어색할거라고 봅니다.
물론 그리핀이 골밑을 비워주고, 폴과 그리핀이 공히 좋은 랍 패스로 앨리웁 덩크를 도와주기 때문에 조던의 앨리웁 덩크 시도가 늘어날 수 있는건 분명하지만 주-부 관계를 따지자고 들면 엄밀히 말해서 조던이 일방적으로 도움받는 관계라고 할 수는 없다는겁니다. 이건 비단 폴-조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앨리웁 파트너에 적용해도 달라질건 없습니다.
앨리웁 덩크는 하는 쪽 보다는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여서 패스 루트를 만들고 날아오는 패스를 받아서 바로 덩크로 연결하는 쪽이 더 큰 영향을 주는 작업이라는게 이 글의 결론입니다.
NBA 게시판에 올리려다가 분량 초과해서 매니아진에 올라온 글임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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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제가 봐 온 스탯으로 분석하는 글 중 가장 분석이 정확한 글 중 하나인 것 같네요. 비교 대조 등등 정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