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시즌 서부컨파 밀레니엄 킹즈 대 레이커스 경기 감상
언젠가는 꼭 보고 싶었던 시리즈였는데 본다 본다하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P2P싸이트에서도 이제 찾아보기 힘든 경기 파일인데 멀티미디어 게시판에 어느분이 유투브와 연계하여 1~7차전까지 경기를 모두 볼 수 있게 해 주셨더군요. RussW0님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연달아 1~3차전을 감상하였습니다. 결말을 알고 보는 경기라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너무나 경기가 재미있어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몇시간에 걸쳐 3경기나 보게 되었네요.
시리즈 전반부라 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감상은 밀레니엄 킹스라는 팀은 정말 강하다는 것과 팀의 짜임새와 밸런스가 너무 좋고 유기적인 팀플레이의 아름다움도 굉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이 시즌에는 우승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나머지 4~7차전에서 흐름이 어떻게 될지는 다음 주말에 나머지 경기들을 보면 또 알게 되겠지만 킹스가 우승을 못한 것은 선수 본인들이나 팬들에게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샼은 정말 샼이더군요. 그 압도적인 파괴력은 전성기 끝자락인데 여전했고 이 엄청난 거구가 시야도 좋고 패싱도 되면서 골밑을 지키고 있으니 위압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플옵무대에서는 자유투도 생각보다 잘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이런 압도적인 샼을 새크가 나름 잘 방어해 내더군요. 샼의 압도적인 모습은 종종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경기가 기울지 않도록 샼을 나름 잘 견제하면서 버텨냈습니다. 블리디 디박이 정말 좋은 센터였다는 것을 새삼 생각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웨버-디박의 조합도 굉장한 인사이드진이라는 점이 새삼 다가왔습니다.
가장 관심있게 본 선수는 크리스 웨버인데 3차전까지 새크가 첫경기를 패하고 2연승하면서 2승1패로 시리즈를 리드하는 동안 매경기 꾸준하게 자신의 몫을 다해주었습니다. 역시 팀 최고 선수다웠습니다. 웨버가 73년생이니 이 해 29세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입니다. 결국 웨버는 그토록 원하던 반지를 얻지 못하고 커리어를 마감했는데 선수로서 가장 전성기였고, 소속팀도 가장 강했던 01-02시즌에 우승을 놓친 것이 아마도 본인에게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1차전
28득점(14/25야투) 14리바, 6어시, 0스틸, 0블락, 4턴오버
2차전
21득점(9/22), 13리바, 5어시, 2턴오버, 2스틸, 5블락
3차전
26득점(12/21), 9리바, 6어시, 3스틸, 1블락
웨버의 경기모습을 보고 또하나 생각된 점은 웨버도 뼛속 깊이까지 팀플레이어라는 점이었습니다. 웨버가 골스에 1번픽으로 입단하여 워싱턴을 거쳤는데 이 시기의 웨버도 그랬는지는 저는 잘 모르지만 킹스의 웨버는 그 출중한 재능을 한 몸에 가지고 있었지만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하면서 항상 패스를 우선 생각하는 그런 플레이어란 점이었습니다.
얼마전 웨버가 인터뷰에서 르브론을 최고의 팀플레이어라고 극찬하였는데 웨버 경기모습을 보니 이해가 가는 면이 많더군요. 웨버 역시 르브론과 비슷한 성향의 선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수의 마음속이나 머리속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어느 선수의 플레이 모습을 경기내내 지켜보다 보면 역시나 그 선수의 성향이나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르브론과 비슷한 경기관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느낀 선수는 피펜이 거의 유일했는데 웨버 역시 르브론과 상당히 비슷한 마인드의 선수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펜이나 웨버가 르브론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웨버도 선패스 마인드의 팀플레이어로서 장점이 굉장히 크지만 간혹 르브론에게서도 보이는 비슷한 단점도 보이더군요. 좀 더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료들을 살피다보니 직접 슛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이는 순간에도 멈칫하거나 어찌보면 다소 비효율적인 패스가 들어가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순간순간의 디시전 메이킹이 100% 완벽할 선수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르브론이나 웨버나 BQ도 뛰어나고 이런 디시전 메이킹도 좋은 경우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밀레니엄 킹스의 완벽한 팀플레이도 에이스인 웨버의 이런 성향과 플레이스타일에 상당부분이 기인했을 것입니다.
