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올려보는 앤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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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1-05-15 21:58:43
그의 커리어가 사실상 끝난 지금 갑자기 이제 와서 무슨 앤써의 장단점이냐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밑의 불꽃앤써님의 글을 읽고 나니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과거에 '참 쉽죠잉'이라는 유행어가 돌던 시절이었었나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목은 '당신도 nba 고수가 될 수 있다' 였었나 그랬습니다. 내용을 대충 적어보자면, 일단 레이커스나 피닉스처럼 팬이 많은 팀은 피해야 합니다. 애틀랜타나 시애틀처럼 마이너스럽거나 디트로이트, 샌안토니오처럼 클래식함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을 고릅니다. ^^;;;; 그리고 네임밸류는 있는데 까임을 걸기 쉬운 선수,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앤써 정도가 좋습니다. ^^;;;;; 앤써를 반쪽이라고 무조건 까면서 과거 올드스타들을 치켜세우십시오. 90년대 핍이나 조던, 유잉 같은 선수는 안됩니다. 80년대가 가장 태클이 적게 들어오고 안전빵이니, 닥터제이 정도를 추종하는 것이 좋겠군요. ^^;;;; 뭐 하여튼 이 정도 내용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씁쓸하면서도 워낙 농담조의 글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죠.
......앤써만큼 지속적으로 반쪽이라는 욕을 먹는 선수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그것도 명전에 들어갈만한 포인트를 획득할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선수라면 까임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선은 지키면서 까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예 애초부터 벤치플레이어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까지 까이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 앤써 팬분들이라면 여기서 아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겁니다.
저도 뭐 언젠가부터는 그런가보다......뭐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무슨 말을 한들.....이라는 생각에 무덤덤했더랬습니다.
서론이 길었군요. 워낙 앤써팬으로서의 한이 있다보니 ^^;;;;;
밑의 글에 불꽃앤써님께서 적은 글을 보시면, 슈퍼스타들이 갖는 가치를 재조명해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통 농구팬들이 갖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 중 하나가 팀플레이=좋다, 개인플레이=나쁘다 라는 인식입니다. 슈퍼스타의 개인플레이가 좋은 결과가 나오면 '와 저 녀석은 역시 사기유닛' 나쁜 결과가 나오면 '거봐라 또 니가 난사해서 졌지' 이런 반응이 자주 보입니다. 노비츠키만 봐도 실제로는 플옵에서 정규시즌보다 비율스탯으로 보나 토털스탯으로 보나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었음에도 플옵에서 작아지는 선수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였죠. 뭐 스타플레이어들의 숙명이려니 합니다만 사실 불꽃앤써님의 글처럼 수비압박이 거세어지는 플옵에서 반드시 개인플레이가 팀플레이보다 더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평소에는 충분히 통하던 팀플레이도 수비압박이 빡빡해지면 안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불꽃앤써님께서 써주시기도 했고, 소닉44님도 비슷한 이슈를 글에 적으신 적이 있으니 두 분보다 필력도 식견도 떨어지는 제가 사족을 더 붙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개인플레이는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을 버리셨으리라 믿고 글을 쓰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팀플레이보다 개인플레이가 더 낫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팀의 전술에 맞다면 개인플레이로도 팀에 공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얘기입니다.
앤써의 장점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공 피니쉬와 파울겟, 1on1 능력입니다. 그것 뿐이냐, 그것 뿐입니다. ^^;;;; 거봐라 역시 별 것 아니지 반쪽 맞잖아 라고 말씀하실 분들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그것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그는 역대를 논할만한 수준의 스코어러였다는 것이 그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압도적인 스피드와 파울겟 능력에 기반한 그의 트랜지션 피니쉬는, 그가 오픈코트 하프코트를 가리지 않고 일단 폭발했다하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득점을 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게다가 경기당 40분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그 폭발력을 경기내내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경이적인 활동량을 가진 스코어러였습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트랜지션오펜스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극강의 피니셔였죠. 역대로 논해도 2번 슬롯에서 앤써의 트랜지션 피니쉬는 최강급에 속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1on1에서는 사실상 상대수비수가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스킬을 갖고 있었으므로 지역방어가 없던 시절의 그는 말그대로 언터처블 스코어러였습니다. 전문가들도 '뻔하지만 막을 수 없다'라고 했었고, 제 기억으로 당시 이런 말을 듣던 스코어러는 던컨, 샤크, 앤써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 여기까지가 그의 장점입니다. 너무 짧죠. 사실 그가 가진 장점은 이렇게 몇 개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방어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누구를 2번 슬롯으로 쓰겠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앤써는 분명히 고려대상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진 선수입니다. 당시 래리가 앤써를 2번으로 돌렸을 때 여론은, '드디어 이 꼰대 감독이 미쳤나 -_-;;;'가 대세일 정도로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죠. 그러나 래리 정도로 오펜스에 대한 훌륭한 이해도를 지닌 감독이 무리수를 두어가면서까지 2번슬롯에 쓸 정도로 그는 매력이 넘치는 스코어러였던 것입니다. 래리의 꼰대 ^^;;; 정신은 유명합니다. 매력을 못 느꼈다면 아무리 선수와 트러블이 생겨도 벤치에 앉히거나 팔았으면 팔았지 결코 주전 2번자리로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에게는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죠.
