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복기

문제는 오늘 듀란트인데 해리슨 반즈가 사이즈도 만만치 않고 운동능력도 좋은데다 오늘 좀 이상할정도로 컬해서 받아나오는 것보다는 듀란트에게 편하지 않은 위치에서 공을 잡게 한 다음 공격들이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썬더에는 탐슨-커리 수준의 3점 스페셜리스트는 사실상 듀란트 정도뿐인데 듀란트가 계속 메인 볼 핸들러로서 4쿼터에 공격을 이끄니 3점 라인 안쪽에 워리어스 선수들이 매우 뻑뻑하게 포진 가능했고 사실상 오픈샷을 거의 받지 못한채 수비를 한두명은 단채로 페이더웨이만 던져댔죠. 듀란트가 작년 초반 페이스로 두명이 막아도 들어가는 슛감이라면 모르겠는데 요즘 슛감이 상당히 로우한 상태라 4쿼터 막판에 하나만 넣었어도 썬더가 매우 유리해질법한 샷들을 모두 놓쳤고 사실상 연장전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전혀 못했죠. 반즈를 상대로 딱 한번 공격성공했습니다 연장전에서도요. 이럴때 감독이 타임 아웃을 잘 활용해서 듀란트는 오프 더 볼 상태로 내버려두고 칼리슨을 투입한다음 은근히 자주 나오고 막기 힘든 칼리슨 to 듀란트 기브 앤 고로 좀더 공간을 만들었으면 탐슨/보것의 파울이 계속 문제였던 워리어스가 쉽게 무너질수도 있었는데 지나칠정도로 일관된 패턴으로 4쿼터에 임한게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오늘 라인업은 좋았습니다. 잭슨 대신 램을 넣은것은 매우 현명했어요. 오늘처럼 워리어스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매우 좋고 코트를 촘촘하게 써서 공간이 좁은 상황에서는 웨스트브룩과 겹쳐버리는 레지 잭슨이 활약할 여지도 적고 게다가 2쿼터만 봤을때는 오늘 레지 잭슨의 시야도 좁고 슛감이 좋은 날도 아니었습니다. 반대로 램의 경우에는 현재 39.6%의 3점 성공률로서 상대로 하여금 의식하도록 만들테고 결국엔 웨스트브룩-듀란트-이바카가 메인이 될 썬더에서는 클러치때 잭슨보다는 램이 좀더 낫다고 봅니다. 물론 오프더 볼 무브 이후 컬 해서 나오는 램과 달리 컷인을 좀더 즐겨하고 공간을 좀더 넓게 주는 팀이라면 잭슨-웨스트브룩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유용하겠지요.(지난 스퍼스전이 어찌보면 그런 사례라고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스티븐 아담스는 14분동안 7개의 리바운드 4개의 공격 리바운드와 1개의 블락을 기록하였는데 사이즈가 워낙 좋고 기계같은 몸을 가지고 있다보니 보것도 아담스와의 리바운드 싸움에서는 쉽게 느끼진 못하더군요. 퍼킨스의 경우는 사이즈도 언더사이즈고 느려서 보것의 리치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데 현재 아담스는 보것만큼의 사이즈에다 좀더 빠르고 단단한 원석이니깐요. 스캇이 저쪽의 빅 라인업에 대항하여 좀더 페이스를 올릴수 있는 라인업을 활용하며 이바카를 믿는 선택을 했는데 결과는 좋았습니다. 요즘 이바카가 중요한 순간에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는걸 보면 경이로울 정도에요. 수비에서의 활동범위와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도 개선되어서 오히려 블락의 순도는 작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14게임동안 0번의 블락을 기록한 3게임을 제외하면(덕분에 평균은 낮은) 모든 게임에서 3개이상의 블락을 기록중인데 상대방의 에이스급 선수들을 상대로 클러치때 기록하는 블락들이 많고 굳이 블락이 아니더라도 위압감 자체만으로 페인트존을 사수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 이대리와의 맞대결도 사실상 이바카가 공-수 양면에서 이대리를 압도하는 형세였습니다.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제가 이바카 재계약때 바랬던 15-10-3블락의 빅맨이 되는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을정도에요.(아담스의 합류와 이바카의 발전된 보드 능력으로 원래 1-2-3번 포지션 선수들이 동급 최강의 리바운더였던 썬더가 현재 전체 팀 리바운드 1위입니다. 팬으로서도 조금은 낯선 수치네요..) 

오늘 단 하나 아쉬운 점은 2쿼터때 페리 존스를 한번 실험해봤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한번의 스위칭 이후 세폴로샤든 잭슨이든 램이든 웨스트브룩이든 반즈에게 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털렸는데 듀란트(3번)-페리존스(4번)-5번(이바카)라인업을 한번 가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올 시즌 매우 제한적인 출전기회만 잡고 있는 존스이지만 나올때마다 공격면에서는 생각하던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이었고 수비에서도 3번들이 부담스러워할만한 사이즈와 4번들에겐 좀 벅찬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차피 라이언 곰즈는 쓰지 않을테고 로버슨도 올해는 기회가 없을테니 결국 데릭 피셔 아니면 페리 존스 3세가 듀란트의 백업이 되어야할텐데 르브론,카멜로,폴 죠지같은 사이즈 있는 선수들이 코트에 서 있을때 피셔가 과연 감당해낼수 있을지가 좀 걱정이에요. 결국은 듀란트도 휴식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 듀란트급은 아니지만 대학시절 사이즈와 그 사이즈대비 운동능력/슛터치로 주목받은 페리를 어떻게 활용할수 있을지 좀더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전 페리 존스가 4번에 좀더 가까운 포워드라고보지만 스위치 된 상황에서 3점 라인 안쪽에서 버티고 서서 에이스급 3번들의 아이솔을 어느정도 막아내고 동시에 포스트업도 견딜수 있다면 썬더가 필요한 퍼즐 하나가 확실하게 채워지게 됩니다. 

오늘 웨스트브룩의 말이 참 인상적이더군요.