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을 가장 잘해주는 NBA 올스타 (2)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셔서 이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덕후스러운 컨텐츠인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단서를 복붙하자면, 경기장에 다니고 팬 이벤트를 다녀본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을 했기 때문에 전혀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셀카를 같이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주는 팬 서비스는 절대 의무사항이 아니고 선수들의 루틴과 사생활을 존중하기 때문에,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고 특정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개인감정도 없음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모든 선수들을 다 커버할수는 없기에 지난 3년동안 올스타에 선정되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랭킹을 1위부터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은 일반화를 시켜서 성공 가능성에 기반을 둔 집단으로 구분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시점을 기준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유동성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예를 들면, 어떤 선수는 데뷔초에는 사인을 받는게 거의 보장되어 있었는데 초대형 스타로 성장함에 따라서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겠지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지난번에는 성공률이 가장 높은 자동결재 유형을 정리했는데, 일부 예외적인 케이스를 (노비츠키, 릴장군과 같은 한결같은 스타일) 제외하고는 대부분 리그에 데뷔한지 4-5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가 많다는 점이 공통분모였었죠. 다음으로 정리해본 유형은 한때 이들과 같은 보증수표 유형이었는데, 지난 몇년동안 일시적인 팬서비스 냉각기가 있거나, 아니면 반대 케이스, 즉 초창기에는 팬들의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베테랑이 되면서 조금 더 포용력이 더 넓어진 경우를 요약해보겠습니다. 딱히 더 나은 표현이 없어서 "완만한 하락/상승세" 유형이라고나 할까요..
일단 새로운 유형의 선수를 소개하기 전에 지난번에
빼먹어서 굉장히 미안한 자동결재유형 선수 한명을 짧게 언급하자면, 존 월도 그러고보니 2018년에 올스타였더라고요 (다시한번 죄송..) 팬 서비스로 따지자면 릴장군과 쌍두마차급인데 요새 면학도로 방향을 잠시 전환해서 깜빡했나 봅니다. 지난번에 방한했을때 태도 논란이 있었다고 했는데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제가 지난 10년 가까이 봐온 존 월 선수는 팬의 요청을 단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거든요.. 올시즌 LA
원정길에도 동참해서 팬들 일일이 챙겨주더라고요. 팬들도 살뜰하게 챙기는만큼 기량도
온전하게 잘 회복되었으면 좋겠네요.
2. 완만한 하락/상승세
유형 (성공률 60-85% 정도)
- 브래들리 빌: 앞서 언급한 월의 부상과는 전혀 무관하겠지만, 청년가장모드로 돌입한 이후부터는 예전의 앳되고 마냥 상냥한 모습은 많이 희석된 빌입니다. 3시즌동안 위져즈의 시즌권자였는데, 월과 함께 그렇게나 친절한 선수가 없었고, 특히나 필체가 슛폼만큼이나 엄청나게 정교해서 사인받는 재미가 있는 선수였거든요. 위져즈 선수들은 시즌권자 시절 정말 많이 받아서 위져즈 원정 경기는 스킵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상들을 보면 팬들이랑 간혹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또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요새는 사인을 잘 안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팀을 홀로 이끄는 부담감이 상당히 크지 않나 싶습니다. 스타파워도 예전에 비해 늘었기 때문에 요청을 다 들어주기도 쉽지 않을 거고요. 시즌권자로 응원을 했던 팬의 입장으로 이렇게 많이 성장을 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입니다.
- 스테픈 커리: 원래는 자동결재유형의 대표주자였는데 최소한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지난 2018-19시즌에 처음으로 요청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더라고요. 시즌 내내 팬들을 잘 챙겨줬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성공률이 100%인 커리여서 의아했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클리퍼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2차전에 의외로 허를 찔리며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당해서 이미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LA 원정 이동 후 UCLA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이상한 현지 팬이 놀리면서 엄청 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정말 싫어합니다). 아니 그 착한 커리한테 이상한 팬이 왜 그런식으로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 이후로는 LA 팬들에게 빈정이 상했는지 올시즌 초에도 경기장에서 2명 정도만 해주고 락커룸으로 그냥 들어가더라고요 (제가 그 바로 뒤 3번째 사람이었는데 정말 안타까웠죠..)
