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봤던 가장 충격적인 영화를 뽑아봅시다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다양한 영화들을 보게되었는데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영화들도 있었고 몇 달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봤던 가장 충격적인 영화들을 뽑아봅니다.
(리얼 / 클레멘타인 / 7광구 같은 안 좋은 의미의 충격적인 영화들은 좀 제외해주세요;)
시계태엽오렌지
- 뭐라고 해야할까요... 한창 큐브릭 영화들에 빠져있을 때라 보긴 봤는데...
영화 첫 30분 동안 '이게 진짜 영화로 나와도 되는거야?'라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영어 자막으로 봤던 작품이라 너무 충격받아서 나중엔 영화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진 켈리의 싱 잉 인 더 레인을 부르며 윤간하는 장면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합니다. 충격에 휩싸여 제대로 정신 못차리는 사이에 영화가 끝나버렸고 '이게 그래서 뭔 내용이지?' 라는 생각만 들 때 '아 그거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내용이잖아' 라는 말을 듣곤 다시 보고 싶긴 하지만...
아직도 못 보고 있습니다. 아마 다시 안 볼 거 같아요
숏버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지역 영화제에 가서 호평이 많았던 숏버스란 영화를 봤습니다. 동성애가 포함되고 섹스에 관한 내용이다라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갔어요. 당시 여자친구의 손을 잡으며 '우리 영화관에 오랜만에 온다 그치?' 하면서 애정어린 눈빛을 교환하곤...
영화 시작 5분만에 여자친구는 제 손을 뿌리쳐버리더군요 (그럴만도 했겠다 생각합니다;)
제가 봤던 충격적인 영화 오프닝 TOP3에 항상 들어가는 장면이니까요 (하지만 찾아보진 마세요)
'저 XX들 싹 다 미친거아냐?' 라고 당황하였지만 그래도 영화가 진행이 될 수록 점점 빠져들곤 나중에는 대만족하면서 나왔습니다. 제 손을 뿌리쳤던 여친도 '아 영화 재밌었다'하고 만족을 했구요.
지금 생각해봐도 잘 만든 영화에요
도그빌
-나오셨습니다. 이 분야의 끝판왕. 한국엔 김기덕이 서양엔 라스 폰 트리에가 있다는 말이 있는 감독.
칸 영화제 최초로 페스로나 논 그라타에 공식 지정된 국제적 왕따. 여자들의 적.
이 영화 솔직히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포스터에 나온 니콜 키드먼만 보고 영화 보러 갔었습니다
'저 예산 연극도 이 따위로 세트는 안 짓겠다' 할 정도로 진짜루 비루한 세트장. 배우들을 연극학원 때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세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MV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매체에 영향을 끼친 그 환상적인 작은 마을 도그빌에 도망자 신세인 그레이스가 숨어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 전작의 여주인공인 뷔요크가 니콜 키드먼에게 '그 놈이랑 영화 하지 마세요. 당신 영혼을 먹어치울꺼에요'라고 편지를 보냈지만 가련한 니콜은 폰 트리에 감독과 이 도그빌을 찍고는... 영화 촬영 내내 감독과 언성 높여가며 싸웠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앞의 두 영화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추천을 못하는 편이지만, 도그빌은 충격적인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가끔 추천드리는 편입니다.
잔인한 장면 / 야한 장면 /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동화처럼 잔잔히 진행되는 이 영화의 비디오를 군대 생활관에 굴러다니는 걸 이등병 때 발견하곤 '선임분들! 이 영화 끝내주게 재밌습니다! 오늘 같이 보시는게 어떻습니까' 하고 봤다가, 영화 끝나고 전원 아무 말 없이 밖에 나가 담배 두어개씩 피고 오는 걸 봤습니다.
저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할 법도 한데 면허시험 떨어진 어두운 표정으로 나갔다가 20분 정도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음 그래도 영화 좋긴 하네' 라고 제 어깨를 토닥여줬을 땐 이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며 제 군생활을 건들지 않을 것을 예감했어요
언더그라운드
-에밀 쿠스트리챠 감독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정체를 알 수 없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영화입니다.
'뭔 영화를 이렇게 찍지?;;' 라고 생각이 날 정도고 저게 영화면 내가 알고 있던 영화라는 건 어떤 예술인가 하며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사람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지는 사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보고 반했던 이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가 이 감독의 은퇴를 종용하게 만들었다는 게 재밌네요 (물론 나중에 은퇴를 번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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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펀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