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높은 여자친구와 연애하기
군대는 사람의 가치관을 정립하기에 좋은 시간,장소라고들 하지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저는 그 곳에서 저의 이상형을 정해두고 나왔습니다.
'자기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 여자'. 왜 이렇게 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스스로 느끼기에 전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 느껴져서, 애인은 겉과 속이 같은 여자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대한지 만 1년이 될 즈음, 어느 한 친구를 발견합니다. 만났다는 표현보다는 '발견'이라는 말이 적절한 것이, 그 친구는 1년간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그냥 스치듯이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캠퍼스에서 오고가면서 제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면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오빠'라는 살가운 인사만 나누고 헤어지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의
SNS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어떤 재밌는 포즈를 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어떤 남자 선배가 'OO아 몰랐는데 너 매력덩어리구나?'라고 했는데 그친구가 다음과 같이 답을 했습니다.
'에이 전 그냥 덩어리에요'.
이 답글을 보며 불현듯 군대에서 머리속으로만 생각해온 이상형이 내 눈 앞에 나타났구나라고 생각하며
한달간 매달려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면 연애한지 7년째가 되겠네요
연애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친구는 정말 자존감이 높습니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잘 아는 감정'이라고들 합니다.
저는 이 친구를 보면서 자존감을 이렇게 '느낍'니다. 내면이 탄탄하다.
즉, 상처는 받으나 금방 회복되어 가까운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으며, 주변 사람 누구에게나 자신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
다른 사람들도 이 친구를 볼 때 '넌 사랑 참 많이 받고 자랐구나'라고 말을 할 정도니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주제는 '자존감 높은 사람과의 연애의 특징'이었는데 본론보다 서론이 길었네요.
여하튼 이 친구랑 오랫동안 교제하면서 느낀 자존감 높은 사람과의 연애의 특징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자존감 높은 사람과 연애하면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래 같은 특징들이 이 친구의 자존감과 연관성이 있다는 저의 주관적이고 비루한 생각일 뿐입니다)
첫째, 집착하지 않습니다. 보통 집착은,'이 사람이 내게서 떠날까'하는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주변사람들한테 정서적 지지를 오랫동안 받고 자라서 그런지, 배신의 두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질투는 많이 합니다. 그러나 다른 여자와 제가 같이 있는 그림을 싫어할 뿐이지 제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갈 것 같아서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하자 이 친구의 아버지가 장난식으로 '야 니 남친이 너 차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리는거 아니냐?'라고 하자, 이 친구가 그랬답니다. '그렇게 가버릴 놈을 뭐가 아쉬워서 붙잡아?'
둘째, 쉽게 상처받지 않습니다. 보통 소심한 사람들이 상처를 잘받는다고 하지요. 저도 그런 부류인 것 같습니다. 왜 소심한 사람들이 상처를 더 받을까...생각해보면 소심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레이더를 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다른 사람의 평가는 별 신경쓰지 않습니다. 칭찬만 잘 듣고 아쉬운 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해 왔으니까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객관화를 잘 하는 편입니다. 자만과 자신감을 구분하는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연애할 때 이 점이 참 좋은데, 저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여자친구에게 누군가가 아쉬운 소리를 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면 그냥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사람을 저와 같이 신명나게 씹습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일까?', '오빠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왜이런 사람일까?' 이 단계까지 나가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는 자신 스스로가 잘 아니까요.
셋째, 겉과 속이 투명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자꾸 겉을 덧댑니다. 이렇게 덧대다보니 속과 겉이 완전 달라지게 되죠. 그러나 이 친구는 겉과 속이 참 비슷합니다. 자기자신에게 솔직하죠. 연애할 때 좋은 점은 무엇이냐, 그냥 이 사람을 정말 잘 알게 됩니다. 내가 어떤 꾸밈없는 한 사람의 본연과 깊은 수준의 교류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그외 실용적으로 좋은 점은, 돌려 말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건 자존감하고 연관이 그닥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여러가지 다른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만 너무 길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문득 '그게 자존감과 상관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전 매니아 분들의 평가에 민감한 소심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여튼 저는 연애 경험이 이 친구 말고는 없기에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 '저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넓고 얕은 조언은 드릴 수 없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연애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되실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가 있겠네요. 이거 글을 싸질렀는데 마무리를 못짓겠군요 밤에 갑자기 감상에 젖어 긴 글을 써부렀네요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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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진 분과 연애하시는것 같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