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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쥬 to 에세조님 ㅡ At Deux Cre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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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26 22:47:21

<div>https://youtu.be/5YXVMCHG-Nk</div><div><br></div>에세조님이 쓰신 Tartine에 관한 글을 읽다보니 Deux Cremes 생각이 많이 납니다.<div><br><div>지금은 빌딩 하나를 다 쓰는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이 되었지만 몇년전 제가 처음 그곳을 드나들기 시작했을 때 듀크렘은 막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트렌디한 카페였습니다. 최근 이태원Lady M 혹은 조금 이전의 가로수길 도레도레 케이크와 비슷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는데, 항상 손님이 많아서 테이블에 앉아본 기억이 없어요. 마침 혼자 방문할 때가 대부분이었던지라 항상 포장주문을 했던 관계로 감사하게도 북적함에 치여본 적이 없었습니다.</div><div><br></div><div>타르트 2~3조각 사들고 가로수길을 거슬러 압구정로를 지나 신사중학교 옆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한강에 도착합니다. 초콜렛을 너무 좋아하는 턱에 항상 초콜렛이 들어간 타르트가 하나씩은 껴 있었어요. 초콜렛이 들어간 타르트만 2~3조각 산 날은 계절과일 타르트를 시도할 작은 실험정신조차 없을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이없습니다. 술을 못하지만 분위기 내려고 공원 내 세븐일레븐에서 페리에와 얼음컵 사들고 뚝방 계단을 내려가다 적당한 위치에 앉아 자리를 펴요. 계단턱에 엉덩이 붙이고 음식 펼쳐놓고 귀에 이어폰 꽂으면 제가 앉은 그곳이 바람 좋고 야경 끝내주는 노천카페였습니다. 몇 시간을 앉아있어도 타르트가 꽤나 단 편이라 항상 반쯤 먹다 남은 타르트들을 박스에 싸들고 집에 가져가기 일수였지만 절대 다음 차례에 한 조각을 덜 산 적은 없습니다. 다양한 맛을 즐기는 재미라도 필요한 때였거든요.</div><div><br></div><div>듀크렘이 사실 그렇게 특별하게 맛있는 집은 아니에요. 가격을 생각하면 (2008, 2009년 기준으로 한 조각당 6000~8000원) 모든 타르트가 다 맛있어야 하는데 만든이의 저의를 의심케 하는 상품이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그집의 티라미수 타르트를 처음 먹었을 때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티라미수라기 보단 초콜렛맛이 도드라지는 크림필링이 올라간 파이같았습니다.</div><div><br></div><div>하지만 세상 일이 다 생각했던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 것 처럼 저와 이 가게의 인연도 좋지 않던 첫 인상과 다르게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방문시 보통 가장 많은 조각이 남아있어서 선택하기 시작했던 티라미수 타르트는 어느새 제가 가장 먼저 찾는 상품이 되었고, 그때 듣던 Damien Rice의 Blower's Daughter은 지금도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제가 힘들 때 가장 먼저 찾는 곡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듀크렘은 남들과 공유한 적도 없고 무엇보다 공유하기 민망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지만 내겐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쩌다 가로수길에서 만나 듀크렘에 가게 될 일이 있으면 제가 이런저런 타르트를 추천하곤 했는데, 친구들은 '역시 데이트좀 했나보네'라고 매번 농담을 던졌습니다. 얘들아, 데이트는 무슨. 남들 여기서 데이트할 때 난 혼자 테이크아웃했어.<img src="https://cdn.mania.kr/nbamania/g2//cheditor5/icons/em/103.gif" style="vertical-align: middle;">&nbsp;오해해 줘서 고맙다.</div><div><br></div><div>오랜 시간동안 혼자인게 좋지 않지만 혼자여야만 할 때 듀크렘의 타르트는 저와 함께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nbsp;<span style="font-size: 10pt;">삶의 모든 부분에서 함께 공감하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난다는게 참 쉽지 않음을 느꼈고 그럴수록 제가 포장주문한 타르트 조각의 숫자는 늘어났습니다.&nbsp;</span></div><div><span style="font-size: 10pt;"><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 10pt;">같이 NBA를 볼 수 있는 사람. 내 플레이리스트를 부끄럽지 않게 공유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맛집에 고민없이 데려갈 수 있는 사람. 서로의 꿈에 대해서 자신있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시간이 흐르면서 나라는 사람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어 절제하며 기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가족과 함께할 땐 최대한 능력있는 모습. 오랜 친구들과 함께할 땐 노래방에서 추억여행, 감성팔이. 처음 본 사람들과 함께할 땐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고 젠틀하게. 이 모든 모습은 전부 나의 일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나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런 모습으로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관심과 사랑이 참 좋긴 합니다. 