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후기



'후던잇 영화'들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누가 범죄를 저질렀나'에 초점을 맞춘 추리 영화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생각해보면 이런 류의 영화들이 안 나온 지 꽤 되었습니다. 2-3년 전쯤 유명 원작을 영화화한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정도가 떠오르고, 반대로 원작이 이렇다고 해도 액션 스릴러로 변했던 가이 리치판 <셜록 홈즈> 같이 다른 장르의 향이 더 강하게 떠오르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이브스 아웃>은 '후던잇 영화'를 기다렸던 분들에게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반반 정도로요. 제가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이었습니다. 소설은 추리 소설의 클리셰를 비틀어버리는 작품이었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이런 고전적 추리 영화의 방식을 차용하고, 비꼬고, 활용하는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전면에 내세우는 탐정부터 독특합니다. 영국인 배우가 미국 남부 사투리를 쓰는 '브누와 블랑'이란 캐릭터부터, 묘하게 허당스러우면서 관찰력을 가진 탐정이라는 특징까지 독특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전개는 시작부터 모든 패를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필요할 때, 원할 때 마다 카드를 새로 뽑아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되게 경쾌하고 깔끔하게 이야기의 단계들을 정리해서 전개합니다. 후반부에 커다란 반전을 집어 넣고 뒤흔들어 버리지만, 그 전까지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특유의 피식거리는 코미디입니다. 제가 아까 '명탐정의 규칙'을 언급했는데, 사건을 이야기의 퍼즐로 비유하면서 장광설을 늘어놓는 탐정 캐릭터나, 마지막 가짜 칼이라든지 추리 소설을 읽거나 혹은 이런 류 스릴러 영화를 자주 본 분들이라면 피식거리면서 따라갈만한 장면들이 자잘하게 많았습니다. 빵 터진다기보단 피식 거리면서 낄낄대기 좋은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오랜만에 만난 '후던잇' 영화로써 이번 영화는 되게 깔끔하고 경쾌한 이야기 전개에 각 장면 마다 찰떡 같이 달라붙은 연기들로 피식거리면서 보기에 적합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