커리와의 에피소드도 여럿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2014년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되며 소위 말하는 “떡상”을 시작한 시즌에 뉴올 올스타전 팬 행사장에서 포토존 행사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제 바로 앞에서 줄이 끊기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에 행사장 맞은 편에서 챙겨왔던 커리 져지를 흔드니까, 저한테 본인이 챙겨주겠다고 무언의 손짓을 보내더라고요. 실제로도 포토존 행사가 다 끝나고 다음 일정 안내를 하는 스탭한테 양해를 구하더니 저한테 와서 정말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줬습니다. 그때 고마웠던 마음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네요. 그리고 LA에서 받기 어려운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락커룸으로 들어갈 때 ESPN 레이첼 니콜스가 휙 붙어서 인터뷰나 친목을 하기 때문입니다.
- 켐바 워커: 위져즈 시즌권과 함게 밥캣츠-호넷츠 시절 시즌권을 4년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단순히 가장 저렴한 시즌권 2팀을 찾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파릇파릇한 리그 초년병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더욱 애정이 가는 선수입니다. 너무 라떼는... 꼰대처럼 말하긴 싫지만 밥캣츠 시절에는 경기전 연습을 끝마치고는 골수 홈팬들이랑 10분정도씩 수다 떨고 락커룸으로 들어갈 정도로 살가웠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직관하러 왔다니까 엄청 반가워하면서 져지에다 사인도 굉장히 정성스럽게 해줬고요. 그 이후에도 여러번 봐서 제 얼굴은 지금도 알고 있는데, 보스턴으로 이적한 이후부터는 더 큰 규모의 도시와 명문 팀으로 이적을 해서 그런지 모습을 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연습도 제일 마지막에 끝마치고 이제는 팬 사인을 생략하고 그냥 락커룸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로 루틴이 바뀌었더라고요. 물론 요새도 경기 당일이 아닌 날 연습을 끝마치는 타이밍에서는 팬들을 잘 챙겨준다고 하더라고요. 족히 열번 이상은 만나고 항상 대화도 따뜻하게 나누는 켐바여서 짬밥도 좀 있는데 조금 덜 해주면 어떠냐는 생각이 드네요.
- 제이슨 테이텀: 켐바의 팀동료 테이텀은 오히려 경기장에서는 잘 챙겨주고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면 조금 시큰둥한 스타일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친절하고요. 다만 요새 부쩍 레벨이 슈퍼스타로 격상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져지에 사인을 받는 장면이 테이텀 인스타 스토리에도 나왔는데 다소 민망하더라고요.
- 브랜든 잉그램: 테이텀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포텐이 터진 케이스인데, 펠리컨스로 적을 옮기고 나서 오히려 사인을 더 잘 해주는 것 같네요. 켐바의 경우와는 반대로 빅마켓에 있다가 스몰마켓으로 팀을 옮기면 종종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적 직후 재고 땡처리때 왔다 기회다 싶어서 헐값에 건졌던 레이커스 져지를 내미니까 농담으로 앞으로는 레이커스 져지 사인 안할거니까 펠리컨스 것으로 사라고 유쾌하게 농담도하면서 사인을 해줬던 기억이 있네요. 원래 농담도 잘 안하고 숫기없는 친구인데 팀의 리더 중 하나로 지위가 격상되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좀 생기는게 아닌가 싶네요.
- 올라디포 / 사보니스: 패키지로 정리하기가 조금 미안하지만 안그래도 떨어지는 가독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묶었습니다. 올라디포는 올랜도 시절에는 지금의 데빈 부커, 디안젤로 러셀 선수와 같이 100% 보장되는 유형이었는데, 커리어곡선에서 5, 6년차쯤 되는 시점부터 리그에서 팬서비스 측면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질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물론 서브룩이 영향을 끼쳤을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8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사보니스의 경우에는 LA 올스타전때 같은 호텔에서 투숙을 하면서 부탁을 했는데 에이전트가 안된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에이전트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저한테 와서 다시 내미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에피소드들이 쌓이는 재미에 아마 수집을 계속 이어 가는 것 같은데, LA로 올때마다 리투아니아 교민들을 경기 좌석쪽으로 나와서 반겨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더라고요. 아마도 리투아니아에서의 위상은 우리나라 쏘니 정도 아닐까요. 올시즌 올스타에 선정되고 나서 조금 더 어려워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참 친절한 선수입니다.
