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의 수비, 유타의 공격
2차전 유타의 공격 컨셉은 명료했다. 스위치 수비를 깨기 위해서는 수비수들 간 스위치가 일어나는 타이밍을 공략하면 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었으니(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73772), 여기서는 간략히 2차전 장면들만을 보고 논하기로 하자.
유타의 슬립 픽앤롤과 휴스턴의 엑스-스위치
스위치를 깨기 위해 가장 빈번히 활용하는 옵션이 이른바 ‘슬립 픽앤롤’이다.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제대로 걸지 않고 바로 림으로 빠지면서 수비수들 간 스위치 타이밍을 뺏는 것이 핵심이다. 애매한 슬립은 스위치 수비에 걸리게 되어 있으니, 최대한 민첩하고 빠르게 하되, 핸들러 수비수의 시야에 띠지 않도록 수비수 뒤편 쪽에서 바로 빠지는 게 핵심이다.
위 영상의 장면은 투빅 체제로 인해 완전한 스페이싱 효과를 견인하지 못했으나 기본적인 슬립 픽앤롤의 컨셉은 충분히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몇 부분을 디테일하게 나누어 보도록 하자. 일단 휴스턴 수비의 기조상 하든이 페이버스에게 스위치되어야 하겠으나, 스크린 자체가 걸리지 않았다는 점, 하든의 시야 밖에서 페이버스가 슬립을 바로 해버렸다는 점에서 그럴 수 없었다.
수비의 기본적인 패턴상, 여기서 코너 수비수인 아리자가 페이버스의 림대쉬를 향해 도움수비를 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훌륭한 수비수인 아리자의 움직임은 어딘가 꼬여 버렸고, 페이버스는 편안히 골을 마무리하게 된다.
위 수비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하든과 아리자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단 하든은 페이버스의 뒤를 따라가서는 안 되었다. 하든은 화면 하단의 코너로 움직여야 하고, 아리자가 코너에서 페이버스 쪽을 도움수비를 가는 게 수비로테이션의 기본적 원리이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에서 보겠지만, 수비수들의 동선은 사선을 그리듯 교차해야 하는데, 영문 X자를 그린다고 해서 보통 엑스-스위치(X-Switch)라고도 불린다.
2차전에서도 이러한 엑스-스위치 장면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관건은 코너 수비수가 누구인가, 코너 수비수와 엑스-스위치를 할 수비 파트너는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이날 경기에서 휴스턴 수비의 키플레이어인 터커가 가장 빛났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거의 독보적이었고, 팀내 수비 컨셉을 완벽히 구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한 명을 더 뽑는다면 단연 아리자였다. 아래는 폴과 아리자의 엑스-스위치 장면.
앞서 말했듯, 관건은 이러한 수비로테이트를 오차 없이 완성할 수비수들의 조합이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 엑스-스위치가 되는 순간 짧게 발생하는 코너 공격수의 오픈 찬스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슬립 픽앤롤을 차단한 휴스턴 빅맨들의 범핑 수비
사실상 이날 경기에서 휴스턴의 스위치 로테이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유타의 슬립 픽앤롤에 수비 로테이트가 망가졌고, 특히 고든과 하든 등이 수비로테이트의 한 축으로 포함될 때 문제는 커졌다.
전환점은 아마 2쿼터 어느 즈음으로 감지된다. 터커의 범핑 수비가 해결의 열쇠를 가져왔다. 카펠라도 이후 비슷한 행동을 취했는데, 하프타임 이후 이것이 팀 차원의 전략적 판단에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술의 전환점은 터커의 범핑수비로부터 왔다.
앞서도 언급했듯, 슬립 픽앤롤이 스위치 수비의 카운터 옵션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슬립 모션이 수비수들의 스위치 커뮤니케이션을 깨며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많은 경우 핸들러 수비수의 뒤에서(수비수 시야 밖에서) 수비수가 인지할 수 없는 타이밍으로 바로 빠지는 게 슬립 픽앤롤의 핵심이다.
다른 방식의 카운터 옵션들도 존재한다. 앞서 유타의 OKC 전 전술을 다루며 말했듯, 유타의 빅맨들은 OKC 가드 수비수들을 뒤에서 살짝 밀며, 스위치 대응 동작을 억제시킨 후 림으로 대쉬하곤 했다. 이렇게 몸싸움하듯 밀며 수비움직임을 억제시키는 동작을 씰(Seal)이라고 한다. 뒤에서 스크린을 걸 듯 밀고 빠진다는 점에서 백스크린 씰이라고도 불리는 이 동작은 유타의 OKC 전 오펜스 전술의 주요 옵션이었다. 아래는 페이버스의 백스크린 씰 동작이다.
아무튼 터커의 범핑수비는 이날 경기의 핵심적인 모멘텀으로 기능했다. 후반전에 카펠라와 터커의 픽앤롤 수비 다수가 이러한 범핑수비로 관철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관련 수비장면 추가 영상은 https://blog.naver.com/dongdong79/221268264204). 슬립 픽앤롤이 막힌 유타는 후반전으로 오면서 스크린 옵션에서 빅맨들의 슬립 모션보다는 미첼의 일대일 미스매치 활용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모든 세부 스탯들이 이러한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고베어와 페이버스의 전반 야투 총합은 11개에서 후반 3개로 줄어들었고. 미첼의 야투수는 어시스트 감소와 함께 크게 증폭한다(5개에서 16개로). 그렇다면 전체 결과는 어땠을까.
유타의 이날 3점슛 시도 결과는 15/32. 32개를 던져서 15개를 성공했으니 거의 5할의 적중률이었다. 이를 전반과 후반으로 다시 나누고 유타의 공격레이팅, 즉 100포제션당 득점률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전반 유타의 3점슛은 8/16, 후반에는 7/16. 전반에도 후반에도 유타의 3점슛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정도로 동일하게 불을 뿜었다. 경기 후 많은 이들이 3점슛 컨디션이 좋았던 유타가 3점슛 컨디션이 나빴던 휴스턴을 이겼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전반과 후반 유타의 100포제션당 득점률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NBA홈페이지 기준으로 전반에는 119.1점, 후반에는 99.5점. 전반과 후반 공격효율에 큰 변화가 없었던 휴스턴과는 극히 대조적인 결과다. (참고로, 수비 1위인 보스턴의 정규시즌 수비레이팅은 101점대). 유타는 전반에 휴스턴의 수비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그러나 후반에는 휴스턴 수비에 크게 가로막혔다. 명장 퀸 스나이더는 3차전에서 또 어떤 선택을 가져올까?
● 이 글은 휴스턴의 수비와 유타의 공격을 다룬 것인데, 다른 곳에 유타의 수비와 휴스턴의 공격 과제를 다룬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과 함께 보면, 이 시리즈 2차전까지의 전체적인 조망이 될 것 같네요. https://blog.naver.com/dongdong79/221268269875
너무 좋은글입니다..블로그에서 본 글까지 다읽고 느낀점인데..결국은 핵심은 휴스턴 3점슛이 아닐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