물론 스포로서 포인트포워드로 포인트가드처럼 리딩을 하면서 강력한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르브론과 포인트 가드스러운 리딩이 아닌 엘보우지점이나 간혹 탑에서 링커로서 역할을 하면서 유기적인 볼 배급을 만들어내는 파워포워드 웨버는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긴 합니다. 그러나 슛에 있어 신중하고 항상 동료들을 살피면서 더 나은 기회를 찾는 성향은 두 선수가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웨버는 미드레인지 점퍼가 상당히 정확한데 자유투는 또 상당히 좋지 않더군요. 통산 자유투가 65%정도이고 심지어 자유투 50%가 되지 않았던 시즌도 있었습니다. 레이커스와 컨파시리즈에서도 자유투를 상당히 많이 놓쳐서 좀 아쉬웠는데 그렇게 슛이 좋은 선수가 자유투는 또 약하다는 것이 특이하더군요.
98-99시즌에 리바운드왕을 차지한 적이 있는 웨버이기도 하고 리바운드 능력도 좋고 골밑에서 포스트업에 이은 훅샷은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역시 정통빅맨이라 할 수 있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야와 패싱능력으로 어시스트 수치도 높았습니다. 정말 제가 조던 은퇴이후 지속적으로 NBA를 관심있게 지켜봤더라면, 웨버의 팬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다재다능한 이타적인 팀플레이어 에이스더군요. 너무 늦게 웨버를 알게 되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디박은 정말 좋은 센터더군요. 레이커스에서 매직의 마지막 파이널 경기였던 91년도 조던의 시카고 불스와 경기에서 젊은 디박의 모습을 봤었는데 매직과 함께 플레이하면서 배운 것인지 포인트 센터라 부르고 싶을 만큼 패스웍도 뛰어나고 샼에 대한 수비도 나름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덕 크리스티는 정말 좋은 수비수더군요. 코비를 상대로 하면서 상당히 선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3점슛도 갖추고 있어 요즈음 주가가 높은 3&D플레이어로서 요즈음에 데뷔했으면 상당히 각광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티 또한 밀레니엄 킹스 일원답게 패싱 마인드도 갖추고 있구요.
마이크 비비는 이제까지 별로 높게 평가해 본 적이 없는 포인트 가드인데 이 시리즈를 보면서 왜 마이크 비비를 많이들 좋아하는 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워낙 에이스 웨버를 비롯해서 팀원 대부분이 이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비비는 강심장의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패스능력도 갖춘데다가 슛이 정확하고 두꺼운 가슴팍에서 느껴지듯이 힘이 좋아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돌파시 바디 밸런스가 좋고 웬만해서는 힘에서 밀리지 않았습니다.
1~3차전까지는 스토야코비치가 발목 염좌로 양복을 입고 벤치를 지켰는데 그 공백을 메꾸면서 선발 출장한 스포가 히도 터클루였습니다. 터클루가 밀레니엄 킹스의 일원이라는 점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터클루에게 느껴온 답답함을 1, 2차전에서도 다시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도 2차전 중반이후 슛감을 찾으면서 상당한 활약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터클루의 경기모습을 보면서 장신 SF가 가진 이점이랄까, 즉 팀에 여러가지 역할을 해줄 장신SF가 있다는 것이 참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스토야코비치보다 선발 SF로 터클루가 어울리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리그라면 터클루 선발에 슛이 좋은데 수비가 약한 편인 스토야코비치가 식스맨으로 벤치 에이스를 맡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또 한명 인상적인 선수가 바비 잭슨이었습니다. 솔직히 얼굴만 알고 잘 모르던 선수였는데 팀의 에너자이저로서 공격적인 마인드로 킹스의 필요를 채워주더군요. 역시 팀에 이런 선수 한명은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클블에 새로 들어온 케이 펠더라는 선수가 앞으로 바비 잭슨과 같은 역할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레니엄 킹스는 정말 잘 짜여진 팀으로 샥-코비라는 슈퍼스타 2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레이커스보다 1~3차전까지만의 감상이지만 더 나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골스와 클블의 구도 및 경기양상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이 시리즈의 결말을 아는 입장에서 정말 우승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어떻게 말하면 하늘이 점지해 주지 않으면, 천운이 함께 하지 않으면, 우주의 기운이 모이지 않으면 하기 힘든 것이 우승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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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마크 잭슨이 아닌 바비 잭슨입니다. 이 시즌 식스맨 수상자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