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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연예인 사건사고를 보며 느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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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13:59:17

정준영과 승리 사건으로 엄청 시끌시끌합니다.

이것들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과 범죄성이 무거워서 이렇지, 정식으로 보도되지 않는 연예인 사건사고의 절대량은 10배 아니 20배는 됩니다. 처음 엔터업계에 들어와 느꼈던 환멸과 역겨움이 무뎌질만도 한데 몇년 간 들려오는 소식들은 더 심각해지기만 합니다.

 

우리사회의 미에 대한 기준은 전세계 어느나라보다 더 엄격하고 강력합니다. 그에 따라 지금 엔터업계의 오디션 연령제한은 매 해 낮아지는 추세이며, 작년을 기점으로 16세 이상은 그 타고남이 자이언 윌리엄스 급이어야만 '응시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수년 전만 해도 기업 규모가 일반 대기업들에 비해 초소형에 불과했던 엔터시장은 이미 시가총액 1조가 넘는 회사들이 등장하며 좀 많이 냉정해지고 자본주의화 되었으니까요.

 

저는 오디션을 직접 심사하는 자리에 말석으로 참석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브라탑 비스무리한 걸 입고 트월킹하는 걸 보며 '섹스어필이 부족하다, 느낌이 없다' 라는 피드백을 주는 윗 분들을 모시고 봅니다. 물론 그 분들은 이런 피드백을 본인 입으로 하지 않구요, 대개 저러한 피드백은 순차적으로 짬처리됩니다...  참석자들의 연령대가 워낙 어려 보호자들이 멀찌감치나마 동행하는데요. 장단점을 말해주고 싶지만 제가 가진 시간은 한정적이어서 결국 전달된 단점들 나열하다 아이를 울리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연습생들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을 기점으로 회사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첫째로 교우관계를 도려내어 버리고, 데뷔해서 언급될 만한 부분들 자체를 금지시켜버립니다. 일단 방과후에 특별활동이나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던가 하는 부분들을 막아버리죠. 일진논란, 왕따, 폭력 등 논란이 될 싹을 제거해버립니다. 12-3살의 나이부터, 중-고등교육 수업만 간신히 듣고 그마저도 여러 일들을 들어 빠지게 되는데, 이 아이는 얼마나 제대로 된 사회성을 지니게 될까요? 학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무엇이 옳고 그른 지 판단해본 적 없이 제대로 된 인간 구실을 할까요?

 

예능프로에서 간간히 들리는 에피소드를 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 혼자서 은행업무 못하는 연예인들? 엄청 많습니다. 택배 보내본 적 없고 고속버스 비행기 예매해본 적 없는 사람 많구요. 돈은 그냥 일하다 보면 알아서 회사에서 통장에 입금해주고 카드 줍니다. 잔액확인? 못하는 사람 있어요. 사기도 잘 당할 수 밖에 없겠죠.

지금 활동하는 2-30대 연예인들만 해도 그런데, 과연 12살때부터 기계처럼 회사놀음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데뷔를 한 후 제대로 된 사회성과 윤리적 규율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여러 이슈가 터지면서, 직접적인 연루가 없는 회사들도 지금 비상시국인 게 엔터 업계입니다. 연습생 누군가가 어떤 사고를 쳤을 지 몰라 핸드폰이여 메일이며 SNS며 전부 검열 삭제 중이구요. 사회화의 과정을 체험하고 배우는 단계인 청소년기를 춤추고 노래하는 기계로 조립되어지는 데 보내는 연습생 친구들이 가슴 아프기도 하고, 일반인이 보기에 정상범위 밖의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는 사고친 연예인들이 어이없기도 이해가기도 해서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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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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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14:07:10

현대사회의 내시 같네요.  남들이 선망하는 곳으로 가서 호사를 누리고 살지만, 사회성과 인간관계를 거세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참 이게 뭐라고...  써주신 글을 읽으니 사람의 삶은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씁쓸합니다.

WR
2019-03-19 15:21:28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도서관에서 밤새다 라면 먹으러 가는 경험

취준하면서 집안에서 눈치보면서 친구만나 저렴한 안주로 소주한잔 하는 경험

회사다니며 실컷 깨지고 야근하며 돌아가는 저녁 9시의 지하철

 

이런 것들을 겪어보지 못하면서 지나온, 지나갈 친구들이에요.

행복에 대한 기준도 없고, 무언갈 이룬다는 개념보다 버텨낸다 개념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데뷔를 해서 성공한 후 수십억을 번다 하더라도, 스스로 삶을 놓아버리는 친구들이 생기는 이유겠죠?

3
Updated at 2019-03-19 14:12:12

sm이 엑소 이후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nct가 주력멤버의 중고나라 사기사건?으로 한방에 훅갔죠..

해당멤버는 sm 얼굴마담을 잇는 절대외모에 하필이면 랩과 춤실력까지 그룹에서 제일 뛰어나서 팀에서 안고갔고.. 결국 초반에 그 이슈와 여러가지가
겹치면서 nct는 sm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버렸죠

그 아이의 몇천원 기껏해야 몇만원 때문에 날아간 돈을 생각하면..

