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한테 사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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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8-18 22:07:12
영화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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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끔 푸념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마다 글 쓰는 다꿇어입니다.
저희 아르바이트생이 울먹이면서 급하게 절 찾더라구요.
<손님이 자꾸 8시 영화를 예매하시고는 지금 5시 영화를 보신다고 하세요>
왤까요?
궁금해서 얼른 올라가봤죠.
아르바이트생은 울고 있고 아주머니 한분이 울고 있는 우리 아르바이트생한테 소리지르고 계시더라구요.
"사람이 말이야.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 어따 써먹겠어.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 8시꺼를 예매했잖아.
8시꺼 예매를 했으니까 5시꺼에 빈자리가 있으면 좀 앉아서 보겠다는데, 사람을 그렇게 거지취급해?"
좀 궁금했어요.
아니 그럼 8시꺼 예매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일단 아르바이트생은 화장실 다녀오라고 이야기해두고 제가 상대하기 시작했는데.
먼저 정중하게 여쭤봤죠.
"고객님, 5시 영화를 관람 원하시면 아래 매표소에서 발권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습니다. (이때 시간 16시 48분)"
근데 고객이 자꾸 딴 얘길해요.
"아니 버스터미널도 내가 시간을 놓치면 그 다음거를 타게 해주거나
아니면 그때 시간이 안되면 좀 일찍 타게 해주거나 그렇게 유도리가 있는데
여긴 뭐 그런 것도 없이 안된다는 얘기만 해"
"여긴 버스터미널이 아니라서요, 고객님."
"아무튼 나는 8시꺼 예매했으니까 지금 들어가게 해줘요"
"아니, 그러니까 왜 8시꺼를 예매하시고는 5시 영화를 보시려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제야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영화 관람 혜택을 써야하는데.
그게 뭐 1시간 전, 혹은 30분 전에 예매를 해야하나봐요.
그런데 5시 영화를 보고 싶은데 예매해야하는 시간을 지나쳤고.
영화는 보고 싶으니 8시꺼 예매했으니까 나는 들어가겠다.
아-
이제 좀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고객님은 통신사 통해서 영화를 보고 싶으신데
그게 원래는 1시간 전에 예매를 하셔야하는데 그걸 못 하셨고
근데 영화는 보고 싶으시고
그래서 8시꺼 예매를 했으니, 어쨌든 돈은 지불했으니
5시 영화를 보겠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리고 그걸 해달라는 말씀이신거죠?"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네.
이래서 직원들이 나와서 일처리를 해야돼."
"고객님. 아까 고객님 그러셨죠?
해달라고.
네, 해드릴 수 있죠.
해서. 드릴 수. 있어요.
근데 뭐 해달라는 분이.
부탁을 하셔야지, 왜 소리를 지르세요.
고객님 말씀대로 저희가 해서. 드리는거잖아요.
근데 왜 해서 드리는 저희가 욕을 먹고 눈물을 빼고 그래야돼요?
그것도 저 어린 애가요.
(마침 저희 아르바이트 생이 다시 포지션 복귀하는 중이더라구요.)
저희 애한테 사과하세요.
이 친구는 제가 교육한대로, 룰대로 안된다는 걸 안된다고 얘기한거고.
부탁하시는 입장의 고객님께서 그러시면 안되는데 소리지르고 욕하셨으니.
우리 애한테 사과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 웃기는 사람이네. 아니 해줄거면 그냥 해주는거지, 고객한테 사과?"
"아니 그냥 해드릴 생각이 전혀 없어서 그래요, 고객님."
이 다음부터는 저도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아-
저, 융통성이 없나요?
그렇죠.
서비스업에 저같은 사람 있으면 안되겠죠.
근데 저런 고객도 있으면 안되잖아요.
등록금이 비싸서.
부모님 용돈 받기 미안해서.
그래서 돈 벌려고 나온 애들한테 그렇게 욕하시면 안되잖아요.
사과 그거 한마디 뭐 그렇게 어렵습니까.
그거 한마디 못 해서 왜 일을 크게 만들어요.
결국 고객은 제 눈앞에서 씩씩대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
고객센터에서도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는.
저에게 삿대질을 하며 너 이름 뭐야, 본사에 다 얘기할거야.
라며 돌아갔습니다.
흐음.
뭐 하루이틀 겪는 일 아닌데.
갑자기 생각이 났네요. ;)
자영업을 하시든 회사생활을 하시든.
돈벌고 계신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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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매니저이신가봐요. 저도 영화관에서 1년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했었는데 별 미친 놈들이 많았죠... 처음엔 저자세로 나가다가 나중엔 그냥 배째라는 식으로 하니까 씩씩대기만 하고 별 행동은 못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