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Free-Talk

이제서야 졸업합니다.

 
11
  1150
2017-02-22 01:00:17

서른세살 직장인 산듀입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10년간 다닌 학교를 졸업합니다.

집에서는 스물셋에 입학 한 학교를 서른 셋에 졸업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잔소리를 하지만

엄마는 그날 오시기 위해 서울행 버스를 예매하셨다고 하시네요.

사실, 그날은 저를 위한 날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면서 저를 키워온 엄마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그것까지 생각한 건 아니지만요)


여기 있으신 분들 중, 제 이야기를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재학 중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

1년 간의 유예기간(2년까지가 기한인데 처음에 1년으로 설정한지라...)까지 거쳤지만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한채 입사를 했습니다.

휴학과 수강을 반복하고, 수강할 때는 1주일에 한 번 반가를 내고 수업을 듣는 것과 동시에

한달에 한번씩 보는, 텝스한번, 토익한번(영어점수 필수)을 반복하면서 그렇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출석일수를 최대한 인정 받을 수 있을만큼 다니기 위해

여름휴가는 안내고 업무 공백은 야근으로 대신했습니다.

출장때문에 시험을 못보게 된 적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에는 출장을 다녀와서 시험을 봤고요.

그렇게 2년 반(1년반 휴학)을 버티고, 이번에 학사학위를 받게 됐습니다.

중간에 제가 착오한 부분(체육실기과목 필수수강)이 없었다면, 좀 더 일찍 졸업했을텐데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것 또한 제가 알아보지 못한 제 불찰이겠죠.  
  

졸업을 몇일 남겨두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이 먼저 남네요.

좀 더 일찍 학사모를 씌워드릴걸..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졸업보다 취업을 먼저한 것에 대한 안도감도 들어요.

이번에 농구수업을 같이들었던 동생이 취업을 이유로 졸업을 미뤘다고 하니, 여기도 취업한파는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네요.

회사 선배들에 대한 죄송함과 감사함은 당연히 남는 것이고(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2015년 여름, 학교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연설을 한 후배에게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어요.(그 친구를 보고, 다시 용기를 내게 됐으니까요._ 
 

이제 내일 오후에 과 사무실에 들려서 학사복과 학사모를 대여하러 갑니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나지만, 학사복과 학사모를 받으면 진짜 졸업이구나를 느끼게 되겠죠.

제 졸업식이 저의 하루하루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그날 하루는 그동안 함께 고생한 엄마에게 학사모를 씌워드리면서 사진찍고 싶습니다.


중학교 졸업식에는 고등학교 반배정 시험과 겹쳐서, 반배정 시험을 봤고

수능을 망처버리고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식은 가지 않았습니다.

그게 계속 엄마에게는 상처로 남으셨을텐데, 어쨌든 엄마 생일에 학사모를 씌워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용돈도 같이 드려야겠죠.

  

4
Comments
2017-02-22 01:17:17

저는 작년에 코스모스 졸업했는데요.

2월부터 인적성 준비하고 자소서 쓰면서... 마지막 학기 6학점 수강하는 와중에 3월 초에 면접보고, 4월에 지방으로 내려와 첫직장으로 입사했습니다.

학교 교수님들은 원칙대로 한다고 6월 하순까지 학교에 시험보고 수업 출석하면서... 다시 지방으로 내려와 전세집도 알아보고,
그 와중에 F받고 졸업못할까봐 노심초사하고 밤새 일하고, 주말근무도 겹친 와중에 시험공부까지하느라 정말 고생 많이 했네요. (결국 마지막 학기는 학사경고 처음으로 받으면서 졸업했구요...)

암튼 마지막 학기에 정말 안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았었는데... 그래도 학생 신분으로 마지막으로 학교 방문해서, 학교 구경시켜드리고, 어머니 학사모 씌워드리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근사한 점심 식사 한끼 대접해드리니까 기분은 정말 좋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 좀 더 찍어 드릴걸... 하는 후회도 좀 드네요.

2017-02-22 05:36:50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대학을 아주 멀리 돌아서 늦게 온지라 대충 이해는 갑니다

졸업축하합니다

2017-02-22 09:08:49

저 역시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 입학..

2학년까지 다닌 후 군입대..
제대 후 유학...하다보니 졸업하니까 서른이더군요.
가족 및 친구들이 남들은 그 나이에 박사학위 따는데 넌 이제 대학 졸업하냐...
라며 마구 놀렸었죠...
2017-02-22 11:47:47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