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레이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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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1-05-16 12:58:40
* 평어체 양해부탁드립니다. 좀 민감한 주제라, 논란이 될 것 같으면 자삭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일 뿐 반드시 이 글이 옳다거나 그 외의 다른 생각들이 틀림을 말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밑의 글에 달린 댓글에, 파울아웃 진행자 두 분께서 농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팀플레이어들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팀플레이란 무엇인가? - 진행자 두 분 말씀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
나는 몇몇 분들과는 좀 다른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농구에 있어 이기적인 플레이는 있어도 개인플레이는 없다' 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팀플레이다.
코비가 난사를 하는 것과 마제가 난사를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듀랜트가 난사를 하는 것과 윌킨스(도미닉 말고....;;;;)가 난사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나는 코비가 난사쟁이, 볼호그라는 비난을 받던 시절에도 '그럼 코비 말고 누가 쏘나요' 라는 레이커스팬분들의 반응에 일면 심히 공감했다. 코비가 가솔의 합류 이후 패스하는 법을 배웠다고 하는 분들이 혹 있는데, 코비는 그 전에도 패스를 할 줄 알던 가드였다. 2:2 스킬이 가솔의 합류 이후 많이 늘었지만, 원래 패스스킬이라고는 없던 가드가 갑자기 패스스킬을 배워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와 볼소유시간을 나눠가질 수 있는 동료를 만나게 된 것이다.
만일 마제나 스무쉬파커가 슈팅을 20개씩 던지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자신의 팀에 그보다 효율적인 득점원이 있음에도 나쁜 슛셀렉션에서 스스로 터프샷을 던지는 것은 이기적인 플레이다. 리키 데이비스처럼 트리플더블 찍겠다고 스스로 백보드에 볼을 던져 잡는 그런 행동은 이기적인 플레이다. 그러나, 농구라는 것은 2:2, 3:3, 모션 등으로 득점해야할 때도 있지만 1:1로 득점해야할 때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는 스포츠다. 경기당 90회 이상의 공격을 해야하는 농구의 특성상, 나쁜 슛셀렉션 상황에서 터프샷을 넣어줘야할 때도 필요한 것이 농구다. 그럴 때 1옵션으로서 볼을 던져야만 한다는 것을 감독도 알기에 그들에게 볼을 맡기는 것이다. 그들이라고해서 어디 마음 편히 슛을 던지는 것이겠는가. 또, 우리는 바로 그런 기적적인 샷들에 열광하는 것 아닌가. 오픈샷만 48분 내내 쏘면 물론 좋겠지만, 농구가 어디 그런 스포츠인가.
서버럭이 볼호그라면, 같은 의미에서 폴도 볼호그가 된다. 혹자들은 폴을 이타적인 플레이어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볼소유시간만으로 따진다면 플로어에 올라와있을 때 그만큼 긴 시간 볼을 소유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폴이 볼을 잡고 경기를 할 때 팀의 경기력이 극대화되기에, 그의 플레이는 팀플레이다. 마찬가지로, 선발라인업에 이렇다할 드리블러가 없는 오클라호마에서 서버럭이 긴 시간 볼을 소유하는 것도 팀플레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좋은 슛셀렉션이 아니면 절대로 슛을 던지지 않는 선수만 5명 모아놓고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48분 내내 무한 스크린과 횡패스만을 반복하는 경기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농구를 보지는 않는다. 볼소유시간이 짧은 선수만 5명 모아놓는다면 우리는 가뭄에 콩나듯이 페네트레이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모습을 원하지는 않는다. 팀에는 오프더볼플레이가 필요하듯 온더볼플레이도 필요하다. 오프더볼플레이가 팀플레이라면, 온더볼플레이도 팀플레이다. 모션오펜스가 팀전술이라면, 아이솔레이션도 팀전술이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에 동의치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분들은 여전히 2:2와 3:3, 모션 같은 플레이만이 팀플레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다. 사실 이것은 논쟁을 하자면 끝도 없는 것이고, 결국에는 탁상공론이 될 뿐 농구라는 스포츠는 변하지 않는다. 마치 크리스천에게 있어 신이란 예수이지만, 유대교에게 있어 신이란 하느님이고, 이슬람교에게 있어 신이란 알라이며, 불교에게 있어 신이란 없는 것과도 같다. 다만 팀에 공헌할 수 있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선수를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P.S......
