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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높은 여자친구와 연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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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6 22:48:46

군대는 사람의 가치관을 정립하기에 좋은 시간,장소라고들 하지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저는 그 곳에서 저의 이상형을 정해두고 나왔습니다.

 '자기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 여자'. 왜 이렇게 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스스로 느끼기에 전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 느껴져서, 애인은 겉과 속이 같은 여자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대한지 만 1년이 될 즈음, 어느 한 친구를 발견합니다. 만났다는 표현보다는 '발견'이라는 말이 적절한 것이, 그 친구는 1년간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그냥 스치듯이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캠퍼스에서 오고가면서 제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면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오빠'라는 살가운 인사만 나누고 헤어지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의

SNS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어떤 재밌는 포즈를 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어떤 남자 선배가 'OO아 몰랐는데 너 매력덩어리구나?'라고 했는데 그친구가 다음과 같이 답을 했습니다. 

'에이 전 그냥 덩어리에요'. 

이 답글을 보며 불현듯 군대에서 머리속으로만 생각해온 이상형이 내 눈 앞에 나타났구나라고 생각하며

한달간 매달려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면 연애한지 7년째가 되겠네요

 

연애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친구는 정말 자존감이 높습니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잘 아는 감정'이라고들 합니다. 

저는 이 친구를 보면서 자존감을 이렇게 '느낍'니다. 내면이 탄탄하다. 

즉, 상처는 받으나 금방 회복되어 가까운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으며, 주변 사람 누구에게나 자신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

다른 사람들도 이 친구를 볼 때 '넌 사랑 참 많이 받고 자랐구나'라고 말을 할 정도니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주제는 '자존감 높은 사람과의 연애의 특징'이었는데 본론보다 서론이 길었네요. 

여하튼 이 친구랑 오랫동안 교제하면서 느낀 자존감 높은 사람과의 연애의 특징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자존감 높은 사람과 연애하면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래 같은 특징들이 이 친구의 자존감과 연관성이 있다는 저의 주관적이고 비루한 생각일 뿐입니다)

 

첫째, 집착하지 않습니다. 보통 집착은,'이 사람이 내게서 떠날까'하는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주변사람들한테 정서적 지지를 오랫동안 받고 자라서 그런지, 배신의 두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질투는 많이 합니다. 그러나 다른 여자와 제가 같이 있는 그림을 싫어할 뿐이지 제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갈 것 같아서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하자 이 친구의 아버지가 장난식으로 '야 니 남친이 너 차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리는거 아니냐?'라고 하자, 이 친구가 그랬답니다. '그렇게 가버릴 놈을 뭐가 아쉬워서 붙잡아?' 

 

둘째, 쉽게 상처받지 않습니다. 보통 소심한 사람들이 상처를 잘받는다고 하지요. 저도 그런 부류인 것 같습니다. 왜 소심한 사람들이 상처를 더 받을까...생각해보면 소심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레이더를 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다른 사람의 평가는 별 신경쓰지 않습니다. 칭찬만 잘 듣고 아쉬운 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해 왔으니까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객관화를 잘 하는 편입니다. 자만과 자신감을 구분하는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연애할 때 이 점이 참 좋은데, 저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여자친구에게 누군가가 아쉬운 소리를 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면 그냥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사람을 저와 같이 신명나게 씹습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일까?', '오빠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왜이런 사람일까?' 이 단계까지 나가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는 자신 스스로가 잘 아니까요.

 

셋째, 겉과 속이 투명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자꾸 겉을 덧댑니다. 이렇게 덧대다보니 속과 겉이 완전 달라지게 되죠. 그러나 이 친구는 겉과 속이 참 비슷합니다. 자기자신에게 솔직하죠. 연애할 때 좋은 점은 무엇이냐, 그냥 이 사람을 정말 잘 알게 됩니다. 내가 어떤 꾸밈없는 한 사람의 본연과 깊은 수준의 교류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그외 실용적으로 좋은 점은, 돌려 말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건 자존감하고 연관이 그닥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여러가지 다른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만 너무 길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문득 '그게 자존감과 상관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전 매니아 분들의 평가에 민감한 소심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여튼 저는 연애 경험이 이 친구 말고는 없기에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 '저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넓고 얕은 조언은 드릴 수 없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연애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되실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가 있겠네요. 이거 글을 싸질렀는데 마무리를 못짓겠군요 밤에 갑자기 감상에 젖어 긴 글을 써부렀네요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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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9-16 22:53:51

너무 멋진 분과 연애하시는것 같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WR
1
2019-09-16 23:02:13

맞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존감인지 포장인지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아는거니까요 평소에 레이더를 잘 돌려야하는...