- 드로잔 / 알드리지: 스퍼스의 두 기둥은 원래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성공이 보장되는 스타들이었는데, 올시즌부터 셧다운을 했습니다. 왜일까요? 지난시즌과 올시즌의 달라진 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사인계의 난이도 "상"급 레벨 팀 던컨이 코치로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경기전 연습을 끝내고 들어가는 타이밍에 항상 코치님이 알드리지 옆에 착 붙어서 사인요청을 제한하면서 락커룸으로 연행(?)해 갑니다. 알드리지는 온화하고 항상 팬들 챙기는 유형이었고, 드로잔은 심지어는 너무 많이 받아서 그냥 신경도 안쓰는 선수였는데 둘 다 올시즌부터는 변해서 다소 아쉽더라고요.
이번 시즌은 던컨이 코치로 데뷔한 해라서 덕후계 커뮤니티가 기대감에 술렁거렸는데, 스퍼스의 첫 원정경기때 앗 글렀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친구도경기장 가는 길에 던컨을 1대1로 만났는데 본인은 이제 사인을 아예 안한다고 했다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던컨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의 선택과 성향을 100% 존중합니다. 오히려 역대급 레전드를 코치로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게 어딘가요..
-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앞서 언급한 스퍼스 듀오의 정반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니콘은 뉴욕에서도 친절했지만 일단 닉스에서 떡상할 당시에는 너무 인기가 많아서 연습 자체를 엄청 일찍 끝내는 유형이었습니다. 팬들이 워낙 많다보니 챙기려고 해도 다 챙길 수가 없었고요.
댈라스로 이적한 후부터는 매버릭스가 워낙 팀 차원에서 팬서비스를 독려하는 구단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서서 일일이 다 챙기더라고요. PR팀 직원들이 즉각적으로 사인을 해주는 현장을 인스타 스토리로 올리기 때문에 거절하는 선수없이 다 해주더라고요. 팬들 열댓명이면 상관이 없는데, 루카 마니아 때문에 버스 탑승 전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는데도 (지난번에는 100명 넘게 왔습니다), 최대한 성심성의껏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몸 상태가 잘 회복되어서 다시 올스타 레벨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카일 라우리: 앞서 언급한 선수들과는 다르게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라우리인데, 커리어 초반에는 엄청 까칠하고 팬들 요청도 쌩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뭐라고 할 수도 없는게, 경기전 연습때 마지막까지 남아서 땀을 뻘뻘흘리면서 연습을 해서 받기도 민망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3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팬들과도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특히나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는 마음에 여유가 많이 생겼는지 사인을 해주는 횟수가 증가했습니다.
- 타운스: 타운스는 유독 자주 봤던 선수인데 다소 안타까운 케이스입니다. 갈수록 필체도 나빠지고 거절하거나 귀찮아하는 경우도 많아져서요.. 2015 드래프트에 앞서서 뉴욕에서는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이 타임스 스퀘어 스포츠 매장들에게 사인회를 가지는데, 켄터키 대학 1학년을 갖 마친 타운스는 정말 애기애기하고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교성이 좋더라고요. 사인회에 사람이 많은데도 일일이 대화 나누고 악수하고 그냥 형식적으로 팬서비스를 하는 것과는 다른 진정성을 느꼈습니다. 데뷔를 한 이후 16년 토론토 올스타전때도 스포츠 카드 회사 파니니에서 주관하는 사인회때도 대화를 꽤 길게 할 수 있었는데, 본인이 어렸을 때 스포츠 카드 가게에서 알바한 썰도 재미있게 풀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버지 타운스와는 단둘이서 1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눴는데 칼-앤써니가 누나들한테 치이면서 자랐다는 얘기랑 본인의 자녀 교육관을 말씀하시는 것을 경청했는데 아내분께서 몸상태가 최근에 안좋아지셔서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속히 회복되시길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타운스는 매년 갈수록 더 우울해지고 사인 필체도 급격하게 악화되었는데, 모르긴 몰라도 추운동네에서 몇년씩 살고 팀 운영도 잘 안되다 보니까 침울한 점도 한 몫 하는 것 같네요. 절친 디로딩이랑 마음도 잘 맞고 잘했으면 하네요.
비교 분석 전과 후...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아니고 적게는 6-7번, 많아봐야 열댓번 만나본 선수들이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긴 하지만 국내 마니아분께서 중계화면에서 비춰지지 않는 일상의 모습들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 요상한 사명감(?)을 가지고 2번째 글도 작성을 해봤는데, 써놓고 보니 정말 별 내용이 없는 것을 길게도 썼다는 생각이 드네요. 흥미를 가지는 내용이시면 다음에도 아직 다루지 않은 올스타 선수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켐바 샬롯에 남았어야 하는건데
타운스 사인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