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ppers Clip #5 :: 클리퍼스, 문제는 역시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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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7 20:18:43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이라 평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극적으로 CP3 쟁탈전의 승리자가 되며 순식간에 전국구 인기 팀으로 발돋움 한 LA 클리퍼스. 수많은 NBA 팬들 사이에서 단연 최고의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그들은 시즌 개막 이후 3승 2패를 기록하며 퍼시픽 디비전 1위, 서부 컨퍼런스 5위에 랭크 되어 있다. ‘당장 우승 도전이 가능한 전력’이라 평가했던 팬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성적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해야 할 만큼은 해내고 있는 중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말했듯, 클리퍼스의 최종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 홈코트 어드밴티지 획득”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아무튼, 잠시 짬을 내어 (많이 이른 감이 있지만;;;) 클리퍼스가 패배한 경기들을 살펴보며 간단히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클리퍼스는 왜 2패를 기록했나?
자, 먼저 이번 시즌 클리퍼스의 경기 결과를 살펴보자.
vs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105-86 승리
vs @샌안토니오 스퍼스 90-115 패배
vs 시카고 불스 101-114 패배
vs 포틀랜드 블레이저스 93-88 승리
vs 휴스턴 로케츠 117-89 승리
위의 리스트를 통해 한 눈에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클리퍼스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들은 기본적으로 졸라 짱 쎈 팀들이었다
(불스와 스퍼스는 지난 시즌 유이하게 60+승을 기록한, 리그 전체 승률 1-2위의 팀들이었다).
2. 승리한 경기들에서는 모두 상대팀의 득점을 80점대로 묶어놓았다.
3. 패배한 경기들에서는 모두 상대팀에게 110점 이상의 득점을 허용했다.
이를 정리한다면
- 대형 트레이드 이후 전력이 제자리를 찾기 전에 너무 강한 팀들을 만나 2연패를 기록했다. 고로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보자면, 역시 수비다. 수비가 되는 날엔 승리했고, 수비가 안되는 날엔 패배했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 클리퍼스의 수비, 무엇이 문제인가?
불스와 스퍼스는 NBA의 30개 팀들 중 pace 부문에서 각각 22위-20위를 기록 중인 팀이다. 다소 느린 템포로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라는 뜻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평균 득점 부문에서는 각각 9위-6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두 팀이 단순히 느리고 따분한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pace 부문은 리그 하위권, 평균 득점 부문은 리그 상위권. 즉, 불스와 스퍼스는 가장 확률 높고 안전한 루트를 창출하여 득점을 시도하는 팀들이라 할 수 있겠다. 불필요한 포제션 낭비를 최소화 하려는 팀이라는 뜻이다. 그런 팀들에게 110점 이상의 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손쉬운 득점 찬스를 많이 허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과연 클리퍼스는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트랜지션 디펜스”다. 백코트가 너무 느리다. 이 때문에 속공 실점을 많이 했다기 보다는, 백코트가 늦게 이뤄지면서 상대팀의 공격 세팅이 보다 여유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실제로 두 팀과의 경기에서 클리퍼스는 너무나 많은 이지 바스켓을 허용했다. 채 교착상황을 만들어보기도 전에 우왕좌왕 제자리를 찾아가다가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클리퍼스의 백코트... 너무 느리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느린 백코트의 최대 주범 중 하나가 바로 팀의 에이스 블레이크 그리핀이라는 점이다. 물론 정상참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직접 골밑에서 득점을 시도했다거나, 상대 선수와의 신체접촉으로 인해 코트를 뒹굴고 있었다거나,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했으나 잡아내질 못했다거나...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그의 백코트는 다소 보기 불편한 점이 있다. 그리핀은 어쩐지 “수비에까지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실제로는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가뜩이나 퍼리미터 수비수들의 높이가 낮은 클리퍼스인데, 기동력 있는 빅맨이 백코트를 늦게 해버리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물론 그리핀만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느린 백코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선수는 크리스 폴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지 않나 생각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비 로테이션”이다. 아직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불가항력에 가까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주력 빅맨들의 팀 디펜스 이해도가 그닥 높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상대의 패스가 내 외곽을 한 번만 제대로 훑고 지나가면 이내 수비진영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패배했던 두 경기 모두 스위치도 리커버리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백코트가 느린 팀이 수비 로테이션 마저 어설프다? 불스나 스퍼스 정도 되는 팀이 이런 클리퍼스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마누 지노빌리에게 혼쭐이 났던 클리퍼스... 가장 큰 문제는 수비 로테이션이었다
스퍼스와의 경기에서 클리퍼스는 마누 지노빌리에게 혼쭐이 났다. 이날 지노빌리는 5/8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6/10의 야투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노빌리의 컨디션이 좋았던 탓도 있지만, 스퍼스의 패싱 게임을 쫓아가지 못한 탓에 계속해서 오픈 찬스를 허용했던 탓도 크다. 당시 스퍼스는 10/19의 3점슛 성공률, 45/80의 야투율을 기록했으며 2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계속해서 볼을 돌리며 오픈 찬스들을 만들어냈는데, 클리퍼스의 수비 로테이션은 이에 반응하는 것조차 힘겨워보였다.
