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빚어낸 슬램덩크 콘테스트의 '진화'

 윌 바튼, 안드레 드루먼드, 애런 고든 등 세 선수도 대단한 덩커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멍석이 깔린 자리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라빈에 비하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습니다. 실제 명성에 비해 정작 본 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도 몇몇 있었죠. 지금 막 돌이켜 보면 리차드 제퍼슨도 그랬고, 스티브 프랜시스도 2002년에는 2000년만 못한 기량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습니다. 

 그만큼 한정된 조건과 특별한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는 환경에 빨리 적응해 실력 발휘를 하기가 쉽지 만은 않습니다. 유독 라빈이 우승이 유력한 선수로 거론되었던 것은 이미 '증명'된 본인의 무대를 탑재하고 있었고, 당시 그 파급력이 여느 대회 우승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라빈 외 세 선수가 처녀 출전인 점도 또 다른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이에 대회 흐름이 다소 라빈 원맨쇼가 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예상이 한참 빗나갔습니다. 라빈은 여전히 아름답게 한계를 넘어섰지만 공중을 지배한 이가 또 있었습니다. 고든이야말로 이번 대회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었고 역대 가장 훌륭한 준우승자였습니다. 라빈과 고든의 대결 구도는 감히 2000년대 초반 '데스몬드 메이슨 VS 제이슨 리차드슨' 드라마를 능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슬랭덩크 콘테스트 역사를 논할 때 '신성 불가침'인 '2000 Slamdunk contest in Vince carter'를 올라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며 늘 위기론과 존폐 기로에 있었던 슬램덩크 콘테스트가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면 아니 도약을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성과를 선수들이 직접 일궈냈다는 게 정말 경이롭습니다. 출전 선수를 점차 줄이는 등 다양한 덩크가 나올 수 있도록 고민한 리그의 노력도 무시할 순 없지만 매번 참신한 시도와 그것을 실현한 선수들 덕분에 슬램덩크 콘테스트가 아직까지도 올스타 전야제 대미를 장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슈퍼맨' 드와이트 하워드, 네이트 '클립토나이트' 로빈슨, 엄청난 테크닉을 자랑한 제이슨 리차드슨, 'ZAM' 라빈 등등 앞서 열거한 선수들 포함 지금까지 슬램덩크 콘테스트에 참가한 선수들 모두 팬들에게 보답하려는 정신이 늘 상존해 있었기에 밀레니엄 대회 이후로도 답보 상태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재미와 놀라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림 위를 정복했던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P.S 고든, 당신도 최고입니다. 그리고 다음 대회 때 다시 한 번 꼭 나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