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비치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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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6-07 13:11:11
1차전을 아쉽게 패했습니다.
포포비치 감독은 군사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병법의 달인이라 할 만한 감독입니다.
오늘 마이애미는 4쿼터 초반까지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고 잘 풀렸습니다만 벌려야 할 점수를 벌리지 못하고 결국 4쿼터 중반무렵 정줄 놓은 플레이 몇번으로 리드를 넘겨주고 결국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사실 3쿼터 중반경 보통같았으면 마이애미가 10여점차로 앞설 그런 흐름이었는데 점수차는 3점차 이내.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이러한 차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말미암았습니다.
2쿼터 마지막 조엘이 자신의 상대인 던컨을 좀더 압박하고 체킹하지 못해서 얻어맞은 0.8초 버저비터.
수비를 잘하고 흘러나오는 리바운드를 잘 단속하지 못하고 르브론 손에 걸렸음에도 다시 레너드에게 빼앗겨 세컨 찬스에서 얻어맞은 3점포 등등
포포비치 감독은 아마 마이애미의 체력적인 문제와 선수들, 특히나 르브론의 성향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시리즈 전체를 장기적으로 이끄는 동시에 한 게임에서도 유장한 흐름속에 히트의 약점을 파고들 비수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히트의 흐름은 좋았지만 히트 특유의 런으로 이어지는 폭발적인 흐름을 포포비치는 결코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조금 뒤쳐져서 달리면서 간격이 더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그런 운영으로 4쿼터 말미를 보면서 긴 승부호흡을 가져갔습니다.
히트가 잘 풀리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포포비치 감독의 작전타임 요청이 있었습니다. 가령 르브론이 멋진 패스를 하슬렘에게 넣어 주어 하슬렘이 미들점퍼를 적중시키는 순간, 아마 5점차 아니면 3점차 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포포비치는 즉각 작전타임으로 끊더군요. 인디와의 5차전에서 3연속 미들점퍼를 성공시키면서 완전히 히트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던 그런 흐름자체를 원천적으로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었을지.
르브론 팬으로서 그동안 봐온 르브론은 행동보다는 생각과 분석, 판단이 선행하는 선수입니다. 그것은 굉장한 장점이지만 승부처에서 기어 변속이 필요할 때 한타임 머뭇거리고 스스로 리듬을 잃게되는 그런 단점으로도 작용하고는 했습니다.
르브론의 이런 성향에 더하여 빅쓰리라는 에이스급들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 결국 포제션 배분의 문제입니다. 누구한사람, 특히나 르브론이 볼 포제션을 많이 가져가면 르브론의 흐름이 올라오면서 웨이드나 보쉬가 또 리듬을 잃게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경기중에서도 끊임없이 서로 서로를 체크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플레이를 펼칩니다 그런데 그 말은 어찌보면 중요한 순간 누군가 확 나서야 할 때 서로 눈치를 보면서 미루는 형태의 나쁜 모습으로 드러날 때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포포비치는 이러한 히트의 원천적인 약점이라면 약점을 파고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르브론의 성향과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일종의 심리전을 걸어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르브론의 패싱게임이 초반부터 잘 먹혀 들어갔습니다. 웨이드 컨디션도 좋았구요. 그 흐름이 되면 보통 르브론은 자신이 슛을 하기 보다 동료를 살리는 경기에 치중하면서 수비나 리바운드 등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3쿼터는 이런 흐름으로 무난히 흘러왔습니다. 문제는 사소하고 작은 영역에서 수년간 완벽히 준비되온 스퍼스가 히트의 작은 미스를 놓치지 않고 챙기면서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4쿼터 중반 르브론의 어시스트를 어느정도 허용하던 포포비치의 수비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르브론의 돌파를 차단하고 어시경로를 막으면서 르브론의 점퍼를 강제하는 형태로 변형됩니다.
여기서 기어를 갑자기 바꿔야 할 르브론의 심리적 허점이 드러나면서 순식간에 뒤에서 조금 쳐져 쫓아오던 스퍼스는 순식간에 히트를 제치고 앞으로 튀어 나옵니다.
르브론의 바뀐 상황에 대한 고민, 정적인 대응, 분석, 그리고 르브론, 웨이드, 보쉬 간의 포제션 배분 문제, 그들간의 서로서로에 대한 배려와 머뭇거림. 히트가 여기서 움찔하고 정체하는 동안 스퍼스는 스퍼트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승부는 그 작은 영역에서 갈렸습니다. 히트가 놓쳤던 아쉬운 몇몇 포제션들, 그리고 4쿼터 말미 기어변속과 배분이 자유롭지 않았던 르브론과 나머지 빅2.
히트는 오늘 경기를 다시 분석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흐름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포포비치가 허용하고 인내하는 범위 내라는 것, 포포비치는 다음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특히나 르브론은 스스로 어느때라도 기어변속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합니다. 설사 자신이 선호하는 어시스트에 의해 팀원들 전체가 살아나는 분위기라 할지라도.
그리고 4쿼터 말미에는 결국 르브론이 좀 더 독단적으로라도 포제션을 이끌었으면 합니다. 르브론이 아니면 웨이드라도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서로 눈치보며 미루다가 머뭇거리는 상황이 오면 안된다는 것이죠.
팀의 탤런트, 파괴력, 힘에 있어서는 히트가 앞서는 것 같습니다만 스퍼스는 빈틈이 없고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클러치 상황과 모든 짜투리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수많은 훈련을 통해 세팅되어 있는 상대입니다.
그리고 흐름이 넘어갈라 할 때 앞으로 나서서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던컨과 파커가 있습니다.
48분내내 방심할 1초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다시 무장하여 2차전에 나오기를 바랍니다.
스퍼스, 아니 포포비치는 그러한 1초의 방심도 그냥 둘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게시물은 홈지기님에 의해 2013-06-08 02:11:40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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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