기획사 입장에서야 어이없는 저런 요인들을 다 제거하고 싶을것 같긴합니다

다른 얘기인데 이번에 와이지 오디션 프로 (보석함..방예담이 나온) 보면서 애들이 너무 짠하더군요..10대 초반부터 기획사 들어와서는 계속 데뷔가 좌절되면 어느덧 20대초..학력도 이뤄놓은 것도 하나도 없고 세상에 발가벗겨진 채로 나가는 건데...반면 옆에서 같이 생활하던 친구는 대스타가 되어 수십억을 버는 사람이 되면 ..

그런데 인생을 좌우하는 그 데뷔하고 말고는 객관적인 실력보다는 주관적인 매력과 사장의 결정이라니...저 같으면 못견딜거 같네요

WR
3
2019-03-19 15:25:32

오디션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저희 통계적으로 지원자를 200명 잡았을 시 '최종적으로 뽑히는 인원' 이 1명이에요.

그리고 매 분기마다 총 연습생 30여 명 중 5인을 무조건적으로 떨어트려요.

이러한 연습생 기간이 빠른 친구들은 1년 늦으면 6년이 넘어갑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해서 데뷔를 해도, 성공할 확률은 대략 2%도 안됩니다.

확률 계산하면, 이건 복권급이에요. 그리고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복권에 수백 수천명의

어린 영혼들이 상처받고 망가집니다. 언급하신 20대초가 되었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친구들은 안좋은 길로 빠지거나 삶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정말 정말 정말 많구요.  

2019-03-19 15:31:10

네 차라리 초반에 확실히 떨어지면 나은데..
소위 3대 기획사 또는 괜찮은 기획사 가서 짧게는 몇년 길게는 5년 이상을 기다리다 마지막에 버려지는?...걸 보면 아이들의 남은인생 자체가 너무 리스키 해보입니다..심지어 고졸도 아닌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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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15:43:49

이쪽도 업계가 분화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1티어급 기획사에서 버려지게 되면 2티어 기획사에서 데려가서 가능성을 보구요

2티어급 기획사에서 버려지면 3티어 기획사에서 가능성 봐봅니다.

사실 이러한 역할이 연습생 관리하는 실장들이 하는 부분이고... 알게모르게 다들 그렇게 노력해줍니다 최대한. 회사입장에서도 미안함을 덜고 연습생 입장에서도 기회를 부여받으며 마지막으로 새로운 회사 입장에서도 바닥부터 키울 필요없이 빠르게 가능성 타진해볼 수 있으니 이해관계자 3명 모두 + 이긴 해요.

2019-03-19 14:24:54

사람보다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느낌이 강하죠. 특히나 아이돌일수록. 아이돌을 바라보면 씁쓸합니다.

1
2019-03-19 14:39:56

엔터계에 종사하시는군요.
나중에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신다면 지금 가지신 따뜻한 마음 잃지 않고, 느끼시는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WR
2019-03-19 15:26:55

길게 버틸 수 없는 구조이지만 만약 길게 있어야 한다면 직접적으로 이런 아이들과의 연관이 있는 자리는 피하고 싶은 게 심정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 아이들이 상품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걸 다 받아들이고 상품에 맞게 판매할 자신이 저는 없네요.

6
Updated at 2019-03-19 19:18:53

근데 이번 승리가 저지른 일은 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되는게, 사회성 결여로 뭘 몰라서 저지를 수 있는 그런 범위를 넘어선거 같거든요. 저 정도 스케일은 작정하고 개인이 힘 한번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한거죠. 승리는 하는 행동이 항상 미련하다고 생각했는데 상상 그 이상이네요.

Updated at 2019-03-19 15:53:54

아이돌을 추종하는 팬덤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실 있는 애들 하나도 없는.. 외모부터 정신, TV에 출연해서 보여지는 멘트 하나까지 가공되어

부모치맛자락 소속사빨 아니면 연예인 깜도 아닌 애들을 상품화하고

(자기들끼리는 아티스트라고 호칭하던데 세상이 미쳐돌아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섹스어필하는데 여념없는 아이돌들을 좋다고 열광하며 소비하는 소비자들까지

결국 돈되면 되는거니까요. 

메스컴에 보여지는것만으로 추종하는 소비자들이 넘쳐나는데, 아이돌에게 무슨 내실이 필요할까요. 

물들어 왔을 때 노 저으라고 공장 풀가동해서 KPOP이니 그럴듯한 용어의 문화로 포장해서 팔아야죠.

2019-03-19 16:24:29

영화 “코치카터” 를 보면 주인공인 카터가 제자들에게 이 길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요. 물론 대형화되고 자본화되어버린 엔터사업에서 다른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성공하기 힘들고, 리스크가 클수도 있지만 어린 아이들이 좌절을 겪더라도 이 길만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지도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아이들에겐 학교보다 학교같은 공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2019-03-21 07:58:59

글쎄요.. 사회성 결여와 범죄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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