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 후기
원래 넷플릭스 영화에는 큰 기대를 안하는데.. 이 영화는 워낙 이슈가 되었던 영화라길래 혹시 다를까 하고 봤습니다. 그런데 역시나네요..
결말의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 영화는 결말이 아니라 내용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 영화처럼, 아포칼립스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이 그냥 갑자기 해결되어 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있죠. 제가 문화생활을 많이 하는건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나네요.
결국 이런 작품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아포칼립스의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에 대한 것일겁니다. 그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장면 자체를 기가막히게 묘사할 수도 있고, 극한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그 본성에 대한 탐구가 될 수도 있고, 주인공 내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죠.
그 중 이 영화는 다른것보다도 마지막, 주인공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 생각합니다. 고아로 자라나 아이에게도 별 관심이 없고 사람도 잘 만나지 않던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아이들을 끔찍하게 아끼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는 사람들의 품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굳이 극 초반에 만났던 의사를 엔딩에서 다시 만나게 한 것을 보면 주제의식은 꽤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예요. 사람들을 싫어하고 스스로 방어막을 치고 살던 주인공이 재난을 겪으며 내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그래비티>가 생각이 안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배우도 같아요. 솔직히 영화의 기획 의도 자체가 <넷플릭스판 그래비티>를 만드려는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비티>가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감독이 오로지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보여주는데에 영화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버드 박스> 는 아닙니다. 과장 좀 보태면 영화의 절반 정도가 사족이에요. 그래서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시청자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설정과 결말만 보면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도 비슷하지만, 이 소설의 끝에서 허무함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장면을 볼 수는 없는 책이라는 매체의 특징과 극의 설정이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그 공포감이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이 되는데다 결정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을 기가막히게 묘사했기 때문이죠. 비교하자면 끝도 없고... 많은 부분에서 지향점도 다른 영화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윗 문단에서 말씀드렸듯 그 다른 지향점 자체에서도 성공했다고 할 수 없기에 좋은 평가를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글쓰기 |
넷플릭스 영화는 완성도가 왜이렇게 처참한건지..;;;
로마와 카우보이의노래를 제외하면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 제대로된게 하나도 없는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