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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 유타가 하든을 봉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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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5-11 18:31:16

1~3차전에서 4~5차전으로 넘어가며 하든의 경기력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1~3차전 하든의 평균득점은 32.7점. 야투율이나 보정야투율(TS%) 등이 모두 시즌평균치를 유지했고, 게임당 어시스트가 10개에 실책은 2개에 불과해 전체적인 효율과 생산성은 정규시즌보다 나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4~5차전 성적은 평균 21점, 3.5어시스트, 5.5실책. 야투율은 30%대로 같은 선수의 같은 시리즈 성적이 맞나 싶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본인의 컨디션 문제였을 수 있다. 하지만, 멀쩡하던 선수가 큰 부상이 아닌 한 갑자기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을까? 


유타의 수비해법에 주목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 퀸 스나이더 감독은 플레이오프 내내 상대팀에 맞선 디테일 전략들을 유려하게 펼쳐왔다. 3차전까지 하든에게 말 그대로 두드려 맞았다면, 스나이더가 시리즈 막바지로 가며 펼친 수비해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든의 1~3차전 메인 공격 옵션

먼저 하든이 1~3차전에 어떻게 경기를 풀어갔는지 볼 필요가 있다. 상대팀은 루디 고베어가 버티는 극강 수비팀 유타 재즈다. 유타를 맞이하며 갖게 되는 고민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고베어를 상대로 정면 림대쉬를 해서 이겨낼 방법은 없다. 둘째, 그렇다면 고베어를 외곽으로 빼내서 림수비로부터 괴리되도록 한다. 셋째, 하지만 우연적인 것이 아닌 한 고베어를 빼낼 유의미한 전술적 방법이 없다. (고베어 빼내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https://blog.naver.com/dongdong79/221268269875)


앞서, 유타의 수비 동선이 고베어의 외곽 미스매치를 어떻게 저지하는지를 본 바 있다. 고베어는 수비 시 거의 대부분 페인트존 인근에 머물며 림을 사수하고, 외곽에서 스크린이 걸려도 필요에 따라 외곽 수비수들끼리의 스위치 로테이션을 활용해 고베어의 처진 수비를 그대로 유지한다.


1라운드에서 OKC는 고베어 빼내기를 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고, 휴스턴은 시리즈 초반 유타의 측면 공격으로 문제를 해결해 갔다. 다른 글에서 이미 자세히 다루었지만, 환기 차원에서 다시 공격 전개의 흐름을 돌아보도록 하자.

빅맨 카펠라가 하이에서 볼을 들고, 측면에서 돌아나오는 하든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하고 있다. 하든은 카펠라의 스크린을 끼고 돌아 림으로 대쉬하면서 고베어의 시선을 끌고, 고베어의 측면으로 롤링하는 카펠라에게 앨리웁 패스로 마무리.


이 움직임을 막기 위해 오닐과 미첼 등의 수비수들이 하든으로 하여금 볼을 잡지 못하도록 패싱레인을 과하게 차단하려다가 백도어컷을 여러 차례 당하기도 했다.


이 측면 투멘 게임이 흥미로운 점은 코너에서 중앙으로 하든이 돌아나오면서 고베어를 사이에 두고 하든과 카펠라가 좌우로 퍼지며 수비범위가 분산된다는 점이다. 댄토니 감독 체제에서 휴스턴의 픽앤롤은 빅맨의 깊은 스크린보다 얕은 스크린 혹은 (스크린을 거의 걸지 않는) 슬립 스크린을 선호했다. 깊은 스크린이 가드 수비수를 떨구어 가드 공격수의 림어텍 환경을 조성하는 옵션이라면, 얕은 스크린은 빅맨의 기동력을 살려 투멘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옵션이라 할 수 있다. 


슬립 스크린은 카펠라의 기동력을 살리고, 하든과 폴의 패스 완성도는 댄토니 특유의 투멘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한다. 위 영상에서도 하든의 돌파를 통제해야 하는 고베어의 또 다른 측면으로 카펠라가 롤링을 한다는 점, 슬립 스크린 형태로 빠르게 롤링을 함으로써 고베어의 수비반응 타이밍이 붕괴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장면은 4차전에서 약간의 변주를 일으키며 전개되었다. 대체로 4차전에서 하든은 경기감각 자체가 좋지 못했다. 폴이 경기를 이끌며 카펠라와의 투멘 게임이 높은 완성도를 보였는데, 아래 장면은 고베어가 카펠라를 어떻게 의식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앞서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카펠라가 드리블 핸드오프(DHO)로 폴에게 볼을 전달하는 것이 첫 동작이다. 폴은 카펠라의 스크린을 돌아나와 고베어와 맞서고 카펠라는 스크린 없이(슬립 스크린) 림 쪽으로 바로 스텝을 가져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고베어가 폴이 아니라 카펠라 쪽으로 백스텝을 밟으며 수비견제를 가져간다는 점이다.


4차전에서 하든이 부진한 반면, 폴의 미들점퍼가 불을 뿜었다. 스네이크 픽앤롤(Snake P&R)이라 불리는 동작이 특징적인데, 스크린을 탄 폴이 마치 뱀이 곡선을 그리며 유영하듯 미들 구간의 좌우를 휘젖고 다니며 점퍼를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5차전 유타 가드 수비수들의 반전

하든의 4차전 부진은 본인의 컨디션 탓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5차전은 단순히 컨디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무리 낮은 드리블로 타이밍의 엇박자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는 하든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드리블은 정면 돌파의 형식을 취한다. 폴이 고베어를 상대로 유효한 샷셀력선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돌파를 하지 않고 미드레인지의 좌우를 오가며 점퍼 옵션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하든의 돌파가 빛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측면 투멘 게임이었다. 발상을 바꾸면 하든의 측면 볼키핑을 막으면 수비는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했을까. 1차적으로는 가드 수비수들의 디나이 수비가 빛났다.