저효율플레이 = 이기적플레이 / 고효율플레이 = 팀플레이라면, 이건 결국 개인플레이라는 단어를 이기적플레이로 바꾸기만 한 말장난인 거 아니냐....라고 혹시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다. (UCLA Bruins님께서 제시해주신 구분인데, 나 개인적으로는 위의 구분도 훌륭한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개념적 논의와 설명들 다 자르고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긴 볼 소유 = 팀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많은 슈팅 = 팀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적은 패스 = 팀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1:1 = 팀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볼소유시간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 예를 들었고, 많은 슈팅도 이미 예를 들었다. 적은 패스..... 트라이앵글 모션오펜스, 가장 강력한 모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션이지만 패스의 숫자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간결하게 두 세번 패스가 돌고 피니쉬가 나오는 상황이 많은 오펜스다. 많은 패스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패스는 사실 오히려 샷클락만 잡아먹는 횡패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마이애미처럼 언터처블 득점원이 있을 경우 얼리오펜스 아이솔레이션은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씩, 이런 논리를 펴는 몇몇 소수의 분들이 계신다.
긴 볼 소유 = 무조건 나쁘다
많은 슈팅 = 무조건 난사다
적은 패스 = 무조건 패스퍼스트가 팀플레이지.
1:1 = 득점 잘하면 사기유닛, 못하면 난사쟁이.
이런 글 한번 쯤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갑이라는 선수는 슈팅도 많고 볼소유시간도 길고 패스할 줄도 몰라서 팀플레이어가 아닌 개인플레이어다' 내 생각에 패스할 줄 모르는 선수란 없다. 하다못해 에디 커리도 패스를 할 줄은 안다. -_-;; 패스할 줄 안다는 것이 단순한 패스스킬을 말하는 것이라면, 패스스킬의 수준이 높은 선수는 모두 팀플레이어인가? 은퇴한 제이윌을 보자. 나는 화려한 패스만 한다는 점에서 그의 패스스킬이 조금 평가절하 받는 듯한 인상이 있다. 화려한 패스를 그렇게 빠른 동작으로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뛰어난 볼핸들링과 손목스냅의 정확한 사용이 필수적이다. 턴오버가 많아서 그렇지, 패스스킬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만일 그의 패스스킬이 키드나 내쉬급이라면, 그는 자동으로 그들과 동급의 팀플레이어가 되는가? 아닐 것이다. 그럼 '패스할 줄 모른다' 라는 말이 스킬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오픈된 선수를 발견하고도 자신이 던지는 것? 그렇다면 오픈된 선수는 누군가? 여기에 대해 증거자료와 팀전술까지 제시하면서 설명하신 분들이라면 팀플레이라는 개념을 알고 계신 분들이겠고, 그렇지 않다면 객관을 가장한 주관을 피력하신 분들일 것이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팀플레이어다 아니다'를 논할 때 팀전체에 대해 논한 다음이 아니고서는 그가 팀플레이어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 팀 전술은 이러이러하고 이러한 경우 이 정도 포지션에서 누가 오픈이 되는데 패스를 안하므로 그는 팀플레이어가 아니다.' 이런 논리가 되어야지, 앞 뒤 설명 다 자르고 '이 선수는 패스를 안해서 개인플레이어다' 라는 것은 결국 객관을 가장한 주관일 뿐이다. 패싱레인이 다 막혀서 패스를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라이앵글처럼 패스 횟수 자체가 적어서 패스를 안할 수도 있다. 이런 '팀' 관점에서의 설명은 다 생략해버린 채 '저 선수는 팀플레이어가 아니야'라고 하는 것은 그냥 개인적인 느낌을 말한 것,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결국 한 선수가 팀플레이어인지 아닌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팀플레이' 가 무엇인지, 즉 그 팀의 플레이가 무엇인지부터 언급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 팀이 아이솔레이션을 주전술로 한다면 1on1을 중심으로 득점을 올려주는 선수는 훌륭한 팀플레이어다. 반면 그 팀이 모션을 사용하는데도 혼자서 1on1만 하다가 오픈찬스를 놓친다면 그는 이기적인 플레이어다. 결국 '그가 1on1에 특화된 플레이어냐 아니냐' 가 팀플레이어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특성이 팀플레이어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팀의 전술에 맞느냐 안 맞느냐' 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팀의 전술과 맞기만 한다면, 모든 플레이는 넓은 의미에서 전부다 팀플레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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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플레이는 잇어도 개인플레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