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황혼의 투쟁'한글화 발매 예정..

국내 보드게임 쇼핑몰 중 하나인 보드피아가
보드게임 명작 중 하나인 '황혼의 투쟁'을 한글화 발매할 예정으로,
한글판 테스트 플레이어를 모집한다는 공지입니다..

이 공지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황혼의 투쟁'이라는 게임 자체보다도..
처음 보드게임을 시작하던 시절의 사소한 기억들입니다..

초등학교때 재밌게 했던 '황금의 사나이'를 찾다가..

다이브다이스 중고장터를 통해..

초등시절 게임 값에 비하면 엄청난 고가지만..
기꺼이 그 값에 게임을 구하고..
와이프와 재밌게 하다가...

첫째가 생기고,외출이 제한된 상황에..

집에서 둘이 놀기에 이만한게 없겠다 싶어서..
심사숙고..무한 검색 끝에 구입한 게임이..
'푸에르토리코'...

'푸에르토리코'에 상당히 만족하여
다른 것도 해보자는데,와이프도 동의하여..찾아보는데..
별다른 게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저런 국내 보드게임 관련 사이트들을 통해,
추천이 많고,잘 만든 게임들을 위주로 구하다 보니..
막상 초기에 구입한 보드게임들이..일단 다들 명작은 명작들이긴 한데..
나중에 안 것으로,게임의 난이도가 Hard~Very Hard인 것들이네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황혼의 투쟁'.
전세계의 보드게임유저들이 모이는 사이트인 보드게임긱에서..
당시에도 수년째..심지어는 지금까지도 부동의 1위..
여기저기에서 찬사와 추천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솔직한 부정적 평가들..
극악의 난이도..3시간의 런닝타임.. 등등..

와이프와 날 잡아서..
토~일요일로 넘어가던 새벽에 3판을 돌렸습니다..
첫 2판은 소련을 손에 쥔 와이프의 초반 KO승..
마지막 판은 미국을 쥐고 끝까지 버틴 저의 승리.. 

초반 2판은 1시간에 끝났는데...
마지막 판은 예상 러닝타임 3시간을 훌쩍 넘겨..
5시간이 걸려버렸고..
이때 와이프는 질려서,황혼의 투쟁은 거들떠도 보지 않네요..

대신 그렇게 5시간동안..
설명서 계속 찾아가면서 한 판을 돌리고 나니..
왜 이 게임이 긱의 1위에,그토록 찬사를 받는지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매우 복잡한 대신,하면서 재미에 푹 빠지는 기가 막힌 게임성..
약간 소련 쪽에 치우치긴 했지만,잘 맞춰진 밸런스..
게임 한판만 돌리면,50년에 가까운 냉전의 시대의 역사가 한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
실제 역사에 기반하여,그 역사를 게임의 내용으로 절묘하게 삽입한 노력..
('황혼의 투쟁'이라는 제목부터 이미,케네디가 냉전에 대해 했던 코멘트에서 따온 것)

절대 한글화가 되지 않을 듯 했던 게임이..

어쨌든 정식 한글판으로 발매된다고 합니다..
최고의 재미를 보장하지만..
대신 진입장벽이 높은 보드게임 중에서도,매우 빡센 게임..
보드게임에 큰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막 추천할 게임은 못 되지만..
추천받아 마땅한 진정 '명작'인 것은 사실..

120장에 가까운 카드들을..
와이프와 함께 정성껏 한글화하던 기억...
그걸로 밤새 게임하던 기억..
옆에서 엄마,아빠랑 같이 잘거라며 버티다.. 
어느 순간 평화롭게 잠들던 첫째 딸..
그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아련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