마지막으로 “박스 아웃” 문제를 꼽고 싶다. 특히 윙맨들의 박스 아웃 (혹은 리바운드 가담)이 아쉽다. 클리퍼스 주력 빅맨들의 수비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리핀은 세로 수비가 약하다. 조던은 블록슛 시도가 잦다. 상대팀 빅맨이 그리핀 머리 위로 슛을 던지고, 이를 막기 위해 조던이 블록슛을 시도하면 리바운드는 누가하나? 당연히 윙맨들이 적극적으로 박스 아웃을 해주고,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클리퍼스의 윙맨들은 이런 움직임을 도통 보여주질 않는다. 덕분에 상대의 슛이 빗나가더라도 허무하게 공격 리바운드를 내주거나, 롱 리바운드 볼의 대부분을 상대 공격수의 손에 넘겨주고 만다.
그리핀이 슛을 시도하자 조아킴 노아가 블록슛을 시도하고,
윙맨인 루올 뎅이 도움 수비를 왔다.
반대쪽에서는 카를로스 부저와 리차드 해밀턴이
조던을 박스 아웃하며 완벽하게 체킹하고 있다.
만약 그리핀의 슛이 빗나간다면,
과연 어느 팀이 리바운드를 잡아낼 것 같은가?
이는 캐론 버틀러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부분이다. 버틀러를 제외한 모든 퍼리미터 선수들이 포인트 가드 or 듀얼 가드들뿐인데다가, 6-4의 랜디 포이가 최장신 선수인 상황에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다. 결국 버틀러가 적극적으로 박스 아웃을 하고, 수비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해야 한다. 그러나 버틀러는 두 차례의 패배를 기록한 경기들에서 리바운드 가담은 커녕 박스 아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버틀러는 클리퍼스가 승리한 3경기에서 평균 5.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그러나 패배한 두 경기에서는 고작 경기당 1개-_-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데 그쳤다.
- 코칭 스탭들은 수비 전술 구축에 올인해야...
사실 클리퍼스의 공격은 그닥 걱정되지 않는다. 폴과 빌럽스의 역할 분배라던지, 폴과 그리핀의 호흡 문제 등을 걱정하는 팬들이 많으나 이는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경기를 치루면서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격의 핵심이 되어야 할 선수들(폴-그리핀)이 워낙 똘똘하지 않은가. 공격 전술은 두 선수(받고 빌럽스 콜)에게 맡겨두면 어느 정도 알아서 해결을 해가리라 믿는다. (덧붙여... 솔직히 현 코칭 스탭들이 저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공격 문제에 대해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지,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_-)
문제는 수비다. 공격은 개인전술로 약점을 커버할 수 있지만, 수비는 철저한 팀 전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수비시의 태도를 지적 받고 있는 몇몇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도 연장선상에 두고 생각할 수 있겠다. 확실한 수비 전술을 제시할 수 있어야, 수비 상황에서 보다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위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은 문제라고 하기에도 다소 민망한,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클리퍼스의 팀 디펜스는 기본 중에 기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클리퍼스만의 수비 필살기나, 독특한 색깔을 가진 팀 디펜스 시스템의 구축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토대만이라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면, 이번 시즌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노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현재 클리퍼스의 수비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2연패를 당한 이후 공격 전술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지난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에서는 베이스 라인에 상대 선수를 가둬두고 기습적으로 트랩 디펜스를 시전하는 등, 이런 저런 시도를 계속해가고 있는 중에 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를 준비 중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
공격은 (일단은) 프리스타일로 풀어주자. 그건 선수들의 몫이다. 코칭 스탭들은 하루빨리 수비 전술의 기초 공사를 완료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물에 따라 이번 시즌 클리퍼스의 최종 종착지가 결정될 지도 모를 일이다.
... 물론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해도, 당장 이번 시즌 우승은 무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하지만, 올 해의 클리퍼스는 그들의 결과를 제쳐두고서라도, 그들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그 자체만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은 이들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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