13
2019-09-16 23:00:08

저는 옛 한자성어를 딱 참고만 하는데 유용하고, 이건 맞다고 생각하는 몇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유유상종입니다.
글에서는 도제재님께서 스스로를 낮추었지만 그간 댓글을 되뇌어 본다면 도제재님께서도 분명 멋진 사람이고, 남들로부터 인정 받고, 훌륭한 인품을 소유하고 계시므로 지금의 여자친구 분도 자존감 높으며, 사람을 대하는 철학이 상당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 그릇이 작다고 생각하고 못났지만 그래도 적어도 배울 게 많은 분들과 만나 매번 레벨업 하는 느낌이 드네요. 애초에 높은 퀄리티의 인품이나 학식, 그릇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이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봅니다. 크크크.
멋진 글 정독하게 해줘서 감사하고 또 깊이 생각할 만한 주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WR
1
Updated at 2019-09-16 23:08:30

항상 어빙11님의 글이나 댓글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딱히 제 칭찬을 따뜻하게 해주셔서 그런건 아니구요 

어빙님의 연애 관련 글 재밌게 보고 있었으니 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2
2019-09-16 23:14:54

저는 나중에 한 달 간 매달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좋은 밤 되셔요 :)

2019-09-16 23:08:33

오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상형을 만나셔서 부럽네요.

유유상종이라고 전 자존감이 낮고 자존감 낮은 상대만 만난거 같은데.
희안하게 1-3번은 저도 제 상대도 포함되는거 같은 기분이.

글쓴분도 자존감 있으시고 사랑받고 자라고 올바르게 살아오신분 아닐런지.
예쁜 사랑하세요~~~

WR
1
2019-09-16 23:19:52

1-3번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존감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관련 논문도 많이 찾아보고 했었거든요. 

여튼 지난 연애경험으로 분명 배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아프지 않으시다면, 

나중에 나눠주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ㅎㅎ (사실은 궁금증)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주니어님도 이상형과 예쁜 사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19-09-16 23:28:39

이게 책상던질 글인가... 하고 던질각을 보고 들어왔다가... 글 잘 읽고 갑니다. 자존감 높은 분이 참 좋은거 같아요.

WR
2019-09-16 23:37:53

늦은 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9-09-16 23:32:24

글을 보면 그런 멋진 분 마음을 잡은 도제재님도 매력있으실거 같아요.

귀한 인연이네요. 부럽습니다!

WR
2019-09-16 23:39:46

아직 속까지 들키지 않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
2019-09-16 23:34:44

어서 결혼하십쇼 

WR
1
2019-09-16 23:40:27

사악한 유부남의 손길... 

2019-09-16 23:56:35

공감 많이됩니다. 이런 사람하고 연애를 오래해왔고, 그 사람이 자존감이 높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정말 외모나, 성격이나 제 이상형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이제 헤어진지 2달 되었네요.
부럽습니다.

WR
Updated at 2019-09-17 00:10:03

괜시리 제 글이 박신양님의 아픈 기억을 들춰낸 것이 아닌가 마음이 좀 무겁네요

더 이상형에 가까우신 분과 가까운 미래에 예쁜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2019-09-17 00:03:26

우리 와이프 이야기하는 것 같이
똑같은 스타일이네요.
와이프 만나고 덕분에 저도 제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생기고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언지 알게되었네요.
도제재님도 현재 느낀 그 감정 잘 간직하시고
예쁜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WR
2019-09-17 00:08:50

오 저의 글의 속편으로 자존감 높은 아내와의 결혼생활 한번 써주시는게 어떠실런지!ㅎㅎ

2019-09-17 00:26:43

결혼은 현실인걸로

글 재주가 없어서 단편적으로 말씀드리면,
3번 같은 이유로 저도 투명할 수 밖에 없어서
크게 싸울 이유가 없어요.

