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예인 사건사고를 보며 느끼는 점
정준영과 승리 사건으로 엄청 시끌시끌합니다.
이것들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과 범죄성이 무거워서 이렇지, 정식으로 보도되지 않는 연예인 사건사고의 절대량은 10배 아니 20배는 됩니다. 처음 엔터업계에 들어와 느꼈던 환멸과 역겨움이 무뎌질만도 한데 몇년 간 들려오는 소식들은 더 심각해지기만 합니다.
우리사회의 미에 대한 기준은 전세계 어느나라보다 더 엄격하고 강력합니다. 그에 따라 지금 엔터업계의 오디션 연령제한은 매 해 낮아지는 추세이며, 작년을 기점으로 16세 이상은 그 타고남이 자이언 윌리엄스 급이어야만 '응시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수년 전만 해도 기업 규모가 일반 대기업들에 비해 초소형에 불과했던 엔터시장은 이미 시가총액 1조가 넘는 회사들이 등장하며 좀 많이 냉정해지고 자본주의화 되었으니까요.
저는 오디션을 직접 심사하는 자리에 말석으로 참석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브라탑 비스무리한 걸 입고 트월킹하는 걸 보며 '섹스어필이 부족하다, 느낌이 없다' 라는 피드백을 주는 윗 분들을 모시고 봅니다. 물론 그 분들은 이런 피드백을 본인 입으로 하지 않구요, 대개 저러한 피드백은 순차적으로 짬처리됩니다... 참석자들의 연령대가 워낙 어려 보호자들이 멀찌감치나마 동행하는데요. 장단점을 말해주고 싶지만 제가 가진 시간은 한정적이어서 결국 전달된 단점들 나열하다 아이를 울리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연습생들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을 기점으로 회사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첫째로 교우관계를 도려내어 버리고, 데뷔해서 언급될 만한 부분들 자체를 금지시켜버립니다. 일단 방과후에 특별활동이나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던가 하는 부분들을 막아버리죠. 일진논란, 왕따, 폭력 등 논란이 될 싹을 제거해버립니다. 12-3살의 나이부터, 중-고등교육 수업만 간신히 듣고 그마저도 여러 일들을 들어 빠지게 되는데, 이 아이는 얼마나 제대로 된 사회성을 지니게 될까요? 학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무엇이 옳고 그른 지 판단해본 적 없이 제대로 된 인간 구실을 할까요?
예능프로에서 간간히 들리는 에피소드를 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 혼자서 은행업무 못하는 연예인들? 엄청 많습니다. 택배 보내본 적 없고 고속버스 비행기 예매해본 적 없는 사람 많구요. 돈은 그냥 일하다 보면 알아서 회사에서 통장에 입금해주고 카드 줍니다. 잔액확인? 못하는 사람 있어요. 사기도 잘 당할 수 밖에 없겠죠.
지금 활동하는 2-30대 연예인들만 해도 그런데, 과연 12살때부터 기계처럼 회사놀음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데뷔를 한 후 제대로 된 사회성과 윤리적 규율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여러 이슈가 터지면서, 직접적인 연루가 없는 회사들도 지금 비상시국인 게 엔터 업계입니다. 연습생 누군가가 어떤 사고를 쳤을 지 몰라 핸드폰이여 메일이며 SNS며 전부 검열 삭제 중이구요. 사회화의 과정을 체험하고 배우는 단계인 청소년기를 춤추고 노래하는 기계로 조립되어지는 데 보내는 연습생 친구들이 가슴 아프기도 하고, 일반인이 보기에 정상범위 밖의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는 사고친 연예인들이 어이없기도 이해가기도 해서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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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내시 같네요. 남들이 선망하는 곳으로 가서 호사를 누리고 살지만, 사회성과 인간관계를 거세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참 이게 뭐라고... 써주신 글을 읽으니 사람의 삶은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