일단 2000년대를 대표하는 드리블러로 손꼽힐 정도, 팀 하더웨이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크로스오버러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드리블링을 가졌기에, 따로 하프코트에서 볼을 넘겨주는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코트를 넘어오기도 전에 그에게 볼을 넘김으로서 샷클락을 확보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퍼러미터에서부터 슬래싱으로 치고 들어가서 미들샷으로 마무리하든 인사이드에서 파울겟을 하든 피니쉬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트리플스렛포지션을 확보해주기 위해 볼을 넘기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할 필요도 없죠. 스피드가 압도적이다보니 수비수가 스스로 물러나서 수비를 하는데다 컷모션에 매우 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공격공간을 스스로 확보할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서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도, 샷클락을 막 잡아먹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볼을 주면 됩니다. 얼마나 편합니까. ^^;;;; 모든 에이스들이 거친 디나이에 시달리며 볼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샷클락을 잡아먹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앤써는 상대적으로 그런 경우가 굉장히 적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기조율능력이 떨어질 뿐 패싱스킬 자체가 그다지 떨어지는 편이 아니니 처음부터 더블팀이 붙는 경우는 볼을 빼라고 지시하면 별 어려움 없이 A패스를 뽑아내줍니다. 지역방어가 없던 시절 트랩의 위험은 적었으니 처음부터 더블팀이 들어오는 경우만 조심하면 되었었죠. 실제로 플옵에서 아이버슨은 10어시 이상을 뽑아낸 적도 더럿 있었습니다. 누적 스탯으로 따져도 조던에 비해 단 9개의 어시스트가 적을 뿐이며, 천시 빌럽스와 마이크 비비보다 약 150개 정도 어시스트가 더 많습니다. 물론 내년 시즌이 끝날 때 즈음이면 이 둘에 의해 곧 추월당하겠지만 말이죠. ^^;;;
자, 이 정도의 강점을 지닌 선수라면, 지역방어가 없는 경우 2번으로 써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 ^^;;;
이제부터 단점을 말해보겠습니다. 아이버슨은 한쪽 사이드가 다 필요합니다. ^^;;;;; 스트롱사이드에는 아이버슨 이외의 선수를 아예 다 치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퍼러미터에서부터 시작해서 로포스트까지 훤히 뚫린 페네트레이션레인이 확보될 경우 그는 공격력을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버슨은 처음 돌파의 첫스텝을 밟기 전까지는 크로스오버로 상대수비수의 스텝을 빼앗는 스킬을 사용하지만 일단 페네트레이션에 들어가면 무조건 최고속을 밟습니다. 이런 선수는 밑의 글에 제가 적었듯이 1-2초 내로 패스든 슛이든 결정을 내야하기 때문에 어시스트든 슛이든 자기 손에서 끝장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과의 공존이 항상 문제가 되고 볼호그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 실제로 어시스트의 수치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볼호그라는 말이 나오죠. 왜냐면 A패스가 나온다고 해도 동료를 스팟업슈터로서만 활용하는 셈이 되는 것이고, 이것은 사람들이 팀플레이로 인정해주는 ;;; 2:2나 3:3 같은 유형의 어시스트와는 다른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소닉님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서버럭과 로즈는 똑같은 돌파형 1번이고 어시수치도 비슷한데 한 쪽은 팀플레이어고 다른 한 쪽은 볼호그가 되는 것입니다. ;;;;
또 모든 사람들이 지적하듯 수비에서의 매치업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항상 지적되는 백코트파트너, 2:2 수비능력의 부족도 단점입니다. 단점은 많은 분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해주신 사항이고, 또 옳은 말씀들이시기도 하니 제가 사족을 붙이지는 않겠습니다. ^^;;;
그의 내리막길이 운동능력의 저하와 함께 찾아왔다고 지적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팀의 1옵션으로서의 그의 한계는 지역방어가 허용되었을 때부터 이미 조금씩 찾아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줄창 앤써의 1번 전환을 외쳤던 것이고 투맨게임을 배우기를 바랬던 것이죠. 디트로 갔을 때는 벤치에이스가 되어주기를 바랬던 것이고요.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앤써를 반쪽이라고 까시는 것은 좋습니다. 단점과 장점이 워낙 뚜렷했기에 지적받았던 사항인 것이고 그것은 뭐 어떻게 쉴드를 쳐줄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 작은 프레임으로 이룩해내었던 업적만큼은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그러한 단점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커다란 장점과, 무엇보다 끝없는 승부욕, 열정이 있었음도 말이죠. 뒤 끝이 워낙 안좋은데다 신인시절부터 감히 조던을 향해 'I can take him' 이라는 발언을 하고 -_-;;; 그 유명한 'practice' 사건 이후 '싸가지 없는 놈'의 대명사가 되어버려서 '운이 좋아 1번픽으로 뽑혀서 스탯 쌓은 놈'으로 까지 비하받는 경우가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좋은 추억을 끝까지 남기지 못하고 떠난 그의 잘못이지만 다른 한 켠으로 그의 플레이를 보며 가슴 속 무언가가 울리는 것을 느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레전드로서 최소한의 존중은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
our deepest fear 라는 글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코치 카터에 나왔던 글로서 Marianne Williamson 이라는 시인이 쓴 시이지요. Our deepest fear is not that we are inadequate. Our deepest fear is that we are powerful beyond measure....As we are liberated from our own fear, our presence automatically liberates others.... 마치 이 문장처럼, 앤써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승리하기 위해 림을 향해 돌진했던 선수였습니다. 프레임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의 돌파와 두려움을 모르는 림어태킹을 보고 가슴이 울리지 않았던 팬은 아마 없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작은 그가 인사이드에서 거친 파울을 당할 때마다 철렁했지만, 그는 언제나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부딪히고는 했지요. ^^;;; 그 모습을, 그가 남기고 간 유산을 아직도 가슴 속에 잊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필력도 아는 것도 일천한 제가 뒤늦은, 마지막 옹호글이자 평을 올려봅니다.
I still miss you,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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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깔끔한 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