다만 제가 깔끔 떠는 스타일이고
와이프는 그렇지 못한 부분 때문에
제가 잔소리를 자주하는데
2번의 이유로 그냥 흐지부지 되구요.

1번의 이유로 저녁 약속잡고 나가거나 늦고 술에 떡이되어 들어와도 잔소리 한번 안합니다.
오히려 절 믿어주기때문에 딴짓할 생각이 아예 들지도 않구요.

에구, 그냥 현실 세계에 동참하시죠

WR
2019-09-17 00:41:30

분명 현실의 세계인데 멋진 결혼생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곧 따라가겠습니다!!

2019-09-17 00:03:27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좋은 글 보고 가네요. 저도 멋진 남자가 되어야겠습니다

WR
2019-09-17 00:08:16

충분히 멋지신 것 같습니다!

2019-09-17 0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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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2019-09-17 00:40:15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ㅎㅎ

1
2019-09-17 01:22:52

자존감이 높았던 저이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자존감이 현저히 떨어지다보니 반대로 자존감높은 제 여친이 살짝 서운해져 고민인데 이글 보니 제자신이 참 부족한거 같네요
멋지십니다
저도 다시 돌아가고 싶네요

1
2019-09-17 02:43:43

전 와이프가 저한테 "오빠는 자존감 참 높은 사람인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 스스로 생각해도 맞는 말 같긴 해요.

서른이 넘게 여자친구 한 번 없었는데 크게 상처받지 않고 살아왔으니까요. 

 

흔히들 말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잘 사랑할 수 있다고.

적어주신 내용이랑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앞으로도 잘 사귀시길 바라겠습니다.

1
2019-09-17 09:33:53

 

'나는 이런 멋진 사람이랑 연애하고 있다'

라는 자랑글로 밖에 안보여요. 훠이~

1
2019-09-17 11:02:27

 저도 자존감 있는 여자를 만나봤지만 글쓴이분 여자친구분과는 비슷하면서도 저한텐 안좋은쪽으로 영향을 받아 헤어졌네요.

 

자존감이 높아서 정말 이기적이더라구요. 데이트할때도 항상 제가 움직이고, 약속시간 고작 5분, 10분정도 지만 항상 늦고, 배려라곤 찾을수 없고.. 저는 글쓴이분 여자친구랑은 상반된 자존감의 여자를 만났었던거같네요..

2019-09-17 11:05:32

 여자분의 생각이 저랑 많이 비슷하네요. 제가 딱 저렇게 생각하고 살거든요  ^^; 

이미 결혼도 다했지만 예전에 연애할때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항상 자존감이 있으니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도 그게 나쁘지 않다는것과

그걸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아니까 

당당하게 행동하고 진심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옆에 있어주는거 같기도 하고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랑 연애하면 참 피곤하죠...

혼자서 상처도 많이 받고 , 말씀하신데로 겉과 속이 다르니 말하는것 행동하나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많이 휘둘리다 보니 감정의 폭도 큰편이고

그게 연애할때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어느순간되면 피곤함으로 다가오기 쉽죠. 

 

갠적으로는 어릴때 사랑을 많이 받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지금 아이들에게도 무조건적인 사랑

무조건적인 자존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데..

 

육아는 쉽지가 않네요 ^^ 

 

 

 

 

WR
2019-09-17 15:48:43

시골약사님 말씀대로인 것 같습니다. 자존감 강한 사람들은 정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정말 딸이나 아들을 낳는다면 여자친구처럼 키우고 싶은데

장모님 장인께 노하우 좀 전수 받아야겠습니다. 

 

2019-09-17 15:13:50

제 와이프와 정말 비슷하네요 ;) 저도 이런 친구와 오래 연애끝에 결혼했는데, 정말 좋습니다

WR
2019-09-17 15:46:52

유부남들께서 좋은 말씀해주셔서 저도 미래가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19-09-17 20:26:38

결혼각이네요. 후회없으실 겁니다.
저도 저런 사람과 결혼 했거든요.
그래도 연애와 결혼은 또 달라서 가벼운 다툼 정도는 생길수도 있어요 :)

2020-04-08 22:57:44

연애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보고 갑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WR
2020-04-09 15:37:37

다시 한번 찾아주셔서 읽어주시니 기쁘고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서로의 자존감이 더욱 높아지는 연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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