단지 100% 거짓과 노력없이 내 삶을 나눈다는게 쉽지 않다고 느껴질 때 마다 타르트와 함께하는 나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드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하는게 문제이겠지요.</span></div><div><br></div><div>정글북은 읽어본 적도 없지만 정글북의 작가인 루디야드 키플링의(Rudyard Kipling)의 만일(If)란 시를 참 좋아했습니다. 제 닉네임이기도 한 아가페(조건 없는 사랑)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어서였죠.&nbsp;</div><div><span style="color: #252525; line-height: 22.4px;"><font size="2"><br></font></span></div><div><span style="color: #252525; line-height: 22.4px;"><font size="2">If neither foes nor loving friends can hurt you,</font></span></div><div><span style="font-size: small; color: #666666; line-height: 18px;">원수도 친구도</span><span style="font-size: small; color: #666666; line-height: 18px;">&nbsp;그대를 해치지 못하고</span></div><div><font size="2"><span style="color: #252525; line-height: 22.4px;">If all men count with you, but none too much;</span></font></div><div><font color="#666666" size="2"><span style="line-height: 18px;">모두를 귀하게 여기면서도, 그 누구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면</span></font></div><div><font size="2">...<font color="#666666"><span style="line-height: 18px;"></span></font></font></div><div><div style="margin: 0px; padding: 0px 0px 0px 1em; border: 0px; vertical-align: baseline; color: #404040; line-height: 24px; text-indent: -1em;"><font size="2">Yours is the Earth and everything that’s in it,&nbsp;&nbsp;&nbsp;<br style="margin-bottom: 0px;"></font></div><div style="margin: 0px; padding: 0px 0px 0px 1em; border: 0px; vertical-align: baseline; color: #404040; line-height: 24px; text-indent: -1em;"><font size="2">이 땅과 땅위의 모든 만물은 너의 것이며</font></div><div style="margin: 0px; padding: 0px 0px 0px 1em; border: 0px; vertical-align: baseline; color: #404040; line-height: 24px; text-indent: -1em;"><font size="2">And—which is more—you’ll be a Man, my son!</font></div></div><div>더 중요한 것은, 넌 어른이 될 것이다, 내 아들아!</div><div><br></div><div>하지만 온전히 이러한 삶을 이끌어 나간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점점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쌍방향의 감정입니다. 모든 사람에겐 사랑하고 싶은 욕구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공존합니다. 그렇기에 내가 인간인 이상 조건없이&nbsp;<span style="font-size: 10pt;">모두를 사랑한다는 건 따져보면 그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때도 있어요. 채워준만큼 채움받고, 채움받은만큼 채워주는게 사랑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지 않다는걸 체감합니다. 내 아집을 고수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유지하는 거지, 본질적으로 저도 긴밀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라는게 깊이 느껴집니다.</span></div><div><br><span style="font-size: 10pt;"></span></div><div>포크질 몇 번 하면 사라지는 듀크렘의 slice of heaven은 어서 빨리 내 삶의 뒤안길로 문워크해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영화 러브엑슈얼리 (2003)에서&nbsp;<span style="color: #545454; font-family: arial, sans-serif; font-size: small; line-height: 18.2px;">故</span><span style="font-size: 10pt;">앨런 릭먼이 연기한 편집장을 유혹하던 Mia의 대사가 떠오르네요.</span></div><div><br></div><div><br></div><div><b><i style="font-family: Arial, Helvetica, sans-serif; font-size: 13px; line-height: 17.03px;"><a href="http://www.imdb.com/name/nm0538443/" style="color: #70579d; text-decoration: none;" target="_blank">Mia</a></i><span style="font-family: Arial, Helvetica, sans-serif; font-size: 13px; line-height: 17.03px;">: I don't want something I need. I want something I want - something pretty.&nbsp;</span></b></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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