위 영상 역시 올시즌 휴스턴의 시그니처 무브 중 하나인 딜레이 오펜스의 한 장면이다. 카펠라가 하이에서 볼을 들고, 코너에서 밖으로 나오는 폴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하는 것이 첫 동작이다. 그런데, 폴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유타 가드들의 움직임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먼저, 폴이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유타 수비수 간의 스위치가 한번 일어난다. 폴은 고든의 스크린을 받고 밖으로 나가며 카펠라로부터 핸드오프 패스를 받으려 했다. 스위치가 없었다면 기존 마크맨이었던 미첼은 고든에게 걸려 폴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스위치 수비가 일어난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알렉 벅스의 이후 행동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벅스의 몸은 카펠라 쪽으로 등을 지고 폴의 볼수용 구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각도를 설정한다. 사실 1~3차전에서도 폴과 하든이 같은 구간에서 볼을 잡을 수 없도록 위와 같은 디나이 수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성급한 디나이로 백도어컷을 당하거나, 위의 사례처럼 순간 스위치가 잘 전개되지 않으면서 휴스턴의 투멘 게임을 무방비 상태로 바라보아야 했다.


아무튼 폴에게 볼 전달에 실패한 카펠라는 탑의 터커에게 죽은 볼을 돌려야 했다. 유타의 수비가 성공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좀더 복잡한 움직임을 보도록 하자.

폴이 하든에게 핸드오프로 볼을 전달하려는 순간, 미첼과 오닐이 폴과 하든을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가두는 것을 볼 수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오닐이 폴을 밀고, 그사이 미첼이 하든의 돌파 동선을 순간 차단하고 빠지는 수비를 했다.


측면 투멘 게임 수비의 핵심 중 하나는 아이스 디펜스다(블루 디펜스라고도 함). 사이드라인이라는 공간적 제약이 있기에 수비수들은 볼핸들러를 사이드라인 쪽으로 몰이하며 고립시키는 수비전술을 구사한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은 핸들러 수비수의 몸각도다. 아래는 아이스 디펜의 구도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위 영상에서 미첼이 먼저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각도를 잡고 푸쉬하는 수비를, 그리고 미첼이 폴과 함께 빠져나가는 동시에 오닐이 가운데 방향의 통로를 막는 수비각도를 설정하며 아이스 디펜스를 구현했다.


하든이 사이드라인 쪽의 좁은 공간으로 드리블을 치고 간다면 트랩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하든은 중앙 쪽으로 몸을 틀며 돌파를 감행했는데, 몸싸움으로 인해 돌파의 가속이 붙지 않았다.


요컨대, 아이스 디펜스의 핵심은 가드 수비수의 몸각도다. 그리고 몸각도를 잘 설정하기 위해서는 빅맨의 스크린을 어떻게 피해 갈지를 판단해야 한다. 오닐의 5차전 수비대처는 여러모로 훌륭했다. 아래 장면에서 오닐은 바깥으로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이른바 ‘파이트스루’를 택하기보다 스크린 안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드스루’를 한 후 하든의 돌파동선을 차단한다.

핵심을 이렇게 요약해 볼 수 있다. 하든이 측면에서 볼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 볼을 받게 된다면 중앙 쪽으로 스크린을 끼고 돌아나오지 못하도록 트랩을 설정하라. 말은 쉽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비수의 감각과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로이스 오닐의 수비가 빛난 5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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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8-05-11 18:24:56

잘 읽었습니다. 로이스 오닐 잘하더라구요.

2
2018-05-11 19:20:07

잘 읽었습니다. 아낌님 칼럼을 읽으면 농구가 더 재밌어요

WR
2018-05-12 05:20:13

감사합니다

1
2018-05-11 19:43:43

 이제 골스와의 컨파인데, 하든이 골스의 질식 수비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1
2018-05-11 22:04:20

늘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다만 5차전 하든의 몸상태는 under the weather인 상태였죠. 몸상태가 좋은상태였다면 수비가 통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얼른 골스전이 오길

2
2018-05-12 11:46:52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말씀해주신 휴스턴의 패턴은 미네소타전부터 사용되던 패턴인데 하든의 왼손 질주를 살리기 위해 쓰였다고 생각해요. 티보듀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당했는데 스나이더는 그걸 스위치로 DHO를 막고 고언더로 하든의 돌파 루트 차단 등으로 대응했군요.

 

컨파에서 붙게 될 스티브 커 감독이 참고할만한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휴스턴 입장에선 미네소타전과 유타전에 맞은 예방주사를 토대로 다양한 해법을 추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경기를 볼 때마다 눈이 즐겁네요.

WR
2
Updated at 2018-05-12 12:27:03

네, 하든의 왼손질주를 살리기 위한 컨셉이기도 하고, 이번 플옵에서 유독 많이 쓰이고 있기도 하네요. 감사합니다.

2018-05-13 08:39:17

가드와 스윙맨의 수비에서도,

등의 활용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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