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NBA-Talk
Xp
자동
Free-Talk

밥 딜런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양과 질. 그리고 예술)

 
5
  839
2016-10-14 14:36:25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오가면서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이라는 문자로 기록된 두툼한 양질의 문학과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소리로 기록된 음악.

일반적인 책을 읽는 데는 아무리 적어도 수 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중음악의 한 노래를 듣는 데는 보통 수 분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지요. 

 

여기서 전형적인 양과 질의 문제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투자한 노력과 시간의 척도인 양을 질로 오인하는 경향성이 있고, 사실 그러한 양적 성취는 존중받아 마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순전히 개인의 만족이나 개인 차원에서의 성취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양'인 경우에는 존중은 받되 그것이 어떤 예술적 성취라고 평가받긴 다소 어렵습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있는 결과물의 양적인 측면은 질적인 측면의 정당한 평가를 가로막게 됩니다.

물론 양적인 측면(예를 들어 노력과 시간)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질적인 측면을 주장하고 강조하는 잘못된 방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질적인 측면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양적인 측면을 주장하고 강조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한 작가가 작업을 완수하는 데 수 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수 천 쪽과 수십 권에 이르는 책을 찍어냈다고 합시다. 이러한 작업량과 그에 따르는 노력에 사람들은 감탄을 보내지만 그것이 곧 질적인 면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이미 무수히 많은 짜집기 및 당대 유행 혹은 권위 있는 전문가 및 사조를 그대로 따와서 마치 자기 것인 양 착각하거나 알고도 속이면서 글을 쓰거나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들이 분명 있어왔습니다.

반대의 예를 들면 어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일반 대중들은 상상도 못하는, 즉 예술적 안목과 문화적 교양을 갖추지 못하면 작품의 진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자신의 질적인 성취를 주장한다고 해봅시다. 근데 뭐 이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본인의 세계에 갇혀서 개인적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복잡하게만 작품을 표현(혹은 조작) 했다거나, 시류에 편승하여 각종 유명 사조들에 대한 패러디나 재해석 혹은 복붙(복사와 붙여넣기)으로밖에는 파악할 수 없는 단순하고 정형화된 패턴을 표현하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질적인 측면은 '허구'이고 양적인 측면의 취약함을 감추기 위한 교란술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거장의 작품들은 대체로 양과 질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그 모든 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양'적인 노력을 거친 끝에 '질'적 차원으로 승화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지만 이 '질'이라는 것도 한 거장의 작품 내에서 시시각각 요동을 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양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평생에 걸친 여정과 수량화할 수 없는 정신적 작용의 산물로서 표현된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이런 것을 무 자르듯이 딱딱 분류해서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차이란 것이 양이나 질의 차이에 앞서서 표현방식의 차이가 우선합니다.

그러기에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더 나쁘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정답이 될 순 없습니다.

 

글이든 음악이든 결국은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매체들을 통해 세상에 나온 수많은 표현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글을 쓰고, 어떤 이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악기를 연주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신체운동을 하고,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어떤 이는 조형물을 만들고... 등등 셀 수 없이 이어지고

글을 쓰는데 있어서도 어떤 이는 문학을 어떤 이는 철학을 어떤 이는 시를 어떤 이는 에세이를... 등등 끊임없이 세분화될 수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있었던 방식이 사라지거나, 그 이전까지는 없었던 방식이 새로 생겨나거나, 각기 다른 방식이라 표현된 것들이 연결되거나 융합되거나 조합을 이루거나 합해져서 새로운 것이 생겨나거나... 등등

인간의 표현방식들은 이렇듯이 변화하고 새로움의 과정 속에 있습니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 이면의 주목해 보아야 할 사실은 각 장르 간 경계의 붕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임의로 구분하고 범주화하고 개념화한 것을 토대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성행하고, 그것만이 인간 고유의 절대적인 가치라고 오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함께 공존하듯 인간의 이성과 감성 또한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과 사유 역시도 인간의 감각과 함께 공존하지요.

학계에서 융합, 통섭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학문 간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서로 간의 관계성을 찾는 작업들이 확산되고 있고 그러한 용어들과 분위기가 친숙해져가고, 생활 속에서도 체감되는 시점에서

이번 대중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예술계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직접적인 확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개개인의 영역에서의 일시적인 감정의 배설, 혹은 표현, 위안의 차원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현 대중음악의 일반적인 경향성에서 보다 폭이 넓고 깊어져서 사회와 삶과 시대, 나아가 자연과 우주에 대해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시도가 좀 더 보편화되고 관심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예술적인 깊이와 다양화가 대중음악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주는 그런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요. 애초에 완벽한 표현방식이란 건 없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음악, 소리라는 표현방식이 지닌 잠재력과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지나치게 제한받고 있음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 이슈를 계기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 옛날 문자가 생기기 전에 인류는 모든 지혜와 지식, 경험들을 말, 즉 소리로써 기억하고 다른 이와 후세에 전달하였습니다.

문자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글을 통한 표현방식이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고 일단 글로 남겨진 것이 말로 듣는 것보다 암묵적인 권위성이나 신뢰도를 마치 보장하는 듯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바로 이러합니다.

글이냐? 소리냐? 무엇이 더 좋은 방식이고

문학과 대중음악... 무엇이 더 우월한 방식이냐?

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닌

 

그 모든 표현방식이 결국 인간으로부터 나오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 표현되기 이전의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하나의 '무엇'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이것을 본능이라할지, 본성이라 할지, 충동이라 할지, 상상이라 할지, 오래 진화를 통해 내재화된 어떤 경향이라고 할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어떤 영적인 의식이라고 할지...

좌우간 정량화할 수 없고 언어나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 그 '무엇'이 있기에 인간의 표현이라는 것이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범주화하고 개념화하는 것이 인간 두뇌의 본성이라고는 하지만...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갈라져 나오기 전의 그 '무엇'에 우리가 한번 초점을 맞춰보는 것이 어떨까요?

어떤 대상, 현상을 그것 자체로 바라본다면...

즉 나의 개인적인 견해나 관념을 투여하지 않고 이번 결과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앞으로 보다 인류 문명을 풍요롭게 할 새로운 예술 양식의 발전과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변화의 흐름 속에 살고 있으며 그 변화의 흐름에서 열린 자세로 즐겁고 감사히 이 인류의 삶의 풍요로운 '예술'이라는 선물들을 즐깁시다.

감사합니다.


NO
Comments
아직까지 남겨진 코멘트가 없습니다. 님의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21:30
 
694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