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는 OKC의 스위치 수비를 어떻게 공략했나
오늘 골스의 선발라인업은 닉영-탐슨-이궈달라-듀란트-그린의 스몰라인업. 알드리지를 타기팅해서 맥기를 선발로 넣었던 1라운드와는 판이한 라인업 운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는 이 스몰라인업의 수비임팩트로 2쿼터에 이미 가비지 모드로 넘어갔습니다. 뉴올 공격수들은 외곽에서 1대1이 강제되었고, 내곽에서는 드레이먼드 그린의 폭풍 도움수비로 압도당하곤 했죠. 수비의 성공은 역습을 낳고, 경기는 순식간에 가비지 모드로 전환합니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케 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단연 스위치 수비입니다.
5차전 대역전승 과정에서 오클의 스위치 수비가 화제로 부상한 바 있습니다. 유타의 코칭스텝은 신속히 대처를 하지 못했고, 고베어가 파울트러블에 허덕이며 모멘텀을 내주고 말았죠. 스위치 수비의 효과와 위험요소 억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휴스턴의 수비를 다루며 자세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73550). 따라서 여기서 디테일은 생략하고, 핵심만 간단히 간추려 보고자 합니다.
1) 스크린이 걸릴 때 바로 스위치를 함으로써 오프볼스크린 상황에서 오픈 찬스가 나지 않도록 한다.
2) 픽앤롤이든 오프볼스크린이든 매순간 스위치가 되기 때문에, 상대에게 아이솔레이션을 강제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3) 그러나 스위치가 미스매치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스매치의 역효과를 제어할 도움수비력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혹은 미스매치의 위험도가 높은 선수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
1, 2번의 장점은 3번의 단점에 의해 상쇄됩니다. 실제로 스위치 빈도가 높은 것과 수비력이 좋은 것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아무튼 위 사실들을 통해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아무 때나 스위치를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 즉 스위치의 컨셉이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스위치의 미스매치 역효과를 제어할 라인업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 그린과 반즈(듀란트), 터커-음바무테 등에서 알 수 있듯, 3~4번 수비수들에게 열쇠가 있고, 오클에서는 멜로의 수비 리스크를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가, 스몰라인업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주요한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6차전의 관건은 단연 오클 스위치 수비에 대한 카운터 전략이 있는가 하는 점이었고, 퀸 스나이더는 나름의 대응을 가져옵니다.
퀸 스나이더의 OKC 스위치 수비 공략
퀸 스나이더 감독의 기본 공격 포인트 중 픽앤롤 멜로 공략입니다. 경기 내내 멜로가 스크리너 수비수로서 공략 대상이 되었고, 3쿼터에서는 벤치행이 이루어지는 6분여 동안 매포제션 공략당합니다.
아래는 3쿼터 유타의 픽앤롤 공격 영상입니다. 유타의 빅맨 페이버스가 스크린을 걸었고, 멜로가 가드의 돌파동선과 무관한 방향으로 수비위치를 잡으며 수비가 무너지는 모습이죠. 미첼과 페이버스가 (오른쪽으로 돌파할 듯) 순간 페이크를 섞으면서 온 혼란이기는 하나, 멜로의 이러한 픽앤롤 수비 오류는 여러 경기에서 너무나 자주 발견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빅맨들이 로우포스트나 림쪽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몸으로(보통 엉덩이나 등으로) 수비수를 미는 동작을 종종 취하곤 하는데, 이러한 동작을 보통 ‘Seal’이라고 합니다. 단어 뜻 그대로 수비수의 움직임을 봉인한다는 것으로, 공격 측의 공간창출을 위해 수비수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동작이라 볼 수 있죠.
아래 영상은 스위치 수비를 공략하기 이해 나온 페이버스의 씰(Seal) 동작입니다. 수비수의 뒤에서 스크린을 걸었다는 점에서 백스크린 씰이라고 하기도 하고, 스위치 수비의 카운터 공격으로 자주 활용도는 옵션입니다. 가드 수비수에게 다가가 뒤에서 손으로 살짝 민 후 림으로 컷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날 경기에서 몇 차례씩 반복된 옵션이기도 합니다. 이 동작을 통해 가드수비수가 바로 페이버스와 매치업 교대를 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죠.
픽앤롤의 스크리너 수비수를 필요에 따라 교체하는 것도 스위치 수비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아래는 최근 르브론과 올라디포의 대결에서 골텐딩 오심 논란을 낳았던 장면으로, 스크리너 스위치의 정석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마찬가지로 오클 역시 그랜트와 아담스의 스크리너 스위치가 이루어집니다. 아래 장면에서 그랜트는 원래 로이스 오닐을 매치업하고 있었고, 페이버스는 아담스가 맡고 있었죠(고베어는 벤치). 그러나 페이버스가 스크린을 서기 위해 움직이자 그랜트와 아담스 간 소통하에 수비수 스위치가 일어납니다.
오클은 폴 조지와 아담스가 스위치를 강제당했으나, 미스매치 부담으로 조지가 도움수비 간격을 유지하려다 역공을 당하고 있죠.
오클 입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비진행 과정은 폴 조지가 미첼을 계속 마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가피할 때는 스위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미스매치를 피해 폴 조지가 미첼을 계속 따라붙도록 유인하고자 할 것입니다. 다른 글에서 다루었듯, 상대의 미스매치를 강제하기 위해 최근 리그에서 자주 활용하는 옵션이 슈터들의 스크린입니다. 스크린 후 외곽으로 팝아웃하면, 3점 위협으로 인해 바로 스위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73389).
유타에서 픽앤롤을 가장 잘하는 빅맨은 페이버스지만, 미스매치 공략을 위해 유타가 활용한 것이 잉글스를 통한 아래와 같은 스크린 옵션입니다.
이어진 동작은 페이버스의 이 움직임의 함의를 알게 해줍니다. 페이버스가 픽앤롤 전개에서 사라지는 동작과 함께 잉글스가 미첼에게 올라와 스크린을 걸고 있습니다. 스크린을 건 후 외곽으로 팝아웃하며 폴 조지를 견인해 가고 있죠. 폴 조지는 미첼에게 다시 붙으려 했지만, 잉글스의 3점슛을 의식해 미첼에게 다시 붙지 못하고 미스매치를 허용합니다. 유타의 스크린 세팅은 집요할 정도로 미스매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이날 경기에서 미첼의 픽앤롤을 위해 유효하게 활용된 것이 잉글스의 스크린입니다. 지금처럼 스크린을 완벽하게 걸기도 하고, 때로는 몸만 살짝 충돌하며 폴 조지에게 혼란만 주고 빠지는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빌리 도노반은 멜로의 활용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 점이 올시즌 OKC의 가장 뼈아픈 부분이 아니었나 합니다. 공격은 둘째 치고, 스위치 수비 트렌드에서 수비의 핵심이 4번 선수임을 감안하면 더 그럴 수밖에 없겠죠.
(* 분석은 이렇게 했지만, OKC의 시리즈 탈락은 아쉬운 부분이고, OKC 팬들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타는 휴스턴과 또 흥미로운 경기를 해주면 좋겠네요.)
(* NBA만 다루는 개인 블로그를 하나 개설했습니다. 매니아에도 계속 글은 올리겠지만 장문의 글들 외에 간단한 정보나 단상들, 주로 디테일 스탯이나 농구 경향 등에 대한 것들을 올리기도 해요. 종종 들러주시고 교류해주셔요. https://blog.naver.com/dongdong79)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정말 쉽게쉽게 글을 쓰시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