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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최고의 특권, ‘사노비’ 부려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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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7-27 16:53:55

19대 국회 때의 일이다.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이 의원회관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이 많은 보좌관에게 서류뭉치를 던지며 소리를 쳤다. “내가 왜 질의서를 (국회 본청까지) 들고 가야 하냐!” 질의서 종이를 감히 국회의원 손에 들려줬다는 게 질책의 이유였다.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p align="justify"></p>국회의원 특권을 줄이겠다는 각오가 넘쳐난다. 면책특권을 없애야 한다느니, 세비를 줄여야 한다느니 많은 대안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국회의원의 가장 큰 특권은 자신의 수족과 같은 보좌진에게 온갖 갑질과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권리’다. 의원은 자신의 도장이 찍힌 종이 한 장으로 보좌직원을 임명할 수도 있고 해고할 수도 있다. 종이 한 장에 밥줄이 걸린 보좌진 수천명은 맹목적으로 의원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다. 온갖 갑질과 횡포를 견뎌내면서.<p align="justify"></p>당의 원내대표까지 지낸 한 중진의원은 기자회견장인 정론관 앞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변명하지 말라”며 보좌관의 머리를 손가락에 힘을 주어 몇 차례 밀어젖혔다. (대체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내가 목격한 게 이 정도니 함께 일한 세월 동안 그가 감내해왔던 모욕의 총량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는 오래 일했던 이 방을 떠났다.<p align="justify"></p>의원실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방 안에서 이뤄지는 갑질과 횡포도 어렵지 않게 흘러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아침마다 인턴비서에게 10여개의 화분을 햇볕이 잘 드는 의원회관 옥상에 옮겨놓으라고 했다. 물론 퇴근 전에 되가져와야 했다. 매일매일. 그는 의원회관 밖 어딘가에 개인 서재를 만들어두고 책 목록 정리를 시키며 보좌진을 개인 도서관 사서처럼 부리기도 했다. “OO책에 보면 아마 OOOOOO이란 문구가 있을 거야. 얼른 가서 찾아보고 문구 좀 적어와.” 그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보좌관은 의원이 정한 10여분 안에 난생처음 보는 책 속에서 해당 문구를 찾아내느라 허둥댔다.<p align="justify"></p><p align="justify"></p><b>부인 심부름, 자녀 일정 챙기기… </b><br><b>매일 ‘고구마 삶기’ 시킨 의원은 구인난</b><p align="justify"></p> 불법이 의심되는 갑질과 횡포도 많다. 국회에서 지급되는 의원실 운영경비로 자기 부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꽃과 선물을, 사랑의 메시지와 함께 보내라는 요청을 너무나 당연하게 보좌진에게 하는 의원. 부인의 심부름은 물론 자녀 일정까지 수행비서에게 맡기는 의원. 보좌관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따귀를 때리는 의원…. 모두 실제 일어났고, 아마 지금도 반복되고 있을 일들이다.<p align="justify"></p>20대 국회도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재선 의원 방에서 비서를 구했다. 채용 직전까지 갔던 지원자가 결국 탈락했는데 이유가 가관이다. 매일 새벽 의원실에 나와 고구마와 콩을 전기포트에 삶으라는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구마와 콩은 의원의 아침 식사다. (의원회관에서 취사는 금지돼 있다.) 이제 국회의원 비서의 자질에 ‘고구마 잘 삶기’도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p align="justify"></p>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이런 일들은 국회의원이 언제 어느 때라도 ‘임면신청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보좌진 고용 제도 탓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고 해서 강하게 항변할 수도 없다. ‘나에게 충성하기 싫으면 나가라’가 영감(보좌진이 국회의원을 부를 때 쓰는 은어)들의 최종 답변이라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p align="justify"></p>국회 보좌진은 일명 ‘사노비’로 불린다. 의원 개인에게 종속된 노비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국회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1명씩과 인턴비서 2명이 딸려 있다. 국회에 ‘사노비’ 2700여명이 있다는 뜻이다.<p align="justify"></p>물론 모든 의원이 말도 안 되는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 건 아니다. 보좌진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의리있는 의원도 있고, 개인적인 일이나 주말 일정은 수행 없이 자신이 운전대를 잡는 의원도 있다. 비 오는 날 보좌관에게 직접 우산을 씌워주는 의원도 있다. (물론 이런 의원들은 소수다.)<p align="justify"></p>



유럽의 국회는 의원 개인을 보좌하는 직원을 최소화한다. 채용도 ‘의원 도장이 찍힌 종이 한 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가 각 의원실을 대신해 사무처 직원으로 채용한 뒤 이들을 의원실에 배치한다. ‘자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으로서 전문성도 보장받고 승진도 공무원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정책 보좌진은 각 정당이 의석에 비례해 할당받은 만큼 뽑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뽑은 보좌진은 의원 개인의 업적 생산을 위한 소모적인 일 대신 진짜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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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7-27 16:26:47

굳이 국회의원에 국한더ㅣㄴ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2016-07-27 16:35:11

별로 안 놀라워요 걍 사회 전체적으로 갑질사회인지라

1
2016-07-27 16:52:35

갑질에 분노하던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똑같이 갑질하더라구요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될런지

2016-07-27 17:14:01

확실히 아직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Updated at 2016-07-27 17:28:24

이 xxxx들
지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2016-07-27 17:31:20

국회의원 대부분이 지들이 달고있는 배지하나만 믿고 갑질해대는 쓰레기일뿐이죠...정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3
2016-07-27 17:31:38

대학원 얘기랑 비슷하네요

2016-07-27 19:52:23

저도 딱 이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3
2016-07-27 18:27:41

그런데 이 비서관들, 보좌진들이 의원 후광 아래하는 부정청탁이나 갑질도 엄청 많죠. 국회제도를 뿌리채 바꾸지않는한 계속될듯 . .

WR
2016-07-28 09:50:34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도 기사 말미에서 언급한 유럽식 방법이 좋을 듯 합니다.

2016-07-28 09:48:34

저분들 그래도 연봉도 꽤 괜찮고, 영감 1명빼고 나머지 사람은 전부 하대하시는 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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